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Book 2018. 9. 28. 12:58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신경과 전문의 이라부 이치로 선생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라부 이치로 선생의 관점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그의 환자의 관점에서 이라부 선생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 책은 총 5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인 고슴도치에서는 야쿠자, 책 제목이기도 한 2부인 공중그네에서는 서커스 단원이, 3장인의 가발에서는 이라부의 동창인 의사가. 43루수에서는 야구선수가, 5여류작가에서는 작가가 병원에 가서 이라부 선생을 만나면고 변화를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라부 선생은 참으로 쾌활하다.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서 편견이 없다. 문신이 가득한 야쿠자를 만나면 의사라고 해도 움추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라부 선생과 그의 듬직한(?!) 간호사는 전혀 거리낌이 없다. 환자가 유명 야구선수나 작가가 되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을 직업이나 지위로 보지 않고 사람 그 자체로 보는 것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라부 선생의 특징은 적극적이다. 실제로 야쿠자가 행동하는데 따라가기도 하고, 공중그네를 타기도 하고 동창이 장난치는 것을 같이하기도 하고, 야구를 하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이러한 일상생활의 범주를 넘는 적극심은 그의 삶을 풍부하게 한다.

 

그의 환자들은 신경과의 특성상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다. 이라부 선생의 친구가 가진 충동불안이라든지, 작가가 가진 강박증세라든지, 야구선수가 겪는 슬럼프라든지, 증상은 다르지만 겉보기에는 멀쩡하나 속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라부 선생의 상식을 깨는 쾌활함으로 그러한 병은 호전된다. 특히 이라부 선생이 직접 서커스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탓하는 망상에 빠진 마음의 아픔을 앓고 있는 서커스 단원은 문제를 직시하게 된다. 정신과 의사로서 어쩌면 그의 행동은 별나지만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오히려 다른 어느 약보다 효과적이다.

 

아쉬우면서 현실적인 면은 이라부 선생이 상당한 금수저라는 것이다. 36세의 나이에 자기 이름을 단 병원을 가지고 있고, 포르쉐를 타고 다는 데에는 아버지가 일본 의사협회 유력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손님이 별로 없지만 병원을 운영해 갈 수 있고, 자기 마음대로 병원 문을 몇 일간 닫고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러 다니는 호방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원래 타고난 것이 호방한 것인지, 아니면 환경이 그를 호방하게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가난하고 기혼에 아이가 몇 명인 상황에서 소설 책에 나온 것처럼 행동했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이러한 금수저 유형의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들은 하루 하루의 먹고 살거리를 연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삶을 관조하고 여유롭게 살 수 있다. 소설가는 이러한 현실적인 타입의 사람을 잘 그린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며 호쾌하게 사는 이라부 선생의 인생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까지는 없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재미있기 때문에 읽을 만하다. 특히 장인의 가발에서 다쓰로가 장인이자 학계의 권위자인 노무라씨의 가발을 이라부의 도움을 받아서 벗기는 장면은 정말 웃겼다. 지하철에서 읽는데 웃음을 참느라 정말 혼이 났다. 우울증 같은 마음의 근심이 있을 때 읽어보면 마치 이라부 선생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 같아 추천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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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쟁력>

Book 2018. 9. 20. 13:20


우리는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다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중요하게 여기고는 한다. 그래서 인지 우리는 등수에 민감하다. 오랜 가난의 시절을 벗어나 짧은 시간에 큰 발전을 이룬 우리나라로서는 그 성과를 등수로 평가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모른다. 국가간 등수를 정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제적인 측면을 살펴본 1인당 GDP액수나 무역규모가 되겠다. 그러나 이는 경제적인 측면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한 나라를 포괄적으로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가경쟁력지수는 경제적인 면을 포함한 나라의 다양한 능력을 검토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국가경쟁력지수는 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IMD)에서 발표하는 World Competitiveness Yearbook이고 다른 하나는 World Economic Forum(WEF)에서 발표하는 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이다. 어느 지수나 마찬가지로 둘 다 불완전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저자가 일러둔 것처럼 국가의 순위가 매년 들쑥날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문제가 이론의 배경이 빈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국가경쟁력: 이론과 실제>에서는 책이름처럼 이론과 지수소개를 모두 한다.

