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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7 <누보로망 삼국지>
- 2021.06.13 김용옥 <도올의 중국일기 4>
- 2021.06.08 <Once upon a bag: 에르메스, 가방이야기>
- 2021.06.08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 2021.06.01 <이광용의 옐로우 카드 3>
- 2021.05.28 <한번 다녀왔습니다>
- 2021.05.27 마이클 센델 <정의란 무엇인가>
- 2021.05.24 <유퀴즈 온더블럭>
- 2021.05.22 <New Girl>
- 2021.05.21 <아무튼 출근>
글
삼국지가 또다시 태어났다.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한나라가 쇠락해가는 시절부터 새로운 진나라가 세워지기 전까지의 시기를 그린 작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역사 중에서 이 시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삼국지라는 작품때문일 것이다. 물론 삼국지가 역사에 기반을 하고 있지만 일단 소설작품이다. 왜냐하면 삼국지를 본격적으로 작품으로 승화시킨 나관중이 이미 원나라 말 때 사람이기 때문이다(정확히 언제 태어나고 죽은지도 잘 모름). 이 때가 1300년때니까 삼국시대가 있었던 시절보다 1000여년 후에 글이 쓰여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했지만 대부분은 많은 상상력이 덧붙여져서 작품이 된 것이다. 아무리 역사적인 기록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근본 배경이 된 시대가 200년대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기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조조가 관우를 포섭하려고 했던 대화를 어떻게 다 기록할 수 있으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상상력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이 점이 삼국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몇 개의 역사적 사실를 근본으로 두고 다양하게 역사적인 연출이 가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한다면 큰 문제가 되겠지만 삼국지 정도 때의 일을 응용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허락이 되는 부분이 된다. <누보로망 삼국지>도 현대적으로 또 예술적으로 삼국지를 재해석한 전시였다. 누보(nouveau)가 프랑스어로 새롭다는 뜻이고 로망(Roman)이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통속 소설을 뜻하는 프랑스어라고 생각할 때 누보로망은 새롭게 재해석된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전시회에서 삼국지의 내용을 배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삼국지를 아는 사람이 와서 재해석된 삼국지를 느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 전시회이미로 색다르게 시각화된 것이 많았다. 그리고 마치 연애소설처럼 로맨틱하게 그려낸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이런 면에서 삼국지 골수팬들은 오히려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삼국지 시대의 실제적인 거리와는 너무 멀리 떨어진 현대와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골수팬은 아니어서 그런지 이러한 현대적이 시도가 오히려 삼국지의 매력과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삼국지가 나관중 버전 하나로만 끝났다면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는 고전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삼국지는 다루어졌다. 글로도 쓰여졌고, 만화로도 그려졌고, 영화로도 촬영되었고 게임으로도 제작되었다. 그리고 <누보로망 삼국지>처럼 전시회로도 만들어졌다. 한가지 원재료로 다채롭게 만들어지면서 작품의 매력도는 더 커진다.
작품의 형태뿐만 아니라 해석도 아주 다양하다. 예를 들어, 글도 한 사람만이 쓴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이문열씨도 쓰고 김홍신씨도 쓰고 다양한 사람이 이에 대해 썼다. 그리고 다양한 작가가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삼국지를 파악한다. 어떠한 사람은 조조를 빌런으로 어떠한 사람은 그를 영웅으로 그린다. 정답은 없다. 자신이 바라보는 시각이 있을 뿐이다. 아마 삼국지가 벌어진 시대가 200년대가 아니라 1900년대만 되더라도 다양한 시각에는 꽤나 심각한 정치적인 압박이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거의 1900년전 일이기 때문에 아무나 다양하게 해석해도 크게 흠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삼국지의 매력이 된다.
이 전시회를 보면서 멋지고, 감각있고, 세련되게 시각화된 삼국지에 매력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러는 의미에서 우리나라 여러 작품도 새롭게 태어났으면 하다. 물론 새롭게 태어나다보면 원전을 내용과 의도를 해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러므로 조금 오래 전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삼국시대 전의 내용을 각색해서 현대화시킨다면 우리도 그 내용을 알 수 있고 분쟁도 적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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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가 도올선생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 당시 내 기억으로는 방송국에서 노자강의를 하셨는데 매우 흥미진진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아쉽게도 강의 내용은 거의 대부분은 망각해버렸지만). 그 후 도올선생님은 철학자로 대중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고전을 아주 쉽게 풀어서 전달해주셨다.
