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로운 생활>

Cartoon 2019. 7. 25. 00:48

서나래선생님의 <낢이 사는 이야기>가 끝나고 자까선생님의 <대학일기>도 끝나고 약간 생활형 웹툰에 목이 말라있었던 나는 츄카피선생님의 <자취로운 생활>을 찾았고 역주행해서 다 읽었다. <자취로운 생활>은 이제 100회를 맞이한 아직은 초년의 웹툰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20188월부터 수요일, 금요일에 연재되고 있는 <자취로운 생활><낢이 사는 이야기><대학일기>만큼이나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가끔은 빵터트려주는 생활웹툰이다.

<자취로운 생활>에서 우선 눈길이 가는 것은 츄카피라는 케릭터이다. 츄카피는 기본적 몸체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데 얼굴은 동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츄카피의 여러 친구의 모습도 비슷한 형식이다. 인간의 모습이지만 동물의 모습도 갖추고 있다. 이 반인반수의 모습이 그렇다고 불쾌하지는 않고 귀엽게 표현되어 있다. <낡이 사는 이야기>에서는 실제 모습은 모르겠지만 서나래가 인간으로 나온다. 반대로 <대학일기>의 주인공은 아예 얼굴이 이 세상 인간도 아닌 가상의 곰같은 모습으로 나온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매력이 있고 스토리를 진행시키는데 있어서 지장이 없다.

<낢이 사는 이야기>, <대학일기>, 그리고 <자취로운 생활>의 공통점은 여러 가지인제 하나는 생활형 웹툰이고 둘째는 모두 여성작가이고 마지막은 치부를 희화화한다는 점이다. 사실인지 내숭인지는 모르겠지만 세 작가 모두 스스로를 털털하다고 묘사하고 있다. 게으로고, 깔끔하지 못하고, 멍청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많은 공감을 사고 있다. 만약에 이들이 아주 부지런하고 깔끔하고 똑똑한 자기 자랑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면 인기는커녕 욕을 바가지로 먹었을 것이다. 어쩌면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작가나 독자가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자취로운 생활>이 다른 웹툰과 달리하는 여러 특징이 있지만 작가의 직업이 코메디언이다. 안가연씨는 웹툰작가이기도 하지만 희극인이다. 그래서 작품을 읽다보면 가끔 공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혹은 내가 작가가 희극인인 것을 알고 봐서 그런지 그렇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점이 작가의 매우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내용의 소재면에 있어서 방송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넣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어하기 때문에 인기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자취로운 생활>의 초점은 혼자 사는 생활에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방송이야기를 넣어주면 내용이 확 살아날 것 같다.

<낢이 사는 이야기><대학일기>는 그 작품들만의 공감포인트가 있었다. 예를 들어 <낢이 사는 이야기>는 사회초년생의 이야기(물론 작품연재가 길어지면서 연애 그리고 결혼문제까지 넘어가지만) 다루었다. 그 누구나 겪을 이야기이다. 그리고 <대학일기>의 경우에는 작품에서는 고학년 때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우리나라의 아주 높은 대학진학율을 고려해보면 <대학일기>의 소재도 공감을 얻기 쉬웠다. <자취로운 생활>은 앞의 <낢이 사는 이야기><대학일기>보다는 공감하는 사람이 적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추세를 생각해보면 <자취로운 생활>을 공감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자취로운 생활>을 먼훗날 후손들이 보면 2019년 변해가는 대한민국의 가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1인 가구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경제적으로도 그게 편하고(결혼하고 출산하고 양육하기에는 내몸하나 건사하기 힘들기에) 감정적으로 그게 편하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것이 현실이다. 물론 1인 가구 중에서 아주 멋진 삶을 사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취라는 단어는 스스로 밥을 만들어 생활한다는 뜻으로 화려한 삶을 뜻하지는 않다(잘 살면 셰프를 고용했을 태니까 말이다.) 앞으로 작가가 자취를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주는 재미있는 내용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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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일기>

Cartoon 2019. 3. 21. 00:24

<대학일기>가 막을 내렸다. <낢이 사는 이야기>이후에 소소하면서 따듯하면서도 재미있는 웹툰을 목말라했었을 때 <대학일기>는 큰 즐거움을 주었다. 물론 <낢이 사는 이야기>의 작가 서나래는 내 또래인 것 같기도 해서 더 공감이 되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학일기>의 작가인 자까님은 나와 근 10여년 차이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직 10년 차이여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대학에서 일을 해서 요즘 사람들을 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다만 <대학일기>를 보면서는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았지만 말이다.


