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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는 한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드라마였다. 총 시즌 6으로 종영한 커뮤니티는 모두 시청하고 나서는 분명한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인 Jeff Winger가 학위를 따기 위해서 작은 Greendale College에 찾아오고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의 이런저런 모습을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한다.
여느 잘되는 드라마처럼 등장인물간 합이 아주 잘맞는다. 제프를 중심으로 남자쪽으로는 Troy와 Abed가 두 축을 맡고 있고 여자 쪽으로는 Annie와 Britta가 맡았다. 그리고 든든한 배경으로 Pierce와 Shirley가 밑바탕이 되어준다. 그리고 감초 역할로 Chang과 Dean이 나타난다. 이렇게 9명이 기본적인 구성원이 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그들 사이의 캐미가 아주 돋보인다.
이들 사이의 캐미 이외에 마음에 드는 것은 그들의 부족함이다. 너무 완벽한 등장인물하면 어쩌면 거부감이 일어날 수 있다. 현실에서는 그런 경우는 몹시 드무니까 말이다. 커뮤니티 칼리지는 하버드 대학교 같은 엘리트가 다니는 곳이 아니다. 공부를 조금 못하거나, 뒤늦게 필요에 의해서 다니거나, 혹은 교양을 쌓으러 다니는 곳이다. 그래서 등장인물도 뭔가 한구속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매력적인 것은 그들이 같이 도우며 살면 여러 어려움도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에피소드에서는 조금 바보같아서 투닥투닥하더라도 대화를 통해서 갈등을 봉합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잘 나온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왜냐하면 대학교이기 때문에 교수가 아니고서야 학생은 대개 4년이면 졸업을 하고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시즌 4까지가 완성이어야 한다. 물론 이런 저런 이유로 휴학을 한다면 1년 정도 더 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태생적 한계에도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다보니 시즌을 6까지 하게 된다. 주인공인 제프가 그래서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가 다시 교수로 돌아오는 모양새를 취하게 된다. 그리고 몇몇의 친구들은 다른 전공을 공부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물론 커뮤니티 팬들이야 시즌 4에서 종료하는 것이 아쉬워서 더 하는 것이 좋았겠지만 시즌 5부터 약간 무리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일단 운영위원회같은 것으로 교수와 학생이 결합하여 미팅을 하는 것으로 본래의 스터디 그룹이 진화한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그린데일을 위한 여러 일들이 있는 것으로 이야기가 이끌어져 간다. 그런데 조금 이야기가 시즌4까지보다는 어색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교수와 학생사이가 친구이다보니 (중간에 연애도 한다) 뭔가 관계가 부적절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것은 교수와 학생사이에 어느 정도 벽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한국인인 나의 편견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제프의 신분이 바뀌면서 그 전의 학생으로서의 동질감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이것이 재미를 반감시켰다.
그럼에도 시즌 5나 시즌 6가가 가치있는 이유는 여러 실험적인 시도 때문이다. 예를 들어, GI Joe를 오마주해서 출연진 전체를 만화화하여 영상을 만든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VR세계에 빠져있는 학장의 모습이 가상현실에서 움직이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다채로운 풍자를 보여주는 것도 신선한 시도였다. 이러한 재기발랄한 시도도 계속할 수는 없고 간사하게도 계속하게 되면 보는데 버겁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마지막 회에는 아예 제작자와 출연진 그리고 뭔가 시청자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려는 장면이 나오는데, 뭔가 특이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그만이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어느 드라마나 아쉬움이 있다. 커뮤니티도 아쉬움이 있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시즌 4까지 빡세게 하고 끝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커뮤니티 덕분에 꽤 유쾌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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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99은 뉴욕을 배경으로 한 경찰드라마이다. 그동안 뉴욕경찰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여럿 있었다. 그런데 브루클린 99이 다른 드라마와 차이를 크게 두는 것은 유머다. 시종일관 거의 대부분 분위기가 가볍다. 그래서 예를 들어, 블루블러드(Blue Blood)와 같은 경우에는 시청하다가 무거운 주제라던지 너무 슬픈 주제로 인하여 마음의 쓰임이 클 때가 있다. 반면에 브루클린 99은 아주 가볍게 시청할 수 있다. 심지어 꽤나 무거운 분위기를 가져야 할 때 조차도 가볍게 넘어가기 때문에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할 수 있다. 가뜩이나 현실이 녹록하지 않는데 드라마를 보면 그 현실이 더 부각되거나 마음이 더 아플 수 있는데 브루클린 99은 경찰, 범죄물을 다루면서도 놀랍게도 가볍게 볼 수 있다.
출연진 라인업이 아주 균형잡혀 있다. 우선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Jake Peralta와 그의 동료이자 연인인 Amy Santiago가 대들보처럼 서있다. 제이크의 성격이 이 드라마의 성격을 판별지었다고 볼 수 있다. 경찰에 대한 업무에 대한 열정은 가득 그리고 웃음도 가득이다. 그리고 그와 잘 어우러지는 에이미가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경찰서장으로 있는 Ray Holt가 극중 조직의 중심 축을 이룬다. 특이한 점은 경찰서장이라는 어쩌면 보수적인 자리에 성소수자 흑인을 놓았다. 때때로 이 점이 부각이 되면서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제이크와 에이미의 동료로 Charles Boyle과 Rosa Dias가 나온다. 찰스는 제이크의 가장 친한 동료이기도 한데 그의 감수성 넘치는 삶은 웃음을 일으킨다. 로자는 너무 넘치는 흥분을 누르기라도 하듯이 무뚝뚝하다. 아마도 출연진 모두 가벼우면 오히려 재미가 없을 탠데 로자의 무뚝뚝함이 균형을 이루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이 외에 Terry Jeffords와 서장의 비서이자 민간인인 Gina Linetti도 비중은 좀 더 적지만 꼭 필요한 존재이다. 테리는 대단한 근육질을 가지고 있지만 요거트를 사랑하는 말랑말랑한 감수성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내에는 꼼짝 못하는 애처가이다. 반면에 지나는 남성위주의 조직일 뿐만 아니라 경찰도 아니면서 전혀 꿀리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며 일하는 여성이다. 이 두명의 반전매력은 극을 더 재미있게 한다.
