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손자병법>

Book 2020. 5. 26. 11:36

손자병법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읽지는 않았어도 한번즈음 이름은 들어본 책일 것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이름만 알고 있었다가 40이 가까워 오는 이 시기에 손자병법을 읽었다. 중국 고대 군사학책을 읽는 다고 갑자기 나의 처세술이 갑자기 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책으로서 읽고, 이런저런 성찰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고전의 손자병법의 손자는 손무라는 설도 있고 손빈이라는 설도 있다. 기원전 500여년 전 사람이기 때문에 정확히 손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일단 손무는 제나라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나라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그 외의 그의 생애에 대한 것은 워낙 오래전 일이라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손자는 글을 간결하게 썼다. 예를 들어 壯者智信仁勇嚴也라고 썼다. , 장수는 지혜, 신의, 인자, 용기, 엄정의 다섯 가지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짧은 글에 후세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주석을 달아서 그의 뜻을 해석하였다. 학영사에서 나온 현대인을 위한 동양고전신서에서의 손자병법은 김석환씨가 주석을 단 것이다. 그래서 글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역사적 예를 들어 손자의 말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도 하였다. 김석환씨 뿐만 아니라 고래로 많은 사람들이 주석을 남겼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조조가 남긴 것이라고 한다.

손자병법은 시계편, 작전편, 모공편, 군형편, 병세편, 허실편, 군쟁편, 구변평, 행군편, 지형편, 구지편, 화공편, 용간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편당 5개에서 20개 정도의 말들을 써놓았다. 워낙 오래 전에 쓰여졌기 때문인지 보편적인 말들이 많이 많다. 그래서 지금도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親而離之라고 말했는데 적들이 친밀하면 그 사이를 벌어지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아주 간명하지만 지금도 어렵지 않게 현재의 상황에도 적용이 가능한 조언이다.

손자병법 중에서 가장 마음의 드는 문구는 用兵之法無恃基不來하고 恃吾有以待也하며 無恃基不攻하고 恃吾有所不可攻也. 뜻은 그러므로 용병법은 적이 오지 않으리라고 믿어서는 안되고, 아군이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 적이 공격하지 않으리라고 믿어서는 안되며, 우리에게 적이 공격하지 못하도록 방비하는 능력이 있음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이다. 이 문구를 읽는데 영화의 존윅 3의 부제로 알려진 파라벨롬이 생각났다. “Si vis pacem, para bellum”에서 나온 문구인데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남을 믿고 대비를 하지 않으면 결과는 패배일 뿐이다. 물론 머리로는 이상주의적 생각을 할 수 있을 지언정 현실적으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세상이다.

그리고 읽다보면 아주 익숙한 문구들이 나온다. 흔히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문구가 나오는데 상당히 반가웠다. 曰 知彼知己하면 百戰不殆하고 不知彼而知己하면 一勝一負하며 不知彼不知己하면 每戰必敗라 하도다. 이는 그러므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운다 하더라도 위태롭지 않다. 적을 알지 못하고 나만을 알면 한번은 이기고 한번은 지게 된다. 그러나 적을 알지도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 마다 반드시 지게 된다. 오늘날 경영학에서는 SWOT분석으로 자기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처한 상황도 파악하고 상대방의 특성도 알고 상대방이 처한 특성도 연구한다. 지금이야 그런가 보다 싶은 말들이겠지만 기원전 500, 글자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많지도 않은 시절을 고려하면 얼마나 탁견인줄 알 수 있다.

손자병법과 같은 고전을 읽는다고 갑자기 세상이 바뀌거나, 돈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고전을 읽다보면 예전 사람들도 꽤나 고민을 하고 살았구나하면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부딪친 고민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게 된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마음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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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TV 2020. 5. 17. 01:27

최근 종영한 <부부의 세계>는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나는 배우자의 외도라는 아주 해묵은 주제가 아직도 이렇게 인기인가라는 통탄을 금하지 못했었는데, 조금 보고 굉장히 몰입하였다. 주제 자체가 자극적인데다가 연기를 아주 잘 했고 각본도 잘 쓰여진 덕분일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좋은 작품일수록 너무 몰입해서 감정소모가 굉장히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부의 세계를 처음부터 보지 않았고 뜨문뜨문 시청했는데도 이태오의 머리를 날려 버리고 싶은 충동을 여러 번 느꼈다. 게다가 마지막회에 이태오가 차에 치어 죽지 않아서 너무너무너무 아쉬울 지경이었다(물론 이태오가 차에 치어죽으면 그 운전자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자체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세상을 떠나기를 보면서 기대했는데 그것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일단 이 드라마의 문제의 근원은 이태오이다. 다른 부분도 많이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유부남 이태오가 어린 여자와 바람피고 지선우와 이혼하고 여다경이랑 재혼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이 이태오라는 인간을 보면 결혼은 누가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안할 수가 없다. 일단 결혼이라는 것은 희생이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으면 애당초 결혼을 안하면 된다. 그런데 삶의 안정감을 찾고 싶다며,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다는 이유로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런 이유로 결혼을 했다면 대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희생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찾는데, 그것을 치를 대가는 생각을 안하는 것 같다. (물론 요즘 비혼주의자가 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의미로 현명한 사람들이 늘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권태기가 오고 새로운 사람에 사랑을 빠지는 상태에 돌입하는 “I don’t love you anymore”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지극히 미국식으로 특별히 생활에는 문제가 없는데, 뜬금없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잘 살고 있는 배우자에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 떠나버린다. 그리고 그 둘의 사랑의 결실인 자녀는 부모를 사이에 두고 왔다갔다한다. 나는 이 “I don’t love you anymore”의 문제점이 새롭게 만나서 사랑에 빠진 사람과 영원히 행복하게 갈 것이라는 가정에 있다고 본다. 새롭게 만난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권태기가 오고 또다시!!! “I don’t love you anymore”에 봉착하게 될 수 있다. 현재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데, 그것은 분명히 부부사이에 자녀가 없어야 용인이 될 것이다. 자신의 찰나적인 감정에 빠져서 어린 자녀에게 씻을 수 없는 충격을 주는 것은 극단적인 이기주의이다. 예를 들어, 이태오가 여다경이랑 사랑에 빠졌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면 또!! (물론 극중에서는 놀랍게도 지선우에게 다시 가려고 하지만) 다른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그러면 그 사이에서 난 딸은 충격을 또 받게된다.

