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나루에서 다리로>

Exhibition 2019. 3. 3. 22:17

대한민국의 자랑, 한강은 우리 인류가 살기 이전부터 흐르고 있었다. 이 한강을 아주 오랫동안 배를 타고 건너다가(물론 수영해서 건너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본격적으로 정식적으로 다리를 놓고 건넌 것은 긴 한반도 역사에 있어서 최근의 일이다. 괜히 서울에 마포, 반포라는 가 들어간 지명이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 용산에서 노량진을 잇는 한강철교 1900년에 지어진 후에 지금까지 31개의 한강다리가 지어졌다. 이에 대한 잔잔한 전시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나루에서 다리로>라는 이름으로 개최하였다.


사실 한강철교가 1900년에 지어졌지만 그 다음 한강대교가 1917년에 지어진 것 이외에는 대부분 1960년대 이후가 되어서야 우후죽순 세워졌다. 이 다리 하나하나에는 건설 당시의 배경과 사연들이 남아 있다. 가장 슬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다리는 우선 한강철교일 것이다. 한강철교는 현재는 A, B, C, D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A선은 1900, B선은 1912, C선은 1944년에 지어졌다. 일단 한강철교는 일본 강점기시대를 오롯이 보냈다. 얼마나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당한 처지에서 이 다리를 지었을 지는 상상하기 싫을 정도이다. 이런 한강철교가 한국전쟁이 터진 후 얼마지나지 않아 폭파된다. 한강남쪽으로 피난을 가는 행렬이 있었는데 그대로 폭파를 해버린다. 지금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장면이다. 광복한지 불과 5년밖에 안되었는데 전쟁이 나서 다리에 있는 사람이 있는대도 폭발해야했다니 말이다. 지금의 관점으로는 너무 분하고 슬프고 이해가 되지 않은 일이지만, 그 땐 그랬다. 전쟁이 끝나고 C선이 1957년에 복구되고 1969년이 되어서야 A, B, C 선 모두 복구된다. 그리고 1995년에 D선이 만들어져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는 한강철교가 다시는 슬픔에 잠기지 않았으면 하다.


한강철교이외에도 슬픔을 가지고 있는 다리가 성수대교이다. 성수대교는 197910월에 지어진 다리이다. 그런데 불과 15년만인 199410월 다리의 일부가 붕괴해서 49명이 떨어져서 32명이 죽은 사건이 발생한다. 이 어처구니 없는 사건은 그 다음해 벌어진 삼풍백화점 사건 때문에 그 심각성이 적어보일지 모르지만 있어서도 안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이후 기존의 다리를 부수고 새로 1997년에 만들어서 지금은 차들이 잘 다니고 있다. 1979년에 지었던 다리이다. 다른 다리도 이 때 지었던 다리는 위험할 수도 있다. 면밀한 점검을 통하여 시민의 안전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할 것이다.


이렇게 슬픔만을 한강다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 88올림픽을 기념한 올림픽 대교도 있다. 한강다리들이 대게 실용성에 치중해서 인지 대부분 각인이 되지 않는데 반하여 올림픽 대교는 중간 위에 성화봉송처럼 되어 있어서 볼 만하다. 앞으로 짓는 다리는 이렇게 조금 디자인적으로 특색있게 지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런던에는 런던브릿지가 세계적인 관광명소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템즈강에 오면 런던브릿지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한강다리도 특색있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다리는 반포대교이다. 초중고등학교를 반포에서 보냈기 때문에 종종 반포 고수부지를 찾고는 했었다. 잠수교에 특이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대학을 가고 대학원을 가고나니 플로팅 아일랜드(지금의 새빛둥둥섬)가 생겨서 볼거리가 더 많아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여름밤이면 다리에서 멋진 분수쇼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선진국 분위기가 난다. 물론 아직도 여름에 장마가 와서 홍수가 지면 잠지고는 하는 지역이지만 그래도 정비도 잘 되어 있어서 한강시민공원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나 가족들의 산책장소로도 딱이다. 근래는 텐트족들도 많이 등장한 것 보면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다리가 한강에 생길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강다리가 자살을 하러가는 곳이 아니라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