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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매일 선택을 하며 산다. 작게는 오늘 먹을 점심메뉴를 선택하는 데 고민을 한다. 그리고 크게는 전공선택이나 진로선택을 할 수 있다. 그 크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 어떠한 사람이 체화된다. 그리고 어떠한 사람을 평가할 때 무슨 선택을 했는지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 선택을 보면 쉽게 수긍이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떠한 경우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특히 납득이 잘 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사람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시정부 시절 국무부 장관을 했던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의 경우, 그가 공화당 정부에서 일하게 된 이유가 나는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미국 공화당의 경우에는 링컨대통령을 필두로 한때 노예해방을 위해 힘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 형국이 바뀌어 공화당은 흑인 인권에 소홀히 한 당이 되었고 반대로 민주당은 흑인 인권에 적극적인 당이 되었다. 1964년 민주당 존슨대통령 정부시절 통과된 민권법은 흑인 인권 향상에 크게 공헌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보면 흑인인 미국인들을 민주당을 지지해야만 할 것 같다. 실제로도 다수의 흑인이 민주당을 지지한다. 그런데 공화당을 지지하는 흑인이 있다. 그리고 콘돌리자 라이스처럼 적극적으로 공화당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람을 보면 마치 부산사람인데 기아타이거즈를 응원하고 거꾸로 광주사람인데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하는 것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그에 대한 전기를 읽으면서 흑인인 그가 공화당이 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Condi takes a ribbing from their black friends for being a Republican, but she is firm and confident in her position. “I’m in the GOP for the right reasons,” she said. “I like our foreign policy stance better. I really am a smaller government person. I don’t think every solution is in Washington.” (p.122)
내가 그를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흑인이 그의 친구들이 무슨 공화당이냐고 놀린 모양이다. 이에 대해서 그는 3가지 이유로 공화당원이 되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첫째는 공화당의 외교정책이 마음이 들었다. 둘째, 공화당이 지향하는 작은 정부를 지지하였다. 셋째, 문제의 해결책이 워싱턴에만 있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사실 어느 정당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사용될 수 있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누군가는 정당의 경제정책에 중점을 둘 수 있고 어떠한 사람은 복지정책을 가중치를 두어서 선택할 수 있다.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서 그 기준을 다를 수 있다. 또한 정당이 모든 면에서 개인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는 않는다. 다수의 정책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있지만 몇 개 안되는 정책이 몹시 마음에 들 수 있다. 그래서 생각의 결을 같이 하는 정책의 수가 많더라도 그 정당을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딱 하나의 정책이 마음에 들어서 그 정당을 지지할 수도 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대단히 거만한 고정관념이 될 수 있다. 다른 이유로 흑인이더라도 공화당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선택을 궁금하면 뭍지도 않고 한심해 여기지 말고 왜 그랬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처럼 대답했다면 그의 선택은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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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9일 <더 라이브>에서는 김진욱 공수처장 청문회, 코로나 백신, 비트코인 등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요점 중심으로 간명하게 다루었다. 매체의 중심이 TV에서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로 중심축이 바뀌는 현시대에 잘 맞게 구성되었다. <더 라이브>에서는 우선 유튜브에 올라오는 실시간 댓글을 소개한다. 그리고 유튜브에 풀영상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 전체가 올라오기도 하고, 영상클립 형태로 주제별로 업로드되기도 한다. 그래서 시청자의 니즈에 따라서 골라 볼 수 있다.
