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엔데 <모모>

Book 2021. 12. 25. 20:57

현대인은 늘 시간이 부족하다. 각종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밤까지 시간을 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늘 시간에 쫒긴다. 그리고 나이가 늘면 들수록 세월은 빨리가고,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과도 충분히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라는 가슴에 꽂히는 말에서 보듯 모모는 우리에게 시간에 대해 물어보는 어른 동화다.

모모에서 나오는 이발사 푸지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많이 닮아있다. “제대로 된 인생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막연히, 화려한 그림들이 가득 실린 잡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어떤 것, 무언가 중요한 것, 무언가 화려한 것을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는 우울해하며 생각했다.” 이렇게 현실에 불만족을 느끼니 시간저축은행 직원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죽고나면 당신이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아예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렇게 하고 이발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시간이라고 말하며 이발사가 어머니를 만나는 시간이라든지, 앵무새와 같이 하며 노래부르는 시간을 다 생략하라고 조언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발사는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안정을 잃어갔다. 시간을 알뜰하게 쪼개 썼지만 손톱만큼의 자투리 시간도 남지 않았다.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졌다. 그리고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 역설적인 상황은 현대인들도 쉽게 느낄 것이다. 자신의 욕구를 위해서 시간을 아끼고 또 아꼈지만 시간은 부족하고 삶은 팍팍하다. 어쩌면 해결책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인 모모는 아주 다른 결의 삶을 살고 있다. 모모의 재주라고 하면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 주는 재주라고 한다. 그런데 그 재주는 놀라운 것이라서 진정으로 귀를 기울여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 줄 줄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 재주가 발현가능한 이유는 모모가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인 시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그 누구나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모모가 저렇게 남의 이야기나 듣고 살 수 있는 것은 그가 아이이기 때문이다. 이발소 아저씨가 힘들게 사는 것은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데 8시간 이상 쓰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모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안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 부닺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이발소 아저씨처럼 사는 것이다.

나도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발소 아저씨의 입장에 더 공감이 간다. 사실 어른이 모모처럼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도 살다보면 나의 인생에 불만족을 느끼고 인생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시간이 필요하고 분명히 현재 누리고 있는 것을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때로는 무리를 해서 몸을 상하게 할 때가 있다. 이 때 모모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있기 어려운 존재이지만 꼭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않더라도 나만 생각하지 않고 남도 생각하려면 시간을 가지고 귀를 열어야 한다. , 이발사 아저씨처럼 살다가도 이따금 모모를 생각하고 브레이크를 잡아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늘 시간에 배고픈 사람처럼 허덕일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문구 중 하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물이 가득 쌓여 있는 동굴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히 시간을 아껴서 자기 일에 쏟는 사람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간을 일에만 쏟다보면 주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성공 후에 공허함을 맛볼 수 있다. 시간을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물론 생활을 유지하고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나누는 삶이다. 이 사이에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인생의 시간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