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근존 <송근존의 미국대통령 이야기1>

Book 2021. 7. 30. 00:08

21세기 최강대국이 미국이라는 것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그 최강대국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대통령제의 국가이므로 대통령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도 낮설지 않은 인물들이 있다. 예를 들어, 워싱턴, 링컨같은 역사적인 인물부터 트럼프나 바이든 같이 최근 대통령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지금 미국의 모습을 만든 여러 대통령이 있다. <송근존의 미국대통령 이야기1>에서는 이미 누구에게나 유명한 워싱턴과 링컨을 물론이거니와 미국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에게 덜 알려진 제퍼슨이나 잭슨, 그리고 아마도 미국인도 잘 알지 못하는 포크까지 5명의 대통령을 이야기했다. 물론 이 5명이 미국의 모든 역사를 이야기하지 않지만 중요한 길목에서 큰 역할을 해서 이들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꼭 역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람들이 각기 다른 성격을 가졌듯이 대통령도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은 약간 수줍은 스타일의 성격이었나보다. 그는 남들 앞에서 연설을 하기보다는 편지로소통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글을 무척 잘썼다고 한다. 토마슨 제퍼슨이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1801년부터 1809년에는 전화기도 없었던 시절이다.(전화기는 참고로 1876년에 발명되었다.) 이 시절 상황을 생각해보면 글도 꽤 괜찮은 소통 방법이었던 것 같다. 연설을 한다고 하더라도 대중매체가 제대로 없었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매우 한정되어 있었다(라디오는 참고로 1896년에 발명되었고 티비는 1927년에 발명되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그의 편지통치도 꽤 괜찮은 방법이 아니었을 까하는 생각을 한다. 시대에 맞는 통치술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물론 연설도 했지만) 트위터를 쓴 것을 생각하면 역시 시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엔드류 잭슨 대통령 부분도 흥미로웠다. 잭슨 대통령은 미국 20달러 화폐의 주인공이다. 근래 20달러에 Harriet Tubman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잭슨 대통령이 원주민을 학살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잭슨이 20달러에 있는 이유가 있는데 우선 영국과의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서민출신이었다. 그 전 대통령들이 잘 사는 귀족같은 사람들 출신이었는데 그는 적수공권으로 출세해서 대통령이 되었고 당시 많은 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도 이러한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받들 고자 잭슨대통령의 초상화를 집무실에 두기도 했다) 잭슨 대통령은 잘 사는 사람들로 구성된 정부를 타파하고자 엽관제를 도입하는데 이로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정부에 기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이 흘러 매관매직의 원인이 되고 가필드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이유가 되는등 문제가 생겨서 직업공무원제로 가게 된다. 그런데 당시의 상황을 모르면 잭슨 대통령이 왜 엽관제를 도입했는지를 모를 수 있다. 같은 제도라도 언제 어떻게 시행했느냐에 따라서 효과가 다를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수확이라면 제임스 포크 대통령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포크라는 대통령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는 1845년부터 1849년 단임으로 재임한 대통령이지만 그의 성과는 꽤 있었다. 그의 업적 중 하나는 오리건과 텍사스 지역을 미국의 영토로 만든 것이다. 사실 미국이 1776년에 독립을 선언하지만 그 후로 영국과 싸운다. 그런데 1846년까지 오리건은 영국이 통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포크대통령에 의해서 이 서부지역이 미국령화된 것이다. 그리고 텍사스는 멕시코로부터 분리되어 미국이 된다. 이러한 영토확장의 계기가 되어 미국은 제국의 길을 걷게 된다. 이를 보면 단한사람이 제국을 만든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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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yborne Carson <The Autobiography of Martin Luther King, JR.>

Book 2021. 7. 13. 23:03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에 한명을 꼽으라면 마틴루터킹 주니어가 있다. 그의 비폭력 흑인인권운동은 현재 미국에서 흑인이 살아가는 데 단단한 토양이 되었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미국에서는 그의 생일을 연방휴일로 지정하였다. 그런데 사실 그에 대해서는 그의 명연설 <I have a dream>을 제외하고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스탠포드의 역사학자 Clayborne Carson이 마틴루터킹의 사료를 취합하여 그의 자서전을 썼는데 그에 대해서 이해하는 아주 도움이 되는 책이다.

