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외 <중국에게 묻다>

Book 2021. 10. 6. 22:45

중국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도저히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영향을 주고받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두 나라 간에는 공통점도 많다. 하지만 이웃 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다른 점도 있다. 그리고 중국은 나라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공부는 게을리 하면 안된다. <중국에게 묻다>는 중국의 전문가들과의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도시화, 다민족, 인구, 과학정책, 교육정책 등 다양하다. 그래서 책을 읽고나면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대략적인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인구와 관련된 글이었다. 중국도 저출산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일단 이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중국의 인구는 14억으로 도무지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이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만큼 국가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사람도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중국경제발전을 견인했던 것도 많은 인구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로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중국경제의 견인차가 되었다. 그런데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대안으로 많은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무인 택시같은 자동화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이 인구감소로 인한 대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극심한 저출산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도 눈여겨볼 만하다. 물론 아직 중국의 과학기술이 미국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몇몇 분야에서는 우리를 넘어섰다. 우리가 중국보다 잘 산지는 대략 40여년 정도 된다. 개화기 전에는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중국을 가기도 했다. 그리고 개화기 이후에는 우리나라와 중국보다 암흑의 시간을 보냈고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먼저 성공한 후 중국보다 잘 살게 되었다. 그것이 길게 잡아서 70년대 이후라고 하면 40년이 된 것이다. 이 시간을 통하면서 우리는 중국이라고 하면 후진국이라는 관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와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은 수준까지 왔다고 본다. 그리고 어쩌면 우위를 보일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된 사실을 감지하지 못하고 중국의 뒤처지는 모습만 집중한다면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변화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만하다가 큰 아픔을 겪은 적이 우리는 있다. 1600년대 떠오르는 청나라를 오랑케라고 파악하고 무시하다가 국가적인 치욕을 당한 적이 있다. 그리고 개화기 때 빠르게 변화하지 못하고 일본을 무시하다가 식민지 생활을 한적도 있다. 그런데 이를 망각하고 중국을 한심한 나라라고 치부했다가는 또다시 슬픔을 겪을 수 있다. 중국은 우리보다 더 치열하게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투자하고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20127월에 발간되었다. 이 말은 내용은 대부분 2011년에 기반으로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10년이 지난 2021년에 보면 중국이 또 달라져 있는 면은 확인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예를 들어, 교육 부분에서 중국에 세계적인 일류대학이 없다고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10년 사이에 베이징대, 칭화대 같은 중국의 간판대학은 욱일승천하여 세계적인 명문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으로 올라섰다. 그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중국의 학교수준이 많이 좋아졌고 체계화되었다. 이 책이 작성될 때는 후진타오 정권의 말기였는데 이제는 시진핑 정권이 영속화가 된 시절이되었다. 이 시진핑 정권의 영속화는 중국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것이 중국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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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진 외 <딜레마와 제도의 설계>

Book 2021. 10. 5. 23:07

개인이 되었든 국가가 되었든 매일 의사결정을 한다. 수많은 의사결정 중에 어떤 것은 쉽게 할 수 있고 어떤 것은 몹시 어렵게 해야만 한다. 많은 학자들이 특히 어렵게 내려지는 의사결정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였다. 대개는 정보가 부족하거나 정보는 충분한데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서 의사결정자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런데 때로는 가용할 정보도 충분하고 정보를 이용할 능력도 충분한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그 경우를 깊게 고민하여 나온 이론이 딜레마 이론이다.

의사결정자가 충분한 정보과 능력이 있어도 딜레마를 느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책에서는 4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나온다. 첫째, 분절성(discreteness)이다. 의사선택의 대안이 분절되어 있어야 한다(논의의 편의를 위해서 대안이 2개라고 하자). 즉 선택 대안이 절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에 분절성이 없다면 의사결정자는 대충 선택대안을 혼합하여 선택하면 되고 그렇게 되면 딜레마가 생기지 않는다. 두 번째 조건은 상충성(trade-off)이다. 두 대안을 모두 선택할 수 없다. 만약에 대안을 모두 고를 수 있다면 고민이 있을 때 둘 다 선택하면 되므로 의사결정자에게는 딜레마가 생기지 않는다. 세 번째 조건은 균등성(equality)이다. 대안들의 결과가치가 동일해야 한다. 만약에 A라는 대안이 B라는 대안보다 더 큰 효익을 가져온다면 의사결정자는 특별한 고민없이 A를 고르게 될 것이다. 네 번째 조건은 선택불가피성(unavoidability)이다. 만약에 의사결정자가 절충할 수도 없고, 둘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하며, 같은 결과를 내놓는 대안이 있더라도 고르지 않을 자유가 있다면 선택을 포기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상 반드시 선택을 해야만 한다면 의사결정자에게는 딜레마가 생기게 된다.

