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Orwell <1984>

Book 2022. 4. 6. 01:38

<1984>는 어지간히 공부를 한 사람이면 다 아는 고전이다. 그런데 사실 <1984>를 직접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중요한 개념만 알아도 살아가는 데 문제는 없지만 <1984>정도되는 명작을 직접 읽는다면 그 의미는 더 커질 것이다. 특히 <1984>가 던지는 의미가 1984년은 지났지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1984>가 자유에 대한 이야기인데 자유가 아주 독특하게 표현되어 있다. <1984>에 나오는 당의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전쟁은 평화다.

자유는 노예다.

무지는 힘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의 관념을 당에서는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며 깨어있는 시민이라면 정말 해서는 안되는 덕목과도 같다.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들은 이와 거꾸로 된 슬로건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1984>를 읽으면서 가장 섬뜩하다고 생각한 것은 사상범(Thought-criminal)과 그 사상범을 찾아내는 사상경찰(The Thought Police)이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사상의 자유다. 괜히 미국수정헌법 1조에 표현의 자유가 나온 것이 아니다. 지금은 당연히 여기지만 예전에는 불순한 생각들은 매우 많다. 예를 들어, 여성참정권만 하더라도 100여년전만 하더라도 가당치도 않은 생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모든 새로운 생각이 옳은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생각을 아예하지 못하게 된다면 바람직한 사회는 요원할 것이다.

혹시 국가가 아니지만 우리도 상대방에게 사상경찰같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든다. 때로는 다수가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다수결 원칙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자유로운 사상의 시장에서부터 소수의견을 묵살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처럼 정부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악플같은 것으로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사상경찰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다수의 국민이 사상경찰의 역할을 하는 것일 수 있다. 참 어려운 것은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비판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찰은 아니지만 비합리적인 생각을 지적할 만한 수준의 무언 가는 무엇일까.

<1984>를 읽으면서 가장 간담이 서늘했던 문장은 “The past was alterable.”였다. 저명한 역사학자인 토인비가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그 대화가 가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현재에 따라서 과거가 다른 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역사라고 하는 것이 자국내 역사도 있지만 타국과 연계되어 있는 역사가 있다. 이역시 현재의 국력에 따라서 다르게 과거가 회상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지금 내가 배우는 역사가 100% 실제로 일었난 일인가 하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1984>를 읽고 약간 조사를 하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는 것은 작가인 조지오웰이 가명이라는 것이었다. 원래 이름이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이라고 한다. 그는 독특하게 영국의 식민지에서 경찰로 5년 동안 활동하였다고 한다. 이 활동에서 영국의 식민지통치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작가로 전향했고 필명인 조지오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부터 작가가 꿈이 아니었던 바에야 작가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데 일을 하다가 영국의 식민지 통치에 염증을 느끼고 작가가 되었다는데 역시 작가라는 직업은 현실의 무거운 짐을 이겨낼 정도의 강력한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러한 에너지가 <동물농장>이나 <1984>같은 대작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 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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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길 <고쳐 쓴 한국근대사>

Book 2020. 5. 3. 20:40

우리나라의 근대사는 어렵다.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특별히 잘 되는 것이 별로 없던 시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사를 잘 살펴보아야지 지금 살아가는데 반추가 될 수 있다. 물론 학창시절에 국사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우 간단한 사실도 망각하는 경우도 흔하다. <고쳐 쓴 한국근대사>는 예전에 읽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신선하게 다가 왔다. 아마도 같은 책이라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우선 조선의 국가경쟁력을 저하시켰다고 여겨지는 당쟁이 눈에 끌었다. 사실 당쟁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사람이 모이면 다른 의견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다른 의견에 따라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미국정치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이슈 중에 하나도 당파성(partisanship)으로 인한 거버넌스의 붕괴인데 이런 것을 보면 당쟁이 우리의 고유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썼듯이 병자호란 이후 조선이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으로 인하여 신진문화의 유일한 수입로였던 중국과의 문화교류를 줄이고, 정치적 탄력성을 잃어버린 것은 앞으로 다가올 아픈 현실의 씨앗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새로운 문화의 도입을 차단한 채 유교주의적 명분을 정권 쟁탈과 그 유지의 수단으로 삼아서 왕위계승의 적서 문제 같은 일에나 골몰하는 등 백성의 현실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만 신경을 썼다. 이러한 문제는 지금도 꼭 생각해보아야 한다. 같은 주장이나 정책이라도 단순히 상대방이 주장한다는 일이라고 반대를 하고 트집을 잡아서 방해나 하면 나라의 현실을 암울해진다. 중국 산동성의 인구의 반정도 밖에 되지 않고, 중국 산동성의 크기보다 작은 이 나라에서 서로 편을 갈라서 당파의 이익을 위해 권력투쟁을 하고 있으면 우리의 운명은 예전의 불우했던 시절을 답습할 것이다.

