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337건
- 2021.05.20 한병철 <투명사회>
- 2021.05.18 <모더니티의 지층들>
- 2021.05.18 <이십세기 힛트쏭>
- 2021.05.17 <온앤오프> 39회
- 2021.03.31 Felix <Condi: The Condoleezza Rice Story>
- 2021.02.20 <더라이브>
- 2020.10.24 이계희 <현대중국정치 제도와 과정>
- 2020.09.18 <Community>
- 2020.07.27 <Brooklyn 99>
- 2020.07.14 김동인 <배따라기>
글
색다르고 굵직한 의견으로 유명한 철학자 한병철의 <투명사회>는 한번즈음 제대로 깊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 책이다. 투명성은 시대의 화두이다. 행정학이나 정치학에서는 투명성을 자우 중요한 모토로 삼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부투명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게다가 과학기술의 발전은 투명성을 크게 늘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투명성의 장점이 이미 많이 논의되었다. 하지만 반론도 아주 크지 않지만 나타나고 있다. 한병철의 <투명사회>도 투명성에 대한 경고라고 볼 수 있다. 나는 투명성이 거버넌스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점에서는 한병철의 여러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투명성이 장점이 단점을 상회하기 때문에 더 증진시켜야 한다고 본다.
우선 한병철의 의견에 가장 동의하는 것은 투명성이 오히려 정책효과성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즉각 공개된다면, 정치는 필연적으로 호흡이 짧아지고 즉흥적 성격을 띠게 되며, 그러다가 결국 잡담과 같이 얄팍해질 것이다...일이 숙성하도록 놓아두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140쪽)”
어떠한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비공개는 필수적이다. 모든 정책이 대중에 노정되었을 때 정책의 호흡은 빨라 지고 근시안적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정책이 꼭 필요하지만 인기가 없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 정책과정을 모두 보여준다면 정책이 논의되기도 전에 자초될 것이다. 게다가 저자가 말했듯 “투명성의 독재 속에서는 주류에서 벗어나는 의견이나 일반적이지 않은 아이디어는 아예 입 밖으로 꺼내기도 어렵다(141쪽).” 정책에 대한 논의를 하다보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때로는 엉뚱하기도한 이야기도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모두 공개된다면 참여한 사람들은 입조심은 물론이거니와 뻔하고 안전한 이야기만 하게 될 것이다. 혁신은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뼈아픈 손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한병철의 “투명성에는 향기가 없다(69쪽)”며 비판하는 데에 있어서 동조하기 힘들다. 한병철의 가장 큰 문제는 투명성에 있어서 정보의 방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투명성을 그저 모든 사람이 서로의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는 것으로 고려한 것 같다. 특히 정부가 시민을 감시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래서 “투명성의 강제는 기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25쪽)”라는 말을 하거나 “전면적 감시 속에서 투명한 사회는 비인간적인 통제사회로 전락한다(97쪽)”는 말을 한 것 같다.
David Heald는 일전에 투명성에는 방향성이 있음을 밝혔다. 그래서 정부가 시민을 보는 것과 시민이 정부를 보는 것은 다르다고 보았다. 한병철은 이를 모두 섞어서 이야기하였다. 나는 시민이 정부의 정보를 보는 것을 부분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활동의 결과로 나타난 정보는 반드시 시민에게 공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책임감있게 일을 할 것이다. 그리고 부패라는 악취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정부가 시민을 감시하는 것은 제한적으로 이루어 져야한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정보공개법이 제정되어 시민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정부는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개해야한다. 하지만 몇몇 경우에는 정보공개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수사중인 사건에 대한 정보나 외교에 관련된 정보는 정보공개 대상이 아니다. 정부투명성은 원숙한 민주주의 사회 조성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어떻게 얼만큼 정보가 수집되고 공개되어야 하는 지는 꾸준히 논의되어야 한다. 그래야 더 효과적으로 정보가 시민들을 위해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용옥 <도올의 중국일기 4> (0) | 2021.06.13 |
---|---|
마이클 센델 <정의란 무엇인가> (0) | 2021.05.27 |
<모더니티의 지층들> (0) | 2021.05.18 |
Felix <Condi: The Condoleezza Rice Story> (0) | 2021.03.31 |
이계희 <현대중국정치 제도와 과정> (0) | 2020.10.24 |
글
<모더니티의 지층들>은 사회에 관심있어 하는 여러 학자들이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주제에 대한 글을 모은 책이다. 자본주의부터 어린이에 대한 개념까지 다양한 이야기 수록되어 있고 모두 직간접적으로 우리 삶과 관련되어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여러 흥미로운 주제 중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조원광씨가 쓴 <자본주의와 계급이론>이었다. 이 챕터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이의 갈등을 그렸는데 꽤나 솔직한 분석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노사관계는 오랫동안 매우 중요한 사회적인 이슈였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경영진을 향해 투쟁을 벌이는 것을 익숙하게 봐왔다. 하지만 언제가 이러한 모습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비정규직과 정규적간의 갈등문제이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탄력적인 고용제도라는 미명 아래 비정규직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 20여년이 흐른 지금 비정규직은 우리 삶에서 당연한 존재가 되었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미묘한 갈등이 시작되었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둘 다 프롤레타리아트다. 어찌되었건 부르주아지에 종속되어 노동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들은 단결하지 않았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같은 노동자나 동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용주와 다름없이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박대한다...상당수 노동자들은 더 이상 혁명을 지향하지 않는다. 대신 조금이라도 더 부르주아지와 가까운 위치에서 안정을 누리고 싶어한다. 정규직의 눈에 비정규직은 내 밥그릇을 위협하는 경쟁자일 뿐이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동지로 바라볼 수 있는 프롤레타리아트의 시선과 눈을 잃어버렸다. 대신 부르주아지의 시선과 눈을 마련했다. 그 시선과 눈은 부르주아적 삶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차 있다(155쪽).”
