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투명사회>

Book 2021. 5. 20. 03:52

 

색다르고 굵직한 의견으로 유명한 철학자 한병철의 <투명사회>는 한번즈음 제대로 깊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 책이다. 투명성은 시대의 화두이다. 행정학이나 정치학에서는 투명성을 자우 중요한 모토로 삼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부투명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게다가 과학기술의 발전은 투명성을 크게 늘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투명성의 장점이 이미 많이 논의되었다. 하지만 반론도 아주 크지 않지만 나타나고 있다. 한병철의 <투명사회>도 투명성에 대한 경고라고 볼 수 있다. 나는 투명성이 거버넌스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점에서는 한병철의 여러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투명성이 장점이 단점을 상회하기 때문에 더 증진시켜야 한다고 본다.

우선 한병철의 의견에 가장 동의하는 것은 투명성이 오히려 정책효과성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즉각 공개된다면, 정치는 필연적으로 호흡이 짧아지고 즉흥적 성격을 띠게 되며, 그러다가 결국 잡담과 같이 얄팍해질 것이다...일이 숙성하도록 놓아두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140)

어떠한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비공개는 필수적이다. 모든 정책이 대중에 노정되었을 때 정책의 호흡은 빨라 지고 근시안적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정책이 꼭 필요하지만 인기가 없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 정책과정을 모두 보여준다면 정책이 논의되기도 전에 자초될 것이다. 게다가 저자가 말했듯 투명성의 독재 속에서는 주류에서 벗어나는 의견이나 일반적이지 않은 아이디어는 아예 입 밖으로 꺼내기도 어렵다(141).” 정책에 대한 논의를 하다보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때로는 엉뚱하기도한 이야기도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모두 공개된다면 참여한 사람들은 입조심은 물론이거니와 뻔하고 안전한 이야기만 하게 될 것이다. 혁신은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뼈아픈 손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한병철의 투명성에는 향기가 없다(69)”며 비판하는 데에 있어서 동조하기 힘들다. 한병철의 가장 큰 문제는 투명성에 있어서 정보의 방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투명성을 그저 모든 사람이 서로의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는 것으로 고려한 것 같다. 특히 정부가 시민을 감시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래서 투명성의 강제는 기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25)”라는 말을 하거나 전면적 감시 속에서 투명한 사회는 비인간적인 통제사회로 전락한다(97)”는 말을 한 것 같다.

David Heald는 일전에 투명성에는 방향성이 있음을 밝혔다. 그래서 정부가 시민을 보는 것과 시민이 정부를 보는 것은 다르다고 보았다. 한병철은 이를 모두 섞어서 이야기하였다. 나는 시민이 정부의 정보를 보는 것을 부분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활동의 결과로 나타난 정보는 반드시 시민에게 공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책임감있게 일을 할 것이다. 그리고 부패라는 악취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정부가 시민을 감시하는 것은 제한적으로 이루어 져야한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정보공개법이 제정되어 시민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정부는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개해야한다. 하지만 몇몇 경우에는 정보공개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수사중인 사건에 대한 정보나 외교에 관련된 정보는 정보공개 대상이 아니다. 정부투명성은 원숙한 민주주의 사회 조성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어떻게 얼만큼 정보가 수집되고 공개되어야 하는 지는 꾸준히 논의되어야 한다. 그래야 더 효과적으로 정보가 시민들을 위해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