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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7.15 <작가수첩 1>
- 2018.06.26 <My life Bill Clinton: Volume 1: The early life>
- 2018.06.26 <이이제이의 만화 한국현대사 1>
- 2018.06.26 <재미의 비지니스-경제학으로 본 게임산업>
- 2018.06.08 <노인과 바다>
- 2018.05.31 <민족이란 무엇인가>
- 2018.05.28 <김제동 어록>
- 2018.05.17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2018.05.15 <사회 연결망 이론>
- 2018.05.07 <정치의 공간>
글
<작가수첩 1>이라는 책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원래 책이름이 작가수첩은 아니고 <이방인>, <페스트>로 유명한 작가 알베르 카뮈의 수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수첩의 질감이 살아있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내용만큼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작가의 생각뿐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첩을 통해서 시대상을 알 수 있었다. 기록된 날짜가 1930년 말이 되면 나치가 움직이기 시작하여 폴란드를 침공한다. 이에 대해 카뮈 역시 생각하고 고뇌한다. 이런 점에서 그 당시의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사료로서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명언’이 되는 과정 중 하나는 말을 한 사람은 무심코 했는데, 나중에 꽤 의미있는 말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말을 한 사람이 유명하면 명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작가수첩에는 여러 귀담아 들어둘만한 명언들이 즐비하다. "경험이라는 말의 헛됨. 경험은 실험해보는 것이 아니다. 억지로 얻으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냥 당하는 것이다. 경험이라기 보다는 인내가 옳겠다." "교양이라는 것이 사람의 가장 내밀한 감각, 즉 영원에 대한 감각의 훈련이라고 정의한다면 사람은 자신의 교양을 위하여 여행을 하는 것이다." "고통받는다고 해서 무슨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카뮈가 죽고 난 후 태어난 나에게도 한번 생각해봄직한 말들이 되었다.
작가수첩을 번역한 사람은 김화영 박사다. 그는 박사논문으로 카뮈를 썼고, 교수있는 동안 카뮈의 전작품을 번역하는 등 우리나라의 최고의 카뮈 전문가이다. 그래서 그런지 뒤에 써있는 번역가의 해설은 카뮈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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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My life>는 빌클린턴 대통령의 자서전으로 2권으로 나누어져있다. 1권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읽으면서 가장 놀란 부분은 어린 시절에 대한 세세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양아버지가 어머니와 자신에게 총쏜 것 정도는 당연히 기억해도 놀랍지 않다. 그런데 초등학교때 있었던 소소한 친구와 일들도 기억한다. 이렇게 기억할 정도의 능력이 되어서 대통령이 된 것인지, 아니면 전직대통령이기 때문에 이렇게 소소한 것들도 조사해서 정확히 쓸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 같은 성을 쓰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같은 성을 쓰면 적어도 친척관계를 생각할 정도 다양한 성을 가지고 있다. 클린턴은 양아버지 이름으로 대통령까지 되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결혼하면 여자가 개명을 해야하므로 뉴욕상원의원, 국무부 장관, 그리고 대통령 후보였던 부인 힐러리도 클린턴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살았고 미국사회는 물론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세상일은 이렇게 알 수 없다.
