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하수도과학관>

Exhibition 2019. 12. 21. 14:07

나는 하루 한번 이상 대변을 본다. 그리고 3차례 이상 소변을 본다. 이는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활동이다. 충분한 영양을 섭취한 인간이라면 배출은 필수적인 활동이다. 문제는 이 배출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아무리 향긋한 음식을 먹더라도 나오는 배출물은 어김없이 냄새가 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5000만명이 배변을 매일같이 하는데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세상은 지옥이 될 것이다. 다행히 이를 잘 처리해주는 하수도가 있어서 다행이다. <서울하수도 박물관>은 어떻게 오폐수가 걸러져서 깨끗한 물로 재탄생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서울하수도 과학관>은 장한평역 근처에 있다. 그런데 장한평역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거리는 크게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데 찾기가 은근히 어렵다. 그래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이용객을 나르고 있다. 옆에 있는 서울새활용센터와 함께 있기에 무료인 셔틀버스를 타면 새활용센터와 하수도박물관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과학관은 일단 상하수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예전에도 사람들은 배설하고, 세탁을 했으며, 설거지 등을 했으므로 생활하수는 나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관리되지는 못했다. 가끔 현대의 환경오염을 이야기를 종종한다. 그런데 어쩌면 어떤 면에서는 지금의 환경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하수만 하더라도 예전에는 생활하수를 그대로 버렸다. 나는 사람들이 과거에 대한 환타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면 다 좋았을 것이라는 환상 말이다. 과거 서울의 청계천에서 사람들은 빨래도 하고 머리도 감고 오줌도 누고 했다. 내가 생각하건데 하수처리가 안된 청계천은 정말 더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전의 청계천은 맑은 물이 저절로 흐르는 곳이라고 여긴다. 예전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아주 짧았던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더러운 생활용수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대적 의미에 하수도가 생긴 것은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전시관에서 예전에도 하수도가 있었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이 하수도가 사실 별로 없었고 아주 원초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전시의 느낌은 마치 예전 우리의 선조는 일찍이 하수시설의 중요성을 알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나는 과거를 미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러한 미화가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빈번하게 잊게하는 사고방식이라고 본다. 지금은 녹물이 조금만 나와도 화를 버럭 낼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녹물만도 못한 물로 생활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시가 있었으면 하다.

그렇다고 현재를 찬양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현재 서울 하수도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우리가 매일같이 배출하는 오수가 잘 처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앞으로의 과제도 많이 다루어야 한다. 특히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하수 시스템이 발전할 수 있을 지를 그렸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하수처리는 정부에서 하는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이다. 이 부분은 민영화되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수익을 창출해보겠다고 하수서비스를 민영화시키면 일반 시민의 삶은 아주 피폐해질 것이다. 하수처리는 경제성장과는 달라서 하수처리를 잘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반면에 잘못될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이러한 면에서 국방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다. 국방의 경우에도 전쟁을 스스로 일으키지 않는 한 잘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문제는 시민들이 이러한 정부성과에 대해서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시민들이 정부를 신뢰할 때, 정부성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하수도 같은 성과는 잘 반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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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