마틴루터킹은 1929년생이다(송해선생님보다 더 어리다!). 그가 자라온 시절은 이미 노예해방이 된 후 한참 뒤였지만 흑인이 백인과 같이 학교를 다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같이 버스에도 같이 앉는 것도 금지되는 시절이었다. 명목상으로는 노예가 아니었지만 인종차별은 공공연하게 있었던 시절이었다. 나는 우선 주목할 것이 그의 용기이다. KKK단이 활보하는 미국남부에서 그가 흑인인권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걸고 활동하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실제로 그는 암살당한다)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영리를 위해서 운동한 것도 아니고 백인을 압살하겠다고 운동한 것도 아니고 피부색과 상관없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운동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정신이 널리 알려져야 함은 당연한 일이고 지금도 그의 뜻은 살아있다.

물론 그가 영리를 목적으로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인권운동과 같이 단시간 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더욱 돈이라는 문제는 부각된다. 이 책에서는 초창기 활동가 시절 돈에 대한 딜레마에 대해서 서술되어 있다. 마틴루터킹이 더 활발히 가두시위를 벌이려고 하는데 그 경우에 구속이 되어서 감옥에 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펀드레이징이 안된다. 그래서 동료들이 마틴루터킹보다 시위를 자제하라고 조언한다. 이 딜레마에서 마틴루터킹은 “Friends, I’ve made my decision. I have to make a faith act. I don’t know what will happen or what the outcome will be. I don’t know where the money will come from...But I am asking you to take this faith act with me.”라고 말하고 시위를 하고 감옥에 간다. 다행히 그는 전국적으로 명망을 얻게 되어서 꾸준히 인권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확실히 고민이 되는 순간인 것은 확실하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롭게 본 것은 그가 아이를 4명을 낳았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도 출산율이 많이 낮아져서 지금은 1.7이지만 마틴루터킹이 아이를 낳을 1950년대에 거의 4였다. 그래서 그 당시에 평균의 아이를 낳은 것이다. 그런데 그의 직업의 특성상 4명이나 낳았다는 것이 놀랄만 하다. 그 당시에 인권운동을 하다보면 테러를 당하게 되는데도 4명을 낳은 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가 못살았을 때 출산율이 잘사는 지금보다 높은 것에 버금가는 놀라움이다. 이런 것을 보면 예전 사람들은 지금 사람들과는 다른 강력한 정신상태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마틴루터킹의 자녀 4명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지면(마틴루터킹은 39살에 암살당한다) 다들 잘 자란다. 아버지의 뜻을 따라서 Martin Luther King 3, Yolanda King, Dexter King은 인권운동가로 활동한다. 그리고 Bernice King은 아버지처럼 목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가끔 부모는 사회적으로 크게 업적을 남겼는데 자녀들이 그 업적에 얼룩지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킹가족은 그렇지 않아서 다행히다. 물론 아버지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아버지보다 더 길게 아버지의 뜻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이를 아버지가 하늘에서 보고 흑인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좀 더 나아지는 것을 본다면 그가 걸었던 힘들었던 길을 걸었던 것을 자랑스러워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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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연 <이만큼 가까운 중국>

