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 284 <커피사회>

Exhibition 2019. 2. 17. 19:56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커피는 기호품 수준을 넘어서 필수품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커피전문점은 급속도로 늘어나서 서울의 경우에는 아주 쉽게 커피를 파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커피가 우리의 고유의 작물은 아니다. 이렇게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이 불과 100여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게 한다. 커피가 우리나라 사회에 어떻게 정착했는지 보여주는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커피사회>는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커피사회>는 무료로 대중에게 개방되어 있다. 들어갈 때, 입장권같이 커피컵을 준다. 이 컵을 들고 전시를 보면서 전시회장 곳곳에 마련된 무료 시음회에서 컵에다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 커피를 주는 업체도 헬까페, 프릳츠커피, 매뉴팩트 등 시중에서 잘 나가는 커피전문점에서 나와서 하기 때문에 먹어봄직하다. 그리고 금색으로 된 팜플렛을 주는데 아주 모양도 센스있고 내용도 튼실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이를 읽으면 여러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주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문화역서울284이다. 주최와 주관이 상당한 혼동되는데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주최''어떤 일 또는 행사에 대하여 계획하거나 최종 결정을 하며 이에 따르는 책임을 질 때' 쓰이는 데 반하여 '주관''어떤 일 또는 행사에 대하여 집행(실무 처리)할 때' 쓰인다고 한다. 즉 기본적인 계획과 궁극적인 책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진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전시를 구성하지는 않고 <커피사회>의 경우에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문화역서울284가 하는 것이다. 커피인구가 우리나라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최는 시의적절했다.


그리고 후원은 La Marzocco이다. 이탈리아 커피기계의 명가인 La Marzocco는 이 전시회를 후원했는데 이 후원이라는 것이 협찬과 혼동된다. 또다시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후원은 상업적인 목적이나 금전을 매개로 하지 않는 도움을 줄 때 쓰이는 데 대하여 협찬은 금전적인 면에서 도움을 줄 때 쓰인다고 한다. 그러므로 La Marzocco는 전시회에 돈을 보탠 것이 아니라 돈을 제외한 면에서 전시회에 도움을 준 것이다.


많은 작가들과 커피전문점이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여 내용을 풍성하게 했다. 전시회장 중앙에는 박길종 작가의 <커피, 케이크, 트리>가 있다. 3단 케이크 단에 커피잔을 두었고 센스있게 소형기차모형이 뱅글뱅글 돌고 있는데 이 전시회의 환영하는 조형물로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복도쪽에 양민영 작가의 <오아시스>가 있었는데 여기에서 오아시스란 커피자판기이다. 근래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인스턴트 커피자판기는 커피소비의 주근원지였다(우리나라에 인스턴트 자판기는 1977년에 등장했다고한다). 지금이야 커피전문점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커피전문점에서 Takeout해서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예전에는 커피전문점은 없고 건물마다 자판기가 있어서 동전 하나 두 개 넣고 커피를 뽑아마셨다. 그 때 커피를 뽑아마시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무실로 들어가고는 했다. 열심히 일하다가 잠깐 쉰다는 의미에서 작가는 오아시스라는 딱맞는 이름을 지은 것 같다. 이제 그 오아시스의 형태가 바뀌었지만 아마도 인간이 일을 하는 한 어떠한 형태로든 오아시스는 존재할 것 같다.


이 외에도 커피가 양탕국으로 불릴 시절부터 시간에 흐름에 따라 사람들이 어떻게 커피를 생각했는지 여러 자료를 모았다. 보면서 느낀 것은 커피는 도시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농어촌에서도 커피를 마시지만 커피를 아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도시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커피는 잠깐의 여유를 주고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생활의 연속성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아니고 잠깐의 쉼표를 찍는 다는 느낌이다. 도시화가 점점 진행되는 이 추세에는 아마도 더 많은 커피를 소비하게 되지않을 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그리고 마치 지금 인스턴트 자판기 커피를 그리워하듯이, 지금의 커피문화를 반추할 수 있을 만큼 색다른 커피문화가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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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Exhibition 2018. 7. 19. 00:20




문화역서울 284에서 201876일부터 92일까지 열리는 <개성공단> 전시회에 다녀왔다. 남북협력이라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개성공단이 지금은 멈추어있다. 하지만 다시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있는 지금, 개성공단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 보는 것은 상당히 시의성이 있다. 김봉학프로덕션, 무늬만커뮤니티, 양아치, 유수, 이부록, 이예승, 임흥순, 제인진카이센, 정정엽, 최원준 등이 참여한 이 전시회는 개성공단을 주제로 각 작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전시회의 특이한 점은 개성공단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행정서류로 읽는 개성공단의 일상"이라는 섹션에는 개성공단과 관련된 각종 서류들을 전시해두었다. 박사를 행정학으로 받은 나로서는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이 섹션은 예술이라는 주관적인 시각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었던 일들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예전 서울역을 리모델링한 문화역서울 284 안에 처음으로 들어가보았는데 기대보다 더 잘 조성되었다. 다른 용도로도 충분히 쓸 수 있었겠지만,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발 맞추어, 서울의 중심지에 미술관으로 바꾼 것은 아주 좋은 결정이었다. 또한 미술관으로 바꾸었지만 예전의 모습이 남아있고, 공간 한 켠에는 어떻게 리모델링을 했는지도 잘 남겨두었다. 일제시대때 서울역에서 역장을 하던 사람은 서울역이 이렇게 변했을 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살아있다면 이런 변화를 환영하지 않았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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