노동자들은 숫자는 많지만 권력에 있어서 힘이 많지 않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목소리를 내야 겨우 경영진이 들을 까 말까한다. 그런데 노동자 사이의 반목이 생기면서 노동자들가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더욱 작아지게 되었다. 궁극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라고 할 지라도 그들의 위치는 더 위협받게 되는 아이러니에 처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이유 중 하나가 자본주의적 욕망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현실의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하는 것은 그들의 심성이 고약하고 사악해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우리는 과연 자본주의적 욕망을 벗어날 수 있는가? (169쪽)” 정말 정확한 분석이다. 나도 저자의 분석에 깊이 동의한다. 회사가 살기 위해서는 노동비용을 줄여야 하고, 비정규직을 통해서 같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면 내 월급도 오를 수 있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정규직이 되면 비정규직 사람들의 사정은 딱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강력한 “자본주의적 욕망”에서 벗어나느냐이다. 물론 경제가 팽창하는 시절에는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수축사회에서는 이러한 상호가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이타적으로 자신의 수입을 줄이면서 연대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인지 저자도 특별히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열망을 다른 열망으로 바꿀 수 있는 대책을 반드시 강국해보아야 한다.
이 간단하지 않은 문제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노동의 종말이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하여 나날이 사람이 필요없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사이의 연대는커녕 정규직 노동자 자체가 사라지게 생겼다. 그동안의 노동문제를 풀던 방정식을 완전히 바꾸어야 할 시대가 도래하였다. 새로운 방정식은 과연 무엇일까.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클 센델 <정의란 무엇인가> (0) | 2021.05.27 |
---|---|
한병철 <투명사회> (0) | 2021.05.20 |
Felix <Condi: The Condoleezza Rice Story> (0) | 2021.03.31 |
이계희 <현대중국정치 제도와 과정> (0) | 2020.10.24 |
김동인 <배따라기> (0) | 2020.07.14 |
글
김희철과 김민아가 진행하는 <이십세기 힛트송>은 주로 1990년대에 나왔던 노래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김희철과 비슷한 연배인 1980년대 초중반에게는 최고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선보이는 노래를 거진 10대때 들었던 것들인데 이제 1990년대도 30년이 되어가는 이 시절에는 정말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탄성을 지를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궁금한 것은 현재 30살 이하의 세대나 혹은 50대 이상 세대의 사람들이 얼마나 이 프로그램에 공감하는지이다. 이제 1990년대생들이 30살이 되고 있다. 그러니 태어났을 때나 그 전에 유행한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얼마나 공감을 사는지는 모르겠다. 예를 들어 1983년생인 김희철은 신나게 이야기하는데 1991년생인 김민아는 크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프로그램을 보고 좋은 노래를 발굴할 수 있다면 이 프로그램은 제대로 역할을 한 것임이 틀림없다.