Book 2021. 7. 12. 17:57

우리나라에서 중국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결정적으로 코로나로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매일 나오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뉴스는 부정적인 뉴스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뉴스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중국에 대해서 화만 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상대를 알아야 전략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이라고 하면 미세먼지나 코로나를 생각하거나 아예 예전으로 돌아가 진시황이나 삼국지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그것도 중국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그래서 중국을 더 알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아무렇게나 공부를 시작하려면 어렵다. 일단 개론서같은 것이 필요한데 이욱연 교수의 <이만큼 가까운 중국>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다. 다방면의 주제를 대중들이 읽기 적당한 교양수준으로 쉽게 저술되어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많은 면에서 다르지만 역시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정치체계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 공산당(중공)은 국가와 결합되어 있다. 이를 당-국가(Party-State)체제라고 부른다고 한다. 국가주석이 대통령같은 역할을 하고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이 국회의장에 해당하고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원 총리 모두 공산당의 최고 직위인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만이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중국 공산당은 1921년에 창당했는데 중화인민공화국은 1949년에 세워졌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우선 정부가 세워지고 각종 정당이 생겼는데 이와는 완전히 다른 점이다. 그래서인지 공산당이 국가보다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느낌이다.

우리는 이 공산당이 마뜩잖아 한다. 일단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에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공산당 자체 우리 체제와는 맞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중국 공산당이 행하는 작태가 적어도 우리가 존경할 만한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 나는 그럼에도 중국 공산당이 중국에 꾸준히 있기를 바란다. 나는 우리나라가 중국가 가장 다른 점이 하나는 한글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체제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중국인들이 마음을 바꾸어 공산당 체제를 버리고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갖는다면 우리는 정말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

1979년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이 후 중국은 경제면에서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 그 후 4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경제규모는 세계최대규모가 되었다. 그리고 일인당 GDP10,000불이 넘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성장할 것 같다. 그래서 몇몇 도시는 우리나라 대도시보다 더 잘 산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이러한 경제적 힘에서 나온 것이다. 그들은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 큰 경제투자를 통해서 그들의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정치체제에서까지 자유민주주의를 들여온다면 정말 강대국이 될 것이다. 지금 중국 공산당이 하는 일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에서 미국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중국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 이유는 아주 자명하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만약에 중국이 정치체제마저 선진화된다면 우리나라가 중국에 비해서 내세울 큰 것 하나가 줄어들 게 된다.

우리가 중국이 싫다고 갑자기 이 땅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다. 그리고 중국은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 사회에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가 원한다고 해도 그들이 자발적으로 바꿀 것 같지 않은 것이 공산당-국가체제이다. 우리는 그들이 당-국가체제가 가지는 문제점을 겪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래야 한국사람이라는 것이 더 자랑스러워질 것이고 세계 사람들이 한국사람은 중국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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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7막7장>

Book 2021. 7. 11. 23:06

청춘에세이의 고전이 된 77장은 이제 나온지가 거의 30년이 다되어간다. 최근에 홍정욱은 50살이 된 기념으로 50이라는 이름의 책을 쓰기도 했다. 자신의 인생을 77장으로 비유했고 책에는 24장까지 쓴 참신한 컨셉이 있었고 아주 특이하게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일을 여는 책이라는 이유로 마침표가 없어서 지금보아도 신선하다(물론 계속 읽다보면 신선함은 사라지고 꽤 자연스러워 진다). 아름다운 청년의 표상이었던 불과 23살에 쓴 그의 자서전을 보고 많은 학생들이 영감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어느 정도는 그랬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많이해서 인지 그의 현재행보는 다소 아쉽다. 인생이라는 것이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다.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중학교 때 도미하여 미국명문고등학교에 천신만고 끝에 입학한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학생회장을 하고 꿈에 그리던 하버드에 입학하게 된다. 이것이 왜 대단하냐면 그 당시가 80년대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많은 학생들이 비교적 어렵지 않게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영어교육도 쉽게 어릴 때부터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입학정보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데 80년대만 하더라도 영어교육은 지금과 차원이 다르게 저열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의 국제화수준이었다. 물론 집안의 도움이 있었지만 거의 패기하나로 맨땅에 부딪치며 엄청난 학습량을 소화했다는 점이 대단하다. 게다가 미국입시는 우리처럼 공부만 잘해서는 안되는데 그는 외국인인데도 사교적으로 활동하면서 놀랍게 학생회장도 한다. 그리고 고등학생인데 우리나라 올림픽 취재로 미국 NBC 방송국 인턴까지 하는등 정말 다방면에서 놀라운 경력을 쌓는다. 게다가 잘 생겼으므로, 무슨 만화주인공같은 스토리가 연출되고 그가 젊은 나이에 자서전을 쓰고 그에 대중이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나는 그가 성취해놓은 놀라운 졸업장(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는 하버드 졸업후 스탠포드에서 로스쿨도 졸업한다)과 국회의원이라는 이력 그리고 신문사 사장에 대단하지만 위대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물론 그의 성취는 일반인을 이루기 힘든 놀라운 조건임을 틀림없다. 그런데 그가 책에서 피력했던 나라를 위한 헌신이랄까 아니면 공동체를 위한 공헌은 부족하지 않나싶다. 물론 범인에 비해 많은 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홍정욱인데 좀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저 스팩왕으로 잘먹고 잘사는 느낌이 더 드는 것은 아마도 그에게 건 큰 기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어떻게 가는지는 개인의 자유의사이므로 내가 왈가왈부할 바는 아니지만 그가 77장에서 보여준 비전이 너무 심원해서 그런지 그가 엄청난 사람이 될 줄 알았던 것 같다.

