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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출판사에서 발간된 <배따라기>는 김동인 작가의 단편소설 <배따라기>, <약한 자의 슬픔>, <태형>, <감자>, <광염소나타>, <광화사>, <발가락이 닮았다>, <붉은 산>, <김연실전>가 담겨 있다. 작가는 1900년에 태어나 1951년에 돌아가셨다. 그만큼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지루하거나 이해가 안되지 않고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100여년에 쓰인 만큼 그 당시의 사회상도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김연실전>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여성이 100여년 전에 어떠한 환경에 놓여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진명학교 설립되면서 어느덧 평양 시민에게 기생학교라고 부름을 들었다. 장래의 기생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 아니었다. 현재 재학생 중에 기생이 많다는 뜻도 아니었다. 아직도 옛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평양 시민들은, 자기네의 딸을 학교에 보내기를 꺼린 것이다. 더욱이 그 때의 학령이라는 것은 열 살 이상 열다섯 내지 열일열덟이었으매, 그런 과년한 딸을 백주에 길에 내놓으며, 더욱이 새파란 남자 선생한테 글을 배운다든가 하는 일은, 가문을 더럽히는 일이며, 잘못하다가는 딸에게 학문을 가르치려다가 다른 일을 될 것을 염려하여, 진명여학교의 설립을 무시하여 버렸다. 그 대시 내외를 그다지 엄히 지킬 필요를 느끼지 않는 기생의 딸 혹은 소실의 딸들이 이 학교에 모여들었다. 이렇게 되기 때문에 더욱이 여염집의 딸들은 이 학교를 천시하고, 드디어 그 칭호까지도 진명학교라 부르지 않고 기생학교라 부르게 된 것이다.”
진명학교는 지금 서울에 진명여고로 아직까지 있는 유서깊은 학교이다. 지금 여자가 학교를 다닌 것을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정신병자일 것이다. 그리고 여자학교를 기생학교라고 칭하는 일은 더욱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100년 전만 하더라도 여자가 학교를 다니는 것을 남자는 물론이거니와 여자조차도 백안시여긴 것이다. 가끔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이 얼마나 일시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의 관념을 바꾸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생각에 너무 맹목적으로 믿음을 가지지 말고 다른 의견에도 귀기울이는 것에 대해 소홀히 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진명학교의 예는 극명하게 사회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하지만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점이 있는 구석도 있다. <발가락이 닮았다>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묘사를 보면 다음과 되어 있다.
"노총각 M이 결혼했다. 32세였다고 한다. M은 가난하였습니다. 매우 불안정한 어떤 회사의 월급쟁이였습니다. 이 뿌리 약한 그의 경제 상태가 그로 하여금 늙도록 총각으로 지내게 한 듯도 합니다."
물론 지금 32세라고 해서 노총각이라고 불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변화는 나름 최근에 생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남자들은 대학 졸업하고 취직한 다음에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긴적이 있었다. 그래서 30대가 넘어가면 나이가 든 것이 아닌 가하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30대는 아직도 청춘이고 40대정도 되어야하지 노총각이라는 말이 나올까말까한다. 그것도 ‘노총각’이라는 말이 결혼을 해야한 다는 관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근래는 점차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비혼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이서 노총각이라는 단어자체가 용도폐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결혼을 하고 싶은 데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청년세대에서 결혼을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경제문제일 것이다. 이 경제문제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을 소설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소설에서 사회적인 배경을 읽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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