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의 원고지>

Book 2018. 3. 17. 17:38

글 쓰는 사람처럼 한량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글쓰는 사람이 고뇌를 하고 고민을 해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한숨을 쉬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옆에서 보면 너무 한심해서 잔소리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를지 모르겠다.

 

김탁환 선생님의 <원고지>를 읽으면서 나는 소설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아주 많이 공감하였다. 책의 부제인 "어느 예술노동자의 황홀한 분투기"가 잘 어울리게 글을 쓰는데 있어서 작가로서의 스트레스를 솔직하게 적어놓았다. 예를 들어 "몸이 아프다. 초고를 마치면 늘 찾아오는 병치레인가?(99)" 그의 솔직함에 크게 공감하였다. 나도 글을 열심히 쓰고 나면 몸이 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한 글을 공개해주어서 고마웠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덕목도 배워둘만한다. 예를 들어 결국 나를 증명해주는 것은 이 소설뿐이다(146).” 이 문구가 와닿았던 것은 글의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글은 한번 쓰여지고 출판이 되고 나면 영원히 남는다. 현시대 사람뿐만 아니라 미래의 사람들도 글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글로서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쉽게 쓰여지지도 않고, 쉽게 쓰여져서도 안된다.

 

또다른 덕목으로 다가온 문구는 "단순함의 힘. 쓰는 시간 그리고 쓰는 것을 준비하는 시간. 이것 외에 작가에게 필요한 시간이 무엇이 있나(274)."이다. 좋은 글쓰기는 어렵다. 그 어려운 글쓰기를 쉽게 하는 것이 습관이다. 흔히 루틴이라고 말하는 습관은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드는 두려움을 줄여주고, 글을 쓴 후 거쳐야만 하는 퇴고의 고단함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글을 쓰는 습관을 잘 들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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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습작-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Book 2017. 12. 27. 01:58


김탁환 작가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다른 작가의 예를 들면서 나긋나긋 조곤조곤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책 제목이 <천년습작>이라서 그런지 어딘가 글에 대한 부담감을 주는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김탁환 작가의 글은 매우 부드러워서 그런지 책의 부제인 "따듯한" 글쓰기 특강이라는 이름과 딱 어울린다. 차라리 책 제목을 <따듯한 글쓰기>라고 바꾸어도 될 듯 했었다.

책에서는 소설가로서 이런 저런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의견을 써놓았다. 꼭 소설가 아니더라도 새겨들을 말들이 많다. 예를 들어 "소설가에게 어떤 것을 쓸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것을 버릴 것인가도 중요합니다(83)."라는 말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고민이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로 구상될 때까지 작가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합니다(184)."도 크게 공감하였다. 특히 글로 먹고 사는 글쟁이로는 글이 세상에 출간이라는 이름으로 나올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비교적 짧은 책이었지만 읽을 거리는 결코 짧지 않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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