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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8.11 <서소문 성지 역사 박물관>
- 2019.03.03 서울역사박물관 <나루에서 다리로>
글
중림동에 있는 <서소문 성지 역사 박물관>에 다녀왔다. 별기대하고 가지 않았다가 큰 감동을 받고 오게 되었다. 서울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위에는 서소문 역사공원 그리고 아래에는 박물관으로 어울어진 아름다운 장소이다. 종교가 없는 나도 크나큰 감동을 받았는데, 다른 유락시설에서 받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일단 당연한 소리이지만 건축물이 상당히 천주교 느낌이 물씬 풍긴다. 성당에 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들어가게 된다. 우리나라 성당은 외국의 성당, 특히 이탈리아 성당과는 또다른 느낌을 준다. 적갈색 스타일의 성당인데 지하에 있어서 그런지 예전에 이곳에서 박해를 받았던 천주교인들이 자신의 신념을 숨어서 지켰던 느낌도 준다. 그리고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예술작품들이 많았다. 상당히 무게감있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살아가면서 우리가 느끼는 고통 그리고 외로움들을 잘 표현한 것들이 잘 어울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즐겁고 신날 때는 종교를 잘 찾지 않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 찾고는 하는데 천주교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따듯하게 포옹해 주기 위한 것을 생각하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도 인상적이었지만 텅 비어있는 공간미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중간에 뻥뚫려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하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준 것 같다. 특별히 무언가를 빽빽이 채워넣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런 면에서는 약간 동양적인 요소가 가미된 느낌도 든다. 그리고 중간에 천주교 음악이 나오는 묵상의 공간이 있는데, 들어가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 였다. 엄청난 홀리함이 온몸을 휘감았는데 하마터면 종교를 가질 뻔 했다. 그 자리에서 멍한채로 몇 분간 아무 생각없이 있었는데, 무언 가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보다 훨씬 짜릿했다. 그리고 박물관에는 천주교 관련 서적을 중심으로 한 작은 도서관이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우리나라 천주교가 어떻게 들어왔고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보여주는 곳이었다. 이곳 서소문 근처는 사형이 집행되고 잘린 머리가 효수가 되는 곳이라고 한다. 당시 이교로서 낙인찍힌 천주교도 탄압을 받았고 많은 천주교도들이 이곳에서 사형당했다고 한다.
가장 알려진 박해는 우선 신유박해이다. 1801년에 있었던 이 탄압은 천주교에 관대하였던 정조가 죽고난 후 일어난다. 지금이야 천주교를 당연히 종교로서 인정하고 있지만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성리학 교조주의의 사회에서는 유교적 질서와는 사뭇 다른 천주교를 이상하게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상하게 보는 것까지는 괜찮은 데 믿지 말라고 사형하고 유배를 보낸 것이다.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사상에 대해서 가차없이 철퇴를 내린 것인데 그런 것이 불과 200년밖에 되지 않았음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상황은 별로 바뀌지 않고 30여년 후인 1839년 기해년에 박해가 또 일어난다. 이때는 단순히 종교적인 박해를 넘어서 세도정치 하의 당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야 빠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10년이 다르게 사회가 바뀌어가고 있다. 그런데 19세기에는 아직도 30년정도의 시간은 사회의 변화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은 1846년 병오박해가 일어난다. 이 때 종교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널리 알려진 김대건 신부께서 순교하신다. 19세기 중반인데도 나라를 허약한데 종교에 대한 탄압이나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1864년 병인년에 다시 박해가 일어난다. 불과 150여년전 이야기이다. 물론 지나간 이야기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기는 쉽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타인의 종교에 대해서 얼마나 관용적인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다르기 때문에 괄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되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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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대한민국의 자랑, 한강은 우리 인류가 살기 이전부터 흐르고 있었다. 이 한강을 아주 오랫동안 배를 타고 건너다가(물론 수영해서 건너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본격적으로 정식적으로 다리를 놓고 건넌 것은 긴 한반도 역사에 있어서 최근의 일이다. 괜히 서울에 마포, 반포라는 “浦”가 들어간 지명이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 용산에서 노량진을 잇는 한강철교 1900년에 지어진 후에 지금까지 31개의 한강다리가 지어졌다. 이에 대한 잔잔한 전시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나루에서 다리로>라는 이름으로 개최하였다.