 

우선 국가경쟁력지수의 이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 지는 것은 Michael Porter이다. Porter의 다이아몬드 모형을 소개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논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포터의 다이아몬드 이론이 더블 다이아몬드 모형, 일반화된 더블 다이아몬드 모형, 그리고 듀얼 더블 다이아몬드 모형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적요소를 포함시킨 9-요소 모형을 소개하면서 이론적 부분을 공고히 한다.

 

이론을 소개한 후에 대표적인 국가경쟁력 지수인 IMDWEF가 어떻게 구성되는 지 보여준다. 그리고 문제점을 지적한 후에 산업정책연구원이 만드는 국제경쟁력연구보고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기존의 지수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킨다. 내가 여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전세계 국가를 크기와 경쟁력에 따라 강대국, 강중국, 강약국, 중강국, 중중국, 중약국, 소강국, 소강국, 소중국, 소약국으로 나누어 비교를 한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경쟁력있는 나라이지만 미국같은 큰 나라와 비교하면 특별히 얻어 갈 것이 없다. 칠레나, 이탈리아와 같은 크기가 비슷한 국가와의 비교를 하면서 개선점을 찾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여러 조언을 생산요소조건, 경영여건, 지원산업, 시장수요조건, 근로자, 정치가, 기업가, 전문가의 항목을 나누어 체계적으로 하였다. 이러한 디테일에 입각한 조언이 제언을 더 가치있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저자인 조동성 교수가 생각하는 포괄적 경쟁력 모델로 이른바 SER-M 모형을 보여준다. 이 부분은 비교적 적게 서술되어있는데 따로 찾아서 보아야할 것 같다.

 

21세기도 국가 중심적인 세계이다. 그만큼 국가경쟁력은 매우 중요하다. 무턱대고 등수만 볼 것이 아니라, 왜 그러한 등수가 나왔고, 무엇이 부족한 것이 파악을 제대로 해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무 생각없이 미국이나 노르웨이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나라와 비교하면서 성장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하나의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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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Book 2018. 9. 18. 01:41


1995년에 출간된 홍세화씨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홍세화씨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우리 사회를 관통한 이야기이다. 70~80년대 우리나라의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하여 한국에 가지 못하고 프랑스에서 택시운전수를 하면서 소회를 밝힌 이야기는 인간과 사회에 대해 생각을 다시해 보게 된다. 물론 책에서 군사정권의 암혹함만 그린 것은 아니다. 빠리에서 택시를 몰면서 느낀 소회와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나오는데 그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개인이 모여서 사회가 되지만 개개인은 사실 힘이 별로 없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철저히 전두환 정부가 탄압하면서 정권이 공고해진다. 그러면서 빠리에 있는 저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은 이역만리에 떨어진 사람이라도 모국의 처지가 변하면서 종속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살고 있던 프랑스도 사회당 정권으로 교체되면서도 개인의 삶의 분위기는 영향을 받게된 점도 눈에 띄었다.

중간마다 한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은 당시의 사회상을 잘 그려준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가 지금은 신림동에 있지만 예전에는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었다. 처음에 공과대학으로 입학했다가 외교학과로 옮긴 저자는 공릉동, 동숭동 캠퍼스를 달리해 다녔는데 그런 부분은 그 당시에 있었던 상황을 보여준 사료로서도 가치가 있다. 그리고 저자가 군을 제대하고 왔더니 캠퍼스가 신림동으로 모였는데 초창기 신림동에서의 서울대학교의 분위기도 흥미롭게 읽힌다.