조선시대 역사를 보면 답답한 구석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하지만 21세기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내가 그 때로 돌아가면 아마 어쩔 수 없었음을 느낄 것이다. 일단 신분사회였다. 지금도 물론 부의 대물림으로 인하여 계층이 나누어져있다. 하지만 신분이 아예 정해져버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노비가 있었다. 1886년 노비의 신분세습제가 폐지되고 1894년 갑오개혁으로 인하여 사노비제도까지 혁파되기 전까지는 노비가 있었다. (게다가 이는 법제상으로 노비의 신분해방이지, 실질적으로 노비가 완전히 없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 ,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신분제라는 것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신분에 따라서 생각하는 것도 배우는 것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그래서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 그래서 지금 왜 평범한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냐고 말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일이다. 현재 북한 사람들이 소수의 몇몇 빼고는 노비같은 삶을 살지만 아직도 세습정권에 조용히 길들여져 있는 것을 보면, 체제 안에서 다르게 생각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양반 지배체제의 와해와 민중세계의 성장이고 2부는 외세 침력과 근대 민족국가 수립의 실패이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서서히 침략당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물론 이 부분을 읽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괴롭다. 전혀 유쾌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부분은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국제화시대라고 하지만 국가라는 조직에서 살아가는 한 국가의 운명은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국권을 피탈당하고 그 후 고통당하는 사실은 반복해서 배워야, 또다시 그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아픔을 당했던 분들이 희생이 아쉽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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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100장면>

Book 2019. 8. 26. 01:42

<한국사 100장면>은 꽤 두툼하지만 반만년 이어져 내려온 우리나라 역사를 한번 훝어보기에 딱 좋은 책이다. 물론 중고등학교때 역사를 이미 배우지만 역사라는 것은 학창시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읽어주면서 감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현재를 살아가면서 쏠쏠한 재미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때로는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우선 고구려를 건국한 사람은 고주몽이다. 그리고 백제를 건국한 사람은 온조이다. 그런데 이미 잘 알려진대로 온조는 주몽의 아들이다. 원래 고구려에서 잘 살고 있었는데 예전에 낳았던 유리가 급작스럽게 나타나면서 온조는 형인 비류와 함께 지금의 서울 쪽으로 내려와서 나라를 건국하게 된다. 이런 것을 보면 고구려와 백제는 한 형제와 같은 국가였을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국가의 정체성이 뚜렷해지고 형제간에도 갈등이 있는 것처럼 나라 간에도 갈등이 생긴다. 그러면서 작게는 외교적인 갈등 크게는 전쟁을 통해서 아픔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예는 세계사적으로도 많은데 멀리 찾을 필요도 없고 현재 우리나라와 북한을 생각을 해보면 된다. 같은 언어를 쓰고 불과 70여년 전만 하더라도 같은 사람이 었는데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하고 지금도 분단되어서 총을 겨누고 있다. 먼 훗날 지금을 아마도 남북국 시대라고 부를 날이 올 수 있을 탠데 그 때 지금을 굉장히 한심이 여길 지도 모르겠다. 마치 지금보면 고구려와 백제가 하나가 될 수도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 당시 고구려와 백제는 지금 남북한처럼 진지했을 것이다. 이러한 남북국 체제가 아무 것도 아닐 시기가 어서 도래했으면 한다. 게다가 고구려와 백제가 패망을 하고 많은 유민들이 일본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이 사람들이 가서 아스카 문화를 일으켰다고 한다. 그런데 후에 그 후예들이 우리 나라를 침범하여 살육하고 그 후에는 장기적으로 무단 점령하면서 극심한 고통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한 때 한반도에 살았던 후예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괴롭힌 것이다(물론 모든 일본인이 한반도에서 건너간 것은 아니다). 이런 것을 보면 사람들이 세력을 형성하고 갈등을 겪고 상대방을 괴롭히는 존재인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그렇게 다른 존재가 아닐 탠데 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예전에는 무심이 모르고 넘어갔던 것들을 알게된다. 예를 들면 혜초는 704년에 신라에서 태어나 723년 중국으로 간 후 인도로 넘어가서 <왕오천축국전>을 쓴다. 아는 이 책을 무비판적으로 암기했는데 천축이라는 것이 당시 인도를 말하는 단어였다고 한다. 지금도 인도를 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데 700년에 신라에서 중국으로 그리고 인도로 가는 것은 꽤나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외로움을 달리기 위해서 페이스북같은 데에다가 글이라도 남기지 그 당시에는 누구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묵묵히 메모를 남겼을 것이다. 물론 혜초가 승려였기 때문에 세속적인 욕망에 연연해 하지는 않았겠지만 네비게이션도 없는 어떻게 인도를 잘 찾아갔나 모르겠다. 게다가 번역기도 없는데 말은 잘 통했을 지도 궁금하다. 그렇다고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가서 알 고 싶지는 않지만 궁금하기는 하다.