또한 감초역할을 하는 무능하기 짝이 없어서 도무지 조직에 필요없을 것 같은 스컬리와 히치콕도 중요하다. 마치 그룹 쿨에서 김성수가 별로 하는 일이 없어보여도 김성수가 빠지면 쿨의 느낌이 살지 않는 것처럼 히치콕과 스컬 리가 없으면 브루클린 99도 뭔가 허전하다. 그리고 이들은 결정적일 때 한방을 친다. 전혀 기대가 없다가 성과를 내면 오히려 평소에 잘 하다가 결정적일 때 못하는 사람 더 좋을 때가 있다. 이 두명의 능청스러움이 드라마를 완성시킨다.
시즌이 7까지 나오고 그동안 이들을 지켜보면 시청자들은 그들에게 친구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시청자는 물론이고 출연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처음에는 일 때문에 만나게 된 사이이지만 좋은 시간 어려운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점차 가족이 되어 간다. 그래서 자신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심지어 제이크와 에이미처럼 결혼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진화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훈훈하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심지어 장수프로그램이었던 전원일기도 끝이 났고 그토록 인기였던 프렌즈도 끝이 났다. 브루클린 99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아마도 브루클린 99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두 전근가고 은퇴하면서 자연스럽게 세상가가 그러하듯 끝이 날 것이다. 하지만 같이 했던 시간들은 그들의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남아서 기억의 한편으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힘인 것 같다. 그 과정을 박제해서 영원히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기는 역할을 한다. 뉴욕에 가면 브루클린 99에 찾아가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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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출판사에서 발간된 <배따라기>는 김동인 작가의 단편소설 <배따라기>, <약한 자의 슬픔>, <태형>, <감자>, <광염소나타>, <광화사>, <발가락이 닮았다>, <붉은 산>, <김연실전>가 담겨 있다. 작가는 1900년에 태어나 1951년에 돌아가셨다. 그만큼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지루하거나 이해가 안되지 않고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100여년에 쓰인 만큼 그 당시의 사회상도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김연실전>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여성이 100여년 전에 어떠한 환경에 놓여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진명학교 설립되면서 어느덧 평양 시민에게 기생학교라고 부름을 들었다. 장래의 기생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 아니었다. 현재 재학생 중에 기생이 많다는 뜻도 아니었다. 아직도 옛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평양 시민들은, 자기네의 딸을 학교에 보내기를 꺼린 것이다. 더욱이 그 때의 학령이라는 것은 열 살 이상 열다섯 내지 열일열덟이었으매, 그런 과년한 딸을 백주에 길에 내놓으며, 더욱이 새파란 남자 선생한테 글을 배운다든가 하는 일은, 가문을 더럽히는 일이며, 잘못하다가는 딸에게 학문을 가르치려다가 다른 일을 될 것을 염려하여, 진명여학교의 설립을 무시하여 버렸다. 그 대시 내외를 그다지 엄히 지킬 필요를 느끼지 않는 기생의 딸 혹은 소실의 딸들이 이 학교에 모여들었다. 이렇게 되기 때문에 더욱이 여염집의 딸들은 이 학교를 천시하고, 드디어 그 칭호까지도 진명학교라 부르지 않고 기생학교라 부르게 된 것이다.”
진명학교는 지금 서울에 진명여고로 아직까지 있는 유서깊은 학교이다. 지금 여자가 학교를 다닌 것을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정신병자일 것이다. 그리고 여자학교를 기생학교라고 칭하는 일은 더욱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100년 전만 하더라도 여자가 학교를 다니는 것을 남자는 물론이거니와 여자조차도 백안시여긴 것이다. 가끔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이 얼마나 일시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의 관념을 바꾸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생각에 너무 맹목적으로 믿음을 가지지 말고 다른 의견에도 귀기울이는 것에 대해 소홀히 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진명학교의 예는 극명하게 사회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하지만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점이 있는 구석도 있다. <발가락이 닮았다>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묘사를 보면 다음과 되어 있다.
"노총각 M이 결혼했다. 32세였다고 한다. M은 가난하였습니다. 매우 불안정한 어떤 회사의 월급쟁이였습니다. 이 뿌리 약한 그의 경제 상태가 그로 하여금 늙도록 총각으로 지내게 한 듯도 합니다."
물론 지금 32세라고 해서 노총각이라고 불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변화는 나름 최근에 생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남자들은 대학 졸업하고 취직한 다음에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긴적이 있었다. 그래서 30대가 넘어가면 나이가 든 것이 아닌 가하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30대는 아직도 청춘이고 40대정도 되어야하지 노총각이라는 말이 나올까말까한다. 그것도 ‘노총각’이라는 말이 결혼을 해야한 다는 관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근래는 점차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비혼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이서 노총각이라는 단어자체가 용도폐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결혼을 하고 싶은 데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청년세대에서 결혼을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경제문제일 것이다. 이 경제문제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을 소설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소설에서 사회적인 배경을 읽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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