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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지금까지도 단 한권도 읽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여행기를 여러 번 즐겁게 읽은데, 하루키의 이 센스넘치는 제목의 에세이책 역시 정말 재미있었다. 하루키 선생은 별것 아닌 내용조차도 흥미롭게 말하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다. 엄청나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보다는 잔잔한 미소를 띄우게 해주는 글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여러 주옥같은 글들이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글은 맥주에 관련된 글이었다. <블루리본 맥주가 있는 광경>편은 미국에서 블루리본 맥주를 마셔본 나로서는 이를 어떻게 묘사할 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캔맥주보다 병맥주를 많이 마신다는 점을 부각했다. 생각해보니 미국에서 캔맥주도 마셨긴 했지만 거의 병맥으로 맥주를 마신 기억이 있다. 그리고 블루리본 맥주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데, 때마침 나도 인상깊게 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에서 주인공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마시던 블루리본 맥주가 잘 어울렸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또한 매우 공감했다.
그리고 이 책이 재미를 배가하는 것이 각 글의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한마디이다. 공감이 안되는 멘트도 있었지만 반면에 가끔 크게 웃길 때가 있는데, "화장실에 들어가서 TOTO라는 로고를 볼 때마다 <로잔나>를 흥얼거리는 것 나뿐인가"에서 크게 동의하면서 파안대소하였다. 이 소소하지만 솔직한 멘트가 하루키의 에세이를 더 매력있게 만들었다. 이런 매력을 반감시키지 않고 발휘하게 해준 번역도 아주 잘 된 것 같다. 어디하나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삽화도 꽤나 매력적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꽤나 투박한 질감을 보여주는데 괜히 끌리는 마력이 있다. 동판화라고 하는데, 글의 내용을 다 맞게 그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소소한 글과 잘 어울리는 군더더기 없는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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