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Book 2020. 6. 9. 01:42

육아는 어렵다. 어른 세대의 분들은 여러 명 키웠는데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키웠던 것 같은데, 요즘 세대는 많이 키우지도 않는데 어렵다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이에 대한 현상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첫째 어른 세대 때도 어려웠는데 나이가 들었더니 까먹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지금 60대 때 어른들도 분명 육아가 힘들어서 그 윗세대(지금 80~90대)에게 푸념을 했을 태고, 그 윗세대는 아마도 요즘 애들은 뭐가 힘들냐고 쏘아붙였을 것 같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서 잊혀지고 요즘 세대를 보면 징징거린다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아이를 키우는 세대도 20~30년 후에 자신의 자식세대가 아이를 키우며 힘들다고 하면 나때는 하나도 안힘들었는데 너희는 도대체 왜 그렇게 힘드냐고 뭐라고 할 수 있다(어쩌면 미래에는 육아도우미 로봇이 있을 수도 있겠다).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적게 낳기 때문인지 잘 키워야 한다는 기대와 압박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 같다. 물론 예전에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겠지만 우리나라 수준이 올라가고, 여러명 키울 것을 1~2명만 낳다보니 다채로운 교육을 시키고 싶어하고, 때로는 외국에 나가서 외국어도 배우게 하고 싶어하고, 그와 중에 자연친화적인 삶도 살게 싶어하는등 좋은 것이라면 아이에게 모든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러한 정신적인 압박이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를 크게 늘린 것 같다.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극심할 경우, 자살이나 살인, 학대 같은 심각한 병리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박미라씨가 지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만병통치약처럼 이 책을 읽으면 육아 스트레스가 저절로 없어지지는 않지만, 분명히 위안이 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된다. 박미라씨는 육아하는 여자가 느낄 수 있는 50여개의 주제를 이야기하였다. 아마도 실제로 상담한 부분을 기초로 해서 그런지 더욱 더 현실감이 있었다. 너무 극단적인 경우는 거의 없었고 애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즈음 느꼈을 법한 이야기를 마음을 어루만지듯이 때로는 조언을 (도대체 해결책이 없는 경우라면) 공감을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아주 근본적인 것부터 소소한 문제까지 두루두루 상담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출산 후에 여성이 자신의 삶이 없어진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육아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아기를 낳기 전에 누렸던 것들을 철저히 희생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박미라씨는 따듯하게 잃은 것도 있지만 아기를 통해서 얻는 것이 있고, 희생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그 당연함을 잊고 살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가 한다. 근본적인 것 뿐만 아니라 언뜻보기에는 별거 아닌 고민이라고 생각도 나와있다. 예를 들어, 결혼하고 육아를 하고 나면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와는 조금 멀어지게 마련이다. 누군가는 이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굉장히 아끼는 친구였다면 진지하게 고민이 될 문제가 될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가볍게 넘기지 않고 정성껏 응답해주었다. 또한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고민도 있었는데,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의 스트레스였다. 아직도 그러는 경우가 있지만, 얼마 전만해도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나라에 워낙 강했기 때문에 딸 둘을 가진 것이 죄인 시대가 있을 지언정 아들 둘이 스트레스인적은 없었다. 그런데 요즈음 딸 둘을 아들 둘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이런 점은 달라진 세태를 잘 보여주는 고민이었다. 살아가면서 고민이 없을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가며 잘 풀어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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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TV 2020. 5. 17. 01:27