나는 이런 대중친화성을 다른 철학자들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학식과 재미를 둘다 잡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연구를 많이 하다보면 진지해고 사변적이 되어 대중들과 거리가 멀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신이 한 연구가 (특히 인문학인 경우) 현실에서 별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 인문학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그 학문의 지혜를 알고 현실에서 반영시켜야 하는데 학문의 외길을 걷다보면 일반사람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외계어를 쓰고 있게 마련이다.
반대로 대중적이다보면 학문에 정진할 시간이 없어지고 결과적으로 깊이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중들과 자꾸 만나다보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주로하고 쓴소리는 점차 줄여서 인기에 영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학자라기보다는 그저 연예인에 불과한 위치가 된다. 그래서 학문정진과 대중소통을 둘다 잘하기는 매우 어려운데 우리나라에서는 도올선생님이 가장 그 균형을 가장 잘 잡는 것 같다.
또한 도올선생님의 독특한 점은 통섭의 학자라는 것이다. 그의 학력을 보아도 그럴 만한 것이 우선 생물학과로 입학했다가 신학대학교를 다녔다가 철학과를 다녔다. 그래서인지 사고하는 방식이 아주 폭넓다. 기본적으로 철학에 근간을 두지만 한학에서 밝고 종교, 역사 등등 조예가 밝은 부분이 많다. 그래서 파편화된 지식을 한 곳에 꿰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는 한국에서 대만에서 일본에서 미국에서 다녔다. 이러한 다양한 배경이 그가 이 세계를 단일한 시각이 아니라 폭넓게 보는데 일조한 것 같다.
도올선생님의 여러 저작 모두 흥미롭지만 다섯권으로 된 <도올의 중국일기>는 대중들이 읽기 가장 쉽게 되어 있다. 일단 기행문이기 때문에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 주로 그가 중국 동북지방을 돌면서 느낀 소회를 적었다. 일반 기행문과는 달리 그의 깊고 넓은 식견이 두루두루 녹여져 있다. 그래서 인문학 교양서 느낌도 준다. 책을 보면 역시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누군가는 그저 지나갈 만한 낡은 성관도 그의 시선으로는 역사적인 의미를 담고 독자에게 다가온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은 4권에 나와있는 고구려와 당나라의 관계이다. 역사책을 읽으면서 당태종 이세민이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친 사실은 누구나 배운다. 그리고 안시성에서 양만춘 장군의 공을 배운다. 그런데 단 한번도 당나라가 건국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굳이 고구려를 정벌하러 갔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도올선생은 이 점을 통해서 고구려가 당나라에게 어떠한 존재였는가를 이야기한다.
도올선생님께서 명확히 지적하셨듯이 삼국시대에 대한 내용의 많은 부분은 고려시대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를 통해서 배우게 된다. 문제는 김부식이 너무 사대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늘 당나라가 중심이고 고구려가 변방이었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고구려가 중심이었고 당나라가 변방으로 볼 여지는 없었을까. 당나라가 고구려를 무리해서 정벌하려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도올선생님은 흥미로운 의견을 개진한다.
인문학을 배운다고 돈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얻는 다는 점에서 돈보다 더 값진 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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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나는 가방에 관심이 없다. 일단 검은색에 눈에 띄지 않은 책가방을 메고 다닌다. 한 번 사면 3년정도 쓰는데 가방은 나에게 하나로 족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가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싶지는 않지만 여자들은 대체로 가방에 남자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다. 물론 남자보다 가방에 관심이 덜 한 여자들도 꽤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명품 가방, 특히 옆으로 메거나 들고다니는 종류의 가방에 국한하자면 평균적으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는 가방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이러한 나의 시선은 틀릴 수 있다.
당연히 모든 여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여자들에게 명품 핸드백은 선망의 대상이다.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등등의 이름은 나같은 패션 문외한도 들어보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 명품 중 최고봉 중에 하나가 에르메스라고 한다. 이 에르메스에서 에르메스 가방 전시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그래서 에르메스 가방에 큰 관심을 갖은 어떠한 여성분과 같이 이 전시회를 학습차원에서 가게 되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명품일까 배워볼 의도에서 말이다.