클린턴의 친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등졌다. 간혹 아버지 없이 자란 사람들이 세상을 원망하며 좋지 않은 길을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클린턴 대통령은 삐뚤어지지 않고 잘 성장했다. 이와는 반대로 부모님이 온갖 정성을 들여도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존재로 거듭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자녀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같은 경험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문화적 차이를 느낀 부분도 있었다. 예전 여자친구들 이름을 공개한 것이다. 고등학교 때 사귀었던 여자 이름(Susan Smithers)이라 든지 대학 때 사귀었던 여자 이름(Denise Hyland)이 적혀있다. 미국스러운 쿨한 느낌이 들었다. 그 여자들의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고 힐러리 클린턴의 느낌도 궁금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추문 문제가 있었던 사람인데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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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 책은 크게 두가지 주제를 이야기하고 그렸다. 첫번째는 이승만이라는 사람 이야기이다. 그가 어떻게 성장했고, 생활했고, 대통령이 되었는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어서의 행적에 대해서 그렸다. 둘째는 1987년부터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기까지의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의 우여곡절을 굽시니스트의 독특한 화법으로 보여주었다. 어떻게 보면 어두울 수 있는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만화로 보니 부담감을 덜 가지고 볼 수 있었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상당히 균형있는 시각으로 현대사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선호에 따라서 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승만 대통령의 경우에 뉴라이트 측에서는 국부로 추앙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의 행적이 우리나라의 현대사의 아픔의 씨앗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이제이의 만화 한국 현대사>는 이승만의 과를 명쾌하게 비판하지만 그의 공적이 있었음을 부분적으로 인정한다. 또한 어떤 면에서는 이승만도 어쩔 수 없었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이점이 좋았다. 예를 들어, 친일파 처리에 있어서 이승만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김일성을 옹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이제이는 친일파처리문제가 이승만 대통령 문제일 뿐만 아니라 미국과 소련이 새롭게 건설되는 나라를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김대중 대통령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균형잡히게 이야기를 썼다. 대통령 선거에 있어서 김대중 후보의 패착과 정치적인 문제점을 잘 써주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공적이 많다. 하지만 그 공적이 많다고 김대중 대통령이 무흠결한 신은 아니다. 문제가 있었음은 문제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 책을 보면서 몰입이 되지 않았던 점은 이승만 대통령을 전혀 와닿지 않게 너무 꽃미남으로 그려놓았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모습을 그릴 때는 얼굴에 YS, DJ를 그려 넣었는데, 약간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물론 얼굴에 글씨를 넣어주는 것은 독특했지만 받아드리기에는 조금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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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게임은 이제 거대 산업이 되었다. 예전에 '비행(非行)'이라고 치부되던 게임은 이제 하나의 스포츠로서도 자리매김하였다. 흔히 전자오락으로 불리는 게임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종류가 변화했고 진화하였다. 그래서 이제는 게임의 역사를 논할 수 있고 게임에대한 평도 충분히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러한 시대에 <재미의 비지니스>는 게임의 기저에 있는 경제적 논리를 통찰력있게 논한 책이다.
저자는 아케이드게임, 콘솔게임, 온라인 게임으로 흘러가는 게임산업의 생태계를 경제학적 관점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으로 게임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네트워크의 외부성'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굵직굵직한 게임회사, 예를 들어 아타리,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 소프트의 흥망성쇠를 잘 보여주었다. 각 회사가 성공한 이유도 다르고 쇠락한 이유도 다른 데 그에 대해서도 난해한 용어를 별로 쓰지 않고 서술하였다. 또한 이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아이템 거래에 대해서도 경제적, 게임상적 근거를 써놓았다. 저자의 통찰력이 깊다고 생각한 것이 기본적인 논리로 아이템 거래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하는 점이 좋았다.
이 논의가 이제 모바일 게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2006년작이다 보니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담지 못했다. 지난 10년간의 가장 큰 변화는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어느 공간에 앉아서만 했었던 게임을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 이 점은 그동안 있었던 게임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큰 변화이다. 이에 대한 논의가 많이 진행되었을 탠데 이를 반영한 개정판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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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예전에 읽었던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대충의 줄거리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틀렸다. 역시 반복의 중요성을 느낀다. 예전에 <노인과 바다>를 읽었을 때의 감정을 소환하자면 인간이 벌이는 아름다운 사투라고 생각했다. 나의 잘못된 기억에 따르면 노인이 끝내 고기를 잡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번에 읽은 <노인과 바다>는 나에게 인간의 욕심의 허망함으로 다가왔다. 산티아고 할아버지가 거대한 고기를 고생 끝에 잡아낸다. 그리고 귀항하는데, 상어 떼를 만나서 거대한 고기를 모조리 뜯기고 만다. 헤밍웨이는 이 장면을 잘 서술한다. 뜨문뜨문 노인은 집에서 쉴 것을 왜 나와서 이 고생인가에 대한 약간의 후회를 한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인간의 욕심 그리고 허망함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은 무언가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가끔은 정도를 벗어나게 과도하게 큰 것을 원해서 고생을 하기도 한다. 이 때 많은 경우 의도한 수확을 얻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생의 단면을 노인이 상어에게 간신히 잡은 고기를 빼앗길 때 느꼈다. 근래 너무 욕심을 부려서 원해 얻은 것도 놓치는 것은 아닐까하는 자문을 하게 되었다.