<대학일기>의 가장 중요한 성공 포인트 중 하나는 우선 귀여운 캐릭터이다. <낢이 사는 이야기>도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기본적으로 주인공과 그의 가족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일기>는 거의 인간의 꼴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인종을 만들었다. 개도 아니고 곰도 아닌데 그렇다고 사람은 아니다. 가히 그 정도가 심슨의 정도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일손이 부족해서인지 색칠을 하지 않고 하얀색으로 남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일단 이 동그란 신인류를 잘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미 절반의 성공을 하였다고 본다.


캐릭터만 있고 내용이 없으면 롱런할 수 없다. <대학일기>는 내용면에서도 성공이었다. 기본적으로 작가인 자까님이 현역대학생인 것이 주효하였다(물론 학업과 병행하면서 그리는 데 굉장히 힘들었겠지만).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대학진학률이 1위이다. 대학을 가지 않은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학을 많이 간다. 등록금이 싼 것도 아닌데 무슨 의무교육기관처럼 많이 가기 때문에 웹툰을 볼 정도의 사람이라면 대학생활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공감을 하기 더욱 쉬웠다. 수강신청, 과제, 팀플, 엠티, 공강, 복학생, 학식, 고학번 등등과 같은 소재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을 것이다. 특이한 점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자까님이 수의학과라는 데 이 점은 오히려 플러스로 작용하였다. 물론 수의학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지만 문과를 나온 나에게는 조금은 신선한 소재였다. 그래서 진부하지 않게 한 역할을 하였다.


또한 <대학일기>가 성공한 이유에는 자학적 개그가 종종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낢이 사는 이야기>에서도 성공요인으로 여겨지는데 일단 스스로를 희화화를 많이 한다. 일단 잘난 채, 아는 채, 있는 채를 하지 않는다. 소탈하게 자신의 욕구(특히 식욕)를 적나라하게 그리고 생활에서 나오는 노곤함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코믹 생활툰을 보는 입장에서 주인공이 뽐내면 짜증이 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낮추어 독자가 보는 데 편안함을 주는 것이다.


<대학일기>의 한계는 역시 제목에서 나온 것처럼 대학일기이기에 대학생을 그만 두면 웹툰도 끝날 수 있다는 것이었고 실제로 20192월에 자까님이 졸업을 하고 연재중단을 선언하였다. 안그래도 작년 내내 졸업반을 강조하였기 때문에 독자들이 <대학일기>의 종영을 걱정하였다. 중간에는 혹시 대학원을 진학하여 <대학일기>의 수명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혹은 다행히도 <대학일기>는 막을 내렸다. 내가 다행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최고일 때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천하의 자까님이라고 하더라도 생활툰의 특성상 소재의 고갈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재미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날이 신선한 소재를 찾아 헤메야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아무리 재미있는 소재라도 한 번 쓰고 나면 신선도가 떨어졌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미가 떨어지면 독자들은 공짜로 웹툰을 보지만 준엄한 평가를 내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자까님의 선택을 꽤 지혜롭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자까님의 하는 일이 다 잘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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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이 사는 이야기>