프랑스 사회에 대한 관찰력도 책에서 눈여겨 볼 지점이다. 빠리지엔느의 특징을 이야기하면서 "빠리에서는 각자가 자기에게 맞는 유행을 찾는 데 비하여, 서울에서는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한 유행을 따르고 있다. 다른 말로, 빠리에서는 유행이 사람에게 종속되어 있는 데 비하여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유행에 종속되어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경향도 결국 한국 사회의 획일성과 프랑스 사회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75)." 라고 썼는데 사회학 교과서에 나올 봄직한 탁월한 관찰력이었다. 그리고 본문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담과 마지막에 자세하게 설명한 똘레랑스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화두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한번즈음 고민해야 할 사회문제도 통찰력있게 발견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극우파는 사형제도를 찬성하는데 유아의 낙태수술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다. 반대로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사람은 낙태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보면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 '사회의 책임'등에 대한 관점차이를 논한다(208). 이 문제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진지하게 논의를 해볼 가치가 있는 주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딘가 조금은 우울한 느낌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1995년에 이 책이 출간되었을때는 홍세화씨가 계속 프랑스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홍세화씨는 모국으로 돌아와서 작가로서, 언론인으로서, 사회활동가로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책의 내용까지만 영화로 만든 다면 조금은 슬픈 이야기겠지만 2018년까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1995년부터 무려 23년이 지났다) 시련은 있었지만 희망을 볼 수 있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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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인상을 받다.

Book 2018. 9. 13. 22:12


 주로 이용하는 강남도서관으로부터 기쁜 소식을 받았다. "다독인"상을 수상한 것이다. 예전에도 독서왕으로 선정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상장을 수여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상장까지 주셨다. 빌린 책을 다 읽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읽은 보람을 느꼈다.  더 열심히 읽고 바람직한 시민으로서의 품성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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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드>

Book 2018. 8. 28. 02:51

처갓집으로 가는 열차에서 소설책을 읽었다. 김진명 작가의 <THAAD>를 읽으며 시간이 가는줄 몰랐는데 다행히 열차에서 내리기 전에 모두 다 읽었다. 그만큼 흥미로웠다. 단순히 필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도 중요했지만 주제가 워낙 최근 일이라서 더욱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초판이 20148월에 나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썼는지 궁금하다. 추측건데 작가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사이의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꾸준히 보고 있다가 사드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잘 응용해서 글을 쓴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도 2014년을 현재로 생각한다면 상당한 시의성을 가지고 있었다.

 

다소 무능한 변호사가 미국에서 사드와 관련한 의혹을 풀어가는 이야기 전개도 재미있었고, 결론도 전혀 예상치 못하게 끝나 재미있었다. 소설 속에 나오는 김변호사가 가지고 있는 생각도 파격적이었다. 평택항을 미군이 그렇게 활용할 예정이었다니 주한미군에서 카투사로 군복무를 했던 나로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계획이었다. 이러한 참신함에도 불구하고 하나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점은 최어민 변호사가 미국에 가서 영어를 너무 잘한다는 점이다. 최어민 변호사는 소설 속에서 그려지기를 적어도 시험성적으로는 탁월한 변호사가 아니다. 겨우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취업도 제대로 못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런데 미국에 가서는 미국경찰, 세계은행 등 관련 미국인과 아무런 문제없이 소통한다. 앞에 최어민 변호사가 외국경험을 했었던 것으로 배경을 깔아주면 좋았을 것 같다.

 

또 이 소설이 흥미로웠던 것은 실제인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 시진핑 주석등 당시 현재 진행형이었던 사람들이 나올 뿐만 아니라,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대사까지 나온다. 내가 소설을 잘 몰라서 그런데 가명도 아니고 실명을 거론하며 이렇게 소설로 각색해도 되는지 궁금하다. 또한 테프트 리포트라고 해서 당시 한국에서 유력한 인물들의 평가를 해놓았다. 아마도 작가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어느 정도 적어놓은 것 같다. 그 중에 탁월하게 맞춘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소설 <싸드>가 나온 후 우리나라 정치는 예상치 못했었던 대통령 탄핵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인물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 같다. 역시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사후에나 간신히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싸드>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는 우리나라의 애환이다. “받으면 중국의 적, 안 받으면 미국의 적이라는 이 소설의 챕터의 제목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의 처지에 빠지기 쉽다. 20189월 현재, 이제는 다행히 사드문제가 진정되었지만 언제 또 이러한 비슷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힘을 기르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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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로댐 클린턴 살아있는 역사>