그 외에도 현재와 연결지어서 고민해볼 거리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고선지 장군의 서역 원정을 소개하고 있다. 고선지 장군의 아버지 고사계는 고구려 사람이었는데 고구려가 망해서 당나라로 어쩔 수 없이 이주했다고 한다. 고선지는 즉 고구려 유민의 자손이었다. 그런데 이 고선지가 장군까지 올라서 활약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서 고선지는 고구려 사람인가? 아니면 당나라 사람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끔 미국에 있는 교포 2세들(한국계 미국인)이 활약하면 뉴스채널에서 보도를 해주는데 그런 것과 비슷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때로는 흥미로운 주제도 있었고 때로는 슬픈 주제도 있었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완벽히 잘난 역사도 없다. 다만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잘 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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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으로 본 한국사회 100년>

Book 2019. 7. 12. 14:55

 

20세기의 우리나라 역사는 격동 그 자체였다. 물론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20세기의 역사를 보자면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조선의 망국부터 시작해서 식민시대, 6.25 전쟁, 독재, 경제발전, 민주화를 위한 투쟁까지 그 어느 해 하나 쉬운 해가 없었다. 물론 이렇게 큰 맥락을 잡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중간의 세세한 부분을 채워넣는 것도 중요하다. <논쟁으로 본 한국사회 100>은 역사교과서에는 다루어지지 않거나 간단히 다루어졌지만 상당히 중요했던 첨예하게 대립한 문제를 60여건의 주제로 잡아 썼다. 내가 80년대 생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이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고 아니면 내가 어렸을 때 일어난일이기에 잘몰랐던 부분이 많았다.

