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Exhibition 2021. 6. 8. 00:46

나는 가끔 삶이 힘들 때, 독립운동가분들의 기념관을 찾는다. 독립운동가분들의 고초를 보면 내가 얼마나 편하게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내가 사는 인생이 의미가 있는지 되뭍게 된다. 나만 생각하고 사는 것은 아닌지. 혹은 나의 부질없는 사리사욕에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양재에 있는 <매헌윤봉길의사기념과>도 나의 옹졸함을 깨우쳐 주었다.

내가 기념관에서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윤봉길 의사께서 25살에 거사를 치르셨다는 것이다. 나는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윤의사님께서 30대 중반 정도에 의거를 일으키신 줄 알았다. 2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자신의 불태워 나라의 정체성을 확인시킨 것이었다. 내가 25세에 기껏해야 제대해서 학점관리하느라 정신없었던 것을 기억하면 부끄러워 진다.

윤의사님께서는 1908년에 태어나 1932년에 돌아가셨다. 의사님께서 태어나시기 전인 1905년에 을사늑약이 있었고 1910년에 경술국치가 있던 것을 생각하면 태어나실 때부터 아예 나라가 패망해버린 것이다. 의사님께서 12세였던 1919년에 3.1운동이 있었다. 아마 이 사건은 의사님의 어린날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의사님은 가정교육을 잘 받으신 것 같다. 왜냐하면 태어날 때부터 나라가 망해있고 가정이 엉망이면 그저 일본인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비분강개하셔서 독립운동을 결심하셨으니 말이다. 지금 젊은이들이 힘들다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윤의사님 연배의 우리나라 조상님을 생각해보면 극한의 어려움에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의사님의 걸어온 길을 보면서 그 전에는 몰라서 가장 놀란 점은 슬하에 3명의 자녀를 두었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 기준으로 15세에 결혼하신 것도 놀랍고 25세가 되시기 전에 3명의 자녀를 둔 것은 아주 놀랄 일이다. 하지만 100년 전이라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기는 하다. 내가 이것보다 인상깊게 보았던 점은 아이가 있는데도 독립운동을 감행하신 것이다. 사실 아이가 있으면 현실에 부조리한 점이 있더라도 꾹 참고 살기 마련이다. 아이를 두고 그 부조리를 고치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큰 희생을 일으킨다. 만약에 의사님이 싱글인데 거사를 일으켰다면 그나마 조금이나마 더 인간적으로 이해가 될 만하다. 그런데 아이가 3명이나 있는데 거사를 일으킨 것을 보고 이 분은 초인적인 신념으로 거사를 일으켰음을 알게 되었다. 정말 대단한 분이시다.

윤의사님이 남자로서 멋있다고 생각한 것은 그가 독립운동을 위해서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丈夫出家生不還이라는 말씀을 남기셨다는 점이다. 이 말의 뜻은 장부가 뜻을 품고 집을 나가니 뜻을 이루지 않고는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한다. 가끔 남자답다고 하는 것이 객기를 잘 부리를 줄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술을 잘 마시는 것은 남자답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것은 오히려 남자를 부끄럽게 하는 일이다. 좋은 의미로 남자답다고 하는 것은 의로운 뜻을 가지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연한 각오를 가지고 그 뜻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윤의사님은 인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멋진 남자로서도 본받을 만하다.

2021년에 세상은 의사님이 사는 세상과는 많이 변했다. 하지만 의로운 뜻을 세울 곳은 지금도 아직 많다. 의로운 뜻을 세우는 일은 몹시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 만약에 윤의사님이 그저 3명의 자녀를 키우는데 급급하여 일본인들에게 아첨하는 조선인으로 살았다면 그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질 수 있었을까. 일상의 무게에 삶이 옹졸해짐을 느낀다면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 가는 것을 추천하다. 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자신이 둘러싼 세상이 달리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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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