Book 2018. 8. 23. 18:08

지금까지의 미국 역사 중 가장 영향력있는 여자 정치인 중 한명인 힐러리 클린턴이 상원의원이 되고 나서 쓴 자서전이다. 빌클린턴 대통령의 영부인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힐러리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가끔은 분노에 섞여서 이야기했다. 그녀가 오랜 시간 활동한 만큼 자서전을 보면 여러 사회상이 잘 그려져 있다.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여성의 권익이 많이 늘어났지만 갈 길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힐러리가 우주비행사 훈련에 지원하고 싶다는 편지를 NASA에 보냈는데 여자는 아예 지원할 수 없다는 예(1권의 42)는 지금으로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불과 40년전만 하더라도 미국의 대표정부기관인 나사에서 공공연하게 여성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바뀌지 않은 점도 있다. 지금도 미국의 다수의 여성들이 결혼 후에 남편 성으로 바꾼다. 힐러리 로댐 역시 대학강단에 서고 글을 쓰고 연설도 했는데 결혼 후에 클린턴이라는 성으로 바꾸라는 사회적 압력에 크게 고민한다(1143). 그동안 여성의 권익이 신장되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많다.

자서전을 읽으면서 정치의 어려움도 느꼈다. 국정운영 능력은 별개로 가당치않은 권모술수로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정치에서는 종종 있다. 클린턴 대통령 때는 내가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시절이어서 잘 몰랐는데 화이트 워터라는 정치적 스캔들이 있었다. 정적으로서는 클린턴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줌으로써 타격을 입히려 했다고 힐러리는 주장한다.(1328). 자신이 믿었던 지인에게서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음해를 당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를 하려면 정말 마음이 단단해야 함을 느낀다.

정치의 어려움은 종종 딜레마의 순간에서 의사결정을 해야한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면 클린턴 대통령이 중국에 국빈방문을 했을때 천안문 광장에서 환영식을 하는데 참석할 것이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불과 6년 전에 천안문 사건으로 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탄압되었던 자리에서 벌어지는 자리에 참가하는 것이 미국정부가 중국의 인권억압정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게 될 까봐 힐러리 클린턴은 걱정하였다(2285).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매우 고민했을 것 같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당시 주석 강택민과 티벳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갈등을 입는다. 중국과의 관계를 좋게 가져가야 하는데 그들이 껄끄러워 하는 문제를 건드리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또한 힐러리는 빌클린턴의 불륜을 경험해야 했다. “아내로서 나는 빌의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었다(2306)”는 그녀가 빌과 잘 지내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 불륜도 전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불륜으로 망신살까지 받았으니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거치고 그녀는 상원의원에 도전했고 뉴욕주 상원의원이 된다.

이 자서전 이후로 또 힐러리 클린턴은 많은 일을 겪게 된다. 오바마에게 경선에서 패배하고, 오바마의 국무부 장관으로 내각에 들어간다. 그 후 미국 역사상 민주당의 여자 대통령 후보로서 나선다. 아쉽게도 트럼프에게 패배하였다. 이제는 꽤 고령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녀가 할 일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 활동하셔서 인생의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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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으로 만나는 몽골>