노인과 바다를 번역한 책은 아주 많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쉽게 쓰였기 때문이다. 헤밍웨이의 원작을 초등학생 정도에 맞게 썼더니 문학작품에 문외한인 나도 이해하기 쉬웠다. 그리고 좋았던 것은 중간마다 만화가 들어갔던 점이다. 그래서 글이 조금 지루해질 때면 그림이 나와서 주의를 환기시켰다. 결과적으로 끝까지 집중력있게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학생용으로 만들어진 책이어서 그런지 책 마지막 부분에 "생각해봅시다"를 넣었는데, 꽤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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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백의민족,’ ‘한민족,’ ‘배달의 민족,’ 등등 민족이라는 말을 꽤 많이 쓰고 있지만, 민족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생각보다 대답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민족은 인종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동일한 개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국가와도 많이 겹치는 개념이기는 하지만 국가가 꼭 민족이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가 말하는 한민족이라고 말하고 생각하는 개념을 알려면 민족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르낭의 <민족이라는 무엇인가>는 이에 대한 부분적인 해답을 던져준다.
르낭은 민족이라는 개념을 심도있게 고찰했다. 특히 유사개념과의 비교를 통해서 르낭은 민족에 대한 개념을 구체화했다. 그는 우선 이익공동체와 민족과 비교한다. 르낭은 이익공동체와는 달리 민족은 감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둘째, 지리적인 특성을 고려했다. 물론 지리적인 구성이 민족을 구성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말했다. 셋째, 왕조와 비교했는데 민족은 왕조와 상관관계가 높지만, 같은 왕조에 있다고 구성원이 다같은 민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넷째, 가장 흔히 생각하듯 생물학적 종족을 기준으로 민족을 나눌 수 있는데, 르낭은 순수혈통은 없다고 말했다. 다섯째, 언어의 경우를 고려하였다. 르낭은 주인과 노예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인종이 다를 경우 같은 민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피력하였다. 마지막으로 종교를 생각했다, 이는 쉽게 파악되는 것이 인도네시아 이슬람 사람이랑 사우디 이슬람 사람을 같은 민족이라고 볼 수 없다.
이렇게 비교를 하여 민족의 개념을 부각시키고, 르낭은 민족은 하나의 "영혼이고 정신적인 원리"라고 주장하였다. 영혼이라는 보이지 않은 개념을 통해 민족을 구체화하다보니 불분명함이 있지만 이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 영혼은 역사를 통해서 발전된다. 르낭은 민족은 패배를 통해 더 잘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는 유태인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유태인들은 오랜 시간 배척받으며 살아왔는데, 이러한 경험들이 더욱 더 민족에 대한 결집을 가져온 것이다. 아마도 핍박받은 경험을 통해 영혼이 더 단련되어 유태인이라는 민족으로 완성되었다.
