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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림동에 있는 <서소문 성지 역사 박물관>에 다녀왔다. 별기대하고 가지 않았다가 큰 감동을 받고 오게 되었다. 서울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위에는 서소문 역사공원 그리고 아래에는 박물관으로 어울어진 아름다운 장소이다. 종교가 없는 나도 크나큰 감동을 받았는데, 다른 유락시설에서 받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일단 당연한 소리이지만 건축물이 상당히 천주교 느낌이 물씬 풍긴다. 성당에 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들어가게 된다. 우리나라 성당은 외국의 성당, 특히 이탈리아 성당과는 또다른 느낌을 준다. 적갈색 스타일의 성당인데 지하에 있어서 그런지 예전에 이곳에서 박해를 받았던 천주교인들이 자신의 신념을 숨어서 지켰던 느낌도 준다. 그리고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예술작품들이 많았다. 상당히 무게감있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살아가면서 우리가 느끼는 고통 그리고 외로움들을 잘 표현한 것들이 잘 어울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즐겁고 신날 때는 종교를 잘 찾지 않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 찾고는 하는데 천주교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따듯하게 포옹해 주기 위한 것을 생각하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도 인상적이었지만 텅 비어있는 공간미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중간에 뻥뚫려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하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준 것 같다. 특별히 무언가를 빽빽이 채워넣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런 면에서는 약간 동양적인 요소가 가미된 느낌도 든다. 그리고 중간에 천주교 음악이 나오는 묵상의 공간이 있는데, 들어가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 였다. 엄청난 홀리함이 온몸을 휘감았는데 하마터면 종교를 가질 뻔 했다. 그 자리에서 멍한채로 몇 분간 아무 생각없이 있었는데, 무언 가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보다 훨씬 짜릿했다. 그리고 박물관에는 천주교 관련 서적을 중심으로 한 작은 도서관이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우리나라 천주교가 어떻게 들어왔고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보여주는 곳이었다. 이곳 서소문 근처는 사형이 집행되고 잘린 머리가 효수가 되는 곳이라고 한다. 당시 이교로서 낙인찍힌 천주교도 탄압을 받았고 많은 천주교도들이 이곳에서 사형당했다고 한다.
가장 알려진 박해는 우선 신유박해이다. 1801년에 있었던 이 탄압은 천주교에 관대하였던 정조가 죽고난 후 일어난다. 지금이야 천주교를 당연히 종교로서 인정하고 있지만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성리학 교조주의의 사회에서는 유교적 질서와는 사뭇 다른 천주교를 이상하게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상하게 보는 것까지는 괜찮은 데 믿지 말라고 사형하고 유배를 보낸 것이다.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사상에 대해서 가차없이 철퇴를 내린 것인데 그런 것이 불과 200년밖에 되지 않았음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상황은 별로 바뀌지 않고 30여년 후인 1839년 기해년에 박해가 또 일어난다. 이때는 단순히 종교적인 박해를 넘어서 세도정치 하의 당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야 빠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10년이 다르게 사회가 바뀌어가고 있다. 그런데 19세기에는 아직도 30년정도의 시간은 사회의 변화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은 1846년 병오박해가 일어난다. 이 때 종교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널리 알려진 김대건 신부께서 순교하신다. 19세기 중반인데도 나라를 허약한데 종교에 대한 탄압이나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1864년 병인년에 다시 박해가 일어난다. 불과 150여년전 이야기이다. 물론 지나간 이야기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기는 쉽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타인의 종교에 대해서 얼마나 관용적인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다르기 때문에 괄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되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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