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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베스트 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는 베스트 셀러가 될만한 책일 뿐만 아니라 고전의 대열로 갈만한 책이다. 출간된 지 지금 읽어도 전혀 시사점이 줄어들지 않았다. 굉장히 난해하게 느낄 만한 철학 내용을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서 풀어낸다. 그래서 철학의 중요성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어쩌면 더 커졌다는 생각을 하게된 책이다.
이 책에서는 현재에도 논쟁적인 여러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 가장 내 이목을 끌었던 문제는 소수집단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문제였다. 소수집단우대정책을 간단하게 말하면 소수집단에 속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입학시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이 소수집단우대정책은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주로 흑인이나 라틴 아메리카 인종의 학생에게 가산점을 준다(입학서류를 넣을 때 인종을 물어본다). 이 문제는 아직도 치열하게 그 정책의 바람직함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정책이 지지되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가 시험 격차를 보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험점수에 학생의 노력과 지능이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겠지만 사회경제적인 요소도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잘 사는 학생이 90점 받은 것과 빈곤층 학생이 90점 받은 것은 의미가 다르다. 이러한 차이점을 보정해 주고자 소수집단우대정책을 펼치는 데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농어촌전형선발 과정이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입학하는 학생은 다른 일반전형과는 다른 기준으로 평가되어서 선발된다.
두 번째는 다양성 증진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비슷한 사회적 배경의 사람들로만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사회의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가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논의되는 것이 대표관료제(Representative bureaucracy)인데 사회구성원과 비슷한 비율로 사람을 뽑자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논리가 과거의 잘못을 보상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꽤 오랫동안 노예제가 있었다. 그래서 많은 흑인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예전의 백인이 저지른 과오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흑인같은 소수인종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소수자우대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논리 자체도 논쟁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입학에 있어서 소수자우대정책 크게 논쟁적이지는 않다(물론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논쟁은 매우 치열하고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 확대를 논의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를 다르게 조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최근 뜨거운 젠더문제로 말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가부장 중심의 사회로 여성이 차별당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고자 세계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여성부도 있고, 여러 여성정책이 실행되고 있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1번은 무조건 여자에게 준다든지, 혹은 성인지반영 예산을 고려해야 한다든지 여러 가지 정책들이 입안되고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정책은 많지 않다.
미국의 소수자우대정책이 비판받는 것처럼 젠더정책이 비판받고 있다. 특히 과거 남자들에게 차별받았다는 이유로 현재 여성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마도 많은 젊은 세대의 남자의 경우에는 차별은 어머니 세대가 받았는데 특혜는 현재 여자들이 받냐고 반문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젠더정책을 시행할 때 왜 시행해야 하는 지를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양성평등이라는 거대한 이유로 거칠게 실행하면 반드시 반발에 부딪치고 말 것이다. 아마도 젠더정책이 의거해야 할 이유는 다양성 증진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는 대중을 설득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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