최근 종영한 <부부의 세계>는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나는 배우자의 외도라는 아주 해묵은 주제가 아직도 이렇게 인기인가라는 통탄을 금하지 못했었는데, 조금 보고 굉장히 몰입하였다. 주제 자체가 자극적인데다가 연기를 아주 잘 했고 각본도 잘 쓰여진 덕분일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좋은 작품일수록 너무 몰입해서 감정소모가 굉장히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부의 세계를 처음부터 보지 않았고 뜨문뜨문 시청했는데도 이태오의 머리를 날려 버리고 싶은 충동을 여러 번 느꼈다. 게다가 마지막회에 이태오가 차에 치어 죽지 않아서 너무너무너무 아쉬울 지경이었다(물론 이태오가 차에 치어죽으면 그 운전자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자체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세상을 떠나기를 보면서 기대했는데 그것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일단 이 드라마의 문제의 근원은 이태오이다. 다른 부분도 많이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유부남 이태오가 어린 여자와 바람피고 지선우와 이혼하고 여다경이랑 재혼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이 이태오라는 인간을 보면 결혼은 누가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안할 수가 없다. 일단 결혼이라는 것은 희생이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으면 애당초 결혼을 안하면 된다. 그런데 삶의 안정감을 찾고 싶다며,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다는 이유로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런 이유로 결혼을 했다면 대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희생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찾는데, 그것을 치를 대가는 생각을 안하는 것 같다. (물론 요즘 비혼주의자가 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의미로 현명한 사람들이 늘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권태기가 오고 새로운 사람에 사랑을 빠지는 상태에 돌입하는 “I don’t love you anymore”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지극히 미국식으로 특별히 생활에는 문제가 없는데, 뜬금없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잘 살고 있는 배우자에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 떠나버린다. 그리고 그 둘의 사랑의 결실인 자녀는 부모를 사이에 두고 왔다갔다한다. 나는 이 “I don’t love you anymore”의 문제점이 새롭게 만나서 사랑에 빠진 사람과 영원히 행복하게 갈 것이라는 가정에 있다고 본다. 새롭게 만난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권태기가 오고 또다시!!! “I don’t love you anymore”에 봉착하게 될 수 있다. 현재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데, 그것은 분명히 부부사이에 자녀가 없어야 용인이 될 것이다. 자신의 찰나적인 감정에 빠져서 어린 자녀에게 씻을 수 없는 충격을 주는 것은 극단적인 이기주의이다. 예를 들어, 이태오가 여다경이랑 사랑에 빠졌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면 또!! (물론 극중에서는 놀랍게도 지선우에게 다시 가려고 하지만) 다른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그러면 그 사이에서 난 딸은 충격을 또 받게된다.

부부의 세계를 보면서 또 느낀 것은 과연 이태오는 개과천선이 가능한가이다.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태오는 여다경에게 버림받고 지선우에게 다시 가려한다. 이 때 사람은 정 때문에 (혹은 아들의 부모라는 이유로) 또다시 받아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 나는 성인이 된 후에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 조주빈이나, 예전에 오원춘같은 친인공노할 인간들에게 갱생이라는 단어를 쓰기 조차 아깝다. 이태오는 그 정도 급은 아니지만 주위에 많은 사람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가슴아픔을 남겼다. 이는 몇마디 사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이다. 죽을 때까지 사회와 타인을 위해서 백골진토하면서 살아도 용서가 될 까 말까한 것이다.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이태오같은 인간이 잘 사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남에게 (이유없이 자기 이익 때문에) 눈물을 흘리게 한자는 반드시 보복당해야 한다. 그러면서 지선우가 이태오를 제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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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Book 2016. 12. 25. 19:36

10여년 전 출간된 이 책을 와이프 방에 있길래 보았다. 생각보다 몰입되어서 끝까지 후딱 읽어버렸다. 처음에는 30대 초반의 여성의 고민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며 보았는데, 마지막 김영수씨와 관련된 의혹이 생기는 부분부터 갑자기 미스테리 스릴러로 바뀌는 느낌이 들면서 손에 땀을 쥐며 책장을 넘겼다.

 

일단 가장 핵심되는 주제는 역시 결혼이다. 나야 결혼도 있고 애도 있는데 가치관도 잘 맞고,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 순탄한 결혼을 하고 있는지라,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별 불만이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는 점을 알고 있다. 정말 단순히 나이가 찼다는 이유로 결혼을 서둘러서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인데, 안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백안시 여겨지는 일이므로 많은 경우, 딜레마에 속박되고 만다.

 

어쩌면 희망이라고 봐야하는 지 모르겠지만, 2016년 현재,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있어서 비혼에 대한 낙인의 정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물론 결혼을 하고 싶은 데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결혼을 하지 않는 다는 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만,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라든지, 사회공동체로의 규약은 필요할 수 있겠다. 결혼은 원치 않지만, 결혼이 아닌 모종의 사회적 규약으로 적당한 속박을 원할 수 있거니와, 생각보다 혼자사는 것으로 인한 외로움에 지쳐 궁극적으로 어떤 종류의 만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근래 서유럽에서 많이 보이는 동거형태가 그 중 하나가 될 것인데, 우리도 그 도입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필요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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