나는 이 에르메스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아들로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창업자인 Thierry Hermes를 따라서 에르메스라고 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에르메스를 허미스(영어식 발음)이라고 부르지 않고 에르메스라고 하는 것은 이 티에리 에르메스가 프랑스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티에리 에르메스는 1801년에 태어나 1878년에 타계했다고 한다. 그러니 에르메스가 생긴지는 200년이 안된 것이다.
가방의 문외한으로서 전시회를 둘러보고 가장 인상깊게 생각한점은 에르메르 가방에 따로 상표가 붙어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샤넬 가방을 보면 그 유명한 로고가 붙어 있고 루이비통은 그 유명한 무늬가 가방을 수놓아서 대번에 그 브랜드의 가방인 줄 식별하겠는데 에르메스의 경우에는 따로 특이한 로고나 무늬가 없어서 신기했다. 동행한 분에게 이 점에 대해서 문의를 해보니 아는 사람은 안다는 것이다. 즉, 에르메스 가방이라는 것을 식별할 수 있는 사람은 로고나 무늬가 없어도 안다는 것이었다. 에르메스 가방을 착용한 사람은 에르메스를 착용했다고 알아 주지 않는다고 괜찮을 정도의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에르메스에서 간판 상품 중 하나는 버킨 백이라고 한다. 그 위엄이 어느 정도냐면 <뷰티풀 몬스터>라는 책을 쓴 김경씨는 책에서 버킨 백에 대해 이렇게 썼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버킨 백의 명성은 세계의 수많은 직장 여성들이 그 백을 사는 것 필생의 업으로 삼을 만큼 높다. 버킨 백을 사기 위해(혹은 사주기 위해) 적금을 붓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여기에서 버킨은 사람이름이다. 잘 모르는 사람은 버킨이 사람이라고 하면 가방을 만든 장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Jane Birkin은 1946년생인 가수이자 배우라고 한다. 이 종합만능 엔터테이너의 이름을 따서 버킨 백이라는 이름이 붙였다고 한다.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로 바꾸어 응용하자면 가방을 이름을 엄(정화)가방으로 부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전시를 둘러보면서 신기했던 점은 평소에 들고 다니기에는 어려운 것 같은 디자인의 가방도 꽤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무슨 상어모양을 가방에 넣었는데, 나같은 가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무리 이 가방의 명품 에르메스라고 해도 들고 다니지 못할 것 같았다. 이것이 마치 자동차 회사에 실제로 시장에는 내놓지는 않았지만 한번 구상해보는 컨셉트 카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동물모양의 가방도 있었는데 실제로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 전시회에 온 많은 사람들은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가방을 사진을 찍고 가방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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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나는 가끔 삶이 힘들 때, 독립운동가분들의 기념관을 찾는다. 독립운동가분들의 고초를 보면 내가 얼마나 편하게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내가 사는 인생이 의미가 있는지 되뭍게 된다. 나만 생각하고 사는 것은 아닌지. 혹은 나의 부질없는 사리사욕에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양재에 있는 <매헌윤봉길의사기념과>도 나의 옹졸함을 깨우쳐 주었다.
내가 기념관에서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윤봉길 의사께서 25살에 거사를 치르셨다는 것이다. 나는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윤의사님께서 30대 중반 정도에 의거를 일으키신 줄 알았다. 2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자신의 불태워 나라의 정체성을 확인시킨 것이었다. 내가 25세에 기껏해야 제대해서 학점관리하느라 정신없었던 것을 기억하면 부끄러워 진다.
윤의사님께서는 1908년에 태어나 1932년에 돌아가셨다. 의사님께서 태어나시기 전인 1905년에 을사늑약이 있었고 1910년에 경술국치가 있던 것을 생각하면 태어나실 때부터 아예 나라가 패망해버린 것이다. 의사님께서 12세였던 1919년에 3.1운동이 있었다. 아마 이 사건은 의사님의 어린날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의사님은 가정교육을 잘 받으신 것 같다. 왜냐하면 태어날 때부터 나라가 망해있고 가정이 엉망이면 그저 일본인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비분강개하셔서 독립운동을 결심하셨으니 말이다. 지금 젊은이들이 힘들다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윤의사님 연배의 우리나라 조상님을 생각해보면 극한의 어려움에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의사님의 걸어온 길을 보면서 그 전에는 몰라서 가장 놀란 점은 슬하에 3명의 자녀를 두었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 기준으로 15세에 결혼하신 것도 놀랍고 25세가 되시기 전에 3명의 자녀를 둔 것은 아주 놀랄 일이다. 하지만 100년 전이라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기는 하다. 내가 이것보다 인상깊게 보았던 점은 아이가 있는데도 독립운동을 감행하신 것이다. 사실 아이가 있으면 현실에 부조리한 점이 있더라도 꾹 참고 살기 마련이다. 아이를 두고 그 부조리를 고치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큰 희생을 일으킨다. 만약에 의사님이 싱글인데 거사를 일으켰다면 그나마 조금이나마 더 인간적으로 이해가 될 만하다. 그런데 아이가 3명이나 있는데 거사를 일으킨 것을 보고 이 분은 초인적인 신념으로 거사를 일으켰음을 알게 되었다. 정말 대단한 분이시다.
