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Book 2018. 11. 26. 12:58



일본 1,000엔 지폐의 주인공이기도 한 일본의 역사적인 작가 중 한명인 나쓰메 소세키가 쓴 <도련님>을 읽었다. <도련님>을 읽게 된 이유는 마쓰야마에 가게 되어서 이다. <도련님>의 배경이 마쓰야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가는 마쓰야마 중학교에서 1년간 영어교사를 한 경험이 있다. 아마도 이 경험을 토대로 <도련님>을 쓴 모양이다. 그리고 주인공이과 작가가 얼마큼 일치되는지는 확인할 바는 없지만 꽤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 도쿄 출신의 작가가 마쓰야마에 교사로 가게되는 것처럼 주인공도 도쿄 출신인데 마쓰야마에 교사로 부임하여 가게 된다. 물론 작가는 영어교사이고 주인공은 수학교사이지만, <도련님>에서는 학교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서 길지 않게 그렸다.


기본적인 이야기 구성이 흥미롭지만 나에게 더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번역 그 자체였다. 마쓰야마 학생들이 사투리를 쓴다. 주인공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이해를 못했다면서 워따 너무 빨라서 무슨 말인지 몰런께로, 쪼께 찬찬히 해주겠능게라우~(50~52)”라고 학생이 말한다. 번역가 육후연 선생께서는 적어도 이 부분을 번역하는데 엄청나게 고민하지 않았을까한다. 일반 일본어를 한글로 번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표준 일본어를 표준 한국어로 바꾼다면 그나마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사투리를 어떻게 우리나라 말로 바꿀 수 있을지는 보통 고민스러운 일이 아니다. 작가는 과감하게 아마도 전라도 사투리로 바꾸 것 같다. 소설을 보면서 나는 이 사투리로 번역된 부분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는데 어떤 사람들은 공감을 못하거나 불쾌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문학에서의 번역은 그 나라의 정서를 다른 나라의 정서에 맞게끔 옮기는 과정이기 때문에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문장마다 옮긴이의 이야기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도련님>을 번역하신 분은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성공했다. 그래서 일본문화를 잘 모르는 나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은 소설 자체라기보다는 마쓰야마에서 왜 이렇게 <도련님>을 선전하는 가 하는 점이다. 마쓰야마는 우리나라로 치면 어디라고 부르기도 애매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울같은 도쿄나 부산같은 오사카는 아니다. 책에서도 주인공이 연거푸 말하듯이 시골이다. 물론 마쓰야마가 시코쿠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이기는 하지만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요코하마 같은 곳에 비한 다면 시골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 시골인 마쓰야마를 주인공은 동경하거나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혐오한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은 마쓰야마에 오고 싶어서 왔다기 보다는 어찌저찌해서 오게되었고, 학교에서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1년 만에 마쓰야마를 떠나 도쿄로 돌아오게 된다. 소설 내내 주인공의 마쓰야마에 대한 약간의 경시가 느껴진다. 그리고 도쿄로 돌아와서는 아예 이제 시골에는 가지 않겠어(231)”이라고 말한다. 소설을 다 읽고나면 주인공이 마쓰야마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가졌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쓰야마에서 1년만 시간을 보낸 것은 주인공만 아니라 작가인 소세키도 마찬가지 였다. 소설 여러 군데에서 주인공이 작가인 것 같은 심증을 주는데 그렇다면 마쓰야마는 왜 이렇게 <도련님>을 시의 중요한 관광포인트로서 부각시키려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단순히 소세키의 명성 때문인 것일까? 아마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부분이 있겠거니 한다. 이렇게 사회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는 것은 지난하다. 수학이나 과학같은 세계 공통의 언어가 있는 경우에야 어느 나라 사람이 와서 봐도 답은 명확하다. 그런데 문화라든지 사회같은 경우에는 그 속에 살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합리적인 이성으로는 이해가 안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이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지만 좋게 생각하면 매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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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