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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2.05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
- 2018.11.26 <도련님>
- 2018.11.20 <허영만의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 2018.11.12 <쟁점을 파하다>
- 2018.11.05 <만화로 쉽게 배우는 인자분석>
- 2018.10.31 <러시아 혁명사 강의>
- 2018.10.24 <미국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
- 2018.10.17 <고대문화> 2018년 여름호
- 2018.10.08 <김창숙>
- 2018.10.07 <노종면의 돌파>
글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아마도 내가 학부시절 교양으로 들었던 과목의 교재용으로 쓰였던 책이다. 내가 한 때 잘 쓰던 색연필로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었다. 그런데 다시 읽었을 때 놀랍게도 책 내용은 정말 처음 읽은 것처럼 새로웠다. 역시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내용을 숙지할 수 있는 것 같다.
부제인 <빼앗긴 들에 서다>가 말해주듯이 읽는데 처음부터 마음이 아파왔다. 그 이유는 다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에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이 일본의 침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부터 불평등 조약이야기부터 시작하여 그 다음 장부터는 식민지 시절 경제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의 허구성에 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몇몇의 사람들이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우리나라 경제를 근대화시켰다는 주장을 하면서 식민지 시절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 주장의 기저에는 우리는 일본이 없었다면 철도도 깔지 못하고 공장도 짓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나는 이 생각에 완전히 반대한다. 일본이 없었더라도 우리는 시류에 맞게 신식 기술을 들여왔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 기술을 통해서 부흥할 만한 역량이 있다. 오히려 일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철도를 놓고 공장을 지어서 우리 인력과 자원을 극렬하게 착취하느라 우리나라는 빈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오히려 일본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훨씬 먼저 근대화 산업화를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역사는 다시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벌어지지 않을 일로 왈가왈부하는 것이 의미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식민지 근대화론같은 생각은 설득력이 없음을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이 책의 내용을 잘 전파했으면 좋겠다.
식민지 시대 이후도 우리나라의 경제는 녹녹치 않다. 광복 후에 미군과 소련이 남북으로 진주하면서 나라가 갈라지고 끝내 전쟁이 난다. 광복 후 불과 5년 만에 전쟁이 터짐으로써 일본귀속재산불하를 비롯한 문제가 제대로 일단락되지도 못한채 극도의 가난으로 빠져든다. 그 후에도 사회는 정부의 무능과 부패 속에서 신음하다가 4.19로 전환을 맞이하나 싶더니 그 다음해에 5.16으로 오랜 군사정권시절로 들어간다. 그 후 우리나라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기록한다. 그러나 한 편에는 정경유착을 기반으로 재벌의 성장이 있었고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있었다. 그 후에도 동아시아 외환위기, 세계금융위기 등등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책은 2000년에 펴낸 책으로 일제부터 박정희 대통령 시절까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 책은 대표저자인 강만길 교수를 필두로 아마도 그의 고려대학교 후학들인 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하였다. 우리나라의 아픈 기억을 담담하게 적어나갔다. 약간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은 글쓴이를 글 제목 아래가 아니라 글 맨 뒤에 괄호 안에 적어두었다는 점이다. 대개 학술적인 글을 보면 제목 아래 저자이름을 써서 그 글의 책임을 지게 되어 있는데 이름이 맨 뒤에 마치 숨겨져 있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글 내용의 출처가 불분명하게 되어 있다. 신용옥이 쓴 발전국가론을 제외한 다른 글들에서는 마지막에 참고문헌은 제시했으나 구체적으로 각각의 내용이 어디에서 근거한 것인지가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대중서를 표방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나라의 경제사적인 부분을 심층적으로 조망하였다. 그리고 좋았던 점은 용어, 개념, 인물 그리고 사건 정리이다. 본문 옆에 키워드로 해서 중요한 부분을 다시 설명해놓았는데 쉽게 반복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면, “백동화 남발”. “동양척식주식회사” “조선식산은행” “트루먼 독트린” “좌우합작위원회” “대충자금” 등등 우리나라 역사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키워드를 간략하게 적어두어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역사라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하지만 매우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간다. 그래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 논란이 있더라도 그 배움을 필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논란을 논쟁의 장으로 만들고 공론화시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사료가 잘 구축될 수 있도록 사학계에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하다.
글
일본 1,000엔 지폐의 주인공이기도 한 일본의 역사적인 작가 중 한명인 나쓰메 소세키가 쓴 <도련님>을 읽었다. <도련님>을 읽게 된 이유는 마쓰야마에 가게 되어서 이다. <도련님>의 배경이 마쓰야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가는 마쓰야마 중학교에서 1년간 영어교사를 한 경험이 있다. 아마도 이 경험을 토대로 <도련님>을 쓴 모양이다. 그리고 주인공이과 작가가 얼마큼 일치되는지는 확인할 바는 없지만 꽤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 도쿄 출신의 작가가 마쓰야마에 교사로 가게되는 것처럼 주인공도 도쿄 출신인데 마쓰야마에 교사로 부임하여 가게 된다. 물론 작가는 영어교사이고 주인공은 수학교사이지만, <도련님>에서는 학교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서 길지 않게 그렸다.