Cartoon 2019. 2. 5. 00:00

<낢이 사는 이야기>는 작가 서나래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낸 생활툰이다. 나이 드신 분들이 보기에 근래 젊은이들이 도무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전에는 문학작품을 읽으며 세상에 대한 관점을 확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소설이나 수필 그리고 시를 읽는 사람이 예전보다는 줄어들기는 했지만 분명히 남아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문학에 대한 갈망은 변하지 않았고 다만 전달하는 방식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웹툰은 하나의 문학장르로도 자리잡고 있다. 현세대의 희노애락을 담는다는 의미에서 웹툰은 상당히 성공적인 분야가 되었다. 그리고 <낢이 사는 이야기>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를 살아가는 어느 한 대한민국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낢이 사는 이야기>2019년 인기리에 연재되는 <대학일기>의 전범이라고 볼 수 있다. 소소한 생활의 아이템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재미를 준다. 특히 딸인 서나래와 어머니와의 투닥거리면서 나름 챙겨주는 관계는 남자가 보아도 재미있다. 남자인 독자로서 <낢의 사는 이야기>를 보다보면 모녀관계는 모자나 부자관계와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음을 깨달게 된다. 물론 모든 모녀관계가 낢과 그의 어머니관계 같지는 않겠지만, 이런 면에서 웹툰은 간접경험의 기능을 한다.


그리고 <낢이 사는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과장법에 있다. 특히 낢 스스로를 과장되게 그려서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힘을 쓸 때, 낢의 근육을 과장되게 크게 그린다는 든지, 혹은 얼굴을 포함한 외모를 포악하게 그려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낢 작가를 본적은 없으나 실제로 이렇게 우스꽝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 망가지는(만화상에서) 독자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타인을 깍아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웃음을 위해서 타인을 깍아내리는 표현을 하면 웃기더라도 기분이 찝찝한 경우가 더러있는데 <낢이 사는 이야기>에서는 그러한 감정을 느낀적이 단 한번도 있지 않았다.


또한 <낢이 사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종종 등장하는 친구 혹은 지인이 귀여운 캐릭터로 나오기 때문이다. 낢과 가까운 사람들이 아예 동물로 둔갑해 나오기 때문에 지인도 정체가 탄로나지 않아서 좋고, 보는 입장도 부담이 없어서 좋다. 팬더도 나오고, 병아리같은 것으로도 나오고 심지어 이제는 남편이 된 이과장도 원숭이로 나온다. 이러한 동물캐릭터로 더 자유롭게 내용을 표현할 수 있었다.


더불어 가족 구성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혹 등장하는 아버지도 훌륭한 재미를 가미하는 요소이다. 아버지가 에피소드 중 큰 역할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종종 나타나서 귀여움을 발휘해서 웃음을 촉발한다. 그리고 사람은 아니지만 가족인 고양이 2마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웅이와 뚱이가 나오는데 애묘인들이 보면 아주 좋아할 것 같다. 고양이와의 애착관계는 왜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지 알 수 있게 한다.


<낢이 사는 이야기>10년 정도 연재되다 보니, 생활툰이면서 한편으로는 성장툰이기도 하다. 처음시작할 때는 대학생 복학생으로 시작해서 사회초년생 그리고 결혼까지 하면서 2015년 시즌 4를 끝으로 지금 연재가 되고 있지 않다. 인생의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그 때마다 느끼는 고민들도 이따금 에피소드에 반영되는데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성장하는 것을 공개한다는 것은 어떠한 면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2015년 마지막 후기 글에 그에 대한 고충이 잘 적혀 있다. 생활툰이라는 것이 상상력이 아닌 사생활을 기반으로 그려지다 보니 잘못 표현하면 작품뿐만 아니라 개인 사생활까지 욕을 먹게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결혼을 하다보니 더 이상 자신의 생활, 개인의 것만은 아니게 된 상황에서 많은 부담을 느낀 것 같다. 연재가 종료된지 4년이 흘렀다. 아마도 그 사이에 작가 낢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할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끝까지 알아내기보다 장수미드 <Friends><How I met your mother>같이 아쉽지만 예전 그대로 냅두었으면 어떨까한다. 그리고 가끔 예전 에피소드를 보면서 그 당시 자신의 생활은 어떠했는지 생각하는 것이 더 낭만적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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