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Book 2018. 9. 28. 12:58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신경과 전문의 이라부 이치로 선생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라부 이치로 선생의 관점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그의 환자의 관점에서 이라부 선생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 책은 총 5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인 고슴도치에서는 야쿠자, 책 제목이기도 한 2부인 공중그네에서는 서커스 단원이, 3장인의 가발에서는 이라부의 동창인 의사가. 43루수에서는 야구선수가, 5여류작가에서는 작가가 병원에 가서 이라부 선생을 만나면고 변화를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라부 선생은 참으로 쾌활하다.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서 편견이 없다. 문신이 가득한 야쿠자를 만나면 의사라고 해도 움추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라부 선생과 그의 듬직한(?!) 간호사는 전혀 거리낌이 없다. 환자가 유명 야구선수나 작가가 되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을 직업이나 지위로 보지 않고 사람 그 자체로 보는 것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라부 선생의 특징은 적극적이다. 실제로 야쿠자가 행동하는데 따라가기도 하고, 공중그네를 타기도 하고 동창이 장난치는 것을 같이하기도 하고, 야구를 하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이러한 일상생활의 범주를 넘는 적극심은 그의 삶을 풍부하게 한다.

 

그의 환자들은 신경과의 특성상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다. 이라부 선생의 친구가 가진 충동불안이라든지, 작가가 가진 강박증세라든지, 야구선수가 겪는 슬럼프라든지, 증상은 다르지만 겉보기에는 멀쩡하나 속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라부 선생의 상식을 깨는 쾌활함으로 그러한 병은 호전된다. 특히 이라부 선생이 직접 서커스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탓하는 망상에 빠진 마음의 아픔을 앓고 있는 서커스 단원은 문제를 직시하게 된다. 정신과 의사로서 어쩌면 그의 행동은 별나지만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오히려 다른 어느 약보다 효과적이다.

 

아쉬우면서 현실적인 면은 이라부 선생이 상당한 금수저라는 것이다. 36세의 나이에 자기 이름을 단 병원을 가지고 있고, 포르쉐를 타고 다는 데에는 아버지가 일본 의사협회 유력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손님이 별로 없지만 병원을 운영해 갈 수 있고, 자기 마음대로 병원 문을 몇 일간 닫고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러 다니는 호방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원래 타고난 것이 호방한 것인지, 아니면 환경이 그를 호방하게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가난하고 기혼에 아이가 몇 명인 상황에서 소설 책에 나온 것처럼 행동했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이러한 금수저 유형의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들은 하루 하루의 먹고 살거리를 연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삶을 관조하고 여유롭게 살 수 있다. 소설가는 이러한 현실적인 타입의 사람을 잘 그린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며 호쾌하게 사는 이라부 선생의 인생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까지는 없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재미있기 때문에 읽을 만하다. 특히 장인의 가발에서 다쓰로가 장인이자 학계의 권위자인 노무라씨의 가발을 이라부의 도움을 받아서 벗기는 장면은 정말 웃겼다. 지하철에서 읽는데 웃음을 참느라 정말 혼이 났다. 우울증 같은 마음의 근심이 있을 때 읽어보면 마치 이라부 선생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 같아 추천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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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