반면에 1990년때 이미 30살이 넘었던 사람들인 지금 50세에게 이 프로그램은 크게 영향력있게 나가올 것 같지 않다. 음악에 추억은 대개 청소년기에 확립된다. 내가 10대때 들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는 지금도 흥얼거리지만 30대때 들었던 방탄소년단 노래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는 서태지 노래가 방탄 노래보다 더 나아서라기 보다는 내가 몇 살에 들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10대 감수성 높던 시절과 30대 이미 현실에 직면하여 하루하루 살아가는 시절과는 같은 사람일지언정 받아들이는 수용상태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노래가 어떤 노래였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게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가장 적합한 계층은 김희철 나이 또래의 사람이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다보면 김희철이 예전 생각에 취해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경우가 있다. 나는 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노래를 부르며 덩실덩실 몸을 움직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끔은 옛생각에 눈물이 나오려고 할 때도 있다. 이럴 때 나는 이 프로그램에게 감사하고, 아마도 이 프로그램 제작자도 이를 의도했을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이 친숙한 이유 중에 하나는 아마도 랭킹 시스템일 것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서 책정되는 순위는 몹시 주관적이다. 하지만 산정방식과는 무관하게 랭킹을 매기는 것은 예전 가요톱텐을 연상하게 한다. 그래서인지 무의식적이지만 더 편안하게 이 프로그램의 포맷이 다가온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초대손님이다. 프로포즈쏭편에서는 유리상자가 나왔는데 정말 적절한 섭외라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을 보면 김희철, 김민아만 계속 나와서 단조로운 점이 있는데 초대손님을 이러한 단조로움을 줄여준다. 프로그램 특성상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초대손님은 대체로 나이가 좀 있다. 이 사람들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는 추억에 새록새록 젖게 한다. 옛날 이야기를 하다보면 예전 시대상도 회상시켜 주기도 한다. 그러면 이미 노래로 인하여 예전으로 돌아가있어서 그런지 예전 생각이 더 잘난다.
예전에 어른들이 예전노래를 들을 때 나는 왜 그런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현재에 좋은 노래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업데이트하지 못했다. 이제야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아무리 방탄소년단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도 나에게는 015B가 더 취향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마도 현재 청소년들은 이런 나를 보고 이해를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해못하는 것이 더 당연하다. 나에게는 어른들이 <가요무대>를 보는 것처럼 나는 <이십세기 힛트쏭>을 시청한다. 소재가 다 떨어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재탕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볼 것 같다.
'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New Girl> (0) | 2021.05.22 |
---|---|
<아무튼 출근> (0) | 2021.05.21 |
<온앤오프> 39회 (0) | 2021.05.17 |
<더라이브> (0) | 2021.02.20 |
<Community> (0) | 2020.09.18 |
글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는 프로그램의 인기가 끝날 줄을 모르고 있다. <나혼자산다>가 장기 방영하고 있고, 구성원이 조금씩 다르게 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아이중심), <아내의 맛>(부부중심), <전지적 참견시점>(연예인과 매니저관계중심) 등등해서 많은 프로그램이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TVN의 <온앤오프>도 그 중 하나다.
<온앤오프>와 가장 비슷한 프로그램은 <나혼자산다>이다. 심지어 <온앤오프>에서는 <나혼자산다>에서 나왔던 김동완이 출연했다. 나혼자산다의 김동완과 온앤오프의 김동완의 차이점이라고는 집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만큼이나 나혼자산다와 온앤오프는 비슷하다. 그럼에도 작은 차이점들이 존재한다.
일단 <나혼자산다>의 고정멤버들간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단단하다. 물론 <나혼자산다>의 고정멤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혹은 개인의 사정에 따라 천천히 변한다. 하지만 한번 자리를 잡은 체제는 호흡이 짧은 방송현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게 유지한다. 그래서 고정멤버의 생활을 중심축으로 보여주고 간간히 새로운 손님을 받는 형식이다. 그리고 고정멤버끼리는 가족느낌으로 가끔 엠티도 같이 가기도 하는 등 끈끈한 우애를 보여준다.
그에 비해 <온앤오프>는 성시경을 중심으로 매주 새로운 손님을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온앤오프>는 처음에는 성시경과 조세호를 중심으로 시작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성시경과 엄정화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성시경은 남을 것 같다. 하지만 <나혼자산다>처럼 가족느낌으로 갈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새로운 멤버순환이 <나혼자산다>보다 훨씬 빠른 느낌을 준다.
<온앤오프> 39회에서는 이승윤과 남규리 그리고 마지막에 편집으로 예전에 찍은 듯한 하니가 나왔다. 가수 이승윤의 경우에는 수더분한 매력을 방영하였다. <나혼자산다>와 마찬가지로 촬영부분을 메인엠씨인 성시경, 엄정화 그리고 보조엠씨인 윤박, 초아, 넉살이 같이 보면서 여러 코멘트를 하는 형식을 취한다. 윤박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가수이므로 여러 면에서 공감하는 면을 보여주었으면 연기자인 윤박조차 대학가요제에 출전한 사실을 말하며 흥미를 자아냈다.