이 책은 3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1.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 <2. 민족이란 무엇인가>, <3. 에르네스트 르낭읽기-옮긴이가 쓴 부분임> 내가 생각하기에는 <민족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읽고, 그리고 <에르네스트 르낭에 대한 옮긴이의 해제 부분>을 읽고 마지막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을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민족이란 무엇인가는 특별한 배경 지식 없이도 민족에 대한 르낭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첫째 장은 르낭이 살았던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알면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르낭에 대한 해제를 읽으면 첫째 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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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어록"이라고 하면 종교 지도자나 위대한 정치인 정도 되는 사람이 되어야 낼 수 있는 느낌이 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를 차지해야 어록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나 자기한 말을 문서화하면 그것이 어록이 된다. 게다가 <김제동 어록>은 김제동씨가 쓴 것은 아니고, 김제동 팬클럽이 만든 책이다. 적어도 김제동팬클럽에게 김제동이라는 사람은 들을 만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인 것이다. 누군가는 김제동이 무슨 어록이냐 하고 의구심을 갖을 수 있겠다. 김제동씨 팬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강연이나 방송에서 김제동씨가 전한 이야기는 아주 많고, 꽤 많은 부분은 기록으로 남겨서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4년에 김제동씨 토크콘서트에 간적이 있었는데, 당시 매우 피곤한 상태여서 꾸벅 꾸벅 졸면서 들었는데도 웃었던 기억이 난다. 강연에서는 진지하게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라든지, 살면서 쉽게 지나치기 마련인 이야기를 돌이키게 하는 것도 있었다. 그렇다고 김제동씨가 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금과옥조는 아니고, 영양가 없는데 웃긴 이야기, 자기 비하를 통해 웃기는 이야기들도 꽤 있다. 문제는 강연이 말로 이루어져 있어서, 강연을 간 기억과 웃은 기억은 있는데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어록"이 꼭 금과옥조만 적어놓는 기록책이라고 하는 고정관념만 버린다면 여러 사람에게 웃음과 성찰의 기회를 주었던 김제동씨의 말들을 적어둔 어록은 필요하다.
또한 눈여겨 볼 것은 뒷부분에 김제동씨가 팬카페에 남긴 글들이다. 2003~2004년경 글인데 당시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상태였지만 상당히 인정받을 시절이라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당시 시대배경을 나오는데, 예를 들어 팬카페에 남긴 글을 컴퓨터가 있는 곳을 찾아서 겨우 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8년 현재 스마트 폰으로 쉽게 글을 쓰는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 때 그 때 시대상을 그려내는 의미로서도 어록류의 기록물은 중요하다.
글로 남겨져 있는 어록이다 보니 김제동씨의 목소리로 듣는 메시지에서 오는 매력이 반감되는 느낌을 받았다. 글을 통해서 화자의 의도를 알 수 있었지만 현장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듣는 것은 같은 내용이라도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어록의 한계겠지만, 이제 동영상 어록도 있을 태니, 그 걱정을 많이 할 필요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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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지금까지도 단 한권도 읽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여행기를 여러 번 즐겁게 읽은데, 하루키의 이 센스넘치는 제목의 에세이책 역시 정말 재미있었다. 하루키 선생은 별것 아닌 내용조차도 흥미롭게 말하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다. 엄청나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보다는 잔잔한 미소를 띄우게 해주는 글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여러 주옥같은 글들이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글은 맥주에 관련된 글이었다. <블루리본 맥주가 있는 광경>편은 미국에서 블루리본 맥주를 마셔본 나로서는 이를 어떻게 묘사할 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캔맥주보다 병맥주를 많이 마신다는 점을 부각했다. 생각해보니 미국에서 캔맥주도 마셨긴 했지만 거의 병맥으로 맥주를 마신 기억이 있다. 그리고 블루리본 맥주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데, 때마침 나도 인상깊게 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에서 주인공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마시던 블루리본 맥주가 잘 어울렸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또한 매우 공감했다.
그리고 이 책이 재미를 배가하는 것이 각 글의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한마디이다. 공감이 안되는 멘트도 있었지만 반면에 가끔 크게 웃길 때가 있는데, "화장실에 들어가서 TOTO라는 로고를 볼 때마다 <로잔나>를 흥얼거리는 것 나뿐인가"에서 크게 동의하면서 파안대소하였다. 이 소소하지만 솔직한 멘트가 하루키의 에세이를 더 매력있게 만들었다. 이런 매력을 반감시키지 않고 발휘하게 해준 번역도 아주 잘 된 것 같다. 어디하나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삽화도 꽤나 매력적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꽤나 투박한 질감을 보여주는데 괜히 끌리는 마력이 있다. 동판화라고 하는데, 글의 내용을 다 맞게 그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소소한 글과 잘 어울리는 군더더기 없는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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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네트워크 이론에 대한 책이다. 읽고나서 보니, 네트워크 이론이라고 해서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만 나온 것은 아니고, 그에 관련된 논의를 광범위하게 했기 때문에 <사회학 이론과 개념>이라고 책 제목을 붙여도 좋을 듯하다. 물론 부제로 사회 연결망을 중심으로라고 쓴다면 더 적절할 정도로 포괄적이다.