딜레마 이론은 사회과학 전반에서 응용되고 있다. 이 책에서도 노동위원회 분쟁제도,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수도권 입지규제, 전자정부 추진 등이 소개되어 있다. 딜레마 이론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이윤수의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2019년 논문을 통해서 알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지금도 갈등이 제대로 봉합되지 않은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시작은 영남권에 공항이 더 필요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신공항의 후보지로 경북 밀양과 부산의 가덕도가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이 두 후보지 간의 경쟁이 시작되고 중앙정부에서는 선택의 압박이 느끼게 된다. 이 경우가 의사결정자인 중앙정부에게 딜레마가 되는 이유는 첫째, 가덕도와 밀양이라는 선택지를 혼합할 수 없다. 공항을 대충 밀양에서 조금 짓고 가덕도에 조금 지을 수는 없는 느릇이다. 둘째, 밀양과 가덕도를 모두 선택할 수도 없었다. 물론 수요가 아주 많고 중앙정부가 아주 재원이 풍부하다면 밀양은 밀양대로 공항을 짓고 가덕도는 가덕도대로 공항을 지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우리나라에 공항은 충분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공항을 짓는 데에는 수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항을 2개를 지을 수 없었다. , 공항을 지으려면 둘 중에 하나만 지어야 하는 것이 되었다. 셋째, 기대 결과가 아주 비슷했다. 밀양에 공항을 지으나 가덕도에 공항을 지으나 기대되는 결과가 비슷하였다. 만약에 한쪽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선택지라면 중앙정부에서도 큰 고민없이 우월한 선택지를 고를 것인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가 시간내에 결정을 내려야 했었다. 실제로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치적인 부담에도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안에도 없는 김해공항 증축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는 가덕도에 영남권 신공항을 짓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물론 현실이 이론에서처럼 예측되지는 않는다. 위의 영남권 신공항의 경우도 대안에 없던 결정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는 조금 체계화해서 분석한다면 앞으로 있을 일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posted by yslee

Donald Kettl <The divided states of America>

Book 2021. 9. 9. 00:00

우리나라에서는 분권화는 정도의 차이만 있지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정책방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서울중심 혹은 수도권 중심으로 짜여진 국정운영원리를 지방정부에 권한을 배분하는 것이 골자이다. 그래서 1995년부터는 지방자치선거도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지방분권화의 모델은 미국을 따라하는 부분이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처음부터 분권화가 잘 되어있는 연방제 국가였고 우리나라는 처음은 중앙집권제였고 지금도 중앙집권제이지만 점차 분권화하여 낮은 수준에서의 연방제를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연방제급의 분권화가 바람직하냐의 문제이다.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분권화의 장점은 상당하다. 우선 정부성과를 증진시킬 수 있다.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지방의 사정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공공서비스를 책임지고 제공한다면 시민들이 원하는 공공서비스를 지역에 맞게 누릴 수 있게 된다. 결국 전반적으로 시민들의 만족도가 올라갈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책무성이 증가될 수 있다. 모든 일이 중앙정부에서 처리된다면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에 시민 개인이나 공무원을 책임지게 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권화되어 보일 수 있는 수준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책임규명도 쉬워질 것이다.

이러한 분권화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불평등이다. 중앙집권 국가에서는 지역간 격차가 심해질 경우에 중앙정부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런데 연방제 국가에서는 지방정부에 권한이 비교적 강해서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잘 사는 지역은 더 잘 살 수 있고 못사는 지역은 더 못살게 되는 지역간 부익부 빈익빈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서 벌어지는 지역간 격차를 다방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격차가 미국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진지하게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가 된 것은 미국의 시작 자체가 연방제로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예전 조선시대의 영토를 그대로 받은 것과는 달리 미국은 처음 시작할 때는 지금의 미국영토의 모습이 아니었다. 영국이 지배하는 영토도 있었고 프랑스, 스페인이 지배하는 영토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무주공산같은 곳도 있었다. 그러다가 18세기 중엽에 독립운동이 서서히 일어나서 영국과 독립전쟁을 펼쳐서 미국이 세워지게 된다. 일단 아메리카 대륙 영토가 광활하여 지역색이 아주 뚜렷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교통, 통신수단도 변변치 않은데중앙정부가 지방을 통치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게 더 현실적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현재가 되고 보니 이 연방제가 여러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이 대척점에 서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은 미국만한 영토를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보다 더한 중앙집권제 국가로 운영 중이다. 물론 중국도 중앙집권의 폐해를 깨달았는지 혹은 중앙집권이 비현실적인지 재정분권화는 미국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분권화는 여러 자치영토가 있음에도 제약되어 있다. 그렇다면 연방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인 불평등 문제가 중국에는 없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의 경우에는 동쪽의 연안지역은 매우 잘 살고 서쪽의 내륙지방은 매우 못산다. 그 격차가 미국못지 않다. 이를 보면 격차는 연방제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도주의 입장에 따르면 한나라가 어느 형태의 국가거버넌스를 갖느냐는 행정이 운영되는데 큰 영향을 준다. 미국의 경우에는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이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다. 그럼에도 완벽한 제도는 없고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방제 국가라도 운용의 묘를 찾다보면 핵심적인 문제인 지역격차의 문제도 해결될 수는 없을 지언정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