이승윤 편이 끝나고 남규리 편이 나왔다. 남규리의 경우에는 예쁜 얼굴과는 다른 이외의 취미가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남자들이 주로 좋아하는 게임인 철권을 진심을 다해서 하는 모습이 나왔다. 이 점이 워낙 화제가 되어서 예고편에도 나왔고 나도 이에 혹해서 본 면도 있다. 철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외모이기에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계속 보다보니 이 연예인의 다른 면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남규리가 철권을 단순히 촬영 때문에 배운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니가 나와서 공부하는 모습이 나왔다. 약간 아쉬운 점은 이승윤과 남규리 편과는 달리 따로 찍은 것이라서 전혀 유기적으로 통합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약간 촬영을 위한 삶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약간 연예인 수더분한 면을 홍보하려는 느낌을 받았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이러한 느낌은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온앤오프>는 이외에도 정재형, 오연서, 유수진, 이정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하여 시청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나혼자산다>와 매우 비슷하지만 시청자들의 남들이 어떻게 사는 지에 대한 관심이 줄지 않는한 비슷한 프로그램은 계속 양산될 것 같다. 그리고 <나혼자산다>이 방영된지가 오래되었고, 인기만큼이나 여러 구설수에 오르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면에 아직 <온앤오프>는 나름 신선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독특한 사람들을 섭외하지 못한다면 급속히 매력이 떨어질 것이다.
'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튼 출근> (0) | 2021.05.21 |
---|---|
<이십세기 힛트쏭> (0) | 2021.05.18 |
<더라이브> (0) | 2021.02.20 |
<Community> (0) | 2020.09.18 |
<Brooklyn 99> (0) | 2020.07.27 |
글
사람은 매일 선택을 하며 산다. 작게는 오늘 먹을 점심메뉴를 선택하는 데 고민을 한다. 그리고 크게는 전공선택이나 진로선택을 할 수 있다. 그 크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 어떠한 사람이 체화된다. 그리고 어떠한 사람을 평가할 때 무슨 선택을 했는지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 선택을 보면 쉽게 수긍이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떠한 경우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특히 납득이 잘 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사람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시정부 시절 국무부 장관을 했던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의 경우, 그가 공화당 정부에서 일하게 된 이유가 나는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미국 공화당의 경우에는 링컨대통령을 필두로 한때 노예해방을 위해 힘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 형국이 바뀌어 공화당은 흑인 인권에 소홀히 한 당이 되었고 반대로 민주당은 흑인 인권에 적극적인 당이 되었다. 1964년 민주당 존슨대통령 정부시절 통과된 민권법은 흑인 인권 향상에 크게 공헌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보면 흑인인 미국인들을 민주당을 지지해야만 할 것 같다. 실제로도 다수의 흑인이 민주당을 지지한다. 그런데 공화당을 지지하는 흑인이 있다. 그리고 콘돌리자 라이스처럼 적극적으로 공화당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람을 보면 마치 부산사람인데 기아타이거즈를 응원하고 거꾸로 광주사람인데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하는 것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그에 대한 전기를 읽으면서 흑인인 그가 공화당이 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Condi takes a ribbing from their black friends for being a Republican, but she is firm and confident in her position. “I’m in the GOP for the right reasons,” she said. “I like our foreign policy stance better. I really am a smaller government person. I don’t think every solution is in Washington.” (p.122)
내가 그를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흑인이 그의 친구들이 무슨 공화당이냐고 놀린 모양이다. 이에 대해서 그는 3가지 이유로 공화당원이 되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첫째는 공화당의 외교정책이 마음이 들었다. 둘째, 공화당이 지향하는 작은 정부를 지지하였다. 셋째, 문제의 해결책이 워싱턴에만 있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사실 어느 정당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사용될 수 있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누군가는 정당의 경제정책에 중점을 둘 수 있고 어떠한 사람은 복지정책을 가중치를 두어서 선택할 수 있다.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서 그 기준을 다를 수 있다. 또한 정당이 모든 면에서 개인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는 않는다. 다수의 정책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있지만 몇 개 안되는 정책이 몹시 마음에 들 수 있다. 그래서 생각의 결을 같이 하는 정책의 수가 많더라도 그 정당을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딱 하나의 정책이 마음에 들어서 그 정당을 지지할 수도 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대단히 거만한 고정관념이 될 수 있다. 다른 이유로 흑인이더라도 공화당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선택을 궁금하면 뭍지도 않고 한심해 여기지 말고 왜 그랬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처럼 대답했다면 그의 선택은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병철 <투명사회> (0) | 2021.05.20 |
---|---|
<모더니티의 지층들> (0) | 2021.05.18 |
이계희 <현대중국정치 제도와 과정> (0) | 2020.10.24 |
김동인 <배따라기> (0) | 2020.07.14 |
무라카미 하루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0) | 2020.06.30 |
글
2021년 1월 19일 <더 라이브>에서는 김진욱 공수처장 청문회, 코로나 백신, 비트코인 등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요점 중심으로 간명하게 다루었다. 매체의 중심이 TV에서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로 중심축이 바뀌는 현시대에 잘 맞게 구성되었다. <더 라이브>에서는 우선 유튜브에 올라오는 실시간 댓글을 소개한다. 그리고 유튜브에 풀영상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 전체가 올라오기도 하고, 영상클립 형태로 주제별로 업로드되기도 한다. 그래서 시청자의 니즈에 따라서 골라 볼 수 있다.
