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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교수의 <러시아 혁명사 강의>는 단순히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6장으로 구성된 책인데 1~3장에서는 각각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을 소개한다. 그 후 4장에서는 유럽의 공산당, 특히 프랑스 공산당의 부침을 이야기하고, 5장에서는 아시아에서의 공산당, 그리고 6장에서는 적색 개발주의를 이야기한다. 이렇게 구성된 6장을 통해서 어떻게 러시아 공산당이 탄생했고 진화했고, 외국에 까지 영향을 미치다가 영향력을 잃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글의 양이 적지도 많지도 않아서 러시아에 대해서 문외한이 읽어도 적당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박노자 교수의 한글 실력에 탄복하였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받은 사람도 이 정도의 글을 쓰기 쉽지 않다.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비교적 쉬운 우리말로 잘 써서 이해도를 높였다. 또한 박노자 교수가 한국 역사에 조예가 깊다는 점에 탄복하였다. 그는 책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맥락을 예로 들며 러시아 혁명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레닌은 제정러시아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때, 공산당은 제정러시아의 패배를 희망했다(특히 독일과의 전투시). 제정러시아 정부가 연전연패해야 정부의 무능력이 만천하에 들어나서 전복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이 생각은 환영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를 박노자 교수는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를 비유해서 설명했는데 정말 이해가 잘 되었다. 그에 따르면 남한이랑 일본과 전쟁을 한다면 한국에 있는 공산당이라고 해서 일본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나라 정부에 문제가 있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비유는 러시아 맥락에 생경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해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읽으면서 흥미롭게 다가온 점은 레닌이 유산자 집안이었다는 것이다. 본명은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인 레닌은 자기 집안 농장의 소작민이 내는 소작료로 생활하였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고생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레닌이 유산자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모든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어 갖는 공산주의를 꿈꾸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아이러니는 레닌뿐 만 아니라 카메네프, 지노비예프, 부하린 등 러시아 공산당 정치국 중앙위원회의 핵심멤버중에는 부유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가진 사람이라고 가지지 못한 사람을 위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가지지 못한 사람이라고 가진 사람을 옹호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런데 계급배반적인 주장이 설득력을 떨어뜨리기는 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도 강남좌파라고 해서 자신의 자녀는 외고에 보내거나, 유학을 보내면서(혹은 이미 외국국적을 소지한 사람도 많음), 사교육을 선택할 권리를 엊게하고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그렇게 주장할 수는 있는데, 그 주장의 설득력은 매우 떨어진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세력을 얻는 것을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이 꼭 생각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러시아를 생각할 때 항상 “왜 스탈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데도 불구하고 뇌출혈로 자연사할 때까지 잘 살았는가”가 궁금했었다. 이 책은 나의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를 제공하였다. 박교수의 기본적인 생각은 스탈린 체제가 그나마 제정러시아보다 나았다는 것이다. 스탈린 시절 7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총살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2차대전 때 사람들이 또한 엄청나게 죽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육당했음에도 스탈린이 자연사할 때까지 전복이 되지 않은 이유는 그 전 제정러시아의 이보다 더한 잔혹함 때문이었다. 스탈린때도 엄혹하기가 정말 심했는데 도대체 제정러시아때는 얼마나 사람들의 삶이 심각했는지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나로서는 정말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가끔 삶이 힘들 때, 내가 19세기 제정러시아 시절의 평민으로 태어나지 않았음을 감사드리고 싶을 지경이다. 불편한 해답이었지만 그래도 궁금증이 풀려서 조금은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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