묵직한 궁중요리 같은 시사뉴스를 가벼운 스낵처럼 소화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첨예하게 대립되는 정치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등 사회문제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가벼운 시사 프로그램을 표방하더라도 근본이 없는 것도 아니고, 중량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더 라이브>는 사실에 근거하여 방송한다. 시사 프로그램이 다른 드라마 프로그램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사실에 근거하여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고, 지금까지 무탈하게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중량감은 초대 인사로 판단될 수 있다. <더 라이브>에서는 장관, 국회의원부터 대학교수 등 사회의 지도층과 전문가가 출연하여 사안이 되는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설명한다. 이러한 점이 이 프로그램이 단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진행자 최욱은 개그맨 출신인 방송인이고 반고정 게스트인 박지훈은 법조인이다. 물론 개그맨이라고 해서 재미 만을 주고, 변호사라고 해서 웃음을 주지 않을 필요는 없다. <더 라이브>는 어려운 뉴스를 쉽게 전달한다는 점을 목표로 했기에 게스트가 무미건조하면 진행자가 톤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요즈음 최욱은 손석희 아나운서보다 더 무거운 느낌이다. 박지훈 변호사가 개그를 담당하지 않았다면 정통 시사 프로그램이나 다를 바 없는 느낌이다. 이런 점에서 최욱이 유머를 더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라이브>가 생동감있는 시사프로그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예전 JTBC의 <썰전>이 떠오른다. 하지만 기본적인 구성원 포맷이 다르다. 특히 진행자인 오언종 아나운서는 훈련된 전문 방송인으로 프로그램의 기틀을 잡아주고 있고 잡아주어야 한다. 시청자는 오언종 아나운서에게 웃음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정제된 언어로 이 프로그램이 공중파 방송임을 잊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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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희 교수가 집필한 <현대중국정치제도와 과정>은 중국 그리고 특히 중국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저작이다. 그런데 정치학을 전공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행정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정치학 책이 행정을 연구에 큰 도움이 되는 이유는 중국정치와 행정이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많은 <행정학 원론> 교과서 서두에서 나오는 정치행정일원론과 이원론 논의에 있어서 중국은 철저히 정치행정일원론을 따르는 국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 행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치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중국 정치학에서의 중요한 주제인 정치제도의 역사적 연원, 중국선거제도, 공산당-군-행정부와의 관계, 대만과의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었다. 이 책의 장점은 중국정치를 전공을 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일 뿐 만 아니라 일반 대중이 읽더라도 이해가 될 수 있게 어렵게 쓰이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공서로서도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교양서로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혹자는 중국의 정치나 행정에서 특별히 우리가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견으로는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14억 인구를 관리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로 그들의 정치적 작동 방식을 알지 못한다면 그들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에서 정부는 비즈니스부터 문화까지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중국과 자주 교류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국정부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행정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이 책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제4장 주민자치와 기층거버넌스였다. 중국에서 정부와 시민(인민이라고 불러야 더 적합하겠다)의 관계는 우리와 그것과는 양적, 질적으로 다르다. 중국의 경우, 정부에서 인민을 일방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인민들의 요구를 듣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중국의 밀레니엄 세대도 성인이 되었다. 이들은 예전 세대와는 다르게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세대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 중국 정부가 다양해진 인민들의 요구를 어떻게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지도 하나의 과제이다. 이 책에서도 중국 정부의 변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주민자치와 더불어 눈여겨본 부분은 제6장 연방제 논의와 제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중국은 아무리 중앙집권제를 추구하지만 영토가 너무 넓어서(참고로 산동성 하나만해도 우리나라보다 넓다) 근본적으로 지방정부에게 어느 정도의 자치권을 맡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방정부에 어느 정도 자치권을 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정부간 관계에 있어서 통제와 자율사이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일이 어떻게 풀리는지 이 책을 보면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 정치와 행정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중국어 표기이다. 이 문제는 이 책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중국에 대한 도서를 보면 대체로 신해혁명 이전의 중국인이나 명칭은 우리나라식 발음으로 표기하고, 그 후는 현재 중국어 발음과 비슷하게 표기를 한다. 개인적으로는 신해혁명 이후의 중국명칭도 우리 식으로 부르는 것은 어떨 까 한다. 왜냐하면 한글로 한자를 읽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성조 때문에 정확히 중국명칭을 발음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2쪽에 웬스카이(袁世凱)이름이 나온다. 그런데 내가 발음한다면 “유우엔 쓰! 카아이”로 읽을 것 같다. 차라리 중국어 특유의 성조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우리나라 방식으로 원세개로 쓰고 읽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다.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2019년에 개정된 이 책은 중국정치행정분야의 최신 문제는 물론이고 부록으로 2017년에 수정된 중국공산당 장정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저자는 중국인민공화국 헌법이 실었다. 중국공산당 장정과 중국인민공화국 헌법이 중국정부의 행동을 모두 설명하지는 않지만 중국정부이 작동하는 근본적 원리를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과는 어떻게 다른 지를 확인하면서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가깝게 위치하여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중국정부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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