윤의사님이 남자로서 멋있다고 생각한 것은 그가 독립운동을 위해서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丈夫出家生不還이라는 말씀을 남기셨다는 점이다. 이 말의 뜻은 “장부가 뜻을 품고 집을 나가니 뜻을 이루지 않고는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한다. 가끔 남자답다고 하는 것이 객기를 잘 부리를 줄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술을 잘 마시는 것은 남자답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것은 오히려 남자를 부끄럽게 하는 일이다. 좋은 의미로 남자답다고 하는 것은 의로운 뜻을 가지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연한 각오를 가지고 그 뜻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윤의사님은 인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멋진 남자로서도 본받을 만하다.
2021년에 세상은 의사님이 사는 세상과는 많이 변했다. 하지만 의로운 뜻을 세울 곳은 지금도 아직 많다. 의로운 뜻을 세우는 일은 몹시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 만약에 윤의사님이 그저 3명의 자녀를 키우는데 급급하여 일본인들에게 아첨하는 조선인으로 살았다면 그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질 수 있었을까. 일상의 무게에 삶이 옹졸해짐을 느낀다면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 가는 것을 추천하다. 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자신이 둘러싼 세상이 달리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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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근에 이광용의 옐로우 카드 시즌3를 유튜브로 즐겨보고 있다. 3이 말하는 것처럼 이미 예전에 시즌 1과 시즌 2가 있었지만 그 때는 있는지도 모르다가 올해 들어서 보고 있는데 아주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인기 종목인 야구와 축구를 중심으로 방송하고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주로 야구편을 보는데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마음에 드는 점은 심층적이라는데 있다. 이제 스포츠 뉴스에서 전해주는 기본 정보는 인터넷을 살짝 보면 알 수 있다. 생각해보면 1990년 초반만 하더라도 프로야구 실시간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ARS로 전화를 걸어 알아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조마조마하게 스포츠 뉴스를 통해서 야구결과를 아는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시절은 완전히 지났다. 야구팬들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은 선수출신 해설위원, 감독출신 해설위원, 그리고 기자가 만나서 꽤나 깊이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 깊이 있는 내용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니즈를 맞춘다.
또 이 프로그램이 마음이 드는 점은 솔직하다는 점에 있다. 공중파 방송을 보면 상대방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한 감언이설을 중심으로 방송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 방송은 비판할 것은 제대로 비판하는 데에서 매우 시원하다. 예를 들어, 기아타이거즈 무엇이 문제인가 특집편에서는 속 시원하게 현재 기아타이거즈가 처한 문제를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욕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근거를 통해서 건설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이 이 프로그램의 퀄리티가 상당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마음에 드는 점은 발란스이다. 출연진이 상황에 따라 바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장성호-장정석-이용균 그리고 당연히 이광용 조합이다. 스타선수출신의 장성호, 스타선수출신은 아니지만 감독경험이 있는 장정석 그리고 선수도 해보지 못했지만 야구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이용균 기자에다가 스포츠 중계를 오래동안 한 공력의 이광용 아나운서까지 만나면 하나의 문제도 다각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다각도의 시선은 다양한 의견을 산출한다. 야구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다양한 의견은 각 문제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특히 진행자인 이광용의 존재가 중요하다. 이광용은 적재적소의 질문을 해서 3명의 전문가로부터 시청자들이 원하는 대답을 이끌어 낸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안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되어 있어야 한다. 이광용은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질문을 할 사람으로 적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이 이 프로그램 앞에 그의 이름을 내세울 수 있게 하는 자격을 준다.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 넘치는 것은 쏠쏠히 나오는 재미이다. 아무리 깊이있고 솔직하더라도 진지하면 볼 맛이 나지 않는다. 이미 일상생활에서 지쳐있는데 야구에서까지 심각해지면 삶이 힘들다. 이광용이 아나운서고 대체로 썰렁하기는 하지만 활발히 개그를 추구한다. 이런 점이 분위기를 살린다. 그리고 이광용과 장성호 충암고 선후배 캐미도 볼만한다. 