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

Book 2019. 7. 9. 01:07

예전 학부시절 들었던 강의의 교재로 사용했었던 교과서를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벌써 15년 넘는 일인데 그동안 단 한번도 다시 읽지 않았다. 다시 읽는데 정말 처음보는 내용같았다. 사람은 역시 망각의 동물이다. 그리고 내용을 숙지하고 체내화하기 위해서는 반복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또한 이 무한한 지식을 모두 체내화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계속 읽어가고 다만 아이디어를 첨가하여 자신만의 지식을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을 보고 느꼈다.

<경제사>라고 하면 어쩌면 자본주의의 역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전에도 경제는 있었다. 지금처럼 자본이 세상의 원리가 된 것은 인류의 역사상 최근의 일이지만 그 전에도 경제는 우리 삶에 중요한 축으로 역할을 해왔다.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사관을 우선 이야기하고 그 후 고대생산양식부터 중세봉건시대, 중상주의의 발전, 자본주의 도약, 산업혁명 그리고 대공황까지의 일을 세계사적인 입장에서 교과서적으로 설명했다.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우리가 지금 평범하게 쓰고 있는 단어의 역사적 어원을 알 수 있어서 이다. 우리가 쓰는 여러 단어는 들은 각기 역사적인 배경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을 뜻하는 컴퍼니(company)라는 단어는 영국에서 나왔다. 영국의 경우 양모수출을 목적으로 한 상인조합이 조직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점차 직물업이 발달하여 상인이 모직물공업질르 흡수하여 객주제 가내공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인들이 조합을 만들 었는데 라이버리 컴페니(Livery company)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러한 조직이 현대 회사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읽으면서 흥미롭게 본 부분은 영국의 융성과 쇠퇴이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곳 답게 영국은 19세기 지구의 최강자였다. 각종 산업에서 선두를 달렸다. 예를 들어, 1878년 화학공업 46%의 비중이 영국 몫이었고, 면업의 경우에도 183469% 등등 1820년에는 세계 공업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한다. 우선 영국의 위상이 정말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는 말이 맞을 정도였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이야 브렉시트로 난항을 겪고 있는 유럽의 한나라에 불과하지만 한때는 세계를 호령했던 국가였음을 실감케하는 생산량이다. 문제는 이러한 수치를 도대체 어떻게 구했냐는 것이다. 지금이야 세계은행이나 OECD같은 국제기구에서 객관적인 수치를 구하는 노력을 하고 있고 이는 국제적으로도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19세기의 생산량 같은 것은 어떻게 측정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것을 하는 것이 역사학자가 하는 일이기는 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예전 역사적인 자료가 미비한 상태에서 어떻게 영국의 생산량이 세계의 50%가 되게 되는지 알고 싶다.

그리고 생경한 단어들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보나파르티즘(Bonapartism)이란 나폴레옹 3세 하의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브르조아와 프로레타리아의 세력이 균형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간적인 소시민적 사회층을 기반으로 독재적인 국가권력이 성립된 상태라고 한다(200). 요맨(yeoman)이라는 개념도 있다. 잰틀맨(gentelman)과 허즈밴드(husband: 농민)의 중간에 위치하는 신분이라고 한다. 요맨이라는 개념자체라는 것도 놀랍지만 허즈밴드가 남편이 아니라 농민의 뜻도 있다는데 놀랐다. 물론 몰라도 사는데 지장은 하나도 없다. 알아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는 일은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물론 경제의 역사를 배운다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무역전쟁이나 일본의 무역조치에 직접적으로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를 배워 지금을 살아가는 혜안을 얻을 수 있지 않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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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

Book 2018. 12. 5. 03:01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아마도 내가 학부시절 교양으로 들었던 과목의 교재용으로 쓰였던 책이다. 내가 한 때 잘 쓰던 색연필로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었다. 그런데 다시 읽었을 때 놀랍게도 책 내용은 정말 처음 읽은 것처럼 새로웠다. 역시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내용을 숙지할 수 있는 것 같다.


부제인 <빼앗긴 들에 서다>가 말해주듯이 읽는데 처음부터 마음이 아파왔다. 그 이유는 다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에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이 일본의 침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부터 불평등 조약이야기부터 시작하여 그 다음 장부터는 식민지 시절 경제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의 허구성에 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몇몇의 사람들이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우리나라 경제를 근대화시켰다는 주장을 하면서 식민지 시절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 주장의 기저에는 우리는 일본이 없었다면 철도도 깔지 못하고 공장도 짓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나는 이 생각에 완전히 반대한다. 일본이 없었더라도 우리는 시류에 맞게 신식 기술을 들여왔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 기술을 통해서 부흥할 만한 역량이 있다. 오히려 일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철도를 놓고 공장을 지어서 우리 인력과 자원을 극렬하게 착취하느라 우리나라는 빈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오히려 일본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훨씬 먼저 근대화 산업화를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역사는 다시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벌어지지 않을 일로 왈가왈부하는 것이 의미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식민지 근대화론같은 생각은 설득력이 없음을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이 책의 내용을 잘 전파했으면 좋겠다.


식민지 시대 이후도 우리나라의 경제는 녹녹치 않다. 광복 후에 미군과 소련이 남북으로 진주하면서 나라가 갈라지고 끝내 전쟁이 난다. 광복 후 불과 5년 만에 전쟁이 터짐으로써 일본귀속재산불하를 비롯한 문제가 제대로 일단락되지도 못한채 극도의 가난으로 빠져든다. 그 후에도 사회는 정부의 무능과 부패 속에서 신음하다가 4.19로 전환을 맞이하나 싶더니 그 다음해에 5.16으로 오랜 군사정권시절로 들어간다. 그 후 우리나라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기록한다. 그러나 한 편에는 정경유착을 기반으로 재벌의 성장이 있었고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있었다. 그 후에도 동아시아 외환위기, 세계금융위기 등등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책은 2000년에 펴낸 책으로 일제부터 박정희 대통령 시절까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 책은 대표저자인 강만길 교수를 필두로 아마도 그의 고려대학교 후학들인 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하였다. 우리나라의 아픈 기억을 담담하게 적어나갔다. 약간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은 글쓴이를 글 제목 아래가 아니라 글 맨 뒤에 괄호 안에 적어두었다는 점이다. 대개 학술적인 글을 보면 제목 아래 저자이름을 써서 그 글의 책임을 지게 되어 있는데 이름이 맨 뒤에 마치 숨겨져 있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글 내용의 출처가 불분명하게 되어 있다. 신용옥이 쓴 발전국가론을 제외한 다른 글들에서는 마지막에 참고문헌은 제시했으나 구체적으로 각각의 내용이 어디에서 근거한 것인지가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대중서를 표방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나라의 경제사적인 부분을 심층적으로 조망하였다. 그리고 좋았던 점은 용어, 개념, 인물 그리고 사건 정리이다. 본문 옆에 키워드로 해서 중요한 부분을 다시 설명해놓았는데 쉽게 반복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면, “백동화 남발”. “동양척식주식회사” “조선식산은행” “트루먼 독트린” “좌우합작위원회” “대충자금등등 우리나라 역사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키워드를 간략하게 적어두어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역사라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하지만 매우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간다. 그래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 논란이 있더라도 그 배움을 필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논란을 논쟁의 장으로 만들고 공론화시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사료가 잘 구축될 수 있도록 사학계에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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