Book 2018. 8. 16. 20:49

<박물관으로 만나는 몽골>은 아주 독특한 책이다. 왜냐하면 몽골에 있는 박물관으로 책을 가득채웠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의 예외는 있었지만) 어떤 이는 몽골 박물관에 누가 관심이 있나라고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몽골에 대해서 알고 싶을 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지식으로서의 가치 풍부하다. 게다가 저자는 "웰컴투박물관 박물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책을 쓴 사람으로서 박물관을 바라보는 안목도 상당하다. 그래서 전시품 자체뿐만 아니라 관람 동선이나 전시회장의 구성도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또 독특한 점은 저자가 무척 솔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울란바토르 시립박물관을 이야기할 때 "건물을 들어서면 매표소와 안내 데스크를 겸하는 작은 로비가 나오는데 창살만 없을 뿐이지 딱 전당포의 느낌이다. 사진 촬영도 허락해 주고 친절하게 안내도 해 준 학예사께는 미안한 표현이지만 첫 느낌이 그랬던 건 사실이라 어쩔 수 없다(241)." 보고 느낀 그대로 이야기했다. 또한 글을 쓰기 위해 철도역사관에 담을 넘어서 들어가는 이야기와 사진도 넣었는데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 책이 좋은 점은 몽골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혀 몰랐었던 울란바토르에 남양주 거리와 서울거리가 있다는 점은 물론이거니와 "몽골의 슈바이처"1914년부터 21년까지 몽골에서 의료활동을 하신 이태준선생님이라는 분이 있었다는 것을 이태준기념관 부분을 읽으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부르는 몽고가 아니라 몽골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점 등 몽골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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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Book 2018. 8. 11. 03:01


폴 뭔젠이라는 이름을 가진 뉴저지의 엘리트 집안 백인 미국인이 어ᄄᅠᇂ게 우리나라에 와서 현각스님이 되었는지를 담담하게 적은 책 <만행>은 범상치 않은 주제 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책은 2권으로 나누어져 있고 대학시절까지를 많이 적은 1권에서는 뉴저지이야기가 꽤 나오는 데 뉴저지에 4년간 살았던 나로서는 반가웠다.

 웬만하면 하버드를 앞에 내세우는 책들의 의구심을 가진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예외로 하고 싶다. 왜냐하면 지구에서 최고의 학문인 전당인 예일에서 학부를 하버드에서 석사를 마친 저자는 늘 진리에 대해 목말라했지만 실패했기 때문이다. 대신 답을 찾은 것이 불교였다.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만은 삶의 깨달음을 얻기에는 하버드는 한계가 있음을 알려준다.

 읽으면서 놀랐던 점은 숭산스님의 존재였다. 불교에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현각스님의 스승인 숭산스님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동안 성철스님, 법정스님의 이름은 들었는데(그리고 최근에는 혜민스님) 숭산스님은 처음이었다. 깜짝 놀란 것은 숭산스님이 세계4대 성불이라고 일컬어 질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분이라는 것이었다. 확실히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으로 가득찬 느낌이었다.

 책을 보면 현각스님이 얼마나 한국을 사랑하는지 나와있다. 우리나라의 힘과 위대함을 극찬하고 있다. 그런 현각스님이 근래 우리나라의 불교를 지탄하면서 한국불교를 떠나겠다고 이야기하였다. 나는 종교가 없다. 없는 이유가 여러 있겠지만 종교의 창시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후세대로 넘어오면서 종교가 너무 세속화되어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원래 종교가 갖고 있는 뜻이 오롯히 발현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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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김성근의 9회말 리더십>

Book 2018. 7. 30. 01:26

우리나라 야구에 가장 문제적 인물 중 한명은 단연 김성근 감독이다. 김성근 감독의 특유의 지도스타일은 줄곧 논쟁적이었다.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 스타일은 영화 <Whiplash>Terence Fletcher를 생각나게 한다. 김성근 감독과 Fletcher의 공통점은 지도대상이 잠재력을 이끌어내는데 있어서 강하게 밀어붙인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김성근 감독이 지옥의 펑고훈련은 Terence Fletcher가 그의 제자였던 Andrew를 대했던 것을 떠오르게 한다. 이런 교육방식이나 리더십방식은 미래에도 논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리더가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제자를 대했냐는 것이다. 단순히 제자를 괴롭히고 싶어서 지옥펑고를 했다면 그 리더는 반드시 비난받아야한다. 그런데 제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편이라면 어느 정도 용인될 만하다. 그것도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성인 프로야구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김성근 감독의 그동안 일관적으로 했던 야구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보면 그가 어떠한 선수를 골려주려고 벌투를 시키거나 지옥의 펑고를 시킨 것 같지는 않다.