내가 전혀 몰랐지만 중요하고도 흥미롭게 읽었던 사건은 한글간소화 파동이었다.1950년대 초반에 있었던 한글간소화 파동의 중심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있었다. 1949년 한글날 담화에서 이승만은 당시 한글 표기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였다. 이유는 이승만은 오랜 시간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그가 익숙한 한글 표기방법은 구한말 때 한글 표기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광복 후에 쓰이던 표기법은 1933년 제정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의거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지금쓰는 한글은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한글과는 용법이 꽤나 다르다. 한글이 1446년에 반포된 후에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쓰는 방법이 바뀌어 왔다. 물론 나같은 경우에 직접 목도한 변화는 “~~읍니다.”에서 “~~습니다로 변화한 것 뿐이지만 알게 모르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승만이 미국에 가있는동안 한글은 또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이승만은 한글 표기를 간호화하려고 했으나(예를 들어 있었다잇엇다로 바꾸거나 앉았다안잣다로 바꾸는 식임), 교육계, 문화계, 언론계 등의 반발로 인하여 끝내 그의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때는 광복한지 불과 5년 밖에 안되었던 해였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한글을 쓴지 오래되지 않은 데다가 문맹률도 높았었다. 만약에 이승만의 뜻대로 한글이 간소화되었다면 지금 우리가 쓰는 언어는 또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알고는 있었지만 또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한국전쟁기 도강파와 잔류파이야기였다. 6.25 전쟁 후 북한군이 빠르게 서울로 진주하면서 제대로 피난가지 못한 사람들은 서울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그 당시 한강철교가 폭파되면서 강을 건너지 못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928일 서울이 수복된 이후 다시 국군이 들어온 후에 피난을 가지 못했던 사람들은 인민군에게 부역한 사람으로 치부되어 죽음을 비롯한 갖은 고초를 당하였다. 20세기 우리의 역사의 비극의 3중주는 첫째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이고 둘째가 남과 북이 전쟁을 한 것이고 셋째가 군사독재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 어느 것 하나 슬프지 않은 일이 없지만 같은 동족이 죽이는 전쟁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하겠다. 그것도 광복이 있은 후 불과 5년 후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원래도 체제 변경으로 인하여 혼란스러웠는데 전쟁으로 인하여 그 혼란은 극에 달하였다.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네편 내편을 가르면서 상대편을 몰살하려는 살기넘치는 시대상은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함이었다. 1950625일부터 1953727일까지 3년이 넘는 시간 이 한반도 땅에 비극적인 죽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죽음은 단순한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극한의 적개심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지금 65년이 지금에도 분단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대한제국 평가’, ‘만주동포의 국적문제와 정체성’, ‘국대안 파동’ ‘토지개혁과 농지개혁’, ‘한일회담 반대 파동’ ‘베트남 파병’ ‘한국적 민주주의와 유신체제등 중요하게 곱씹을 일들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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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주의의 역사>

Book 2018. 12. 5. 03:01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아마도 내가 학부시절 교양으로 들었던 과목의 교재용으로 쓰였던 책이다. 내가 한 때 잘 쓰던 색연필로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었다. 그런데 다시 읽었을 때 놀랍게도 책 내용은 정말 처음 읽은 것처럼 새로웠다. 역시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내용을 숙지할 수 있는 것 같다.


부제인 <빼앗긴 들에 서다>가 말해주듯이 읽는데 처음부터 마음이 아파왔다. 그 이유는 다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에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이 일본의 침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부터 불평등 조약이야기부터 시작하여 그 다음 장부터는 식민지 시절 경제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의 허구성에 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몇몇의 사람들이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우리나라 경제를 근대화시켰다는 주장을 하면서 식민지 시절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 주장의 기저에는 우리는 일본이 없었다면 철도도 깔지 못하고 공장도 짓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나는 이 생각에 완전히 반대한다. 일본이 없었더라도 우리는 시류에 맞게 신식 기술을 들여왔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 기술을 통해서 부흥할 만한 역량이 있다. 오히려 일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철도를 놓고 공장을 지어서 우리 인력과 자원을 극렬하게 착취하느라 우리나라는 빈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오히려 일본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훨씬 먼저 근대화 산업화를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역사는 다시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벌어지지 않을 일로 왈가왈부하는 것이 의미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식민지 근대화론같은 생각은 설득력이 없음을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이 책의 내용을 잘 전파했으면 좋겠다.