기본적인 이야기 구성이 흥미롭지만 나에게 더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번역 그 자체였다. 마쓰야마 학생들이 사투리를 쓴다. 주인공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이해를 못했다면서 “워따 너무 빨라서 무슨 말인지 몰런께로, 쪼께 찬찬히 해주겠능게라우~예(50~52쪽)”라고 학생이 말한다. 번역가 육후연 선생께서는 적어도 이 부분을 번역하는데 엄청나게 고민하지 않았을까한다. 일반 일본어를 한글로 번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표준 일본어를 표준 한국어로 바꾼다면 그나마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사투리를 어떻게 우리나라 말로 바꿀 수 있을지는 보통 고민스러운 일이 아니다. 작가는 과감하게 아마도 전라도 사투리로 바꾸 것 같다. 소설을 보면서 나는 이 사투리로 번역된 부분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는데 어떤 사람들은 공감을 못하거나 불쾌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문학에서의 번역은 그 나라의 정서를 다른 나라의 정서에 맞게끔 옮기는 과정이기 때문에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문장마다 옮긴이의 이야기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도련님>을 번역하신 분은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성공했다. 그래서 일본문화를 잘 모르는 나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은 소설 자체라기보다는 마쓰야마에서 왜 이렇게 <도련님>을 선전하는 가 하는 점이다. 마쓰야마는 우리나라로 치면 어디라고 부르기도 애매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울같은 도쿄나 부산같은 오사카는 아니다. 책에서도 주인공이 연거푸 말하듯이 시골이다. 물론 마쓰야마가 시코쿠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이기는 하지만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요코하마 같은 곳에 비한 다면 시골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 시골인 마쓰야마를 주인공은 동경하거나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혐오한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은 마쓰야마에 오고 싶어서 왔다기 보다는 어찌저찌해서 오게되었고, 학교에서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1년 만에 마쓰야마를 떠나 도쿄로 돌아오게 된다. 소설 내내 주인공의 마쓰야마에 대한 약간의 경시가 느껴진다. 그리고 도쿄로 돌아와서는 아예 “이제 시골에는 가지 않겠어(231쪽)”이라고 말한다. 소설을 다 읽고나면 주인공이 마쓰야마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가졌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쓰야마에서 1년만 시간을 보낸 것은 주인공만 아니라 작가인 소세키도 마찬가지 였다. 소설 여러 군데에서 주인공이 작가인 것 같은 심증을 주는데 그렇다면 마쓰야마는 왜 이렇게 <도련님>을 시의 중요한 관광포인트로서 부각시키려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단순히 소세키의 명성 때문인 것일까? 아마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부분이 있겠거니 한다. 이렇게 사회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는 것은 지난하다. 수학이나 과학같은 세계 공통의 언어가 있는 경우에야 어느 나라 사람이 와서 봐도 답은 명확하다. 그런데 문화라든지 사회같은 경우에는 그 속에 살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합리적인 이성으로는 이해가 안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이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지만 좋게 생각하면 매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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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리나라 간판 만화가 허영만 선생님이 일본 온천여행을 한 것을 책으로 담았다. 책의 부제인 <일본의 숨겨진 맛과 온천 그리고 사람이야기>가 보여주듯이 온천이 주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온천이야기만 하지는 않는다. 온천을 하면서 즐길수 있는 식도락 이야기나 유명 온천이 있는 지역에 볼 것이 무엇이 있는지 소개해준다. 허영만이라는 이름에 책의 내용이 모두 만화로 구성된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으나 만화가 삽화처럼 들어가 있어가 있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만화는 보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아키타, 시즈오카, 아오모리, 가고시마, 오이타, 이바라키, 나가사키, 오카야마, 에히메, 와카야마, 홋카이도 등 13곳의 온천을 허영만과 그와 <식객>을 함께한 동료인 이호준이 같이 가서 느끼고 기록한 것이다. 각 장은 온천, 먹을거리, 볼거리, 구석구석 살펴보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구성을 통해서 두 작가의 느낀 점은 물론이거니와 일본 온천지역에 대한 꽤 상세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심지어 투숙한 호텔과 직접 가본 음식점 인터넷 홈페이지, 전화번호, 주소까지 적어두었다.