묵직한 궁중요리 같은 시사뉴스를 가벼운 스낵처럼 소화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첨예하게 대립되는 정치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등 사회문제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가벼운 시사 프로그램을 표방하더라도 근본이 없는 것도 아니고, 중량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더 라이브>는 사실에 근거하여 방송한다. 시사 프로그램이 다른 드라마 프로그램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사실에 근거하여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고, 지금까지 무탈하게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중량감은 초대 인사로 판단될 수 있다. <더 라이브>에서는 장관, 국회의원부터 대학교수 등 사회의 지도층과 전문가가 출연하여 사안이 되는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설명한다. 이러한 점이 이 프로그램이 단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진행자 최욱은 개그맨 출신인 방송인이고 반고정 게스트인 박지훈은 법조인이다. 물론 개그맨이라고 해서 재미 만을 주고, 변호사라고 해서 웃음을 주지 않을 필요는 없다. <더 라이브>는 어려운 뉴스를 쉽게 전달한다는 점을 목표로 했기에 게스트가 무미건조하면 진행자가 톤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요즈음 최욱은 손석희 아나운서보다 더 무거운 느낌이다. 박지훈 변호사가 개그를 담당하지 않았다면 정통 시사 프로그램이나 다를 바 없는 느낌이다. 이런 점에서 최욱이 유머를 더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라이브>가 생동감있는 시사프로그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예전 JTBC의 <썰전>이 떠오른다. 하지만 기본적인 구성원 포맷이 다르다. 특히 진행자인 오언종 아나운서는 훈련된 전문 방송인으로 프로그램의 기틀을 잡아주고 있고 잡아주어야 한다. 시청자는 오언종 아나운서에게 웃음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정제된 언어로 이 프로그램이 공중파 방송임을 잊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십세기 힛트쏭> (0) | 2021.05.18 |
---|---|
<온앤오프> 39회 (0) | 2021.05.17 |
<Community> (0) | 2020.09.18 |
<Brooklyn 99> (0) | 2020.07.27 |
<부부의 세계> (0) | 2020.05.17 |
글
이계희 교수가 집필한 <현대중국정치제도와 과정>은 중국 그리고 특히 중국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저작이다. 그런데 정치학을 전공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행정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정치학 책이 행정을 연구에 큰 도움이 되는 이유는 중국정치와 행정이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많은 <행정학 원론> 교과서 서두에서 나오는 정치행정일원론과 이원론 논의에 있어서 중국은 철저히 정치행정일원론을 따르는 국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 행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치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중국 정치학에서의 중요한 주제인 정치제도의 역사적 연원, 중국선거제도, 공산당-군-행정부와의 관계, 대만과의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었다. 이 책의 장점은 중국정치를 전공을 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일 뿐 만 아니라 일반 대중이 읽더라도 이해가 될 수 있게 어렵게 쓰이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공서로서도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교양서로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혹자는 중국의 정치나 행정에서 특별히 우리가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견으로는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14억 인구를 관리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로 그들의 정치적 작동 방식을 알지 못한다면 그들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에서 정부는 비즈니스부터 문화까지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중국과 자주 교류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국정부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행정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이 책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제4장 주민자치와 기층거버넌스였다. 중국에서 정부와 시민(인민이라고 불러야 더 적합하겠다)의 관계는 우리와 그것과는 양적, 질적으로 다르다. 중국의 경우, 정부에서 인민을 일방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인민들의 요구를 듣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중국의 밀레니엄 세대도 성인이 되었다. 이들은 예전 세대와는 다르게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세대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 중국 정부가 다양해진 인민들의 요구를 어떻게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지도 하나의 과제이다. 이 책에서도 중국 정부의 변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주민자치와 더불어 눈여겨본 부분은 제6장 연방제 논의와 제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중국은 아무리 중앙집권제를 추구하지만 영토가 너무 넓어서(참고로 산동성 하나만해도 우리나라보다 넓다) 근본적으로 지방정부에게 어느 정도의 자치권을 맡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방정부에 어느 정도 자치권을 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정부간 관계에 있어서 통제와 자율사이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일이 어떻게 풀리는지 이 책을 보면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 정치와 행정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중국어 표기이다. 