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로구나>

TV 2018. 9. 7. 03:38

SBS Plus에서 방영된 <축제로구나>는 웹툰작가들이 전국의 축제를 돌아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서로 인연이 이미 있는 김풍, 심윤수, 이말년, 그리고 주호민 작가가 보내는 시간을 시청자가 공유하는 것은 꽤 유쾌한 일이다 그동안 웹툰 작가들이 방송에서 양념 역할을 한 적은 꽤 많았다. 그런데 웹툰작가를 전원 패널로 나온 것은 <비디오 스타>가 전부이다. 그 때도 진행자들이 전문 방송인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것을 웹툰 작가가 하는 경우는 없었다.

나는 이 <축제로구나>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간혹 약간 방송진행에 있어서 버벅거림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조차 이 방송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김풍작가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방송 내공을 쌓았고 주호민 작가는 틈틈이 방송에 나왔다. 또한 이말년 작가는 침착맨으로 유투브에서 개인방송 중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한 방송을 이끌어가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게다가 심윤수 작가는 예능 데뷔 무대이다. 이는 매니아들이 좋아하기에는 좋은데, 대중이 좋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만약에 시즌 2가 나오고 외연을 넓히고 싶다면 전문 방송인을 1명 넣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지금 라인업도 충분히 좋기는 하다.

다른 예능에 비해서 웹툰 작가의 장기를 십분 활용하여 그림을 이용한 즐거움이 좋았다. 예를 들어 합천고스트파크 호러축제에서 김풍 작가가 주호민 작가 머리에 얼굴을 3개를 그려놓은 것은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봉평메밀꽃 축제에서 나온 만화의 말풍선을 넣는 백일장 대회도도 재치넘쳤다. 특히 이말년 작가의 센스가 돋보였다. 어린왕자가 어른에게 보아뱀이 코끼리를 먹은 그림을 비트코인 등락과 연관짓는 드립력은 역시 이말년!”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김풍 작가는 멤버 중의 맏형으로서 나름의 진행을 도맡고 있다. 원래 직업인 웹툰 작가이외에 전문 세프에 버금가는 요리실력을 가진 그는 진행도 곧 잘 한다. 하지만 역시 2%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에게 유재석처럼 진행을 잘 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진행연습을 더 하든지 아니면 프로그램 포맷이 더 확실해지든지 하면 좋을 것 같다.

주호민 작가는 확실히 감초역할을 잘 한다. 일단 그의 성격이 아주 좋다. 시키면 시키는 데로 열심히 다 잘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나긋나긋한 성격이라 다른 멤버들과 융화도 잘 되고 팀을 규합하는 데 꼭 필요하는 역할을 한다. 작가와 같은 튀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데도 원래 회사원처럼 차분하고 할 일을 묵묵히 하면서 재미를 주는 그는 아주 필수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말년 작가는 막내로서 거침없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있다. 김풍, 주호민, 심윤수가 그대로 점잖은 느낌이라면 이말년 작가는 상대적으로 까부는 느낌이라 프로그램에 생동감을 준다. 그의 만화체에서도 잘 나타나지만 그의 대충스럽지만 굵직한 유머코드는 프로그램에 큰 웃음을 안겨준다.

심윤수 작가는 예능 초년생으로서 아직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 느낌이다. 약간 주호민 작가의 조용히 조곤조곤 웃기는 캐릭터와 겹치는 것 같기도 하다. 주도적으로 큰 웃음을 안겨주지 못하는 느낌이다. 멤버 교체가 있어야 한다면 심윤수 작가를 이제 인지도도 어느 정도 있고, 방송경험도 있는 허당매력이 가득한 기안84같은 사람으로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축제로구나>가 재미있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단 짧고 굵게 가는 것이 좋았다. 너무 늘어지면 소재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12화로 끝내니 아쉬운 맛도 있고 좋다. 전국 축제는 어느 정도 돌았으니 차라리 시즌2가 있다면 멤버는 그대로 두고 소재를 완전히 바꾸어서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posted by yslee

<이말년씨리즈>

Book 2017. 9. 18. 04:06

어느새 일상 속으로 들어온 웹툰. 이제는 우리 문화의 한부분이 되었다. 수많은 웹툰작가 중에서 이말년 선생님을 좋아한다. 그의 여러 저작 중, <이말년씨리즈>를 좋아했다. 아주 창의적인 전개방식으로 웃음을 폭발시킨 이니셜M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기본적으로 재미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다. 촌철살인 같은 사회비평도 압권이다.

이미 국정원의 댓글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전에 이를 조롱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 당시에는 그저 웃고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주 중요한 이야기였다. 정치비평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시급한 이야기를 아주 적절한 비유로 그렸다. 특히 "잠은행"은 잠을 줄이고 철야야근을 하는 직장인의 결말을 아주 잘 그렸다. 이것이 작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재미뿐만이 아니라 곰곰이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재미와 의미 모두 성취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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