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다녀왔습니다>

TV 2021. 5. 28. 02:38

KBS에서 2020328일부터 2020913일까지 방영한 <한 번 다녀왔습니다> 본격 이혼가족드라마이다. 그동안 KBS 주말드라마라고하면 갈등은 있지만 이혼을 본격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혼한 딸들이 주인공이 되어서 KBS에 나오는 것을 보면 사회가 많이 변한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예전에도 우리사회에서 이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혼하는 것이 TV에 방영되고 이 이혼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여주면 이혼을 조장(?)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이혼하는 것은 쉬쉬하고 TV내용으로 다루는 것이 터부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혼한 이야기를 방영하지 않는다고 이혼율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혼한 것을 미화(?)한 것으로 보일 때 몇몇의 시청자가 이에 영감을 받아서 이혼을 더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일단 이혼하는 것을 독려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과 혹은 문제가 있는 사람과 억지로 사는 것 자체도 큰 고통이다. 이러한 고통을 감내하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물론 이혼이라는 과정이 결혼과는 달리 괴로움을 대개 수반한다. 그리고 자녀가 있다면 이혼으로 인한 후유증이 더 클 것이다. 이를 섬세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가정 중에 이혼사람이 여럿이므로 나름 다양한 케이스로 이혼의 실태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이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드라마므로 현실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KBS 드라마가 대개 그렇듯 주인공급의 등장인물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의미있는 것은 저럴 수도 있겠구나 정도의 생각을 하게는 하는 것이다.

이혼이야기가 나와서 우리나라 이혼율을 조금 찾아보았다. 2020년 기준으로 이혼건수는 106500건이라고 한다. 조이혼율은 2.1이라고 한다. 조이혼율이란 특정 1년간 신고한 총 이혼건수를 당해 연도의 연앙인구로 나눈 수치를 1,000분비로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연앙인구란 출생률과 사망률을 산출하기 위해 이용해 주로 1년의 인구 중 그 해의 중간일인 71일의 인구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때의 인구수를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조이혼율은 연간이혼건수을 주민등록연앙인구으로 나눈 후 1,000을 곱하면 된다고 한다.

요즘 세태를 보면 마치 이혼을 급작스럽게 많이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혼율은 크게 늘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에 조이혼율이 2.5였는데 반해 2020년에는 오히려 줄어서 2.1이다. 내 추측으로는 이혼을 원래하고 있었는데 예전에는 이혼한 것에 대해서 함구하고 살았는데 근래 들어서는 당당하게 말하지는 않더라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치 예전보다 더 많이 이혼한 것처럼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서 또 놀란 사실은 생각보다 서울 이혼율이 평균보다 늘 낮고, 인천과 제주도가 평균보다 늘 높은 것이었다. 평소에 서울이라고 생각하면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인지 개인주의적인 서울사람이 같이 잘 살지 못하여 이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평균보다 낮아서 의외였다. 이와 달리 제주도는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이혼을 생각보다 많이 해서 의외였다. 그런데 약간 통계에 허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원래 제주도 사람이 아닌데 제주도에서 이사가서 이혼을 해서 통계에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혼관이 급격하게 바뀌는 세태를 <한번 다녀왔습니다>는 다루었다. 30년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였는데, 앞으로 30년 후에는 어떠한 가족형태를 다룰지 궁금하다. 그 때도 KBS식의 주말드라마가 유효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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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센델 <정의란 무엇인가>

Book 2021. 5. 27. 02:51

 

전세계 베스트 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는 베스트 셀러가 될만한 책일 뿐만 아니라 고전의 대열로 갈만한 책이다. 출간된 지 지금 읽어도 전혀 시사점이 줄어들지 않았다. 굉장히 난해하게 느낄 만한 철학 내용을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서 풀어낸다. 그래서 철학의 중요성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어쩌면 더 커졌다는 생각을 하게된 책이다.

이 책에서는 현재에도 논쟁적인 여러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 가장 내 이목을 끌었던 문제는 소수집단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문제였다. 소수집단우대정책을 간단하게 말하면 소수집단에 속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입학시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이 소수집단우대정책은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주로 흑인이나 라틴 아메리카 인종의 학생에게 가산점을 준다(입학서류를 넣을 때 인종을 물어본다). 이 문제는 아직도 치열하게 그 정책의 바람직함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정책이 지지되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가 시험 격차를 보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험점수에 학생의 노력과 지능이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겠지만 사회경제적인 요소도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잘 사는 학생이 90점 받은 것과 빈곤층 학생이 90점 받은 것은 의미가 다르다. 이러한 차이점을 보정해 주고자 소수집단우대정책을 펼치는 데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농어촌전형선발 과정이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입학하는 학생은 다른 일반전형과는 다른 기준으로 평가되어서 선발된다.

