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매트릭스 읽기>

Book 2019. 4. 18. 22:19

<매트릭스>SF영화의 한 횟을 그은 영화이면서도 그 내용에는 여러 철학적인 질문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에 철학자들이 모여서 매트릭스를 철학의 관점에서 쓴 <철학으로 매트릭스 읽기>를 편찬하였다. 철학이라고 해서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고 7명의 철학자가 매트릭스를 보고 느끼고 생각한 영화감상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교과서가 아니므로 난해하지도 않고 영화를 매개로 쓴 것이기 때문에 이해도 쉽다. 다만 매트릭스를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공감대가 많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 반면에 나같이 매트릭스를 DVD를 구매해서 여러 번 본 사람은 내용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겠다.

 

내가 매트릭스를 보면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은 네오가 오라클과 면담하는데 오라클이 네오보고 인류를 구할 사람이 아니라고 이해했는데 궁극적으로 네오가 인류를 구하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을 보면서 오라클이라는 사람이 왜 틀리는 가 싶었다. 그런데 해석을 오라클은 맞는 말을 한 것이 아니라 네오에게 필요한 말을 한 것이다(18)”라고 하니 이해가 되었다. 이는 어쩌면 결정론이라든지 운명과 관련된 것이다.

 

운명이란 현재의 눈길이 과거의 순간들에 던지는 소환장이다. 네오가 운명을 부정한 것은 운명이란 현재가 과거에 던지는 회고적 눈길일 뿐이기 때문이다. 운명을 받아들일 때 삶의 매 순간은 나의 시간들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17).”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세상에 운명이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 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일상 생활에서도 종종 쓰이는 운명이라는 말, 과연 합당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결정론 그리고 자유의지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매트릭스 2>에서 느끼한 프랑스 사람 메로빈지언이 나와서 인과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메로빈지언이 내세운 인과론은 모피어스가 말한 선택의 자유의지론과 대치된다. 메로빈지언은 선택을 일종의 환상으로 돌린다. 선택은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에게 심어준 환상이다(31).” 우리가 선택하는 모든 것은 이미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면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증명할 수 없다면 나는 자유의지론에 힘을 주고 싶다. “결정론의 세계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다. 그곳에는 선택도 역사도 존재하지 않는다(30).” 이미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어떠한 원인에 의해 정해져 있다면 특별히 고민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매트릭스에서는 매트릭스 안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요원들은 고통스럽고 추한 실제 현실보다 매끈한 가상현실인 매트릭스가 더 나은 세계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45).” 어쩌면 나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빨간색 알약을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일단 현실을 너무나도 괴롭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도 만약에 현실에 나와산다고 하더라도 그 현실이 또다른 매트릭스가 아님을 증명해야 해야하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 꿈속의 꿈속의 꿈을 확인하기 어렵듯이 현실이 정말 현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매트릭스 안에 살 것 같다.

 

사변적인 철학 뿐만 아니라 생활의 철학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온다. 네오의 강력한 힘이 알고자 하는 욕망에서 온다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달성하는 순간 성취감의 쾌락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욕망하게 하는 새로운 결핍이 나타난다. 잉여쾌락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 사람은 끊임없이 더 큰 것을 욕망하며 그것이 달성되면 또 더 큰 것을 욕망한다(205).”라고 이야기하는데 크게 공감하였다. 나는 이것이 인간의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가지면 그것에 만족하기 보다는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타인을 괴롭히기도 한다. 나 역시 살아가면서 달성한 것에 만족하기 보다는 달성할 것을 생각하면 괴로워한 시간이 더 길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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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

<아이콘>

Book 2019. 3. 25. 03:55

진중권 교수의 글을 즐겨 본다. 글을 재미있게 쓴다기 보다는 읽으면 지적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공기를 마시지 않으면 수분 만에 죽고 단식을 하면 길어야 한달이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 그런데 진교수의 글을 읽지 않는다고 죽을 일은 없다. , 그의 글은 살아가는 데 직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 빈곤했던 머리가 촉촉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안타깝게도 읽은 후 나의 탁월한 망각능력으로 인하여 그가 글에서 무엇을 말했는지는 얼마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치 점심에 피자를 많이 먹어서 배불렀지만 저녁에 또다시 배고픈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먹은 피자는 배에 들어가서 똥이 되어 다시 먹을 수는 없지만 진교수의 글은 까먹으면 다시 보면 된다. 진교수의 <아이콘>5년 전에 읽었다. 그리고 5년 후에 다시 읽었는데 새책처럼 유익하게 읽을 수 있었다.