다른 온천 가이드북을 비롯한 여행 가이드북 혹은 여행감상문과는 질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은 결정적으로 허영만 작가의 그림이다. 이 책은 글로된 정보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사진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각 장마다 5점 넘게 허영만 화백의 그림을 넣었는데 글과 사진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그림에는 허영만 화백의 친필 글씨도 들어가 있는데 꽤 젊은 필체이다. 이 개성있는 필체는 정형화된 활자와는 다른 매력을 준다. 그래서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내용을 전다해주는 매개체인 그림과 글씨에게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빌려보게 된 이유는 일본에 온천여행을 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책에서 화백께서 밝힌 대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온천문화는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에 가면 당황할 수 있는 일이 종종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혼탕이 알려져 있는데 꼭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라든지, 일본 온천에는 중요한 부분은 가리고 들어온다든지, 마치 우리나라 화장실청소를 아줌마가 하는 것처럼 남탕청소도 여자가 한다든지, 남탕과 여탕이 시간대별로 바뀐다든지, 탈의실에 텔레비전이 없다든지, 크고 작은 부분까지 잘 적어두었다. 아마도 이는 화백의 꼼꼼히 취재하는 버릇에서 비롯되지 않았을 까하는 추측을 해본다.
온천이 주 내용을 이루지만 화백이 일본문화에 대한 생각들도 어렵지 않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가이세키 요리(會席料理)를 이야기할 때 “식사 시간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요리가 놓일 때마다 해당 요리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곁들인다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197쪽).” 나도 이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일본 음식이라든지 문화가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데에는 그들 스스로 잘 지키고 발전시키고 알리는데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음식을 당연히 즐겨 먹으면서도 아끼지 못했던 것은 아닌 가하는 생각을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식문화를 아끼고 알리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나라에 본토 한국음식을 먹기위해 오는 외국인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리고 음식과 관련해서 상당한 조예가 느껴졌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그가 <식객>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쌓았기 때문이다. 물론 <식객>에서는 주로 우리나라 한식이 많이 나왔지만 이미 그를 통해 “음식”이라는 분야에 일가견을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음식에 대한 기본 지식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나오는 평가도 생기 넘친다. 예를 들어, 오마 참치를 먹으면서 “최상급 침대에서나 느껴볼 수 있는 안락한 촉감과 함께 싱그러운 지방이 퍼져 나와 봄 눈 녹 듯 입 안에서 스르르 사라진다(64쪽)”라고 표현했다. 이를 읽으면서 역시 화백님은 작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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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즉문즉설로 세속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법륜스님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쓴 책이다. 그동안 즉문즉설에서 사람들의 개인적인 고민을 상담하여 문제를 풀어주던 것이 익숙했던 사람은 상당히 놀랄 만한 책이다. 왜냐하면 거의 대통령 선거 출정을 위한 선언서 같은 느낌이 날 정도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을 써놓았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에 출간한 책인데, 그 당시 대선을 생각하고 대권주자들이 읽기를 원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를 모르고 읽었다면 어느 대선후보의 책으로 혼동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서, 2장에서는 동북아 공동체에 대해서, 3장에서는 당시 상당히 뜨거운 문제였던 경제민주화에 대해서, 4장에서는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사문제에 대해서, 5장에서는 개발과 환경보호에 대해서, 6장에서는 보육과 육아에 대해서, 7장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을 비롯한 다문화 사회에 대해서 썼다. 리더십에 대해서 쓴 1장은 진부하기가 노쇠한 정치인 못지 않았고 동북아 공동체에서 다룬 8도 연방제는 아주 신선했다.