서로 존중하면서도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마지막으로 가끔 난데 없는 매력을 발산하는 이용균 기자도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이 시의적절한 주제도 잘 고르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아무리 좋은 주제도 흘러가버리면 중요성이 떨어져 버리는데 옐카는 핵심주제를 제때 잘 선정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재미의 요소도 꼭 빠트리지 않는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롯데에 대한 이야기하는 데 한준희 축구해설위원을 섭외한 것이다. 부산출신인 그의 애정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었다.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롱런했으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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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KBS에서 2020년 3월 28일부터 2020년 9월 13일까지 방영한 <한 번 다녀왔습니다> 본격 이혼가족드라마이다. 그동안 KBS 주말드라마라고하면 갈등은 있지만 이혼을 본격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혼한 딸들이 주인공이 되어서 KBS에 나오는 것을 보면 사회가 많이 변한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예전에도 우리사회에서 이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혼하는 것이 TV에 방영되고 이 이혼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여주면 이혼을 조장(?)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이혼하는 것은 쉬쉬하고 TV내용으로 다루는 것이 터부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혼한 이야기를 방영하지 않는다고 이혼율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혼한 것을 미화(?)한 것으로 보일 때 몇몇의 시청자가 이에 영감을 받아서 이혼을 더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일단 이혼하는 것을 독려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과 혹은 문제가 있는 사람과 억지로 사는 것 자체도 큰 고통이다. 이러한 고통을 감내하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물론 이혼이라는 과정이 결혼과는 달리 괴로움을 대개 수반한다. 그리고 자녀가 있다면 이혼으로 인한 후유증이 더 클 것이다. 이를 섬세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가정 중에 이혼사람이 여럿이므로 나름 다양한 케이스로 이혼의 실태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이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드라마므로 현실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KBS 드라마가 대개 그렇듯 주인공급의 등장인물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의미있는 것은 저럴 수도 있겠구나 정도의 생각을 하게는 하는 것이다.
이혼이야기가 나와서 우리나라 이혼율을 조금 찾아보았다. 2020년 기준으로 이혼건수는 10만 6500건이라고 한다. 조이혼율은 2.1이라고 한다. 조이혼율이란 특정 1년간 신고한 총 이혼건수를 당해 연도의 연앙인구로 나눈 수치를 1,000분비로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연앙인구란 출생률과 사망률을 산출하기 위해 이용해 주로 1년의 인구 중 그 해의 중간일인 7월 1일의 인구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때의 인구수를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조이혼율은 연간이혼건수을 주민등록연앙인구으로 나눈 후 1,000을 곱하면 된다고 한다.
요즘 세태를 보면 마치 이혼을 급작스럽게 많이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혼율은 크게 늘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에 조이혼율이 2.5였는데 반해 2020년에는 오히려 줄어서 2.1이다. 내 추측으로는 이혼을 원래하고 있었는데 예전에는 이혼한 것에 대해서 함구하고 살았는데 근래 들어서는 당당하게 말하지는 않더라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치 예전보다 더 많이 이혼한 것처럼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서 또 놀란 사실은 생각보다 서울 이혼율이 평균보다 늘 낮고, 인천과 제주도가 평균보다 늘 높은 것이었다. 평소에 서울이라고 생각하면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인지 개인주의적인 서울사람이 같이 잘 살지 못하여 이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평균보다 낮아서 의외였다. 이와 달리 제주도는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이혼을 생각보다 많이 해서 의외였다. 그런데 약간 통계에 허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원래 제주도 사람이 아닌데 제주도에서 이사가서 이혼을 해서 통계에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혼관이 급격하게 바뀌는 세태를 <한번 다녀왔습니다>는 다루었다. 30년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였는데, 앞으로 30년 후에는 어떠한 가족형태를 다룰지 궁금하다. 그 때도 KBS식의 주말드라마가 유효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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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베스트 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는 베스트 셀러가 될만한 책일 뿐만 아니라 고전의 대열로 갈만한 책이다. 출간된 지 지금 읽어도 전혀 시사점이 줄어들지 않았다. 굉장히 난해하게 느낄 만한 철학 내용을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서 풀어낸다. 그래서 철학의 중요성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어쩌면 더 커졌다는 생각을 하게된 책이다.