그의 케이스를 보고 일반화할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리더는 스팩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좋은 학교, 화려한 커리어가 주는 임팩트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런 엘리트 중심의 행보가 사회를 이끌어가는데 정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물론 어느 조직을 맡기기에는 당연히 엘리트도 충분하다) 국정운영에 있어서는 차라리 밑바닥부터 어려움을 겪으며 세상의 다양한 부분을 경험하면서 어려움을 딪고 일어난 사람이 사회의 리더로 더 바람직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낀 것이 홍정욱의 딸이 마약을 소지해서 적발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다. 홍정욱 딸도 공부를 잘 한 모양인데 그가 77장을 쓸 나이에 마약으로 검거되는 것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앞으로 그의 인생이 남아있는데 어떻게 살지 궁금하다. 지금은 무슨 출판사와 식품기업을 운영 중인 모양인데 그의 77장은 어떻게 끝이 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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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 <권력이란 무엇인가>

Book 2021. 7. 10. 23:50

대통령 선거가 다가와서 집권여당에서는 여러 후보들이 토론회를 통해서 자신이 더 나은 후보임을 유권자에게 피력한다. 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토론을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권력을 얻기 위함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주는 권력말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의 권한이 큰 국가에서는 대통령에 당선되어 권력을 쥐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과연 권력은 무엇일까. 흔히 쓰는 단어이지만 생각보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병철의 <권력이란 무엇인가>는 권력에 대한 속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좋은 책이다. 물론 내가 이 책을 읽고 권력에 대한 모든 측면을 이해했다거나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러 경구와 같은 그의 글은 권력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권력이란 타자에게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능력이다(93)

 

물론 대통령같은 공식적 자리에서 나오는 권력도 있겠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필요하다. 일반인에게 권력은 어쩌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를 말할 수도 있겠다. 힘이 없으면 자신을 팔아서라도 굴종해야 한다. 반면에 권력이 있는 사람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할 필요없이 스스로가 스스로답게 살 수 있다.

 

진리조차 권력과 결탁하고 있다. 진리는 권력 의지에 상응하는 구상 또는 구성물이다(56).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늘 진리를 탐구하지만 과연 순수한 의미에서 진리가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자연과학이 아니고서야 사실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편향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편향성이 대개 권력에 의해서 굴절된 것이 많다. 권력은 광범위하게 작동하고 있다.

