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중앙박물관 <경북의 역사를 두드리다>

Exhibition 2019. 1. 13. 20:59

미국대사관 쪽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안국역으로 움직이는데 뜻밖에 <불교중앙박물관>을 발견하였다. 오래 전부터 조계사가 있는 줄 알고 몇 번이나 가보았는데 그 옆에 <불교중앙박물관>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작년 111일부터 올해 125일까지 <경북의 역사를 두드리다>라는 기획전이 있는 것을 보았다. 입장료도 없고해서 가볍고 기쁜 마음으로 박물관에 들어갔다.


<경북의 역사를 두드리다>는 기본적으로 경북지역에 있는 비문에 있는 것을 탁본뜬 것을 보여주는 전시회였다. 이를 흔히 금석문이라고 한다. 금석문(金石文)이란 말 그대로 금속제나 돌에 적혀진 글이고 금석학은 이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번 <경북의 역사를 두드리다>는 석문을 중심으로 전시해놓았다. 석문은 우리의 과거를 알아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종이로 적은 글은 종이의 특성상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오래전 기록의 경우에는 불타거나, 썩거나, 찢어지거나해서 복구가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목판의 경우에는 종이보다는 낫기는 하지만 이 역시 불타거나, 썩을 수 있다. 그런데 돌의 경우에는 파는 것이 매우 힘들어서 그렇지 한번 파면 아주 오랫동안 썩지도, 타지도, 찢어지지도 않는다. 물론 돌도 풍화가 되기는 하지만 데이터 보존이 아주 좋은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광개토 대왕비를 알 수 있듯이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우리 선조들은 돌에다가 그 내용을 남겨 후세에 전하려 했다. 그리고 후세가 된 우리세대는 금석학을 통해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알아갈 수 있다. <경북의 역사를 두드리다>포항 냉수리 신라비,’ ‘은해서 영파대사비,’ ‘영천호수 정세아 신도비,’ ‘부석사 원융국사비,’ ‘상주 충신의사단비,’ ‘선봉사 대각국사비,’ ‘불영사 사적비, 성주 명암 서학 유허비,’ ‘안동 퇴계 이황 묘갈,’ ‘경주 문원공 회재 이언적 신도비등을 전시했다. 전시회 이름을 경북의 역사를 두드리다라고 지은 이유는 아마도 탁본을 뜨는 과정에서 나온 것 같다. 박물관에는 비문의 탁본을 어떻게 뜨는 지 과정을 보여주고 비디오 틀어주는데 기본적으로 물을 적시고 그 위에 정성스럽게 종이를 붙인 다음에 잉크를 바르는데 이 때 먹물을 부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소량의 먹을 특수 물질에 조심스럽게 묻혀서 손으로 콩콩콩 두드려서종이에 형상이 맺히게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에게 노크를 하는 것이다.


돌에 새겨진 이유는 위대한 인물을 기리기 위해서, 효자를 기리기 위해서, 나라에 충성한 사람을 위해서 등 다양하다. 내가 주목했던 것은 내용보다도 글자의 유려함이었다. 돌에다가 글을 쓴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지금이야 컴퓨터에 아무렇게나 글을 쓰고 백스페이스 몇 번 눌러서 지우면 그만이지만 돌에다가 글을 적는 다는 것은 적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야한다. 그리고 적는데 한자를 너무나도 잘 썼다. 물론 돌에다가 적은 사람은 당대의 프로 석공이겠는데 글자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게다가 그 글자의 모습도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이렇게 다른 스타일의 명필을 보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이었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에 미국의 영향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기독교 문화가 상당히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 전의 아주 오랫동안 불교의 영향을 우리 사회는 받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과거를 알기 위해서는 불교를 이해해야한다. <불교중앙박물관>은 문화재청과 공동으로 전국 금석문 조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주 유익한 일이다. 왜냐하면 많은 자료가 절에 남아 있고 탁본을 뜨는 노하우도 현재 절에 계신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기관이 협동해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앞으로도 밝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교중앙박물관>은 금석학 외에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시설도 깨끗하고 좋아서 다른 전시회할 때 또다시 흔쾌히 방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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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