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희 <현대중국정치 제도와 과정>

Book 2020. 10. 24. 11:30

이계희 교수가 집필한 <현대중국정치제도와 과정>은 중국 그리고 특히 중국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저작이다. 그런데 정치학을 전공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행정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정치학 책이 행정을 연구에 큰 도움이 되는 이유는 중국정치와 행정이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많은 <행정학 원론> 교과서 서두에서 나오는 정치행정일원론과 이원론 논의에 있어서 중국은 철저히 정치행정일원론을 따르는 국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 행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치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중국 정치학에서의 중요한 주제인 정치제도의 역사적 연원, 중국선거제도, 공산당--행정부와의 관계, 대만과의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었다. 이 책의 장점은 중국정치를 전공을 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일 뿐 만 아니라 일반 대중이 읽더라도 이해가 될 수 있게 어렵게 쓰이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공서로서도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교양서로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혹자는 중국의 정치나 행정에서 특별히 우리가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견으로는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14억 인구를 관리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로 그들의 정치적 작동 방식을 알지 못한다면 그들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에서 정부는 비즈니스부터 문화까지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중국과 자주 교류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국정부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행정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이 책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제4장 주민자치와 기층거버넌스였다. 중국에서 정부와 시민(인민이라고 불러야 더 적합하겠다)의 관계는 우리와 그것과는 양적, 질적으로 다르다. 중국의 경우, 정부에서 인민을 일방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인민들의 요구를 듣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중국의 밀레니엄 세대도 성인이 되었다. 이들은 예전 세대와는 다르게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세대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 중국 정부가 다양해진 인민들의 요구를 어떻게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지도 하나의 과제이다. 이 책에서도 중국 정부의 변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주민자치와 더불어 눈여겨본 부분은 제6장 연방제 논의와 제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중국은 아무리 중앙집권제를 추구하지만 영토가 너무 넓어서(참고로 산동성 하나만해도 우리나라보다 넓다) 근본적으로 지방정부에게 어느 정도의 자치권을 맡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방정부에 어느 정도 자치권을 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정부간 관계에 있어서 통제와 자율사이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일이 어떻게 풀리는지 이 책을 보면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 정치와 행정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중국어 표기이다. 이 문제는 이 책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중국에 대한 도서를 보면 대체로 신해혁명 이전의 중국인이나 명칭은 우리나라식 발음으로 표기하고, 그 후는 현재 중국어 발음과 비슷하게 표기를 한다. 개인적으로는 신해혁명 이후의 중국명칭도 우리 식으로 부르는 것은 어떨 까 한다. 왜냐하면 한글로 한자를 읽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성조 때문에 정확히 중국명칭을 발음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2쪽에 웬스카이(袁世凱)이름이 나온다. 그런데 내가 발음한다면 유우엔 쓰! 카아이로 읽을 것 같다. 차라리 중국어 특유의 성조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우리나라 방식으로 원세개로 쓰고 읽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다.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2019년에 개정된 이 책은 중국정치행정분야의 최신 문제는 물론이고 부록으로 2017년에 수정된 중국공산당 장정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저자는 중국인민공화국 헌법이 실었다. 중국공산당 장정과 중국인민공화국 헌법이 중국정부의 행동을 모두 설명하지는 않지만 중국정부이 작동하는 근본적 원리를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과는 어떻게 다른 지를 확인하면서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가깝게 위치하여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중국정부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책이다.

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