 

권력자가 무자비한 폭력을 필요로 한다면, 그의 권력 기반은 이미 허약해져 있는 것이다. (5)

 

권력이라는 말은 종종 압제라는 단어와 어울리는데 저자는 이 압제의 허약성에 대해서 논파한다. 폭력을 일삼는 정권은 이미 붕괴직전인 정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강제가 아니라 습관의 자동주의가 권력의 효과를 상승시킨다. 절대적 권력이란 모습을 드러내거나 자신을 지시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명성과 완전하게 합치되어 있는 권력일 것이다. 권력은 부재를 통해 빛을 발한다. (83)

 

폭력으로 점철된 허약한 권력과는 반대되는 세련된 권력은 자발적인 추종을 이끌어 낸다. 이것이 아마도 조셉 나이가 말한 소프트 파워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군사력이나 경제력같은 하드파워도 중요하지만 문화와 같은 소프트 파워도 중요한 이유가 피지배자의 자발적이 추종을 이끌어 내는 데 있다. 이것이 아마도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중국이 최근 많이 발전해서 하드 파워는 강해졌는데 소프트 파워는 엉망진창이다. 하드 파워에만 기댄 권력은 지속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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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주 외 <투표행태의 이해>

Book 2021. 7. 9. 23:39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투표가 없는 곳에서 민주주의가 있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대표자가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노력한다. 다른 시민참여의 통로가 있겠지만 투표만큼 확실하고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시민참여는 없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투표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투표가 간단해 보여도 조금 들여다보면 그 결정까지 다양한 영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투표에 대한 연구물을 모은 <투표행태의 이해>는 투표 그리고 나아가 선거를 이해하기 위해서 큰 도움이 되는 저작물이다.

이 책은 크게 투표행위에 대해서 5가지로 설명한다. 사회학적 접근법, 사회심리학적 접근법, 합리적 선택이론, 인지 심리학 이론, 그리고 신제도주의가 그것이다. 우선 컬럼비아 학파가 만들었다고 하는 사회학적 접근법은 유권자의 선호가 그들이 어떤 사회집단이나 사회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는가에 주요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사회네트워크란 다양해서 그것이 지역이 될수도 인종이 될수도 사회계층이 될수도, 종교가 될수도 있다. 이 설명이 맞다면 선거운동이 유권자 태도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기존 태도를 강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역주의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반면에 미시간 학파의 이론이라고 불리는 사회심리학적 접근법은 정당일체감을 주장한다. 정당일체감이란 유권자가 어떤 정당을 대상으로 하여 상당 기간 내면적으로 간직하고는 애착심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이 정당일체감은 유권자들이 정당보고 투표하게 한다. 정당일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은 옹호하고 반대당에게는 비판적인 눈길을 보내게 된다. 좋든 나쁘든 이런 사람의 행태를 설명하기에 좋은 관점이다.

그리고 합리적 선택이론은 정치경제학에서 내세우는 관점으로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과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유권자가 투표를 할 때 앞으로 잘 할 것 같은 사람에게 표를 주는 것이 전망적 투표이다. 반면에 회고적 투표는 그동안 해온 것은 평가하여 투표를 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선거결과를 보면 회고적 투표가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그동안 잘 했으면 표를 더 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 덜 주어 질책을 하는 것이다.

합리적 선택이론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인지심리학 이론이다. 인지심리학 이론에는 여러 측면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개념은 휴리스틱스라는 개념이다. 휴리스틱스(heuristics)란 후보자의 정책에 대해 특정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유권자가 현재 지식이나 느낌만으로 후보자나 정치적 대상에 대해 적절하게 추론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합리적 선택이론이 유권자가 가용한 정보를 전부 분석하여 판단을 내린다고 가정하는데 반해 휴리스틱스에 기반한 유권자는 몇몇의 정보의 조각으로 대충 판단을 내린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설득력이 있을 때가 많다.

마지막으로 신제도주의는 선거제도가 유권자에 행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다. ‘제도주의라함은 제도주의가 있는 것인데 구제도주의는 국가기관의 공식적인 구조와 법체제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말한다. 이를 비판하고 나온 것이 정치제도 자체에 대한 연구보다는 이를 운용하는 개인(또는 집단)의 형태에 대한 분석 행태주의(behaviorism)였다. 이를 또다시 극복하고 나온 것이 신제도주의인데 선거제도 자체가 유권자의 행태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예를 들어, 비례적 선거제도, 다수결 선거제도 등의 제도특징이 유권자 행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책에서 말한 여러 접근법 중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선거때마다 그 이유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을 가지고 선거를 보는 것은 더 선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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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Book 2021. 7. 8. 14:29

죽음은 그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찾아오는 존재이다. 평소에는 이 죽음에 대해서 잘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인생을 탕진하기도 한다. 그런데 죽음을 마주하게 되면 그제서야 지나온 일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직접 죽음을 맞이하지 않더라도 한번 즈음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준다.

