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무 생각 없이 텔레비전을 보고 싶을 때 즐겨보는 <프리한 19>에서 점점 추워지는 날씨를 맞이하여 세계온천 2탄을 마련하였다. 그 어느 주제가 되었든 순위를 정해서 19개의 소재를 알려주는 이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정보의 만찬장이다.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라지만 <프리한 19>만큼은 바보상자라는 오명을 벗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보고 나면 재미있게 지식을 쌓은 듯한 느낌을 받아서 보람차다.


온천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 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온천으로 잘 생각하기 어려운 러시아, 중국, 태국, 필리핀, 호주, 오스트리아, 폴란드, 멕시코, 캐나다, 헝가리, 이탈리아 온천을 소개하는 데 보는 것만으로도 견문이 넓어졌다. 온천이라고 하면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같은 동양인이 주로 하는 줄 알았건만 거의 전세계 사람들이 즐길 만큼 세계 곳곳에 온천이 있었다. 게다가 온천 스타일이 다양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또한 소개된 온천은 그 나라를 대표할 만한 온천이 나와서 그런지 보는 내내 경탄을 자아내며 시청하였다.


프리선언을 한 대표적인 아나운서인 전현무, 오상진, 한석준이 진행을 하는데 3명 사이의 나름의 캐미도 쏠쏠하다. 기본적으로 3명이 친분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정보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마다 사사로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방콕에 있는 온천을 소개하면서 오상진이 한석준가 커피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방콕에 있는 온천에 가면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소개해준다. 물론 한석준이 커피를 좋아하는 이야기는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계속 온천정보만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더 보는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3명이 정보를 소개하는 것이 주업무지만 서로 수다를 떠는 것도 방송의 재미를 돋워 준다. 이것이 이 프로그램의 전신격인 <강용석 고소한 19>과의 차이점이다. 강용석의 경우도 혼자 진행을 하면서 가끔 앞의 스텝과의 대화를 통해서 단순한 정보진행의 지루함을 극복했는데, <프리한 19>의 경우에는 스텝과의 대화가 필요없이 3명의 아나운서가 수다를 나누면서 단조로움을 극복한다. 그리고 강용석과 3명의 아나운서의 공통점은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강용석이 길바닥 지식이 더 많다고 한다면 3명의 아나운서는 교과서적 지식 위주인 느낌이다. 3명의 아나운서의 캐미가 좋지만 어쩔 수 없는 아쉬운 점은 같은 직종으로 있다보니 다양성이 떨어지고 지식확장이 한계가 있다. 그래서 3명이 있음에도 강용석 곱하기 3의 효과는 내지 않고 있다.


<프리한 19>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아마도 작가들이 아닌가 싶다. 우선 이미 <프리한 19>133회나 진행되었다. 게다가 이상민, 조우종이 진행하는 <차트를 달리는 남자>같은 비슷한 종류의 프로그램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소재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한 주제에 19개의 소재를 구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소재를 구하면 그 소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물론 19개의 소재나 소개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아주 깊게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소재별로 정확한 내용을 구하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요즈음 같이 모든 사람이 전문가인 시대에는 잘못된 정보를 방송하면 그 자리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는 기본적으로 정보 프로그램인 <프리한 19>의 신뢰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료는 다른 곳에서 가져오는데 가져올 때 자료출처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가 단순히 밝히고 가져오면 되지 않고 기본적으로 저작권자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 자료출처를 잘 밝히는 것은 잘하는 일이지만 허락을 잘 구하는 지는 알 수 없다. 앞으로 자료출처를 밝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료사용허락을 잘 구해서 롱런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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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Book 2018. 11. 20. 05:08

우리나라 간판 만화가 허영만 선생님이 일본 온천여행을 한 것을 책으로 담았다. 책의 부제인 <일본의 숨겨진 맛과 온천 그리고 사람이야기>가 보여주듯이 온천이 주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온천이야기만 하지는 않는다. 온천을 하면서 즐길수 있는 식도락 이야기나 유명 온천이 있는 지역에 볼 것이 무엇이 있는지 소개해준다. 허영만이라는 이름에 책의 내용이 모두 만화로 구성된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으나 만화가 삽화처럼 들어가 있어가 있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만화는 보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아키타, 시즈오카, 아오모리, 가고시마, 오이타, 이바라키, 나가사키, 오카야마, 에히메, 와카야마, 홋카이도 등 13곳의 온천을 허영만과 그와 <식객>을 함께한 동료인 이호준이 같이 가서 느끼고 기록한 것이다. 각 장은 온천, 먹을거리, 볼거리, 구석구석 살펴보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구성을 통해서 두 작가의 느낀 점은 물론이거니와 일본 온천지역에 대한 꽤 상세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심지어 투숙한 호텔과 직접 가본 음식점 인터넷 홈페이지, 전화번호, 주소까지 적어두었다.


다른 온천 가이드북을 비롯한 여행 가이드북 혹은 여행감상문과는 질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은 결정적으로 허영만 작가의 그림이다. 이 책은 글로된 정보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사진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각 장마다 5점 넘게 허영만 화백의 그림을 넣었는데 글과 사진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그림에는 허영만 화백의 친필 글씨도 들어가 있는데 꽤 젊은 필체이다. 이 개성있는 필체는 정형화된 활자와는 다른 매력을 준다. 그래서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내용을 전다해주는 매개체인 그림과 글씨에게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빌려보게 된 이유는 일본에 온천여행을 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책에서 화백께서 밝힌 대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온천문화는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에 가면 당황할 수 있는 일이 종종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혼탕이 알려져 있는데 꼭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라든지, 일본 온천에는 중요한 부분은 가리고 들어온다든지, 마치 우리나라 화장실청소를 아줌마가 하는 것처럼 남탕청소도 여자가 한다든지, 남탕과 여탕이 시간대별로 바뀐다든지, 탈의실에 텔레비전이 없다든지, 크고 작은 부분까지 잘 적어두었다. 아마도 이는 화백의 꼼꼼히 취재하는 버릇에서 비롯되지 않았을 까하는 추측을 해본다.


온천이 주 내용을 이루지만 화백이 일본문화에 대한 생각들도 어렵지 않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가이세키 요리(會席料理)를 이야기할 때 식사 시간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요리가 놓일 때마다 해당 요리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곁들인다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197).” 나도 이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일본 음식이라든지 문화가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데에는 그들 스스로 잘 지키고 발전시키고 알리는데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음식을 당연히 즐겨 먹으면서도 아끼지 못했던 것은 아닌 가하는 생각을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식문화를 아끼고 알리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나라에 본토 한국음식을 먹기위해 오는 외국인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리고 음식과 관련해서 상당한 조예가 느껴졌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그가 <식객>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쌓았기 때문이다. 물론 <식객>에서는 주로 우리나라 한식이 많이 나왔지만 이미 그를 통해 음식이라는 분야에 일가견을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음식에 대한 기본 지식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나오는 평가도 생기 넘친다. 예를 들어, 오마 참치를 먹으면서 최상급 침대에서나 느껴볼 수 있는 안락한 촉감과 함께 싱그러운 지방이 퍼져 나와 봄 눈 녹 듯 입 안에서 스르르 사라진다(64)”라고 표현했다. 이를 읽으면서 역시 화백님은 작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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