이 책에서는 현재에도 논쟁적인 여러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 가장 내 이목을 끌었던 문제는 소수집단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문제였다. 소수집단우대정책을 간단하게 말하면 소수집단에 속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입학시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이 소수집단우대정책은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주로 흑인이나 라틴 아메리카 인종의 학생에게 가산점을 준다(입학서류를 넣을 때 인종을 물어본다). 이 문제는 아직도 치열하게 그 정책의 바람직함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정책이 지지되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가 시험 격차를 보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험점수에 학생의 노력과 지능이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겠지만 사회경제적인 요소도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잘 사는 학생이 90점 받은 것과 빈곤층 학생이 90점 받은 것은 의미가 다르다. 이러한 차이점을 보정해 주고자 소수집단우대정책을 펼치는 데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농어촌전형선발 과정이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입학하는 학생은 다른 일반전형과는 다른 기준으로 평가되어서 선발된다.
두 번째는 다양성 증진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비슷한 사회적 배경의 사람들로만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사회의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가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논의되는 것이 대표관료제(Representative bureaucracy)인데 사회구성원과 비슷한 비율로 사람을 뽑자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논리가 과거의 잘못을 보상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꽤 오랫동안 노예제가 있었다. 그래서 많은 흑인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예전의 백인이 저지른 과오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흑인같은 소수인종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소수자우대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논리 자체도 논쟁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입학에 있어서 소수자우대정책 크게 논쟁적이지는 않다(물론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논쟁은 매우 치열하고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 확대를 논의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를 다르게 조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최근 뜨거운 젠더문제로 말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가부장 중심의 사회로 여성이 차별당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고자 세계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여성부도 있고, 여러 여성정책이 실행되고 있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1번은 무조건 여자에게 준다든지, 혹은 성인지반영 예산을 고려해야 한다든지 여러 가지 정책들이 입안되고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정책은 많지 않다.
미국의 소수자우대정책이 비판받는 것처럼 젠더정책이 비판받고 있다. 특히 과거 남자들에게 차별받았다는 이유로 현재 여성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마도 많은 젊은 세대의 남자의 경우에는 차별은 어머니 세대가 받았는데 특혜는 현재 여자들이 받냐고 반문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젠더정책을 시행할 때 왜 시행해야 하는 지를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양성평등이라는 거대한 이유로 거칠게 실행하면 반드시 반발에 부딪치고 말 것이다. 아마도 젠더정책이 의거해야 할 이유는 다양성 증진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는 대중을 설득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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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하는 <유퀴즈 온더블럭>은 퀴즈라는 매개체로 사회의 각양 각색의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잘 알려진 연예인, 공무원, 대학교수, 대학생, 연구원 등등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는 프로그램이다. 너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섭외한 인물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철저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사전조사를 잘 한다면 문제의 인물을 제외할 수 있고, 그렇다면 큰 사고 없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유재석은 유재석이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슨 형식의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유재석이 맡으면 안정감이 느껴진다. 유재석은 뭔가 우리나라 김치처럼 도무지 지겨운 수준을 넘어서 생활이 된 느낌을 준다. 같이 진행하는 조세호도 양배추 시절의 불안정한 느낌은 전혀없고 어느 정도 원숙미를 보여준다. 그래서 왠지 이제 조세호도 단독으로 엠씨를 해도 좋을 정도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단독으로 하더라도 유재석의 위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세호가 못한 다기 보다는 유재석이 예능 프로그램의 정석이 되어 버렸다. 만약에 대한민국에서 예능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뭍는다면 유재석이 하는 것을 보면 될 것 같다. 그는 하나의 기준점이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포스트 유재석은 유재석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TV라는 매체에서 유튜브를 비롯한 개인방송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에서 전통적 의미의 TV의 마지막 영웅은 유재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포스트 유재석이 유재석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공중파에 남아 같이 늙어가는 세대에게는 새로운 사람보다 유재석같은 안정감이 있는 사람이 최고이기 떄문이다. 그리고 유재석의 철저한 자기 관리는 아마도 유재석이 앞으로도 롱런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궁극적으로 유재석도 노인이 될 것이고 언젠가는 은퇴하고 죽을 것이다. 아마 그가 죽으면 그 때는 대중매체로서 TV는 아예 위력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미래의 인류가 영상매체를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50년 넘어서 매체는 어떻게 진화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미래의 한국인은 유재석이라는 남자를 어떻게 기억할 지도 궁금하다.