지금도 치료하기 힘든 루게릭병에 걸린 모리교수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 그는 추모하는 사람들이 멋진 말을 해주는 데 정작 주인공은 아무 말도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살아있는 장례식을 거행한다. 사실 살아있는 장례식은 슬프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정리하기에는 딱 좋은 행사인 것 같다. 우리가 죽으면 영혼이 하늘나라에 가서 속세를 본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는 검증된바가 없다. 만약에 죽으면 그대로 끝이라면 죽은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관통하면서 만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다(그들이 장례식에 찾아오더라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죽기전에 직접 한번 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죽었을 때 살아있는 장례식을 이미 치른 사람이 또다시 장례식을 치러야하는 문제가 남아 있을 수는 있겠다. 이 경우에는 가족과 아주 각별히 친한 사람 위주로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꿈들을 두둑해진 월급봉투와 맞바꿔 버렸다 (68).

 

인생은 한번뿐이다. 그런데 생활에 골몰하다 살다보면 어느새 나이는 들고 꿈꾸었던 많은 것들은 저 멀리 사라져버린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생활비를 위한 월급을 받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소진한다. 여기에 쓰여지는 시간으로 인해 한번 뿐인 인생이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제약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랑을 나눠 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 법을 배우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92)

 

인생에 있어서 사랑의 중요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자기를 위한 삶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는 인생도 의미가 있다. 아무리 산해진미라도 혼자 즐긴다면 그 맛이 덜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즐길 수 있어야 더 삶이 풍성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제대로 할 줄 아는가? 혹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집착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고 상대방의 애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교육이 필요하지 않는가 싶다.

 

죽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가 죽음을 두고 소란을 떠는 것은 우리를 자연의 일부로 보지 않기 때문이지. 인간이 자연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니까.(239)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네 (240)

 

대부분 사람이 죽음을 싫어한다. 그래서 죽지 않기 위해서 온힘을 다한다. 진시황도 불로초를 찾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죽음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사망한다는 것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는 또다른 과정의 시작이라고 보는 관념말이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러한 관념을 가져야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사태를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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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성 <채근담>

Book 2021. 7. 7. 22:05

채근담을 익히 알고 있었으나 직접 읽어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채근담의 뜻은 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어 먹을 수 있으면 곧 백가지 일을 가히 이루리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초근목피와 같은 조식을 달게 여겨 그 담담한 맛에서 참맛을 느끼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뜻을 말한다고 한다. 읽으면 격언의 총집합이라고 할 만하다. 어떠한 의미에서 힐링도서의 원조격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세월은 본디 길고 오래건만 마음 바쁜 이가 스스로 짧다고 한다.

 

나이가 갈수록 세월이 너무 빨리 간다. 청소년 때 한 달의 체감이 지금은 1년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친한 친구라도 1년에 한번 보면 꽤나 자주만나는 편이 되었다. 도무지 점점 빨라지는 세월을 막을 수 없어 어떠한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는데 채근담에서 세월의 흐름은 그대로 인데 마음 바쁜 사람이 짧다고 하는 말이 큰 공감을 하였다.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면서 책임질 일도 많이지니 점차 머리가 복잡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마음의 번잡함이 세월이 빠르게 흐르게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기사 할 일없이 부양할 가족이 없다면 시간은 비교적 천천히 흐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는데 그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와 관계없는 뉴스를 덜 보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겠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이가 성겨지는 것은 헛된 형체의 시들어짐에 맡겨 두라. 새의 노래와 꽃의 웃음에서 변함없는 진리를 배우라.