두 번째는 다양성 증진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비슷한 사회적 배경의 사람들로만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사회의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가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논의되는 것이 대표관료제(Representative bureaucracy)인데 사회구성원과 비슷한 비율로 사람을 뽑자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논리가 과거의 잘못을 보상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꽤 오랫동안 노예제가 있었다. 그래서 많은 흑인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예전의 백인이 저지른 과오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흑인같은 소수인종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소수자우대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논리 자체도 논쟁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입학에 있어서 소수자우대정책 크게 논쟁적이지는 않다(물론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논쟁은 매우 치열하고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 확대를 논의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를 다르게 조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최근 뜨거운 젠더문제로 말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가부장 중심의 사회로 여성이 차별당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고자 세계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여성부도 있고, 여러 여성정책이 실행되고 있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1번은 무조건 여자에게 준다든지, 혹은 성인지반영 예산을 고려해야 한다든지 여러 가지 정책들이 입안되고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정책은 많지 않다.

미국의 소수자우대정책이 비판받는 것처럼 젠더정책이 비판받고 있다. 특히 과거 남자들에게 차별받았다는 이유로 현재 여성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마도 많은 젊은 세대의 남자의 경우에는 차별은 어머니 세대가 받았는데 특혜는 현재 여자들이 받냐고 반문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젠더정책을 시행할 때 왜 시행해야 하는 지를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양성평등이라는 거대한 이유로 거칠게 실행하면 반드시 반발에 부딪치고 말 것이다. 아마도 젠더정책이 의거해야 할 이유는 다양성 증진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는 대중을 설득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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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온더블럭>

TV 2021. 5. 24. 03:14

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하는 <유퀴즈 온더블럭>은 퀴즈라는 매개체로 사회의 각양 각색의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잘 알려진 연예인, 공무원, 대학교수, 대학생, 연구원 등등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는 프로그램이다. 너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섭외한 인물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철저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사전조사를 잘 한다면 문제의 인물을 제외할 수 있고, 그렇다면 큰 사고 없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유재석은 유재석이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슨 형식의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유재석이 맡으면 안정감이 느껴진다. 유재석은 뭔가 우리나라 김치처럼 도무지 지겨운 수준을 넘어서 생활이 된 느낌을 준다. 같이 진행하는 조세호도 양배추 시절의 불안정한 느낌은 전혀없고 어느 정도 원숙미를 보여준다. 그래서 왠지 이제 조세호도 단독으로 엠씨를 해도 좋을 정도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단독으로 하더라도 유재석의 위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세호가 못한 다기 보다는 유재석이 예능 프로그램의 정석이 되어 버렸다. 만약에 대한민국에서 예능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뭍는다면 유재석이 하는 것을 보면 될 것 같다. 그는 하나의 기준점이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포스트 유재석은 유재석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TV라는 매체에서 유튜브를 비롯한 개인방송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에서 전통적 의미의 TV의 마지막 영웅은 유재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포스트 유재석이 유재석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공중파에 남아 같이 늙어가는 세대에게는 새로운 사람보다 유재석같은 안정감이 있는 사람이 최고이기 떄문이다. 그리고 유재석의 철저한 자기 관리는 아마도 유재석이 앞으로도 롱런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궁극적으로 유재석도 노인이 될 것이고 언젠가는 은퇴하고 죽을 것이다. 아마 그가 죽으면 그 때는 대중매체로서 TV는 아예 위력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미래의 인류가 영상매체를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50년 넘어서 매체는 어떻게 진화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미래의 한국인은 유재석이라는 남자를 어떻게 기억할 지도 궁금하다.

이미 나는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고 본다. 예를 들면, 유퀴즈에 섭외된 충주시 공무원의 경우에는 그가 일단 유튜브를 통해서 유명해졌고 그를 TV에서 섭외해서 방송을 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충주시 공무원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유튜브로 시청하였다. 게다가 충주시 공무원이 유재석을 만난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하는 것을 또 유튜브로 보았다. 이렇게 이미 TV와 개인방송 사이에는 벽이 허물어져 버렸다. 충주시 공무원 뿐만 아니라 그것을 알려드림으로 유명한 진용진의 방송편도 매체의 혼합을 느낄 수 있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개인방송을 통해서 유재석 같은 인물이 여럿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유재석 정도되는 국민 엠씨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국민이라는 단어를 쓸만큼 많은 사람이 한사람을 바라볼 경우는 이제 드물 정도로 취향이 다변화되었다. 그리고 워낙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왠만한 특급 종교인적인 삶을 살면서 스캔들 하나 말실수 하나 안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도처에 추락할 거리들이 난무하는 데에서 유재석 급으로 올라가는 것은 이제 마치 84년 롯데 최동원이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한 것 만큼이나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여러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대중들의 욕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유퀴즈 온더블럭>같은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어떤 매체에서 누가 그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인가의 문제일 것 같다. 혹시 AI 로봇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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