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티의 지층들>

Book 2021. 5. 18. 21:32

 

<모더니티의 지층들>은 사회에 관심있어 하는 여러 학자들이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주제에 대한 글을 모은 책이다. 자본주의부터 어린이에 대한 개념까지 다양한 이야기 수록되어 있고 모두 직간접적으로 우리 삶과 관련되어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여러 흥미로운 주제 중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조원광씨가 쓴 <자본주의와 계급이론>이었다. 이 챕터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이의 갈등을 그렸는데 꽤나 솔직한 분석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노사관계는 오랫동안 매우 중요한 사회적인 이슈였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경영진을 향해 투쟁을 벌이는 것을 익숙하게 봐왔다. 하지만 언제가 이러한 모습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비정규직과 정규적간의 갈등문제이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탄력적인 고용제도라는 미명 아래 비정규직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 20여년이 흐른 지금 비정규직은 우리 삶에서 당연한 존재가 되었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미묘한 갈등이 시작되었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둘 다 프롤레타리아트다. 어찌되었건 부르주아지에 종속되어 노동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들은 단결하지 않았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같은 노동자나 동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용주와 다름없이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박대한다...상당수 노동자들은 더 이상 혁명을 지향하지 않는다. 대신 조금이라도 더 부르주아지와 가까운 위치에서 안정을 누리고 싶어한다. 정규직의 눈에 비정규직은 내 밥그릇을 위협하는 경쟁자일 뿐이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동지로 바라볼 수 있는 프롤레타리아트의 시선과 눈을 잃어버렸다. 대신 부르주아지의 시선과 눈을 마련했다. 그 시선과 눈은 부르주아적 삶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차 있다(155).”

노동자들은 숫자는 많지만 권력에 있어서 힘이 많지 않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목소리를 내야 겨우 경영진이 들을 까 말까한다. 그런데 노동자 사이의 반목이 생기면서 노동자들가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더욱 작아지게 되었다. 궁극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라고 할 지라도 그들의 위치는 더 위협받게 되는 아이러니에 처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이유 중 하나가 자본주의적 욕망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현실의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하는 것은 그들의 심성이 고약하고 사악해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우리는 과연 자본주의적 욕망을 벗어날 수 있는가? (169)” 정말 정확한 분석이다. 나도 저자의 분석에 깊이 동의한다. 회사가 살기 위해서는 노동비용을 줄여야 하고, 비정규직을 통해서 같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면 내 월급도 오를 수 있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정규직이 되면 비정규직 사람들의 사정은 딱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강력한 자본주의적 욕망에서 벗어나느냐이다. 물론 경제가 팽창하는 시절에는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수축사회에서는 이러한 상호가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이타적으로 자신의 수입을 줄이면서 연대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인지 저자도 특별히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열망을 다른 열망으로 바꿀 수 있는 대책을 반드시 강국해보아야 한다.

이 간단하지 않은 문제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노동의 종말이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하여 나날이 사람이 필요없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사이의 연대는커녕 정규직 노동자 자체가 사라지게 생겼다. 그동안의 노동문제를 풀던 방정식을 완전히 바꾸어야 할 시대가 도래하였다. 새로운 방정식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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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