 

요즘 예전과 달리 머리숱이 줄어서 걱정이다. 그리고 눈 밑이 약간 처지는 것 같다. 그렇다 나이가 든 것이다. 노화는 도무지 막을 수 없는 인류의 숙명이다. 그런데 채근담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고 좀더 중요한 삶의 이치를 깨달으라고 한다. 역시 좋은 말을 이행하기 몹시 어렵다. 당장 피부과에 달려가서 시술을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노화를 받아들이라니.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채근담이 씌여질 당시에는 기술이 덜 발전해서 그럴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자연스러운 노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생의 목적에 대해서 더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문득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라. 곧 원망이 절로 꺼지리라. 마음이 게을러질 때에는 문득 나보다 나은 사람을 생각하라. 곧 정신이 절로 분발하리라.

 

채근담을 보면서 가장 내가 실제로 이행하는 글귀를 만나서 반가웠다. 나도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나의 위치에 대해서 불만족스러울 때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나태해질 때에는 나보다 더 잘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배우기도하고 동기부여를 받기도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상대적이었고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의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이겠다. 하지만 현실 사회에서 상대방과의 비교는 불가피할 경우가 많다. 그 비교가 불가피 하다면 좀 더 긍정적으로 비교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채근담이 주는 조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채근담에 적혀 있는 말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모두 통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의 참된 조언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책은 계속 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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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페스트>

Book 2021. 7. 6. 22:32

알베르 카뮈의 여러 걸작이 있지만 페스트는 근래 코로나 사태와 관련되어서 많이 회자되는 작품이다. 카뮈가 페스트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사태를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2차 세계대전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코로나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이 퍼졌을 때 일어나는 사회와 인간군상에 대해서 아주 잘 그린 작품이다. 페스트가 1947년 작품이므로 벌써 70여년이 흘렀다. 그만큼이나 전염병을 대처하는 인류의 자세도 바뀌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공통점도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페스트에 나오는 상황이나 코로나 상황이 비슷한 것은 역시 공포다. 그동안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진보했다. 그래서 인류는 어느 정도 질병을 통제관리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보는 것처럼 완전히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백신을 개발하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렸다. 그 사이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당혹스러움이었다. 새로운 질병, 그것도 전염속도가 무척 빠르고 치명률도 꽤나 높은 상황에 사람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나만해도 약간 기침을 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졸인 적이었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람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활 전반을 지배했고 개운치 않은 기분을 가지고 살아야만했다. 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인간의 본원적인 감정일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도 이러한 원초적인 감정은 계속 될 것이다. 미지의 질병에 대처 방안이 나오기 까지 인류가 가질 수 밖에 없는 감정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페스트 상황보다 더 안좋아진 면도 있다. 소설에서 나오는 상황은 오랑시라는 곳에서 질병이 발생하고 도시가 봉쇄된다. 일단 소설은 이 안을 중심으로 그리기 때문에 다른 곳의 상황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반면에 코로나의 경우에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여 지구 곳곳에 퍼져나갔다. 이는 교통의 발달로인한 세계화로 인한 결과이다. 예를 들어, 1918년에 발생하여 수천만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스페인 독감의 경우에는 다른 곳에서 영향이 적었다. 유렵에만 강타했을 뿐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구촌 어디에서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지구 어디더라도 안전한 곳이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이 세계화가 가져온 문제라면 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도 지금 예전보다 상황이 나아진 것은 역시 의료기술의 발전이다. 100년전과 확연히 다르게 발전된 의료기술 덕에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으면 일단 백신은 없었으나 문제를 완화하는 대책도 내놓게 되었다. 다만 이 문제가 각종 경제적이나 정치적인 문제로 인하여 제대로 풀리지 않은 면이 있다. 예를 들어, 강력한 봉쇄를 하여 단시간 안에 바이러스를 통제하면 좋겠지만 이렇게 되면 경제가 고사하게 된다. 경제는 마치 피의 흐름과 같은데 바이러스를 막겠다고 피의 흐름을 막아버리면 사회전체가 큰 파국에 처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어느 정부나라 쉽사리 문제를 풀지 못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우리 모두 전염병의 심각성을 인지하였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 사태때 음압시설의 부족함을 개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물론 코로나급 사태가 터지면 음압시설을 비롯한 각종 대비시설이 절실하다. 하지만 평소에는 이러한 각종 대비시설이 별 효용이 없다. 각종 대비시설을 만들고 유지하는 비용이 상당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대비시설을 증강하자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동시에 코로나같은 상황은 대비해야 한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정부는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 사태때도 느꼈지만 방역과 경제를 동시에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이번 경우에는 시민들의 높은 정책순응으로 비교적 다른 나라에 비해 잘 넘어가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 참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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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백 <세계화시대의 민주주의>

