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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읽지는 않았어도 한번즈음 이름은 들어본 책일 것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이름만 알고 있었다가 40이 가까워 오는 이 시기에 손자병법을 읽었다. 중국 고대 군사학책을 읽는 다고 갑자기 나의 처세술이 갑자기 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책으로서 읽고, 이런저런 성찰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고전의 손자병법의 손자는 손무라는 설도 있고 손빈이라는 설도 있다. 기원전 500여년 전 사람이기 때문에 정확히 손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일단 손무는 제나라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나라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그 외의 그의 생애에 대한 것은 워낙 오래전 일이라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손자는 글을 간결하게 썼다. 예를 들어 壯者智信仁勇嚴也라고 썼다. 즉, 장수는 지혜, 신의, 인자, 용기, 엄정의 다섯 가지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짧은 글에 후세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주석을 달아서 그의 뜻을 해석하였다. 학영사에서 나온 현대인을 위한 동양고전신서에서의 손자병법은 김석환씨가 주석을 단 것이다. 그래서 글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역사적 예를 들어 손자의 말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도 하였다. 김석환씨 뿐만 아니라 고래로 많은 사람들이 주석을 남겼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조조가 남긴 것이라고 한다.
손자병법은 시계편, 작전편, 모공편, 군형편, 병세편, 허실편, 군쟁편, 구변평, 행군편, 지형편, 구지편, 화공편, 용간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편당 5개에서 20개 정도의 말들을 써놓았다. 워낙 오래 전에 쓰여졌기 때문인지 보편적인 말들이 많이 많다. 그래서 지금도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親而離之라고 말했는데 적들이 친밀하면 그 사이를 벌어지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아주 간명하지만 지금도 어렵지 않게 현재의 상황에도 적용이 가능한 조언이다.
손자병법 중에서 가장 마음의 드는 문구는 故로 用兵之法이 無恃基不來하고 恃吾有以待也하며 無恃基不攻하고 恃吾有所不可攻也라. 뜻은 “그러므로 용병법은 적이 오지 않으리라고 믿어서는 안되고, 아군이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 적이 공격하지 않으리라고 믿어서는 안되며, 우리에게 적이 공격하지 못하도록 방비하는 능력이 있음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이다. 이 문구를 읽는데 영화의 존윅 3의 부제로 알려진 파라벨롬이 생각났다. “Si vis pacem, para bellum”에서 나온 문구인데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남을 믿고 대비를 하지 않으면 결과는 패배일 뿐이다. 물론 머리로는 이상주의적 생각을 할 수 있을 지언정 현실적으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세상이다.
그리고 읽다보면 아주 익숙한 문구들이 나온다. 흔히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문구가 나오는데 상당히 반가웠다. 故로 曰 知彼知己하면 百戰不殆하고 不知彼而知己하면 一勝一負하며 不知彼不知己하면 每戰必敗라 하도다. 이는 그러므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운다 하더라도 위태롭지 않다. 적을 알지 못하고 나만을 알면 한번은 이기고 한번은 지게 된다. 그러나 적을 알지도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 마다 반드시 지게 된다. 오늘날 경영학에서는 SWOT분석으로 자기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처한 상황도 파악하고 상대방의 특성도 알고 상대방이 처한 특성도 연구한다. 지금이야 그런가 보다 싶은 말들이겠지만 기원전 500년, 글자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많지도 않은 시절을 고려하면 얼마나 탁견인줄 알 수 있다.
손자병법과 같은 고전을 읽는다고 갑자기 세상이 바뀌거나, 돈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고전을 읽다보면 예전 사람들도 꽤나 고민을 하고 살았구나하면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부딪친 고민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게 된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마음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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