통일 후에 대한 생각을 적어놓은 부분에서 법륜스님은 8도 연방제를 이야기하였다. 사실 지금까지 나는 통일까지는 생각해보았지만 통일 후에 대한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마도 왜냐하면 통일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런데 법륜스님은 통일 후의 대한민국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금 독특하다. 그의 책 48~56쪽에 이에 대해 나와 있는데 우선 남한과 북한을 포괄하여 8개의 도를 만들고 연방국가의 형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인구상황에 맞추어 남한에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강원도 5개 도가 있고 북한에는 함경동, 평안도, 황해도 3개의 도를 구성한다. 그는 이를 ‘8도 연방제’라고 스스로 지칭하는데 연방제인 만큼 각 도는 상당한 수준의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8도 연방제로 하려고 하는 그의 이유는 어느 한쪽이 흡수되어 통합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흡수통일은 그가 생각하기에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낳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 논의되었던 고려연방제처럼 남과 북 2개의 부분으로 연방제가 이루어 져도 혼란은 마찬가지로 있을 것이기 때문에 8도로 나누어서 연방제를 이룩하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8도연방제’는 8개의 자치정부가 활동하게 하여 그동안의 남북으로 나눠왔던 구조를 타파하려는 복안이다. 그래서 흔히 연방제도 국가 그렇듯이 중앙정부는 외교, 안보, 국방에 관한 일을 도맡고 지방정부는 치안, 교육, 복지 등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법륜스님은 입법부를 상원과 하원으로 나누어서 상원은 중앙정부가 맡은 외교, 안보, 국방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하원은 국내예산을 담당하게 하는 식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이러한 스님이 ‘8도연방제’가 효과적인 제도인지 아닌지는 실시하기 전에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리고 ‘8도연방제’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각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높아지면 중앙으로 쏠림은 분명히 막을 수 있지만 지방정부간 갈등은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지방정부간 합종연횡도 가능하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8도로 나누어 놓으면 남북의 갈등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역기반은 지금과 동일하므로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가 한 팀으로 결속하여 남한지역의 지방정부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연방제는 많은 나라에서 선택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미국이 대표적이고 브라질, 독일 등의 국가도 연방제를 택하고 있다. 그리고 경상도만한 크기의 벨기에도 3개 부분으로 나누어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일단 연방제가 국가를 번성하게 하는 원인이 되는 시스템도 아니라는 것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나 북한 모두 중앙집권제로 오랫동안 있었는데 연방제로 변환하는 것은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든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는 점이다. 이 사회적 비용이 연방제를 채택함으로써 얻는 사회적인 이득보다 크지 못한다면 연방제로의 변환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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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석사 학생시절 때 <만화로 쉽게 배우는> 시리즈를 여러 권 읽었다. “데이터 베이스”, “회귀분석”, “선형대수”, “인자분석” 등 어렵게만 다가오는 개념들을 쉽게 풀어쓰는 만화책 시리즈이다. 일단 전형적인 일본 순정물적인 그림체라서 거부감없이 읽기 시작할 수 있다. 이것이 키포인트인 책이다. 일단 어려워 보이는 개념도 그림체가 워낙 매력적이라 일단 읽게 된다.
<만화로 쉽게 배우는> 시리즈의 기본적인 틀은 1대 1 과외형태로 학습이 진행된다 구조이다. <인자분석>편에서는 미우 선배가 별이에게 설문작성법과 요인분석을 가르쳐 주는 대화로 내용을 설명한다. 대화를 통해서 내용을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다. 특히 배우는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을 질문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대답해주기 때문에 평범하게 내용으로만 가득찬 교과서보다 훨씬 입체적이다.
이 책에는 만화만 있는 것은 아니고, 중간마다 통계에 대한 글과 수식이 나와 있다. 나같은 경우야 통계를 계속 쓰는 사람 입장이므로 그려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일반대중이라면 거부감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아예 이 자세한 설명 부분은 간략하게 줄이고, 만화를 더 넣었으면 하다. 물론 이렇게 되면 내용의 깊이는 떨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동시에 통계학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만화책에 통계에 대한 많은 지식을 담다보면 흥미도 읽고 깊이도 잡지 못할 수 있다. 만화에서는 아주 직관적으로 통계기법을 설명하고, 나머지는 모두 다음 단계로 넘겨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인자분석을 200여쪽의 만화책으로 담기에는 애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화라는 매체가 내용을 많이 전해주는 매체는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이 책을 통계를 꾸준히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아주 흥미롭게 보았던 부분은 기초적인 인자분석 부분이 아니라 “왜 베리맥스 회전법 뿐인가?”부분(207쪽)이다. 나도 요인분석을 하다보면 늘상 베리맥스로 회전을 한다. 다른 종류의 회전법도 있지만 일단 베리맥스로 하고 논문을 쓴다. 이에대해 그동안 “왜”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점에 대해서 책은 다음과 같은 가설을 제시한다: ① 베리맥스법에 의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연구자가 예전에 있었다. ② 그 연구 결과를 안 다른 연구자가 인자분석에 흥미를 느껴 자신도 베리맥스법을 사용해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③ 시간이 흐르면서 기존에 베리맥스법을 이용했던 결과들이 학계로부터 인정을 받고, 차츰 인자분석이라고 하면 베리맥스법이라는 근거없는 통설이 자리 잡혀진다. ④ “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베리맥스법을 쓴다. ⑤ 그래서 인자분석이라고 하면 베리맥스가 규칙처럼 자리 잡는다. 나도 이러한 작가의 의견에 십분 동의한다. 베리맥스가 다른 기준에 비해서 더 좋다기 보다 남들도 하니까 하는 경로의존성이 있는 것이다. 만약에 다른 기준으로 요인분석을 하면 리뷰어가 “왜” 베리맥스를 쓰지 않았냐고 이야기 할 것이다. 다른 기준이 베리맥스보다 더 적합하다고 이야기하기가 귀찮은 점도 분명히 있다. 