식민지 시대 이후도 우리나라의 경제는 녹녹치 않다. 광복 후에 미군과 소련이 남북으로 진주하면서 나라가 갈라지고 끝내 전쟁이 난다. 광복 후 불과 5년 만에 전쟁이 터짐으로써 일본귀속재산불하를 비롯한 문제가 제대로 일단락되지도 못한채 극도의 가난으로 빠져든다. 그 후에도 사회는 정부의 무능과 부패 속에서 신음하다가 4.19로 전환을 맞이하나 싶더니 그 다음해에 5.16으로 오랜 군사정권시절로 들어간다. 그 후 우리나라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기록한다. 그러나 한 편에는 정경유착을 기반으로 재벌의 성장이 있었고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있었다. 그 후에도 동아시아 외환위기, 세계금융위기 등등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책은 2000년에 펴낸 책으로 일제부터 박정희 대통령 시절까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 책은 대표저자인 강만길 교수를 필두로 아마도 그의 고려대학교 후학들인 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하였다. 우리나라의 아픈 기억을 담담하게 적어나갔다. 약간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은 글쓴이를 글 제목 아래가 아니라 글 맨 뒤에 괄호 안에 적어두었다는 점이다. 대개 학술적인 글을 보면 제목 아래 저자이름을 써서 그 글의 책임을 지게 되어 있는데 이름이 맨 뒤에 마치 숨겨져 있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글 내용의 출처가 불분명하게 되어 있다. 신용옥이 쓴 발전국가론을 제외한 다른 글들에서는 마지막에 참고문헌은 제시했으나 구체적으로 각각의 내용이 어디에서 근거한 것인지가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대중서를 표방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나라의 경제사적인 부분을 심층적으로 조망하였다. 그리고 좋았던 점은 용어, 개념, 인물 그리고 사건 정리이다. 본문 옆에 키워드로 해서 중요한 부분을 다시 설명해놓았는데 쉽게 반복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면, “백동화 남발”. “동양척식주식회사” “조선식산은행” “트루먼 독트린” “좌우합작위원회” “대충자금등등 우리나라 역사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키워드를 간략하게 적어두어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역사라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하지만 매우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간다. 그래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 논란이 있더라도 그 배움을 필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논란을 논쟁의 장으로 만들고 공론화시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사료가 잘 구축될 수 있도록 사학계에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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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y history of Paris>

Book 2017. 7. 3. 12:29


긴 지구의 역사(대략 45억년이 되었다고 한다)에서 인류가 지구에 산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특히 화석이 아닌 글에 의해 기록되기 시작되기 시작한 인류는 수천년 밖에(?) 되지 않는다. 분명히 현재 프랑스 땅에 누군가가 살았겠지만 본격적으로 프랑스에서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기록된 것은 쥴리어스 시저가 본 갈리아족이다.

갈리아족이 파리근처에 살아온 지형 자체는 많이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녹녹치 않았던 인류의 역사에 면면히 흐르는 많은 사람의 피가 2,000여년의 세월을 그 땅을 적셔왔다. 지금의 프랑스 파리가 되기까지 흘러온 시간을 <Bloody history of Paris>는 담담히 그려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운이 아닐까하는 점이다.

어느 부모에서 태어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어느 시대에 태어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파리에 태어난 사람이라도 1,000년에 태어난 사람, 1,500년에 태어난 사람, 2,000년에 태어난 사람은 각각 너무 나도 다른 생활을 살게 된다. 지금 파리사람들은 아마도 이민자나 이슬란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에 고민을 할 것이다. 그런데 불과 70년전 만해도 나치의 공습에 고민을 했다. 이렇게 같은 땅에서 살더라도 다른 고민을 하고 산다.

언제 태어나도 고민은 있을 것이다. 운이 작용하는 것은 그 시대가 그 사람에 맞을 때가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은 그림과 사진이 많은데 오히려 이것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해준 것 같다. 그래서 각 시대에 있었던 일들을 그려보면서 책을 읽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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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Book 2017. 3. 30. 15:19


역사학자 E. H. 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이야기 하였다. 지나간 일을 역사로 만드는 것은 현세의 사람들이다. 역설적이지만 역사만큼 역동적인 학문은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일은 세대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 오기에 역사는 생동감있는 학문이다. 그래서 역사를 그저 단절된 과거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재미없고, 의미도 없다. <조선왕조실톡>은 조선왕조때의 이야기에 생명력을 넣어주는 좋은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역사를 공부를 나때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선시대는 지금과 아주 많이 달라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왕조실톡>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하여 시의성있게 만든다. 그래서 꽤 많은 부분이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몹시 닮아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 때 상황도 잘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웹툰의 특성상 재미있다. 너무 진지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보지 않게 되는데 무적핑크 작가님의 위트있는 센스는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역사물에 웃음을 전달해준다. 이런 작품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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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