Book 2021. 7. 5. 23:40

사실 정치학을 배운다고 해서 정치를 갑자기 더 잘한다거나, 갑자기 정치의 흐름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양질의 정치학 책을 읽다보면 현상에 대해서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름대로의 의견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이것이 실생활에 금전적으로 도움이 직접적을 되지 않아서 허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라는 것이 우리 생활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치에 대한 소양을 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임혁백 교수의 <세계화시대의 민주주의>는 임교수가 그동안 써온 글을 모은 것인 데 그의 탁월한 식견과 글솜씨로 책을 읽을 맛이 난다. 그리고 그의 의견을 토대로 여러 아이디어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책에 여러 생각해볼 만한 개념이 나오지만 가장 눈길을 끌었던 개념은 제도화된 불신(institutionalized distrust)이다. 임교수는자유민주주의는 불신의 제도화를 통해서 신뢰를 구축한다라고 이야기하는 데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공무원이 있고 일반시민을 대표하는 입법자가 있다. 그런데 이미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시민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지 않기도 한다. 물론 시민을 위해서 헌신을 다하는 공무원과 정치인도 있다. 하지만 어떠한 정책을 입안할 때나 국정을 운영할 때, 공무원이나 정치인을 성선설입장에서 바라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철저히 성악설의 기반하여 통제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행정학에서는 공공봉사동기(Public Service Motivat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개념은 다양한 하위요소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이다. 소방관이나 국립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을 보면 이러한 동기를 느낄 수 있다. 반면에 니스칸넨을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공무원은 이기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본다. 물론 본 이론에서는 부처의 크기를 크게하고 자신의 권력을 증강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지만 요즈음 LH공사 직원이 부동산 투기 행위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각종 정책을 쓸 때 시민의 입장에는 후자의 입장에 서야한다고 본다.

공직자들의 각종 비리와 비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책에서도 언급이 되지만 투명성을 높여야한다. 최근 공군에서 여성부하를 성폭행하여 여성장교가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은 성폭행하는 것이 증거로 남겨져 있었다. 아마 이러한 증거가 없었더라면 분명히 공군에서는 그런일이 없었다고 쉬쉬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요즘 군인들에게 나오는 밥의 질이 엉만진창이라는 것도 휴대폰이 반입이 되고나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아마 휴대폰이 없었다면 그런 일이 없었다고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이렇게 썩어 있는 곳에 햇빛을 쐬게 하면 문제는 완화될 여지가 있다.

아마 그저 사람을 신뢰한다면 문제는 반드시 재발한다. 아주 사람을 믿지 못하는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이를 철저히 제도화하고 정책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역설적으로 신뢰로운 사회가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앞서 공직자의 경우를 이야기했는데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CCTV는 사회 신뢰를 증가시키는데 획기적인 역할을 한다. 물론 CCTV가 있다는 것은 사람을 못믿겠다는 것이다. 모두 믿을 수 있다면 CCTV는 필요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기계가 없었을 때 얼마나 많은 거짓말이 있었을 것이며, 억울함이 있었을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불신을 기반으로 한 CCTV가 사람들 서로를 배려하게 만든다.

불신을 통해서 신뢰를 만든다는 말이 어불성설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거래비용이 적게드는 방식으로 불신을 제도화 시킨다면 사회는 더 신뢰가 번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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