특히 그 논문이 인자분석 방법론이 아닌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에 대해서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런 점을 밝혀서 이야기한 저자에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인자분석은 생활 속에서도 쓸 수 있는 개념이다. 통계학의 많은 개념들 가운데 실생활과 거리가 먼 개념이 있고 가까운 개념이 있다. 그 중 인자분석은 실생활에 가까운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들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는 통로는 매우 중요하다. 수학교육과에서는 이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진행한다. 확실히 “만화”는 흥미유발에 효과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더 많은 만화들이 통계를 비롯한 수학같은 주제로 쓰여져서 많은 학생들이 흥미를 갖게 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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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노자 교수의 <러시아 혁명사 강의>는 단순히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6장으로 구성된 책인데 1~3장에서는 각각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을 소개한다. 그 후 4장에서는 유럽의 공산당, 특히 프랑스 공산당의 부침을 이야기하고, 5장에서는 아시아에서의 공산당, 그리고 6장에서는 적색 개발주의를 이야기한다. 이렇게 구성된 6장을 통해서 어떻게 러시아 공산당이 탄생했고 진화했고, 외국에 까지 영향을 미치다가 영향력을 잃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글의 양이 적지도 많지도 않아서 러시아에 대해서 문외한이 읽어도 적당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박노자 교수의 한글 실력에 탄복하였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받은 사람도 이 정도의 글을 쓰기 쉽지 않다.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비교적 쉬운 우리말로 잘 써서 이해도를 높였다. 또한 박노자 교수가 한국 역사에 조예가 깊다는 점에 탄복하였다. 그는 책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맥락을 예로 들며 러시아 혁명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레닌은 제정러시아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때, 공산당은 제정러시아의 패배를 희망했다(특히 독일과의 전투시). 제정러시아 정부가 연전연패해야 정부의 무능력이 만천하에 들어나서 전복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이 생각은 환영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를 박노자 교수는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를 비유해서 설명했는데 정말 이해가 잘 되었다. 그에 따르면 남한이랑 일본과 전쟁을 한다면 한국에 있는 공산당이라고 해서 일본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나라 정부에 문제가 있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비유는 러시아 맥락에 생경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해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읽으면서 흥미롭게 다가온 점은 레닌이 유산자 집안이었다는 것이다. 본명은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인 레닌은 자기 집안 농장의 소작민이 내는 소작료로 생활하였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고생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레닌이 유산자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모든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어 갖는 공산주의를 꿈꾸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아이러니는 레닌뿐 만 아니라 카메네프, 지노비예프, 부하린 등 러시아 공산당 정치국 중앙위원회의 핵심멤버중에는 부유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가진 사람이라고 가지지 못한 사람을 위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가지지 못한 사람이라고 가진 사람을 옹호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런데 계급배반적인 주장이 설득력을 떨어뜨리기는 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도 강남좌파라고 해서 자신의 자녀는 외고에 보내거나, 유학을 보내면서(혹은 이미 외국국적을 소지한 사람도 많음), 사교육을 선택할 권리를 엊게하고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그렇게 주장할 수는 있는데, 그 주장의 설득력은 매우 떨어진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세력을 얻는 것을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이 꼭 생각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러시아를 생각할 때 항상 “왜 스탈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데도 불구하고 뇌출혈로 자연사할 때까지 잘 살았는가”가 궁금했었다. 이 책은 나의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를 제공하였다. 박교수의 기본적인 생각은 스탈린 체제가 그나마 제정러시아보다 나았다는 것이다. 스탈린 시절 7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총살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2차대전 때 사람들이 또한 엄청나게 죽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육당했음에도 스탈린이 자연사할 때까지 전복이 되지 않은 이유는 그 전 제정러시아의 이보다 더한 잔혹함 때문이었다. 스탈린때도 엄혹하기가 정말 심했는데 도대체 제정러시아때는 얼마나 사람들의 삶이 심각했는지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나로서는 정말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가끔 삶이 힘들 때, 내가 19세기 제정러시아 시절의 평민으로 태어나지 않았음을 감사드리고 싶을 지경이다. 불편한 해답이었지만 그래도 궁금증이 풀려서 조금은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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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미국 유학가기 전에 읽었던 <미국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를 유학을 마친 후에 다시 읽어보았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예전에는 별 흥미없이 읽었던 책인데 다시 보니, 몰랐던 부분에서는 경탄을 하면서 읽었다. 