이 문제는 이 책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중국에 대한 도서를 보면 대체로 신해혁명 이전의 중국인이나 명칭은 우리나라식 발음으로 표기하고, 그 후는 현재 중국어 발음과 비슷하게 표기를 한다. 개인적으로는 신해혁명 이후의 중국명칭도 우리 식으로 부르는 것은 어떨 까 한다. 왜냐하면 한글로 한자를 읽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성조 때문에 정확히 중국명칭을 발음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2쪽에 웬스카이(袁世凱)이름이 나온다. 그런데 내가 발음한다면 “유우엔 쓰! 카아이”로 읽을 것 같다. 차라리 중국어 특유의 성조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우리나라 방식으로 원세개로 쓰고 읽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다.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2019년에 개정된 이 책은 중국정치행정분야의 최신 문제는 물론이고 부록으로 2017년에 수정된 중국공산당 장정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저자는 중국인민공화국 헌법이 실었다. 중국공산당 장정과 중국인민공화국 헌법이 중국정부의 행동을 모두 설명하지는 않지만 중국정부이 작동하는 근본적 원리를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과는 어떻게 다른 지를 확인하면서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가깝게 위치하여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중국정부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책이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더니티의 지층들> (0) | 2021.05.18 |
---|---|
Felix <Condi: The Condoleezza Rice Story> (0) | 2021.03.31 |
김동인 <배따라기> (0) | 2020.07.14 |
무라카미 하루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0) | 2020.06.30 |
박미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0) | 2020.06.09 |
글
커뮤니티는 한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드라마였다. 총 시즌 6으로 종영한 커뮤니티는 모두 시청하고 나서는 분명한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인 Jeff Winger가 학위를 따기 위해서 작은 Greendale College에 찾아오고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의 이런저런 모습을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한다.
여느 잘되는 드라마처럼 등장인물간 합이 아주 잘맞는다. 제프를 중심으로 남자쪽으로는 Troy와 Abed가 두 축을 맡고 있고 여자 쪽으로는 Annie와 Britta가 맡았다. 그리고 든든한 배경으로 Pierce와 Shirley가 밑바탕이 되어준다. 그리고 감초 역할로 Chang과 Dean이 나타난다. 이렇게 9명이 기본적인 구성원이 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그들 사이의 캐미가 아주 돋보인다.
이들 사이의 캐미 이외에 마음에 드는 것은 그들의 부족함이다. 너무 완벽한 등장인물하면 어쩌면 거부감이 일어날 수 있다. 현실에서는 그런 경우는 몹시 드무니까 말이다. 커뮤니티 칼리지는 하버드 대학교 같은 엘리트가 다니는 곳이 아니다. 공부를 조금 못하거나, 뒤늦게 필요에 의해서 다니거나, 혹은 교양을 쌓으러 다니는 곳이다. 그래서 등장인물도 뭔가 한구속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매력적인 것은 그들이 같이 도우며 살면 여러 어려움도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에피소드에서는 조금 바보같아서 투닥투닥하더라도 대화를 통해서 갈등을 봉합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잘 나온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왜냐하면 대학교이기 때문에 교수가 아니고서야 학생은 대개 4년이면 졸업을 하고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시즌 4까지가 완성이어야 한다. 물론 이런 저런 이유로 휴학을 한다면 1년 정도 더 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태생적 한계에도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다보니 시즌을 6까지 하게 된다. 주인공인 제프가 그래서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가 다시 교수로 돌아오는 모양새를 취하게 된다. 그리고 몇몇의 친구들은 다른 전공을 공부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물론 커뮤니티 팬들이야 시즌 4에서 종료하는 것이 아쉬워서 더 하는 것이 좋았겠지만 시즌 5부터 약간 무리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일단 운영위원회같은 것으로 교수와 학생이 결합하여 미팅을 하는 것으로 본래의 스터디 그룹이 진화한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그린데일을 위한 여러 일들이 있는 것으로 이야기가 이끌어져 간다. 그런데 조금 이야기가 시즌4까지보다는 어색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교수와 학생사이가 친구이다보니 (중간에 연애도 한다) 뭔가 관계가 부적절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것은 교수와 학생사이에 어느 정도 벽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한국인인 나의 편견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제프의 신분이 바뀌면서 그 전의 학생으로서의 동질감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이것이 재미를 반감시켰다.
