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

Book 2018. 12. 10. 01:07

칭다오에 있는 루쉰공원을 방문하기 전에 루쉰의 대표작인 <Q정전>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았다. <Q정전>은 단편소설로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을 알고 읽는다면 더 풍부하게 소설을 이해할 수 있다. 루쉰은 1881년에 태어나 1936년에 숨을 거둔다. 어느 시대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당시는 청나라(1616~1912)에서 현대 중국으로 넘어가는 긴박한 전환기에 루쉰은 살았던 것이다. 아마도 루쉰은 당시의 상황을 목도하고 그를 배경으로 이 소설을 썼을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소설의 사건은 역시 1911년에 있었던 신해혁명일 것이다. 청나라는 1840년 영국과 벌어진 아편전쟁, 1894년 일본과 벌어진 청일전쟁 등에서 패하는 등 국운이 기울고 있었다. 하지만 1616년부터 200년 넘게 지속되어온 나라가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일을 상상하는 것을 청나라 국민들은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일본으로부터 광복되어 대한민국 본격적으로 만들어 진지가 70년이 넘었는데 대한민국이 어렵다고 다른 나라로 변환되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200년이 넘은 나라가 다르게 바뀌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쑨원이 이끄는 새로운 세력은 지금은 당연한 소리를 들리지만 삼민주의를 주창하였다. 특히 삼민 중에 민권은 공화정을 상정하는 것인데 청나라는 물론이거니와 명나라(1368~1644), 원나라(1271~1368), 송나라(960~1270), 510(907~979), 당나라(618~907), 수나라(581~618), 위진남북조시대(221~589), 한나라(기원전 206~기원후 220: 물론 중간에 4~25년까지 신나라가 끼어있음), 진나라(기원전 221~기원전 206),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기원전221), 주나라(기원전 1046~기원전 771), 상나라(혹은 은나라라고도 불림)(기원전 1600~기원전1046), 하나라(기원전 2070~기원전 1598)까지 3,00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일반 사람들에게는 왕이란 존재가 있었다. 그래서 나라는 바뀔지언정 왕은 항상 있어왔다. 그러던 것인 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만든다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혁명파가 이끄는 운동은 사회의 거대한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청나라를 유지하자니 기존 체제는 썩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살던 사람들은 구체제인 청나라를 지지하기도 하고 새롭게 등장한 혁명파를 지지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진 이념을 가지고 둘 중의 하나의 세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지금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글자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무학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Q가 그랬던 것처럼 어느 쪽에 서야 더 자신에게 득이 되는지를 생각했던 것 같다.


루쉰은 이러한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풍자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풍자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생존에 대한 열의가 가득한 것이다. 물론 고고한 선비처럼 대의를 따지지 않고 손익만 계산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배부른 소리라고 본다. 물론 이론적으로야 무슨 말은 못하겠느냐마는 현실에서 대중은 일단 자신이 유리한 쪽에 기대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그런지 아Q의 모습은 일반 대중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아Q에게 닥친 운명 역시 슬프지만 혼란기의 현실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당시 국군이냐 인민군이냐 나누어서 다른 편에 선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인 경험이 있다. 그리고 타인을 희생양을 만드는 아픈 경험도 있다. 중국역시 마찬가지로 청나라쪽과 중화민국파쪽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서는 국민당쪽과 공산당쪽이 나뉘어 동족상잔의 아픔을 경험한다. 이러한 갈등과 아픔을 많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험을 했을 탠데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이유는 이 인류가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방증한다. 슬프지만 어쩌면 우리가 완전히 기계로 대체되지 않는 한 이러한 아픔은 어느 정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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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