부부의 세계를 보면서 또 느낀 것은 과연 이태오는 개과천선이 가능한가이다.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태오는 여다경에게 버림받고 지선우에게 다시 가려한다. 이 때 사람은 정 때문에 (혹은 아들의 부모라는 이유로) 또다시 받아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 나는 성인이 된 후에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 조주빈이나, 예전에 오원춘같은 친인공노할 인간들에게 갱생이라는 단어를 쓰기 조차 아깝다. 이태오는 그 정도 급은 아니지만 주위에 많은 사람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가슴아픔을 남겼다. 이는 몇마디 사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이다. 죽을 때까지 사회와 타인을 위해서 백골진토하면서 살아도 용서가 될 까 말까한 것이다.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이태오같은 인간이 잘 사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남에게 (이유없이 자기 이익 때문에) 눈물을 흘리게 한자는 반드시 보복당해야 한다. 그러면서 지선우가 이태오를 제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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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길 <고쳐 쓴 한국근대사>

Book 2020. 5. 3. 20:40

우리나라의 근대사는 어렵다.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특별히 잘 되는 것이 별로 없던 시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사를 잘 살펴보아야지 지금 살아가는데 반추가 될 수 있다. 물론 학창시절에 국사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우 간단한 사실도 망각하는 경우도 흔하다. <고쳐 쓴 한국근대사>는 예전에 읽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신선하게 다가 왔다. 아마도 같은 책이라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우선 조선의 국가경쟁력을 저하시켰다고 여겨지는 당쟁이 눈에 끌었다. 사실 당쟁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사람이 모이면 다른 의견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다른 의견에 따라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미국정치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이슈 중에 하나도 당파성(partisanship)으로 인한 거버넌스의 붕괴인데 이런 것을 보면 당쟁이 우리의 고유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썼듯이 병자호란 이후 조선이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으로 인하여 신진문화의 유일한 수입로였던 중국과의 문화교류를 줄이고, 정치적 탄력성을 잃어버린 것은 앞으로 다가올 아픈 현실의 씨앗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새로운 문화의 도입을 차단한 채 유교주의적 명분을 정권 쟁탈과 그 유지의 수단으로 삼아서 왕위계승의 적서 문제 같은 일에나 골몰하는 등 백성의 현실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만 신경을 썼다. 이러한 문제는 지금도 꼭 생각해보아야 한다. 같은 주장이나 정책이라도 단순히 상대방이 주장한다는 일이라고 반대를 하고 트집을 잡아서 방해나 하면 나라의 현실을 암울해진다. 중국 산동성의 인구의 반정도 밖에 되지 않고, 중국 산동성의 크기보다 작은 이 나라에서 서로 편을 갈라서 당파의 이익을 위해 권력투쟁을 하고 있으면 우리의 운명은 예전의 불우했던 시절을 답습할 것이다.

조선시대 역사를 보면 답답한 구석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하지만 21세기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내가 그 때로 돌아가면 아마 어쩔 수 없었음을 느낄 것이다. 일단 신분사회였다. 지금도 물론 부의 대물림으로 인하여 계층이 나누어져있다. 하지만 신분이 아예 정해져버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노비가 있었다. 1886년 노비의 신분세습제가 폐지되고 1894년 갑오개혁으로 인하여 사노비제도까지 혁파되기 전까지는 노비가 있었다. (게다가 이는 법제상으로 노비의 신분해방이지, 실질적으로 노비가 완전히 없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 ,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신분제라는 것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신분에 따라서 생각하는 것도 배우는 것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그래서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 그래서 지금 왜 평범한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냐고 말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일이다. 현재 북한 사람들이 소수의 몇몇 빼고는 노비같은 삶을 살지만 아직도 세습정권에 조용히 길들여져 있는 것을 보면, 체제 안에서 다르게 생각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양반 지배체제의 와해와 민중세계의 성장이고 2부는 외세 침력과 근대 민족국가 수립의 실패이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서서히 침략당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물론 이 부분을 읽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괴롭다. 전혀 유쾌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부분은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국제화시대라고 하지만 국가라는 조직에서 살아가는 한 국가의 운명은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국권을 피탈당하고 그 후 고통당하는 사실은 반복해서 배워야, 또다시 그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아픔을 당했던 분들이 희생이 아쉽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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