그럼에도 시즌 5나 시즌 6가가 가치있는 이유는 여러 실험적인 시도 때문이다. 예를 들어, GI Joe를 오마주해서 출연진 전체를 만화화하여 영상을 만든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VR세계에 빠져있는 학장의 모습이 가상현실에서 움직이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다채로운 풍자를 보여주는 것도 신선한 시도였다. 이러한 재기발랄한 시도도 계속할 수는 없고 간사하게도 계속하게 되면 보는데 버겁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마지막 회에는 아예 제작자와 출연진 그리고 뭔가 시청자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려는 장면이 나오는데, 뭔가 특이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그만이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어느 드라마나 아쉬움이 있다. 커뮤니티도 아쉬움이 있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시즌 4까지 빡세게 하고 끝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커뮤니티 덕분에 꽤 유쾌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앤오프> 39회 (0) | 2021.05.17 |
---|---|
<더라이브> (0) | 2021.02.20 |
<Brooklyn 99> (0) | 2020.07.27 |
<부부의 세계> (0) | 2020.05.17 |
<건축탐구 집> (0) | 2019.10.01 |
글
브루클린 99은 뉴욕을 배경으로 한 경찰드라마이다. 그동안 뉴욕경찰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여럿 있었다. 그런데 브루클린 99이 다른 드라마와 차이를 크게 두는 것은 유머다. 시종일관 거의 대부분 분위기가 가볍다. 그래서 예를 들어, 블루블러드(Blue Blood)와 같은 경우에는 시청하다가 무거운 주제라던지 너무 슬픈 주제로 인하여 마음의 쓰임이 클 때가 있다. 반면에 브루클린 99은 아주 가볍게 시청할 수 있다. 심지어 꽤나 무거운 분위기를 가져야 할 때 조차도 가볍게 넘어가기 때문에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할 수 있다. 가뜩이나 현실이 녹록하지 않는데 드라마를 보면 그 현실이 더 부각되거나 마음이 더 아플 수 있는데 브루클린 99은 경찰, 범죄물을 다루면서도 놀랍게도 가볍게 볼 수 있다.
출연진 라인업이 아주 균형잡혀 있다. 우선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Jake Peralta와 그의 동료이자 연인인 Amy Santiago가 대들보처럼 서있다. 제이크의 성격이 이 드라마의 성격을 판별지었다고 볼 수 있다. 경찰에 대한 업무에 대한 열정은 가득 그리고 웃음도 가득이다. 그리고 그와 잘 어우러지는 에이미가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경찰서장으로 있는 Ray Holt가 극중 조직의 중심 축을 이룬다. 특이한 점은 경찰서장이라는 어쩌면 보수적인 자리에 성소수자 흑인을 놓았다. 때때로 이 점이 부각이 되면서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제이크와 에이미의 동료로 Charles Boyle과 Rosa Dias가 나온다. 찰스는 제이크의 가장 친한 동료이기도 한데 그의 감수성 넘치는 삶은 웃음을 일으킨다. 로자는 너무 넘치는 흥분을 누르기라도 하듯이 무뚝뚝하다. 아마도 출연진 모두 가벼우면 오히려 재미가 없을 탠데 로자의 무뚝뚝함이 균형을 이루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이 외에 Terry Jeffords와 서장의 비서이자 민간인인 Gina Linetti도 비중은 좀 더 적지만 꼭 필요한 존재이다. 테리는 대단한 근육질을 가지고 있지만 요거트를 사랑하는 말랑말랑한 감수성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내에는 꼼짝 못하는 애처가이다. 반면에 지나는 남성위주의 조직일 뿐만 아니라 경찰도 아니면서 전혀 꿀리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며 일하는 여성이다. 이 두명의 반전매력은 극을 더 재미있게 한다.
또한 감초역할을 하는 무능하기 짝이 없어서 도무지 조직에 필요없을 것 같은 스컬리와 히치콕도 중요하다. 마치 그룹 쿨에서 김성수가 별로 하는 일이 없어보여도 김성수가 빠지면 쿨의 느낌이 살지 않는 것처럼 히치콕과 스컬 리가 없으면 브루클린 99도 뭔가 허전하다. 그리고 이들은 결정적일 때 한방을 친다. 전혀 기대가 없다가 성과를 내면 오히려 평소에 잘 하다가 결정적일 때 못하는 사람 더 좋을 때가 있다. 이 두명의 능청스러움이 드라마를 완성시킨다.