 책 제목에서도 암시되어있지만 저자인 정철우는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에 긍정적이다. 이 책은 2008년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2008년 이후에도 SK에서의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은 빛이 난다. 문제는 한화이다. 한화에서의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은 성공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한화에서도 꽤 많은 구단의 지원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성적을 얻지 못했다. 물론 김성근 감독은 물론이거니와 김응룡 감독도 실패했다고 평을 듣고 있으니 변명거리는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SK는 통했고 한화에서는 통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분석이 후속작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저자는 김성근 감독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일화를 잘 써놓았다. 궁금한 점은 이 이야기의 출처이다. 몇몇 이야기는 출처를 밝히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가득염선수가 자신의 다이어리를 보여주었다는 경우는 저자가 직접 취재를 한 경우이다. 그리고 EBS라디오에서 성기완씨가 김성근 감독과의 인연을 이야기한 것은 2차 자료를 쓴 것이다. 그런데 2002년 한국시리즈가 끝난후 김성근 감독이 어윤태 구단대표와 일식집에서 나는 이야기는 김성근 감독과 직접 인터뷰를 해서 들은 것인지 구단대표한테 들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신문기사 같은 것을 보고 알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대체로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았는데 출처를 정확히 밝혀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간혹 실수도 있었는데 예를 들면 1984OB감독 이후 24년 만에 거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하는데, 1984년에는 OB는 우승하지 않았다. 이런 점이 아쉬움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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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Book 2018. 7. 21. 01:24


돈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자본주의가 완연한 시대에 공공성이란 무엇일까? 시장의 문제를 보완하고 고쳐야 할 정부도 시장의 논리를 따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왜 공공성은 중요한 것일까? 효율성이라는 미명아래 민영화의 바람은 그칠 줄 모르는 상황에서 공공성이라는 모호하지만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조한상 교수는 침착하게 구체화시켰다.

공공성이라는 것은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정의를 내리기 몹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여러 선행연구들을 배경으로 공공성의 3대 요소로 인민, 공공복리, 그리고 공개성을 들었다. 그리고 공공성을 "자유롭고 평등한 인민이 공개적인 의사소통의 절차를 통하여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속성(34)"이라고 정의하였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이 정도로 잘 정의내리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시민사회, 국가, 그리고 언론의 역할을 통해서 공공성의 중요성과 확립방안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였다. 첫째, 시민사회와 관련해서는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한다. 시민참여가 공공성 발현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깊게 공감한다. 역시 문제는 시간이다. 이 바쁜 생활 속에서 짬을 내서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단체 참여하여 일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장시간 노동을 하는 곳에서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장시간 노동을 줄이는 일은 단순히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국가와 시민단체 사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시민단체를 재정적으로 도와주여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시민단체 태생 때부터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문제이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면 시민단체의 비판의 날이 둔해줄 수 있다. 하지만 재정지원이 없으며 운영될 시민단체는 많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는 아마도 향후에도 풀기 어려운 문제일 것인데, 이상적으로는 많은 시민들이 여유를 가지고 시민단체에 참여하여 정부 지원없이도 운영이 잘 되는 시민단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문제 외에도 언론의 문제도 아주 중요하다. “공공성의 본질적인 의미 요소 중 하나가 공개적인 의사소통이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언론(119)”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언론없이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 물론 요즈음 개인 미디어의 발전으로 기성 미디어의 중요성이 예전같지 않지만 중요한 탐사취재는 상당한 집합능력과 재원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저자도 이러한 점에서 언론의 기업화가 불가피하고 어느 정도 이익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언론은 광고주인 기업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마저도 이제 신문을 잘 구독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언론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향후 언론인이 다른 걱정없이 취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공공성도 보장되기 어렵다고 본다.     

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