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Book 2018. 11. 20. 05:08

우리나라 간판 만화가 허영만 선생님이 일본 온천여행을 한 것을 책으로 담았다. 책의 부제인 <일본의 숨겨진 맛과 온천 그리고 사람이야기>가 보여주듯이 온천이 주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온천이야기만 하지는 않는다. 온천을 하면서 즐길수 있는 식도락 이야기나 유명 온천이 있는 지역에 볼 것이 무엇이 있는지 소개해준다. 허영만이라는 이름에 책의 내용이 모두 만화로 구성된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으나 만화가 삽화처럼 들어가 있어가 있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만화는 보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아키타, 시즈오카, 아오모리, 가고시마, 오이타, 이바라키, 나가사키, 오카야마, 에히메, 와카야마, 홋카이도 등 13곳의 온천을 허영만과 그와 <식객>을 함께한 동료인 이호준이 같이 가서 느끼고 기록한 것이다. 각 장은 온천, 먹을거리, 볼거리, 구석구석 살펴보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구성을 통해서 두 작가의 느낀 점은 물론이거니와 일본 온천지역에 대한 꽤 상세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심지어 투숙한 호텔과 직접 가본 음식점 인터넷 홈페이지, 전화번호, 주소까지 적어두었다.


다른 온천 가이드북을 비롯한 여행 가이드북 혹은 여행감상문과는 질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은 결정적으로 허영만 작가의 그림이다. 이 책은 글로된 정보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사진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각 장마다 5점 넘게 허영만 화백의 그림을 넣었는데 글과 사진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그림에는 허영만 화백의 친필 글씨도 들어가 있는데 꽤 젊은 필체이다. 이 개성있는 필체는 정형화된 활자와는 다른 매력을 준다. 그래서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내용을 전다해주는 매개체인 그림과 글씨에게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빌려보게 된 이유는 일본에 온천여행을 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책에서 화백께서 밝힌 대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온천문화는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에 가면 당황할 수 있는 일이 종종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혼탕이 알려져 있는데 꼭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라든지, 일본 온천에는 중요한 부분은 가리고 들어온다든지, 마치 우리나라 화장실청소를 아줌마가 하는 것처럼 남탕청소도 여자가 한다든지, 남탕과 여탕이 시간대별로 바뀐다든지, 탈의실에 텔레비전이 없다든지, 크고 작은 부분까지 잘 적어두었다. 아마도 이는 화백의 꼼꼼히 취재하는 버릇에서 비롯되지 않았을 까하는 추측을 해본다.


온천이 주 내용을 이루지만 화백이 일본문화에 대한 생각들도 어렵지 않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가이세키 요리(會席料理)를 이야기할 때 식사 시간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요리가 놓일 때마다 해당 요리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곁들인다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197).” 나도 이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일본 음식이라든지 문화가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데에는 그들 스스로 잘 지키고 발전시키고 알리는데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음식을 당연히 즐겨 먹으면서도 아끼지 못했던 것은 아닌 가하는 생각을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식문화를 아끼고 알리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나라에 본토 한국음식을 먹기위해 오는 외국인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리고 음식과 관련해서 상당한 조예가 느껴졌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그가 <식객>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쌓았기 때문이다. 물론 <식객>에서는 주로 우리나라 한식이 많이 나왔지만 이미 그를 통해 음식이라는 분야에 일가견을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음식에 대한 기본 지식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나오는 평가도 생기 넘친다. 예를 들어, 오마 참치를 먹으면서 최상급 침대에서나 느껴볼 수 있는 안락한 촉감과 함께 싱그러운 지방이 퍼져 나와 봄 눈 녹 듯 입 안에서 스르르 사라진다(64)”라고 표현했다. 이를 읽으면서 역시 화백님은 작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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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