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Keaton>

Cartoon 2019. 7. 30. 23:36

우리사와 나오키는 이제 거장이다. 내가 읽은 작품은 <몬스터>, <20세기 소년> 그리고 <마스터 키튼>뿐이지만 작품마다 깊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몹시 매력적이다. 그래서 도무지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웃은 기억은 없다. 그런데 매우 재미있다. 진지하게 빨려들어가는 흡입력이 <마스터 키튼>에게도 있었다.

<마스터 키튼>에서 주목해야할 사람은 역시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옥스퍼드 대학교 고고학과 박사출신으로 영국 특수부대 SAS교관의 경력이 있는 이혼한 보험조사원라는 독특한 배경의 사람이다. <마스터 키튼>을 읽으면서 2가지에 주목했는데 첫째는 인문학의 어려움이다. 우리나라에서 인문학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인문학은 어렵다. 고고학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돈이 전혀 안된다. 오히려 돈이 되는 사업을 방해하는 학문으로 찍혀서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명맥을 이어가기 어려운 학문이다. 물론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보는 중요한 학문임에는 분명하다. 주인공도 도나우강 유역에서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가설을 가지고 조사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것은 녹녹치 않은 일이다. 루마니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하고 대규모로 조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비용이 몹시 많이 든다. 학계에서 주류가 아닌 키튼은 보험회사에 다니면 삶을 꾸려나가고 부수적으로 꾸준히 연구를 해나간다. 마스터 키튼의 마지막 18권 부제가 꿈을 캐는 사람이다. 키튼이 모든 일을 해결한 후, 마지막 장면이 마스터 키튼이 도나우강 유역에 직접 가서 삽을 들고 유적을 발굴하려는 모습이다. 이런 것을 보면 인문학을 하는 것은 내적 동기(Instrinsic motivation)이 충만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도무지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스터 키튼>을 보면서 인문학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까.

<마스터 키튼>을 보면서 슬펐던 것은 아마도 동구권의 처절한 몰락이다. 공산주의는 망했다. 자본주의에게 너무 철저히 패배하여 보는 사람이 슬픈 지경이었다. 그러나 공산주의 시작은 밝았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빈부격차나 신분계급의 격차로 사람들은 서로를 미워하고 시기했다. 그리고 순수자본주의는 돈이면 무엇이면 다되는 비인간적인 모습에 공산주의에 열광했다. 그리고 한 때 세계를 양분할 만큼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였다. 하지만 공산주의는 이기심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를 무시해서였을까 생산성에 있어서 자본주의에 있어서 경쟁이 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멋져보였던 계획생산경제는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오히려 자본주의보다 더 돈을 밝히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력층은 부패했다. 그들을 자본가들보다 더 맹렬하게 민중들을 수탈했고 동구권은 가난으로 휘청거렸다. 그리고 다가온 개방은 혼란을 가중시켰다. <마스터 키튼>의 경우에는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크가 몰락한 얼마 후를 그리고 있다. 경찰을 비롯한 공직자들은 공공연히 돈을 요구하였고 법의 질서는 붕괴되고 민중들의 삶은 도탄으로 빠져버렸다. <마스터 키튼>에서는 1989년 이후 혼란스러웠던 동구유럽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어느덧 30년이 지난 지금은 그 당시를 평온하게 회상할지 모르겠지만 그 당사자들에게는 스트레스 그 자체였음을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정치체계가 중요하다.

키튼은 유리코라는 딸이 있다. 전셰게를 떠돌아다니느라 딸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항상 딸에 대한 걱정을 하기는 한다(작품의 배경이 1990년대 초반이라 인터넷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코도 아버지처럼 옥스퍼드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기를 희망한다. 훗날 유리코가 커서 아버지 키튼과 함께 유적을 발굴하면 다니면 흥미로울 것 같다. 그 때는 <마스터 키튼>에 나왔던 위험한 사건들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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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