사실 한강철교가 1900년에 지어졌지만 그 다음 한강대교가 1917년에 지어진 것 이외에는 대부분 1960년대 이후가 되어서야 우후죽순 세워졌다. 이 다리 하나하나에는 건설 당시의 배경과 사연들이 남아 있다. 가장 슬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다리는 우선 한강철교일 것이다. 한강철교는 현재는 A, B, C, D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A선은 1900년, B선은 1912년, C선은 1944년에 지어졌다. 일단 한강철교는 일본 강점기시대를 오롯이 보냈다. 얼마나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당한 처지에서 이 다리를 지었을 지는 상상하기 싫을 정도이다. 이런 한강철교가 한국전쟁이 터진 후 얼마지나지 않아 폭파된다. 한강남쪽으로 피난을 가는 행렬이 있었는데 그대로 폭파를 해버린다. 지금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장면이다. 광복한지 불과 5년밖에 안되었는데 전쟁이 나서 다리에 있는 사람이 있는대도 폭발해야했다니 말이다. 지금의 관점으로는 너무 분하고 슬프고 이해가 되지 않은 일이지만, 그 땐 그랬다. 전쟁이 끝나고 C선이 1957년에 복구되고 1969년이 되어서야 A, B, C 선 모두 복구된다. 그리고 1995년에 D선이 만들어져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는 한강철교가 다시는 슬픔에 잠기지 않았으면 하다.
한강철교이외에도 슬픔을 가지고 있는 다리가 성수대교이다. 성수대교는 1979년 10월에 지어진 다리이다. 그런데 불과 15년만인 1994년 10월 다리의 일부가 붕괴해서 49명이 떨어져서 32명이 죽은 사건이 발생한다. 이 어처구니 없는 사건은 그 다음해 벌어진 삼풍백화점 사건 때문에 그 심각성이 적어보일지 모르지만 있어서도 안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이후 기존의 다리를 부수고 새로 1997년에 만들어서 지금은 차들이 잘 다니고 있다. 1979년에 지었던 다리이다. 다른 다리도 이 때 지었던 다리는 위험할 수도 있다. 면밀한 점검을 통하여 시민의 안전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할 것이다.
이렇게 슬픔만을 한강다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 88올림픽을 기념한 올림픽 대교도 있다. 한강다리들이 대게 실용성에 치중해서 인지 대부분 각인이 되지 않는데 반하여 올림픽 대교는 중간 위에 성화봉송처럼 되어 있어서 볼 만하다. 앞으로 짓는 다리는 이렇게 조금 디자인적으로 특색있게 지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런던에는 런던브릿지가 세계적인 관광명소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템즈강에 오면 런던브릿지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한강다리도 특색있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다리는 반포대교이다. 초중고등학교를 반포에서 보냈기 때문에 종종 반포 고수부지를 찾고는 했었다. 잠수교에 특이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대학을 가고 대학원을 가고나니 플로팅 아일랜드(지금의 새빛둥둥섬)가 생겨서 볼거리가 더 많아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여름밤이면 다리에서 멋진 분수쇼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선진국 분위기가 난다. 물론 아직도 여름에 장마가 와서 홍수가 지면 잠지고는 하는 지역이지만 그래도 정비도 잘 되어 있어서 한강시민공원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나 가족들의 산책장소로도 딱이다. 근래는 텐트족들도 많이 등장한 것 보면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다리가 한강에 생길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강다리가 자살을 하러가는 곳이 아니라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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