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Book 2018. 9. 18. 01:41


1995년에 출간된 홍세화씨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홍세화씨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우리 사회를 관통한 이야기이다. 70~80년대 우리나라의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하여 한국에 가지 못하고 프랑스에서 택시운전수를 하면서 소회를 밝힌 이야기는 인간과 사회에 대해 생각을 다시해 보게 된다. 물론 책에서 군사정권의 암혹함만 그린 것은 아니다. 빠리에서 택시를 몰면서 느낀 소회와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나오는데 그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개인이 모여서 사회가 되지만 개개인은 사실 힘이 별로 없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철저히 전두환 정부가 탄압하면서 정권이 공고해진다. 그러면서 빠리에 있는 저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은 이역만리에 떨어진 사람이라도 모국의 처지가 변하면서 종속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살고 있던 프랑스도 사회당 정권으로 교체되면서도 개인의 삶의 분위기는 영향을 받게된 점도 눈에 띄었다.

중간마다 한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은 당시의 사회상을 잘 그려준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가 지금은 신림동에 있지만 예전에는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었다. 처음에 공과대학으로 입학했다가 외교학과로 옮긴 저자는 공릉동, 동숭동 캠퍼스를 달리해 다녔는데 그런 부분은 그 당시에 있었던 상황을 보여준 사료로서도 가치가 있다. 그리고 저자가 군을 제대하고 왔더니 캠퍼스가 신림동으로 모였는데 초창기 신림동에서의 서울대학교의 분위기도 흥미롭게 읽힌다.

프랑스 사회에 대한 관찰력도 책에서 눈여겨 볼 지점이다. 빠리지엔느의 특징을 이야기하면서 "빠리에서는 각자가 자기에게 맞는 유행을 찾는 데 비하여, 서울에서는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한 유행을 따르고 있다. 다른 말로, 빠리에서는 유행이 사람에게 종속되어 있는 데 비하여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유행에 종속되어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경향도 결국 한국 사회의 획일성과 프랑스 사회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75)." 라고 썼는데 사회학 교과서에 나올 봄직한 탁월한 관찰력이었다. 그리고 본문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담과 마지막에 자세하게 설명한 똘레랑스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화두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한번즈음 고민해야 할 사회문제도 통찰력있게 발견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극우파는 사형제도를 찬성하는데 유아의 낙태수술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다. 반대로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사람은 낙태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보면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 '사회의 책임'등에 대한 관점차이를 논한다(208). 이 문제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진지하게 논의를 해볼 가치가 있는 주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딘가 조금은 우울한 느낌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1995년에 이 책이 출간되었을때는 홍세화씨가 계속 프랑스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홍세화씨는 모국으로 돌아와서 작가로서, 언론인으로서, 사회활동가로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책의 내용까지만 영화로 만든 다면 조금은 슬픈 이야기겠지만 2018년까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1995년부터 무려 23년이 지났다) 시련은 있었지만 희망을 볼 수 있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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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