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ald Kettl <The divided states of America>

Book 2021. 9. 9. 00:00

우리나라에서는 분권화는 정도의 차이만 있지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정책방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서울중심 혹은 수도권 중심으로 짜여진 국정운영원리를 지방정부에 권한을 배분하는 것이 골자이다. 그래서 1995년부터는 지방자치선거도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지방분권화의 모델은 미국을 따라하는 부분이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처음부터 분권화가 잘 되어있는 연방제 국가였고 우리나라는 처음은 중앙집권제였고 지금도 중앙집권제이지만 점차 분권화하여 낮은 수준에서의 연방제를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연방제급의 분권화가 바람직하냐의 문제이다.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분권화의 장점은 상당하다. 우선 정부성과를 증진시킬 수 있다.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지방의 사정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공공서비스를 책임지고 제공한다면 시민들이 원하는 공공서비스를 지역에 맞게 누릴 수 있게 된다. 결국 전반적으로 시민들의 만족도가 올라갈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책무성이 증가될 수 있다. 모든 일이 중앙정부에서 처리된다면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에 시민 개인이나 공무원을 책임지게 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권화되어 보일 수 있는 수준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책임규명도 쉬워질 것이다.

이러한 분권화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불평등이다. 중앙집권 국가에서는 지역간 격차가 심해질 경우에 중앙정부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런데 연방제 국가에서는 지방정부에 권한이 비교적 강해서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잘 사는 지역은 더 잘 살 수 있고 못사는 지역은 더 못살게 되는 지역간 부익부 빈익빈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서 벌어지는 지역간 격차를 다방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격차가 미국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진지하게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가 된 것은 미국의 시작 자체가 연방제로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예전 조선시대의 영토를 그대로 받은 것과는 달리 미국은 처음 시작할 때는 지금의 미국영토의 모습이 아니었다. 영국이 지배하는 영토도 있었고 프랑스, 스페인이 지배하는 영토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무주공산같은 곳도 있었다. 그러다가 18세기 중엽에 독립운동이 서서히 일어나서 영국과 독립전쟁을 펼쳐서 미국이 세워지게 된다. 일단 아메리카 대륙 영토가 광활하여 지역색이 아주 뚜렷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교통, 통신수단도 변변치 않은데중앙정부가 지방을 통치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게 더 현실적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현재가 되고 보니 이 연방제가 여러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이 대척점에 서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은 미국만한 영토를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보다 더한 중앙집권제 국가로 운영 중이다. 물론 중국도 중앙집권의 폐해를 깨달았는지 혹은 중앙집권이 비현실적인지 재정분권화는 미국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분권화는 여러 자치영토가 있음에도 제약되어 있다. 그렇다면 연방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인 불평등 문제가 중국에는 없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의 경우에는 동쪽의 연안지역은 매우 잘 살고 서쪽의 내륙지방은 매우 못산다. 그 격차가 미국못지 않다. 이를 보면 격차는 연방제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도주의 입장에 따르면 한나라가 어느 형태의 국가거버넌스를 갖느냐는 행정이 운영되는데 큰 영향을 준다. 미국의 경우에는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이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다. 그럼에도 완벽한 제도는 없고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방제 국가라도 운용의 묘를 찾다보면 핵심적인 문제인 지역격차의 문제도 해결될 수는 없을 지언정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