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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가 또다시 태어났다.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한나라가 쇠락해가는 시절부터 새로운 진나라가 세워지기 전까지의 시기를 그린 작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역사 중에서 이 시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삼국지라는 작품때문일 것이다. 물론 삼국지가 역사에 기반을 하고 있지만 일단 소설작품이다. 왜냐하면 삼국지를 본격적으로 작품으로 승화시킨 나관중이 이미 원나라 말 때 사람이기 때문이다(정확히 언제 태어나고 죽은지도 잘 모름). 이 때가 1300년때니까 삼국시대가 있었던 시절보다 1000여년 후에 글이 쓰여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했지만 대부분은 많은 상상력이 덧붙여져서 작품이 된 것이다. 아무리 역사적인 기록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근본 배경이 된 시대가 200년대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기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조조가 관우를 포섭하려고 했던 대화를 어떻게 다 기록할 수 있으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상상력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이 점이 삼국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몇 개의 역사적 사실를 근본으로 두고 다양하게 역사적인 연출이 가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한다면 큰 문제가 되겠지만 삼국지 정도 때의 일을 응용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허락이 되는 부분이 된다. <누보로망 삼국지>도 현대적으로 또 예술적으로 삼국지를 재해석한 전시였다. 누보(nouveau)가 프랑스어로 새롭다는 뜻이고 로망(Roman)이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통속 소설을 뜻하는 프랑스어라고 생각할 때 누보로망은 새롭게 재해석된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전시회에서 삼국지의 내용을 배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삼국지를 아는 사람이 와서 재해석된 삼국지를 느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 전시회이미로 색다르게 시각화된 것이 많았다. 그리고 마치 연애소설처럼 로맨틱하게 그려낸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이런 면에서 삼국지 골수팬들은 오히려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삼국지 시대의 실제적인 거리와는 너무 멀리 떨어진 현대와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골수팬은 아니어서 그런지 이러한 현대적이 시도가 오히려 삼국지의 매력과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삼국지가 나관중 버전 하나로만 끝났다면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는 고전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삼국지는 다루어졌다. 글로도 쓰여졌고, 만화로도 그려졌고, 영화로도 촬영되었고 게임으로도 제작되었다. 그리고 <누보로망 삼국지>처럼 전시회로도 만들어졌다. 한가지 원재료로 다채롭게 만들어지면서 작품의 매력도는 더 커진다.
작품의 형태뿐만 아니라 해석도 아주 다양하다. 예를 들어, 글도 한 사람만이 쓴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이문열씨도 쓰고 김홍신씨도 쓰고 다양한 사람이 이에 대해 썼다. 그리고 다양한 작가가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삼국지를 파악한다. 어떠한 사람은 조조를 빌런으로 어떠한 사람은 그를 영웅으로 그린다. 정답은 없다. 자신이 바라보는 시각이 있을 뿐이다. 아마 삼국지가 벌어진 시대가 200년대가 아니라 1900년대만 되더라도 다양한 시각에는 꽤나 심각한 정치적인 압박이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거의 1900년전 일이기 때문에 아무나 다양하게 해석해도 크게 흠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삼국지의 매력이 된다.
이 전시회를 보면서 멋지고, 감각있고, 세련되게 시각화된 삼국지에 매력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러는 의미에서 우리나라 여러 작품도 새롭게 태어났으면 하다. 물론 새롭게 태어나다보면 원전을 내용과 의도를 해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러므로 조금 오래 전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삼국시대 전의 내용을 각색해서 현대화시킨다면 우리도 그 내용을 알 수 있고 분쟁도 적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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