특히 지명의 어원에 대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워낙 다양한 문화들이 혼재하며 발전한 나라다 보니, 원래 토착민들(Seattle, Arizona 등등), 영국(New York, Lansing 등등), 프랑스(Juneau, Boise 등등), 스페인 혹은 멕시코(Santa Fe, Sacramento 등등) 등 각종의 언어, 나라에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 제목은 과도한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어를 깨달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 같고, <50개 주를 통해 이해하는 미국>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책을 보면서 역사에는 우연의 요소가 강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의 경우에는 지명을 사람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역사가 비교적 짧다보니 지명에 사람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름도 대개 오래된 위인의 이름이 아니라 당시 활약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썼다. 대표적인 것이 워싱턴(Washington)이 되겠다. 워싱턴이야 존경받는 건국의 아버지이므로 그렇다고 이해해도 생각해봐도 지명을 받을 정도는 아닐 것 같은 사람들도 지명이 된 경우도 많았다. Joseph Juneau의 이름을 딴 Jeneau라든지
Kit Carson의 이름을 딴 Carson city, Walter Raleigh의 이름을 딴 Raleigh는 그 사람들의 업적에 비해서 높게 쳐져서 도시명이 된 경우다. 그 가문 사람들이야 자긍심이 있겠지만,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지명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본 책은 기본적으로 미국 50개 주를 통해서 미국을 이해한다. 각 주당 정확히 4장을 할당했는데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 단점으로는 할 말이 많은 중요한 주(뉴욕이나 켈리포니아)의 경우에는 그 내용을 충분하게 담지 못했다. 그리고 할 말이 적은 주의 경우에는 흥미롭지 않은 중요하지 않은 사실까지 담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점은 주의 중요성과는 관계없이 균일하게 페이지를 할당함으로써 그동안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않은 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와이오밍이나 노스 다코타 같은 관심없었던 주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그런데 매개가 되는 형식이 조금 아쉬웠던 책이기도 했다. 이원복 교수가 책임제작을 하고 직접 그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원복 교수의 특유의 그림체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실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이원복 교수의 그림체 자체 엄청나게 잘 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의 그림을 맡은 덕성여대 시각디자인과 28명은 이원복 교수보다 훨씬 못 그렸다. 이원복 교수의 그림체는 내용에 집중하기 적당한 그림체인데, 이 책의 그림체는 내용의 이해를 방해하는 수준이었다. 다른 과도 아니고 시각디자인과라고 하는데 아쉬웠다.
또한 내용도 유기적이지 못하고 사실을 그저 너무 단순하게 나열하는 수준이었다.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부터 <현대문명진단>까지 많은 저서가 명저로 거듭난 것은 이교수가 사실들을 소화한 후에 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성이 탄탄하고 논리적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단 이 책 <미국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 추측건데 학생과제를 모은 것을 기반으로 책을 출간한 느낌이다. 28명의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각 주의 분량 외에는 통일성이 부족했다. 또한 내용도 책에서 밝힌 것처럼 <The World Almanae and Books of Facts 2002>를 그림으로 형상화 한 것 밖에 없는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원복 “책임제작”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아쉬웠다. 만약에 이교수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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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제 졸업한지 10년이 가까이 되었다. 그래도 가끔 학교에 가면 익숙한 건물들 뿐만 아니라 교지도 반갑게 맞이한다. 내가 졸업한 후에도 많은 건물들이 없어지고 새로 지어져서 학교가 낮설다 싶을 때가 있는데, 고려대학교 교지 <고대문화>은 큰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내용은 시류에 맞게 매번 바뀌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글의 퀄리티는 양질을 자랑한다. 학교에 <낢과 진> 카페가 생겼다고 해서 들렸을 때 <고대문화> 2018년 여름호를 읽었는데 또다시 나의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좋은 글들이 많았지만 가장 색다른 시각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편집위원 제인이 쓴 <평화올림픽은 없다>였다. 나는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전혀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상당히 운영도 잘되고 남북경색을 풀어줄 도구로 효과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올림픽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아마도 올림픽의 긍정적인 측면을 집중해서 생각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평화올림픽은 없다>는 이런 생각을 다시 해보게끔 했다.
이 글이 평창올림픽을 특정하여 비판한 것은 아니지만,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상태에서 올림픽에 대한 비판의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았을 탠데, 차분하게 올림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쓴 것이 아주 좋았다. 이 글은 올림픽 이전의 스포츠라는 것에 대한 생각부터 시작한다. 일반인에게 스포츠라고 하면 건전한 신체단련과 경쟁을 통한 기량향상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경쟁의 부작용을 이야기하면서 스포츠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하나의 상품으로 치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밀리면 도태되어버리는 점을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글쓴이가 중시하는 가치관은 자연스러움이다. 인간은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편안하게 자신의 기량을 펼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스포츠는 정해진 규칙속에서 기량을 극대화시켜야 함으로 인간은 자신의 개성을 잃고 기계화된다는 점을 잘 쓰고 있다. 자본주의의 상식에 매몰된 사람이라면 달리 생각하기 어려운 관점이지만 분명히 우리가 생각해보아야할 지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 속에서 괴로워하고 자신의 인간성을 팔아야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더 울림이 있는 주장이다.
