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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이라고 하면 종교 지도자나 위대한 정치인 정도 되는 사람이 되어야 낼 수 있는 느낌이 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를 차지해야 어록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나 자기한 말을 문서화하면 그것이 어록이 된다. 게다가 <김제동 어록>은 김제동씨가 쓴 것은 아니고, 김제동 팬클럽이 만든 책이다. 적어도 김제동팬클럽에게 김제동이라는 사람은 들을 만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인 것이다. 누군가는 김제동이 무슨 어록이냐 하고 의구심을 갖을 수 있겠다. 김제동씨 팬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강연이나 방송에서 김제동씨가 전한 이야기는 아주 많고, 꽤 많은 부분은 기록으로 남겨서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4년에 김제동씨 토크콘서트에 간적이 있었는데, 당시 매우 피곤한 상태여서 꾸벅 꾸벅 졸면서 들었는데도 웃었던 기억이 난다. 강연에서는 진지하게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라든지, 살면서 쉽게 지나치기 마련인 이야기를 돌이키게 하는 것도 있었다. 그렇다고 김제동씨가 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금과옥조는 아니고, 영양가 없는데 웃긴 이야기, 자기 비하를 통해 웃기는 이야기들도 꽤 있다. 문제는 강연이 말로 이루어져 있어서, 강연을 간 기억과 웃은 기억은 있는데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어록"이 꼭 금과옥조만 적어놓는 기록책이라고 하는 고정관념만 버린다면 여러 사람에게 웃음과 성찰의 기회를 주었던 김제동씨의 말들을 적어둔 어록은 필요하다.
또한 눈여겨 볼 것은 뒷부분에 김제동씨가 팬카페에 남긴 글들이다. 2003~2004년경 글인데 당시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상태였지만 상당히 인정받을 시절이라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당시 시대배경을 나오는데, 예를 들어 팬카페에 남긴 글을 컴퓨터가 있는 곳을 찾아서 겨우 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8년 현재 스마트 폰으로 쉽게 글을 쓰는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 때 그 때 시대상을 그려내는 의미로서도 어록류의 기록물은 중요하다.
글로 남겨져 있는 어록이다 보니 김제동씨의 목소리로 듣는 메시지에서 오는 매력이 반감되는 느낌을 받았다. 글을 통해서 화자의 의도를 알 수 있었지만 현장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듣는 것은 같은 내용이라도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어록의 한계겠지만, 이제 동영상 어록도 있을 태니, 그 걱정을 많이 할 필요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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