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줄랩> 김보통편

TV 2019. 1. 6. 11:40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EBS에서 <배워서 남줄랩>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짧은 시간 안에 빠져들었다. 강아지 탈을 쓴 사람이 조곤조곤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김보통이라는 보통이 아닌 이름을 가진 웹툰 작가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엄청난 매력을 뿜었다.


김보통은 회사를 그만두고 33세에 만화가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느낀 소회를 그린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 인기를 얻으면서 만화작가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근래에는 에세이 작가로서도 활동 중이다. 그가 피력하는 이야기 중에 가장 획기적인 것은 무엇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이 이야기를 오해하면 안된다. 자포자기하거나, 노력하지 말고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그런데 너무 무엇이 되어야겠다고 집착하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즉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면서 살자는 이야기이다. 이를 실천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결과만 보고 과정을 오로지 견뎌야 하는 것으로 치부한다면 삶은 너무 힘든 고행이 된다. 하다보니 무엇이 되어야지, 무엇이 되기 위해서 사는 것은 그 자체가 고통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꿈을 가져야 하는가?”하고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명제에 질문을 던진다. 이는 앞의 이야기했던 맥락과 결을 같이한다. 하고 싶을 것을 하면 된다. 꿈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살다보면 포기하는 것도 많다. 그리고 놀랍게도 꿈을 이루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실망하고 지치기도 한다. 또한 꿈을 이루게 되더라도 그 기쁨은 생각보다는 짧다. 어떠한 자리에 오르거나, 상을 수상하거나 그 때는 매우 기쁘다. 그리고 한동안은 나름 긍정적인 기분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꿈을 이루고 나면 허망하거나 혹은 또다른 욕심이 생겨 또다른 꿈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현실을 미래를 위해 포기되어야하는 존재가 된다. 그가 이 프로그램에서 던지 여러 명언이 있는데 나의 파고든 말은 목적이 없으면 가는 길이 다 목적지가 된다.”이다. 그야 말로 과정의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공부는 누구나 잘 해야 하는가?” “남의 성공담을 믿지 말라.”등 파격적이지만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하였고 덕담으로 적당히 살다가 아무거나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했는데 아주 매력적이었다. 세상이 정해준 성공의 공리를 개인에게 맞추다보면 당연히 맞지 않는 사람이 나오게 마련이다. 사실 맞지 않는 사람이 맞는 사람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기본적인 공리의 타당성을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남들이 한다고 맹목적으로 추수하는 것의 위험은 개인의 불행으로 귀결된다. <배워서 남줄랩>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이 생긴 듯한 느낌이다.


<배워서 남줄랩>은 김숙과 유재환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숙, 유재환 모두 방송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김숙이 메인 진행자로 유재환이 진행자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어 신선했다. 기본적으로 김숙의 방송경력이 상당하고 장악력이 있어서 방송이 탄탄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유재환은 김숙의 보조를 잘 맞추어 주는 역할을 잘해서 더욱더 시너지 효과가 났다.


<배워서 남줄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패널로 랩퍼들이 나온다. 그것도 상당히 젊은 랩퍼들이 나오는데 이는 이 방송이 교육방송이라 주 시청층이 청소년임을 고려한 것 같다. 캐스퍼, 그리, 브린, 수린, 슬릭, 세령 등이 김보통같은 초대손님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이해를 높여가는 방식인데 그들의 질문이나 의견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EBS에서 랩퍼들이 주멤버를 나오니 힙합이 주류문화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젊은 층과 교류하면서 배워나가는 프로그램이 더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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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