시즌이 7까지 나오고 그동안 이들을 지켜보면 시청자들은 그들에게 친구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시청자는 물론이고 출연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처음에는 일 때문에 만나게 된 사이이지만 좋은 시간 어려운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점차 가족이 되어 간다. 그래서 자신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심지어 제이크와 에이미처럼 결혼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진화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훈훈하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심지어 장수프로그램이었던 전원일기도 끝이 났고 그토록 인기였던 프렌즈도 끝이 났다. 브루클린 99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아마도 브루클린 99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두 전근가고 은퇴하면서 자연스럽게 세상가가 그러하듯 끝이 날 것이다. 하지만 같이 했던 시간들은 그들의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남아서 기억의 한편으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힘인 것 같다. 그 과정을 박제해서 영원히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기는 역할을 한다. 뉴욕에 가면 브루클린 99에 찾아가 보아야 겠다.
'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라이브> (0) | 2021.02.20 |
---|---|
<Community> (0) | 2020.09.18 |
<부부의 세계> (0) | 2020.05.17 |
<건축탐구 집> (0) | 2019.10.01 |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416회 (0) | 2019.08.06 |
글
소담출판사에서 발간된 <배따라기>는 김동인 작가의 단편소설 <배따라기>, <약한 자의 슬픔>, <태형>, <감자>, <광염소나타>, <광화사>, <발가락이 닮았다>, <붉은 산>, <김연실전>가 담겨 있다. 작가는 1900년에 태어나 1951년에 돌아가셨다. 그만큼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지루하거나 이해가 안되지 않고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100여년에 쓰인 만큼 그 당시의 사회상도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김연실전>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여성이 100여년 전에 어떠한 환경에 놓여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진명학교 설립되면서 어느덧 평양 시민에게 기생학교라고 부름을 들었다. 장래의 기생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 아니었다. 현재 재학생 중에 기생이 많다는 뜻도 아니었다. 아직도 옛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평양 시민들은, 자기네의 딸을 학교에 보내기를 꺼린 것이다. 더욱이 그 때의 학령이라는 것은 열 살 이상 열다섯 내지 열일열덟이었으매, 그런 과년한 딸을 백주에 길에 내놓으며, 더욱이 새파란 남자 선생한테 글을 배운다든가 하는 일은, 가문을 더럽히는 일이며, 잘못하다가는 딸에게 학문을 가르치려다가 다른 일을 될 것을 염려하여, 진명여학교의 설립을 무시하여 버렸다. 그 대시 내외를 그다지 엄히 지킬 필요를 느끼지 않는 기생의 딸 혹은 소실의 딸들이 이 학교에 모여들었다. 이렇게 되기 때문에 더욱이 여염집의 딸들은 이 학교를 천시하고, 드디어 그 칭호까지도 진명학교라 부르지 않고 기생학교라 부르게 된 것이다.”
진명학교는 지금 서울에 진명여고로 아직까지 있는 유서깊은 학교이다. 지금 여자가 학교를 다닌 것을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정신병자일 것이다. 그리고 여자학교를 기생학교라고 칭하는 일은 더욱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100년 전만 하더라도 여자가 학교를 다니는 것을 남자는 물론이거니와 여자조차도 백안시여긴 것이다. 가끔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이 얼마나 일시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의 관념을 바꾸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생각에 너무 맹목적으로 믿음을 가지지 말고 다른 의견에도 귀기울이는 것에 대해 소홀히 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진명학교의 예는 극명하게 사회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하지만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점이 있는 구석도 있다. <발가락이 닮았다>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묘사를 보면 다음과 되어 있다.
"노총각 M이 결혼했다. 32세였다고 한다. M은 가난하였습니다. 매우 불안정한 어떤 회사의 월급쟁이였습니다. 이 뿌리 약한 그의 경제 상태가 그로 하여금 늙도록 총각으로 지내게 한 듯도 합니다."
물론 지금 32세라고 해서 노총각이라고 불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변화는 나름 최근에 생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남자들은 대학 졸업하고 취직한 다음에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긴적이 있었다. 그래서 30대가 넘어가면 나이가 든 것이 아닌 가하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30대는 아직도 청춘이고 40대정도 되어야하지 노총각이라는 말이 나올까말까한다. 그것도 ‘노총각’이라는 말이 결혼을 해야한 다는 관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근래는 점차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비혼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이서 노총각이라는 단어자체가 용도폐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결혼을 하고 싶은 데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청년세대에서 결혼을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경제문제일 것이다. 이 경제문제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을 소설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소설에서 사회적인 배경을 읽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Felix <Condi: The Condoleezza Rice Story> (0) | 2021.03.31 |
---|---|
이계희 <현대중국정치 제도와 과정> (0) | 2020.10.24 |
무라카미 하루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0) | 2020.06.30 |
박미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0) | 2020.06.09 |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0) | 2020.06.03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