이미 나는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고 본다. 예를 들면, 유퀴즈에 섭외된 충주시 공무원의 경우에는 그가 일단 유튜브를 통해서 유명해졌고 그를 TV에서 섭외해서 방송을 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충주시 공무원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유튜브로 시청하였다. 게다가 충주시 공무원이 유재석을 만난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하는 것을 또 유튜브로 보았다. 이렇게 이미 TV와 개인방송 사이에는 벽이 허물어져 버렸다. 충주시 공무원 뿐만 아니라 그것을 알려드림으로 유명한 진용진의 방송편도 매체의 혼합을 느낄 수 있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개인방송을 통해서 유재석 같은 인물이 여럿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유재석 정도되는 국민 엠씨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국민이라는 단어를 쓸만큼 많은 사람이 한사람을 바라볼 경우는 이제 드물 정도로 취향이 다변화되었다. 그리고 워낙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왠만한 특급 종교인적인 삶을 살면서 스캔들 하나 말실수 하나 안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도처에 추락할 거리들이 난무하는 데에서 유재석 급으로 올라가는 것은 이제 마치 84년 롯데 최동원이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한 것 만큼이나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여러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대중들의 욕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유퀴즈 온더블럭>같은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어떤 매체에서 누가 그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인가의 문제일 것 같다. 혹시 AI 로봇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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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걸은 2011년에 시작하여 2018년에 시즌 7(시즌 7은 좀 짧다)로 종영한 생활형 코메디 드라마이다. 나는 프렌즈로 미국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프렌즈 형식의 소프트하면서도 유머있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인데 뉴걸을 보면서 프렌즈의 LA편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점에서 <How I met your mother>도 꽤나 닮아 있다.
프렌즈가 라인업이 남자3명, 여자3명, <How I met your mother>가 남자3명, 여자2명, 뉴걸은 남자3명, 여자2명을 주축으로 나간다. 프렌즈가 주축등장인물 중에서 남매가 있지만 뉴걸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How I met your mother>가 아이들에게 엄마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를 회고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비해 뉴걸은 남자3명이 사는 집에 한 여자가 들어와 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프렌즈, <How I met your mother>, 그리고 뉴걸이 등장인물의 직업도 다르고 이야기거리도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인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 집단 안에서 로맨스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남녀가 공히 출연하고 시즌이 길어지는 드라마 안에서 로멘스가 안나오는 것도 어렵기는 하다. 뉴걸에서는 주인공 제스와 닉, 그리고 슈미트와 씨씨가 결혼을 한다. 남은 윈스턴은 그룹 밖이지만 직장동료와 로멘스를 나눈다.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시청률을 올리고자 긴장감을 높이려고 기제인지 등장인물 사이의 로맨스는 위기를 맞는다. 그리고 헤어지기도 한다. 나는 프렌즈, <How I met your mother>, 그리고 뉴걸 모두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헤어진 후에도 계속 친한 친구로 남아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뉴걸의 경우는 양반인 것이 프렌즈와 <How I met your mother>는 다른 친구하고도 로맨스를 나눈다. 나는 이것이 진정한 미국문화인지 아니면 드라마여서 그런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물론 뉴걸에서도 제스와 닉이 헤어진 후에도 같이 사는데 이를 이상해 여기는 닉의 새로운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감정이 남은 제스와 닉은 궁극적으로 잘 되는 것이 이 드라마의 기본 흐름이다. 내가 남녀관계에 있어서 너무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웃기고, CSI나 Startrek같이 특수상황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어서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 그리고 시즌이 7까지 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왠지 같이 늙어가는 느낌도 생긴다. 젊었을 때 같이 동거하던 친구라도 새롭게 짝을 만나 분가하는 날이 오기 마련이다. 뉴걸에서도 그 날은 왔고 궁극적으로 친구들이 3가정으로 나누어 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를 볼 때, 인생의 회자정리가 저절로 느껴지기도 했다. 역시 인생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했다. 특히 마지막 시즌에서는 프렌즈, <How I met your mother>의 마지막 시즌이 그랬던 것처럼 너무 아쉬웠다. 