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쓰는 목민심서>

Book 2019. 6. 3. 11:28

남양주에 있는 실학박물관에 갔다가 정약용선생님의 명저인 목민심서이 축약으로 되어 있는 책을 보고 구입하게 되었다. 목민심서는 12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1편은 부임(赴任), 2편은 율기(律己), 3편은 봉공(奉公), 4편은 애민(愛民), 5편은 이전(吏典), 6편은 호전(戶典), 7편은 예전(禮典), 8편은 병전(兵典), 9편은 형전(刑典), 10편은 공전(工典), 11편은 진황(賑荒), 12편은 해관(解官)이다. 정부운영에 있어서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부분에 대해서 정약용선생님은 정부관리가 해야할 일들을 적어놓았다. 물론 정약용 선생님이 살았던 시절과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분이 정부 그리고 정부관리들이 해야할 일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만약에 정약용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꾸준히 지켰다면 지금 정부의 문제는 반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목민심서를 보면 주옥같은 글귀로 가득하다. 관직에 임용되었을 때부터 퇴임할 때까지 바람직한 공직자의 모습을 써놓았다. 부임할 때 행장은 옛 것을 사용하라 말씀하셨다. 그만큼 절약과 검소함을 강조한 것이다. 공직자들이 자기 돈이 아니라고 혈세를 펑펑 쓰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만큼 작은 용품을 쓸 때도 아껴서 사용해야한다. 또한 흥미로운 부분은 이전(吏典) 부분에서의 찰물(察物)이다. 찰물이라는 것은 물정을 잘 살펴야한다는 것이다. 정약용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목민관은 외롭게 고립되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목민관을 속이려 하는 자들이라고 보았다.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관리는 지역사정에 어둡기 마련이다. 야박해 보일 수 있겠지만 이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조언이라고 생각된다. 자칫잘못하면 지역유지와 결탁하여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환기시킨 것이다.

목민심서를 읽다보면 단순히 출중한 공직자의 모습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모습을 알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정약용선생님이 곡산부사로 있을 때 금천군 산속에 도적이 50여명 있었다고 하는 이야기부터 자기 이야기는 아니지만 들은 이야기로 최윤덕이 태안군수로 있을 때 화살통 장식 쇠붙이가 떨어져나가서 고친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크고 작은 이야기를 통해서 조선시대에 어떠한 일이 있었을지 가늠해볼 수 있다.

정약용 선생님의 격언은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해서 기본교육만 받더라도 다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아마도 공무원을 하는 사람의 지적 수준이라면 정약용 선생님의 말씀을 몰라서 행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공무원이 정약용선생님의 말씀처럼 행동하게 하느냐이다. 물론 자발적으로 공무원들이 철저하게 행동가짐을 한다면 최선일 것이다. 문제는 소수의 공무원들의 행동거지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부패한 소수가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으면 그 부패는 점점 번져서 하나의 공무원 문화가 된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은 공무원하면 치를 떨게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물론 정약용선생님의 말씀하신 기본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떻게원리를 현실을 적용하느냐도 중요하다. 문제있는 공무원을 단죄하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일전에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게리 베커선생이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범죄가 잡힐 확률과 처벌강도와 역비례한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행실이 부실한 공무원을 단속을 강화하고 잡힐 경우에 그 처벌강도도 높게 해야 할 것이다. 너무 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공직이라는 것은 숭고한 것이다. 단순히 돈을 벌려고 혹은 직업 안정성이 좋아서 공직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만큼 공직이라는 것은 까다롭게 해야한다. 그것이 나라의 기틀을 잡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정약용선생님이 돌아가신지 이제 거의 200년이 다되어간다. 공직자들의 행태가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그가 염원하는 공직자는 아직 많지 않다. 앞으로 좋은 쪽으로 변화가 있어서 정말 좋은 공직자들로 가득찬 정부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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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