진교수의 글이 매력적인 이유는 우선 그는 훌륭한 안내자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어렵다. 특히 철학에서 나오는 개념은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오롯이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철학이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생각하는 곳에 철학이 있다. 그래서 철학이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삶에 대한 이해도 풍족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깊어 질 수 있다. 그래서 철학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많은 철학과 교수들은 너무 이론에 치우쳐 평범한 사람들과 거리가 멀어졌다. 진교수는 그러한 면에서 그동안의 한계를 극복하였다.


그는 평소에는 절대 쓸 일이 없는 파타피직스(pataphysic)부터 쓸 수도 있는 범주의 오류까지 다양한 주제를 현실의 소재와 잘 연관지어서 설명을 한다. 파타피직스는 우리말로 사이비 과학을 말한다. 이 개념만 들으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는 예를 잘 들어서 설명한다. 예를 든 것이 섭지니어스 교회(Church of subgenious)이다. 밥 돕스라는 사람에 의해 설립되었다고 주장되는데 밥돕스라는 사람은 만화 캐릭터라고 한다. 그리고 이 교회는 세상의 각종 종교를 페러디한다고 한다. 그리고 신도들이 이단종교를 만들도록 장려된다고 한다. 그는 이런 것을 파타피지컬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개념만 보면 잘 와닿지 않을 것이 그의 예시로 인해서 조금은 이해가 되는 지경까지 내려온 것이다.


범주의 오류의 경우에도 예전 민주노동당의 북한 세습에 대한 견해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북한 3대 세습에 침묵하는 민주노동당은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체제에 대한 비판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에 대해 진교수는 북한과 남한의 외교적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민노당이 아니라 외교부의 역할인데다가 3대 세습에 비판적 견해를 갖는 것과 3대 세습에 비판을 삼가는 것이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 두 범주를 섞음으로써 공당의 이념적 성향을 대중에게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비판한 점은 신앙고백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정에서 묵비권이 행사되는 것처럼 개인은 원하지 않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정당은 그렇지 않다. 개인과 정당은 범주가 다른 것이다. 개인에게는 자신의 양심을 말하지 않을 자유가 있지만 공당에게 그러한 자유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범주의 오류를 이용한 궤변론적인 예라고 진교수는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읽는데 그동안 답답했던 부분이 시원하게 해결이 되었다. 안그래도 대기업의 세습은 맹렬히 비판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하는 정치인을 의아해 여겼는데 말이다. 책을 다 읽고 갑자기 부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시야가 넓어진 것이 느껴질 수 있었다. 이것이 독서의 순기능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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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읽어 주는 남자>

Book 2017. 4. 22. 15:09


<철학 읽어주는 남자>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있다. 전반부에는 철학이 어떻게 실생활에 접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는 썼다. 그리고 후반부는 왜 철학이 현시대에 도태된 학문으로 치부되는지를 썼다. 특히 현재 한국철학계가 가진 문제점을 비판하였다.

 

우리나라 학계가 비판받는 요인 중 하나는 외국학문, 정확히 말하면 몇몇 선진국 학문에 대한,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학문에 대한 추종일 것이다. 특히 외국 학문을 특별한 필요도 없이 한국현실을 설명하는데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수입에 치중한 나머지 스스로의 이론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노력을 소홀히 한바가 있다. 한국현실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한국학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외국학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만의 학문적인 토대가 있어야 하는데 이 점이 부족한 바는 달리 철학 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학계가 더 발전해서 스스로 자신감있게 이론을 만들고 다른 나라에 설파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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