시즌이 지날 수록 지루해진 점도 있었지만 헤어짐의 아쉬움도 그만큼이나 컸다.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고, 배우들도 늙는다. 나중에 이 배우들이 더 늙은 모습을 보면 왠지 친구가 늙어버린 모습을 보고 (물론 그 사이에 나도 늙었지만)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뉴걸이 오래 지속되면서 밋밋함을 상쇄시키기 위함인지 중간마다 카메오가 등장했다. 예를 들어, 프린스가 등장에서 깜짝 놀라게 하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소리를 지렀던 부분은 제스와 친구들이 뉴욕에 놀라가서 벌어지는 시즌 6 에피소드 4에서 <브루클린 99> 팀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미 <브루클린 99>을 보고 뉴걸을 보았기 때문에 친구를 뜻밖에 만난 것처럼 매우 반가웠다. 아마 내가 <브루클린 99>을 보지 않았다면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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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보여주기가 지겨운 시대에 아주 반가운 프로그램이 하나 나타났다. 일반인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무튼 출근>이다. 초등학교 선생님, 치과의사, 은행원, 레고직원, 국립공원 수의사, 대기업 유통 바이어, 카드회사 직원, 우체국 직원까지 사회의 각지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내부인이 아니면 잘 알 수 없는 근로현장을 생동감있게 보여주고, 남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알 수 있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프로그램이 억지로 설정되고 자기 잘났다고 뽐내는 연예인 사생활 공개프로그램이 아주 지쳐있다(물론 그렇다고 사람들이 지쳐있지만 안보지 않는 것이 함정이기는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네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공중파에서는 비교적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공중파에서 보통 시민을 다루어지는 것은 <극한직업>, <인간극장>이나 <동행>같은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그저 그럴 수 있는 평범한 모습에 대한 갈망이 사람들에게는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담는 것에 익숙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유튜브에 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적극적으로 자신을 보여주려는 사람들의 접점을 이루어 이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되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청소년 직업탐색용 교육자료로 쓰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괜히 예산을 들여서 엄하게 교육자료를 만드느니 예능형식으로 해서 재미도 있고, 다양한 측면에서 직업의 현실을 (물론 단면적이지만) 알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청소년에게도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이 유익하면서도 재미도 놓치지 않았던 이유는 진행자의 구성에 있다. 우선 김구라의 중앙배치가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특히 그의 위치가 이 프로그램에 자연스러운 것이 그가 잡학다식하다는 점이다. 그의 잡학다식함은 출연자에게 나름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시사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가끔 연예인 중에서 진행은 잘 하는데 세상 돌아가는 것에 문외한인 경우가 있는 김구라의 경우는 <썰전> 진행자 출신답게 폭넓은 배경지식을 통해서 프로그램의 진행시킨다.
박선영도 아주 중요하다. SBS에서 다년간 간판 아나운서로 활동한 직장인 이력으로 출연자들의 생활에 크게 공감해준다. 물론 방송국 직원이 일반 사람들과는 다를 수도 있는데, 그렇게 치면 출연하는 사람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그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이해가 될 만하다. 그리고 박선영의 이미지가 워낙 단정하고 교양이 넘쳐서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웃고 넘기는 예능이 아닌 느낌을 준다. EBS 프로그램 정도의 단정함을 주게 한다.
별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보이는 황광희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에 김구라와 박선영만 있다면 다소 무거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볍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가끔 그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데, 내가 볼 때는 충분히 궁금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김구라-박선영-황광희로 이루어진 엠씨팀이 꽤 균형을 잘 이루어서 프로그램이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흘러가게 한다.
마지막으로 출연진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날 출연한 사람들도 같이 촬영분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거나 질문을 하는데 진행자들이 놓치는 부분도 잘 질문해서 방송이 자연스럽다. 물론 아쉽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게도 프로그램에서는 직장인들 출연진은 계속 바꾸게 된다. 계속 바꾸어 소재가 바뀌다 보니 시청자들도 다양한 삶을 배울 수 있다. 직업이 다양한 만큼 앞으로도 한동안은 소재가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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