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독서

Myself 2021. 9. 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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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Book 2021. 9. 7. 17:33

어느 책이 고전이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당시대의 인기를 넘어서 시간이 흘러읽어도 변치않고 의미가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고전이 될 후보로 적합하다(물론 유홍준이 사망시까지 문제가 없어야한다). 1990년대에 나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나라 자연과 문화재는 물론 이거니와 이제는 북한, 중국, 일본까지 그 영역을 넓혔는데 그의 전문지식이 배여든 여행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유익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1994년에 나왔다. 그래서인지 문화재를 제외한 사회 풍겨이 들어가있는 사진들이 예전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흑백사진으로 들어가 있어서 예전 느낌이 물씬 난다. 나는 이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답사기의 중요한 점중 하나는 그 당시의 상황을 잘 담아내는 것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더 오래된 문화재를 설명하지만 곁들여서 1990년대 초반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는 사료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마치 정철의 <관동별곡>1500년대 말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는 오류가능성을 저자가 흔쾌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에는 첫 번째 답사기의 정정과 보완의 섹션을 만들었고 제목으로 나의 오류에 대한 사과와 변명이라는 제목을 써놓았다. 지금이야 독자와 작가가 온라인으로 실시간으로 소통을 할 수 있지만 1990년대만 해도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무슨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정답을 쓴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작가도 충분히 실수할 수 있고 몰랐던 점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솔직 담백하게 인정하고 때로는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이다. 나는 이러한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가 우리나라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저자가 하루는 독자에게 문의를 받았다고 한다. “다름아니라 우리 문화가 고유한 특색을 갖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그것이 혹 국수적인 자기고집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일어나서 여쭙고 싶습니다...우리나라엔 마야의 제단 같은 것도 없고 이집트의 피라미드, 로마의 꼴로쎼움, 중국의 자금성, 인도의 타지마할 같은 세계적인 유물과 비교하면 초라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어요.(157).” 충분히 가능한 생각이다. 우리나라에 다른 나라의 유물을 눌러버릴 압도적인 문화재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현답이 이러한 우문에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 맞습니다. 우리에겐 피라미드도 타지마할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 없는 나라가 왜 우리나라뿐인가요? 일본에 있습니까, 프랑스에 있습니다? 마야의 제단은 마야제국 이외의 나라엔 없던 것입니다. 그런데 왜 세계에서 제일가는 유물만 골라서 우리와 비교하며 스스로 비참에 빠집니까?...그렇게 비교해서 견딜 수 있는 나라와 민족이 어디 있겠습니까?(158)” 물론 우리나라 문화재만 고집하고 숭앙하는 독선을 피해야겠지만 우리 문화재는 아무 것도 없다고 자조할 필요도 없다(실제로도 아니고). 타인의 것도 인정하고 나도 인정하면 된다.

이 책의 석굴암편에 나와있는 석굴암 복원사업에 대한 문제는 지금도 충분히 숙고해볼 만하다. 석굴암이 발견된 후, 일제 강점기, 군사정권 시대를 거치면서 아쉽게 제대로 복원되지 못했다고 한다. 석굴암에 대한 정치권의 지대한 관심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은 어떤 일을 진행시키는 데 중요한 동력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의 관심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재적소에 전문가를 등용하여 너무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개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문화재 발굴, 복원의 일이 많을 탠데 이 원칙을 지킨다면 좋을 것 같다.

 

posted by yslee

<원주한지테마파크>

Exhibition 2021. 9. 6. 21:53

21세기가 도래한지도 20. 어느덧 우리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데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종이의 존재를 점차 잊고 있다. 15년전만 하더라도 지하철에서 무가지를 들고 신문을 보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이란 무슨 의미일까. <원주한지테마파크>에서는 21세기의 종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하는 공간이다.

나는 학창시절에 컴퓨터를 배우기는 했지만 대개 종이책을 본 세대로서 종이가 아주 익숙하다. 이러한 종이의 역사는 생각보다는 짧다. 서기 105년에 중국에서 채륜이라는 사람이 발명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불교가 전해지면서 종이기술도 같이 들어왔다고 여겨지는데 그것이 375년정도라고 한다.

종이의 역사는 그렇다치고 종이와 원주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 있다. 나는 그동안 전혀 몰랐는데 원주가 한지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우선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가 원주에서 많이 난다고 한다. 게다가 원주는 조선시대부터 강원감영이 있었는데 종이의 수요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지를 만드는 곳이 많았다고 한다. 현대에는 한지공장도 많았다고 하는데 점차 수요가 줄어들어서 지금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한다고 한다.

이 원주한지테마파크에서 나는 한지와 종이와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한지는 종이의 한종류이다. 그런데 한지는 우리나라종이라는 뜻으로 닥나무를 주재료로 물과 닥풀을 혼합하여 한지발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손으로 떠낸 종이라고 한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 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일반 사무 A4용지와는 다른 질감을 대번에 알 수 있다.

물론 원주가 한지로 유명하다지만 다른 곳도 충분히 한지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한지와 다른 특징으로는 원주한지는 공예품에 적합하다고 한다. 심지어 종이인데 700년 넘게 보관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점이 21세기 종이의 중요성과 맥을 같이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종이는 실용적인 의미로 사용된다기 보다는 예술적인 의미로 더 사용될 것이다. 종이는 다른 재료와는 다른 종이만의 독특한 질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점을 십분활용하여 예술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원주한지테마파크에서는 종이의 역사와 한지를 제작하는 것에 대해 전시를 했을 뿐만 아니라 한지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시간관계상 아쉽게 전시만 보았지만 한지공예 체험활동이 있었다. 또한 현장에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체험키트도 판매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지아카데미라고 해서 여러 수업도 있었는데 이것은 여러번 하기 때문에 원주에 사는 사람들이 하기에 적합할 것 같다. 이러한 다채로운 행사가 종이가 한물간 매체로 남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살아있는 매력적인 존재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한지테마파크는 한지개발원이라는 사단법인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한지테마파크를 운영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지에 대한 연구와 교류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한지대전을 개최한다든지, 한지활성화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일을 하고 있다. 사실 한지가 대단히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한지와 같이 우리의 문화가 담겨있는 것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몇 세대가 지나고 나면 우리는 한지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거니와 한지가 있는지도 모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사업은 중요하다.

이러한 매력적인 활동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름이다. 물론 요즈음 세계공용어인 영어를 쓰는 것이 낯설지는 않다. 그런데 왠지 한지라면 테마파크라는 이름보다는 다른 예쁜 우리나라 말을 썼으면 어떠했을 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테마파크라고 하니까 뭔가 탈 것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도 용어가 부적합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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