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Book 2016. 12. 25. 19:36

10여년 전 출간된 이 책을 와이프 방에 있길래 보았다. 생각보다 몰입되어서 끝까지 후딱 읽어버렸다. 처음에는 30대 초반의 여성의 고민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며 보았는데, 마지막 김영수씨와 관련된 의혹이 생기는 부분부터 갑자기 미스테리 스릴러로 바뀌는 느낌이 들면서 손에 땀을 쥐며 책장을 넘겼다.

 

일단 가장 핵심되는 주제는 역시 결혼이다. 나야 결혼도 있고 애도 있는데 가치관도 잘 맞고,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 순탄한 결혼을 하고 있는지라,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별 불만이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는 점을 알고 있다. 정말 단순히 나이가 찼다는 이유로 결혼을 서둘러서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인데, 안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백안시 여겨지는 일이므로 많은 경우, 딜레마에 속박되고 만다.

 

어쩌면 희망이라고 봐야하는 지 모르겠지만, 2016년 현재,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있어서 비혼에 대한 낙인의 정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물론 결혼을 하고 싶은 데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결혼을 하지 않는 다는 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만,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라든지, 사회공동체로의 규약은 필요할 수 있겠다. 결혼은 원치 않지만, 결혼이 아닌 모종의 사회적 규약으로 적당한 속박을 원할 수 있거니와, 생각보다 혼자사는 것으로 인한 외로움에 지쳐 궁극적으로 어떤 종류의 만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근래 서유럽에서 많이 보이는 동거형태가 그 중 하나가 될 것인데, 우리도 그 도입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필요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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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Book 2016. 12. 22. 23:04



논문심사를 마치고 오랫 만에 본가에 와서 아버지께서 읽으신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을 보았다. 별 기대 없이 보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여러 재미지고 유익한 글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간을 피곤하게 만드는 온갖 것들을 자연스럽게 묵묵히 받아들여가는 단계야말로, 여행의 본질일 것이다...(중략)...나는 왜 피곤을 찾아서 일부러 멕시코까지 다녀와야만 했던가? 왜냐하면 그런 피곤은 멕시코에서밖에 얻어낼 수 없는 종류의 피곤이기 때문....(90)”

 

이 부분이 너무나도 와 닿았다. 그렇다. 언제나 늘 그렇듯 우리는 여행을 동경하지만, 실상 새로움을 접함의 기쁨은 잠시일 뿐이다. 그리고 노곤함에 빠져들고는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그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피곤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 피곤함이 여행을 기억케 만드는 것이다.

 

이 외에 노몬한 여행기도 흥미롭게 읽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중국에 대한 평가 때문이다. 이런 저런 중국에 대한 이야기하는 데, 한국인인 독자인 나는 아주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중국인이였다면 화가 났을 수도 있겠다. 또한 중국에서 일본인이 벌인 전쟁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는데, 확실히 일본인인 작가가 써서 그런지 온도차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중국인 작가가 혹은 우리나라 작가가 같은 곳을 가서 썼다면 다른 감상평이 나왔을 것이다. 이런 저런 면에서 국가라든지 사회라든지 그리고 개인의 차이에 따라서 같은 세계도 다르게 조망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제목이다. 도대체 원제가 변경(邊境)과 근경(近境)”인데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로 바꾸었는지 모르겠다. 한국제목만 보면 글쓰기 강좌같은 책인데 내용은 그저 하루키의 여행기이다. 하루키는 이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원제가 주는 깊은 풍미는 사라지고 싸구려 느낌만 남았을 뿐이다. 다행히 제목의 첫인상과는 내용이 튼실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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