교과서라고 하기에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렇게 두껍지 않아서 부담을 덜 가지고 읽을 수 있다(250여쪽의 내용임). 그리고 아마도 저자가 의도한 바가 있겠지만, 아주 어렵지 않게 쓰려고 여러 실생활의 사례를 잘 녹여내어서 썼다. 물론 실례를 쓰면 문제가 워낙 세상이 급변하는 시대라, 개정판을 통해 그 예를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그 예들의 신선함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또한 교과서를 쓰는데 있어서 곤욕스러운 점이라면 외국사례를 얼마큼 반영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아직도 적어도 사회과학계에 있어서는 많은 개념이나 이론이 해외, 특히 미국에서 들어온다. 그러다보니 미국사례를 많이 들게 마련인데, 아무래도 한국교과서에서 미국사례를 들다보면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Haller와 그의 동료들의 연구를 소개하였는데, 미국과 오스트리아의 직업이동 관계망에 대한 내용인데, 아무래도 이해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중요한 연구이다 보니, 소개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외국사례가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 내가 이 교과서를 썼더라도 아마도 같은 방식을 취했을 것 같다.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인 사안같은데, 정답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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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장집 선생님의 최신작인 <정치의 공간>은 크게 3가지를 주제를 다루었다: (1) 북한과의 문제, (2) 개혁보수, (3) 코포라티즘. 이 중요한 3가지 주제에 대하여 선생님의 명쾌한 의견을 읽을 수 있었다. 내용을 감히 극도로 축약하자면, 첫번째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해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 역시 북한은 궤멸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북한과의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중국이 너무 커지고, 전쟁이 일어날 경우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막대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고도로 도시화되다보니 현실적으로 북한을 무력으로 안전하게 제거할 수는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평화롭게 통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북한을 적대하는 9년간의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국방에서의 무능은 나를 실망하게 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소통하여 길을 열려고 하는 모습이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에, 북한을 하나의 대상으로 인정해야 겠다는 인식을 점차 갖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최장집 선생님의 의견은 새롭게 내가 북한 문제를 보아야하는데 길잡이가 되었다.
두번째, 개혁보수에 대해서 선생께서는 명쾌하게 개혁보수가 나타내는 바를 그래프로 보여주었다. 사실 "개혁보수"라는 단어가 마치 "앙꼬없는 찐빵"이나 "무알콜맥주"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선생께서는 수평축을 좌파-우파로 나누고 수직축을 국가주의-자유주의(혹은 다원주의)로 나누어서 지금 우파-국가주의에 치우쳐있는 보수를 조금 좌쪽 그리고 자유주의쪽으로 내리는 공간을 개혁보수라 이야기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 현실의 정치인들은 이를 알고 개혁보수를 주창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한국형 코포라티즘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개념이 아니다. 수입해서 우리에게 적용되어 나타난 예가 노사정 위원회이다. 선생께서는 우리나라 코포라티즘은 아직도 너무 정부에게 치우쳐있다고 일갈한다. 그리고 아직 힘이 덜 실린 노동쪽에 영향력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도 이에 동감한다. 그동안 오랜 세월동안 노동이라고 하면, "투쟁" "갈등"이라는 그렇게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어서 도외시해왔는데, 시민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거의 대부분 노동자이고 그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보는데 인식의 변화가 아직도 많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코포라티즘은 시민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갖게하는 개념이 될 수 있고, 현실에서도 큰 함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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