이 외에도 이번 호에서는 제주 4.3 문제라든지 빅데이터에 의한 감시하든지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번 호의 제호이기도 한 <외모지상주의>였다. 외모지상주의 관련한 4개의 글이 있었는데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읽기가 편한 것은 아니었다. 진실이 모두 아름다운 것이 아니듯이 지금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부분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읽은 사람도 불편한 감정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이러한 불편한 감정을 통해서 문제되는 점을 가시화시키고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인 문제의식에 동의하면서도 의문이 드는 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남자들에 비해 ‘예쁨노동’의 강도가 훨씬 심하다는 점은 십분 이해한다. 그런데 여성들이 이렇게 치장하는데 곤욕스럽다면 연대해서 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이 부분은 특별히 어려움 없이 바로 실행할 수 있지 않을 까하는 의문이다. 19세기의 청나라의 여성들이 전족을 해야만 했던 시절이 아니다. 지금은 21세기이고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데 여성들이 다같이 “우리 화장 좀 하지 맙시다!”라고 하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탈코르셋’ 운동을 그냥 하면 됐지, 남자를 적대시 할 필요까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름답지 않은 자, 모두 유죄인 곳>이라는 글에서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외모는 끊임없이 어떤 적당한 기준 안에서 관리되어야 하는 것은 존재한다(41쪽).”고 썼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는 남자의 시선과 관계없이 여성들이 자기 하고 싶은 생김새대로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남자를 위해서 외모를 가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외모를 가꾸는 시대가 아닌 가 싶다. 더 이상 가부장적 사회를 이유로 외모지상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만약에 가부장적 사회의 분위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 여성은 그것을 극복할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모지상주의가 남자 때문이라고 이야기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을 무시하는 이야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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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독립운동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은 아마도 안중근, 유관순, 김구 선생님일 것이다. ‘김창숙’이라는 이름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모를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다. 이 책 <김창숙>을 보면서 유림의 대표주자로서 김창숙이라는 인물이 우리나라 독립 그리고 대한민국 발전에 얼마나 혁혁한 공을 세웠는지 알게 되었다.
심산 김창숙 선생님은 1879년 경북 성주출신으로서 조선왕조 말기 때 태어났다. 그 당시에 태어난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불행하게도 국권이 피탈되는 경험을 고스란히 겪어야 했다. 점차 망해가고 있는 나라였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저 바라보고 있지 만은 않았다. 그 중 한 노력이 국채보상운동과 교육구국 운동이었다. 선생님은 적극적으로 운동에 가담하여 우리나라가 일본에 복속되는 것을 막으려 애를 쓰셨다. 불과 100여년이 지난 1979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것을 보면서 이 땅에 1800년대 말에 태어나신 분들의 고초가 얼마나 거대할 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국채운동이 벌어진 때는 선생님이 20대 후반이었다. 그리고 30대 때 일본과 공식적으로 지배를 당하고, 60살이 넘어서야 나라가 광복을 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일평생을 나라가 망하고, 일본에게 지배당한 나라에서 사셨으니 그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교에 대한 생각을 다시해볼 계기를 가졌다. 김창숙 선생님은 수구적인 충군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송병준, 이용구 등 일진회가 한일합방론을 제기하고 있을 때 황제가 합방을 허가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우리 황제께서 나라를 팔아넘기는 역신의 말로 인해 허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허가하더라도 이는 어지러운 명령이니 결코 따르지 않겠다.” 이에 대해 다시 황명을 따르지 않으면 반역이 아니겠냐는 물음에 그는 “사직은 중하고 임금은 가벼운데, 난명에 따르지 않음이 충이다(46쪽).”이라고 말했다. 이 말씀은 그 때 뿐만 아니라 지금도 중요하다. 정권의 노예가 되어서 영혼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불법적인 일을 하라는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공무원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권보다는 대한민국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아야할 것이다.
또한 독립운동을 할 때 독립이 된 후의 사회에 대해서 유교 내에서는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김창숙 선생은 왕정복고가 아닌 민주공화정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임시의정원 의원으로서 헌법 제정에 참여하였다. 하지만 많은 유림들이 조선왕조에 대한 충성심으로 독립 후에 왕이 다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유림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이 대단한 것은 반대로 불구하고 다른 유림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하려는 노력과 끈기였다.
그리고 그의 오롯함으로 일본법정에서도 나타난다. 선생님은 독립운동으로 투옥되었는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 그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변호를 거부함은 대의가 매우 엄하다. 나는 대한 사람이고 일본 법률을 부인하는 사람이다. 일본 법률을 부인하면서 만약 일본 법룰론자에게 변호를 위탁하면 그 대의에 모순됨이 어떻겠는가...나는 포로이다. 포로이면서 구차하게 살려고 함은 치욕이다. 실로 내 지조를 바꾸어서 타인에게 변호를 위탁하여 살기를 구하고 싶지 않다(96~97쪽).”
선생님의 일관성있는 논리와 절개에 나는 탄복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 독립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당당하게 맞선 것이다. 정말 숭고한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생님은 다행히 살아 생전에 광복을 맞으셨다. 그리고 광복 후에도 많은 활동을 하셨다. 하지만 그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신탁반대운동부터 이승만 정권에 맞서서 싸우기까지 노인이 된 후였지만 고군분투하셨다. 선생님께는 1962년 5월에 84세로 돌아가셨다. 1960년에 4.19혁명 그리고 1961년 5.16 군사정변이 있었다. 선생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나라의 희망을 보았지만 또한 그것이 좌절되는 것까지 보시고 돌아가셨다. 돌아가실 때 상상해보건데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격변의 현대사를 몸소 겪고 그 역사를 만드시면서 많은 일을 하셨다. 더 많은 ‘김창숙’같은 인물이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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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명박 전대통령에게 15년형이 선고되었다. 아직 1심이기 때문에 형이 줄어들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그의 비리는 반드시 죄 값을 치러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부끄럽지만 나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할 때는 그가 굉장히 국정운영을 잘 할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기대를 나는 왜 하게 된 것일까. 내가 사회에 대해서 인지하기 시작할 고등학교 입학할 때 김대중 정부가 들어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회에 관심이 많아질 대학교 2학년 때 노무현 정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군복무를 하고 복학을 한 후 4학년 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정치에 관심이 있을 초창기의 시절에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겪은 것이다. 두 정권에 있었던 일들이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진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진 것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언론자유, 인권중시 같은 일을 처음부터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완벽한 정권은 없었다. 두 정권에서도 문제점이 있었고 비판받을 일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노무현 전대통령 임기 마지막 시절의 인기는 바닥을 쳤다. 그리고 들어선 정권교체에 나는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 또한 이명박 전대통령이 추구하는 시장주의 노선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올 법한 합리적인 행동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에 좋은 영향을 주리라 생각했다. 특히 학부시절 경제학을 부전공을 해서 그 당시 경제학 과목을 많이 수강하고 있었는데, 사중손실없는 아름다운 세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와 거리가 아주 멀었다. 부패가 창궐하고, 시장의 부작용만 극대화되었다. 그리고 언론에 대한 탄압도 시작되었다. 진정한 시장주의자라면 정부는 언론에 압력을 넣기보다, 경제학에서 흔히 말하는 완전정보를 위해서 투명성있는 정부가 되어야 했다. <노종면의 돌파>는 이명박 정권시절의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가 잘 나와있다.
<노종면의 돌파>는 기본적으로 YTN 언론인들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부당한 압력에 맞선 고군분투의 기록이다. 나는 이 책이 우선 ‘기록’으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무슨 일이 YTN에 있었는 지를 그린다. 이렇게 기록함으로써 나같은 당시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도 그 때 발생한 일에 대해 알 수 있게 한다. 물론 영상매체로도 남길 수 있겠다. 그러나 영상매체도 한계가 있고 책 같은 기록으로 그 당시의 상황, 심경 등을 남길 수 있다. 이는 나중에라도 언론탄압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보면서 적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한다. 기록을 하지 않으면 세상의 일은 잊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또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투쟁의 생활이라도 웃음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뉴스엥커로 잘 나가던 노종면씨는 권력과 결탁하여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거부하고 어려운 길을 걷게 된다. 가치있는 길을 걷더라도 삶이 피곤하다. 게다가 그처럼 애가 3명이나 되는 가장이라면 일상의 노곤함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투쟁은 하루 안에 끝나지 않는다. 오랜 투쟁생활을 이끌게 하는 것은 단순히 사명감뿐 만은 아닐 것이다. 사명감만 가지고는 금방 지친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나름 생활에서 웃음을 잃지 않았을 정도의 유머감각이 있었던 것 같다. 어렵고 지치더라도 그 안에서도 나름의 희망을 지탱하는 웃음이 있었기 때문에 삶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이 약간 아쉬웠던 것은 구본홍 사장이나 뒤에 임명된 배석규 사장이 문제인지를 구체적으로 잘 나와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구본홍이나 배석규는 문제있는 악의 무리라고 독자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상황을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서 왜 그들이 문제가 있는지의 기초 지식 및 정보를 제공했으면 좋았을 뻔했다. 그리고 이 책이 2012년 말에 초판이 나왔다. 그리고 이듬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였다. 그리고 그의 4년이 궁금하다. 박근혜 정부라고 해서 이명박 정부만 했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상황이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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