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7막7장>

Book 2021. 7. 11. 23:06

청춘에세이의 고전이 된 77장은 이제 나온지가 거의 30년이 다되어간다. 최근에 홍정욱은 50살이 된 기념으로 50이라는 이름의 책을 쓰기도 했다. 자신의 인생을 77장으로 비유했고 책에는 24장까지 쓴 참신한 컨셉이 있었고 아주 특이하게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일을 여는 책이라는 이유로 마침표가 없어서 지금보아도 신선하다(물론 계속 읽다보면 신선함은 사라지고 꽤 자연스러워 진다). 아름다운 청년의 표상이었던 불과 23살에 쓴 그의 자서전을 보고 많은 학생들이 영감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어느 정도는 그랬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많이해서 인지 그의 현재행보는 다소 아쉽다. 인생이라는 것이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다.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중학교 때 도미하여 미국명문고등학교에 천신만고 끝에 입학한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학생회장을 하고 꿈에 그리던 하버드에 입학하게 된다. 이것이 왜 대단하냐면 그 당시가 80년대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많은 학생들이 비교적 어렵지 않게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영어교육도 쉽게 어릴 때부터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입학정보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데 80년대만 하더라도 영어교육은 지금과 차원이 다르게 저열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의 국제화수준이었다. 물론 집안의 도움이 있었지만 거의 패기하나로 맨땅에 부딪치며 엄청난 학습량을 소화했다는 점이 대단하다. 게다가 미국입시는 우리처럼 공부만 잘해서는 안되는데 그는 외국인인데도 사교적으로 활동하면서 놀랍게 학생회장도 한다. 그리고 고등학생인데 우리나라 올림픽 취재로 미국 NBC 방송국 인턴까지 하는등 정말 다방면에서 놀라운 경력을 쌓는다. 게다가 잘 생겼으므로, 무슨 만화주인공같은 스토리가 연출되고 그가 젊은 나이에 자서전을 쓰고 그에 대중이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나는 그가 성취해놓은 놀라운 졸업장(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는 하버드 졸업후 스탠포드에서 로스쿨도 졸업한다)과 국회의원이라는 이력 그리고 신문사 사장에 대단하지만 위대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물론 그의 성취는 일반인을 이루기 힘든 놀라운 조건임을 틀림없다. 그런데 그가 책에서 피력했던 나라를 위한 헌신이랄까 아니면 공동체를 위한 공헌은 부족하지 않나싶다. 물론 범인에 비해 많은 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홍정욱인데 좀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저 스팩왕으로 잘먹고 잘사는 느낌이 더 드는 것은 아마도 그에게 건 큰 기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어떻게 가는지는 개인의 자유의사이므로 내가 왈가왈부할 바는 아니지만 그가 77장에서 보여준 비전이 너무 심원해서 그런지 그가 엄청난 사람이 될 줄 알았던 것 같다.

그의 케이스를 보고 일반화할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리더는 스팩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좋은 학교, 화려한 커리어가 주는 임팩트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런 엘리트 중심의 행보가 사회를 이끌어가는데 정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물론 어느 조직을 맡기기에는 당연히 엘리트도 충분하다) 국정운영에 있어서는 차라리 밑바닥부터 어려움을 겪으며 세상의 다양한 부분을 경험하면서 어려움을 딪고 일어난 사람이 사회의 리더로 더 바람직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낀 것이 홍정욱의 딸이 마약을 소지해서 적발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다. 홍정욱 딸도 공부를 잘 한 모양인데 그가 77장을 쓸 나이에 마약으로 검거되는 것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앞으로 그의 인생이 남아있는데 어떻게 살지 궁금하다. 지금은 무슨 출판사와 식품기업을 운영 중인 모양인데 그의 77장은 어떻게 끝이 날지 궁금하다.

 

posted by yslee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

Book 2019. 3. 13. 19:58



금나나는 미스코리아이다. 물론 미스코리아의 지위가 예전만큼 못하다고 하지만 미스코리아는 미스코리아이다. 그러한 미스코리아가 하버드를 가다니 분명 엄친딸이 분명하다. 누구나 부러워 할 만한 외모와 학력이다. 그런데 속을 들어다보면, 부러워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 삶이 숨겨져있었다.

 

쉽지 않은 하버드의 생활

 

아름다운 캠퍼스.

하지만 학생들에게 이곳은 낭만도 아니고 자유도 아니었다.

발붙이고 살아야 하는 현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 남아야 하는 생존의 터. (p.23)

 

사람들은 하버드하면 우와!!’라고 반응하고 아름다운 하버드 교정을 걷는 상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서 탈모고민을 하는 미스코리아를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금나나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으로서 남들보다 2~3배 노력을 더 한다. 또한 의대에 가기 위해서 학점관리를 하는 그의 노력은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놀라게 할 정도이다.

근래 많은 사람들이 우울해 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 요인 중 하나는 화려한 모습을 갖고는 싶은데 그러한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을 도외시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자리에 오르거나,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버드라는 화려한 이름만 보지 말고 하버드생들이 겪어야 하는 여러가지 고충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문의 의미

하버드에서 질문이란 학문하는 자의 의무이자 특권, 삶의 방식이자 습관이기 때문이다.(p.42)

 

이제 우리나라 대학은 취업의 양성소가 된듯한 느낌이지만, 사실 대학의 원래 목적은 학문을 배우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아주 효율적이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지식을 배우기에 아주 적절한 곳이다. 그래서 선생님 혹은 교수님께 질문하는 것은 낭비라고 여겨질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치게 된다. 호기심은 새로운 지식의 원천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자리잡은 기존 지식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 보수적인 면이 있다.

물론 자리잡은 지식이 자리잡은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지식이 더 경쟁력이 있을 때는 아마도 여러 다른 이견보다 타당해서 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도전을 받지 않은 지식은 도태될 뿐이다. 이런 면에서 대학은 좀 더 새로운 의견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학문을 한자로 쓰라고하면 학문(學文)이라고 쓰기 쉬운데 사실 학문(學問)으로 써야한다. 질문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우리나라 대학이 되기를 바래본다.

 

21세기 공부법

 

액커트 교수는 늘 팩트가 아니라 해석을 원했다.

그것도 아주 독창적인 해석을 (p.175)

 

21세기는 무한한 지식으로 넘쳐나는 시대이다. 그리고 모든 지식이 유용한 것은 아니다. 그 때 그 때 사용하기 따라 다르다. , 활용이 중요하다. 이 활용의 가장 중심에는 사람의 두뇌가 있다.

뻔한 지식의 시대는 갔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 대학은 뻔한 지식을 습득하는데에 주목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이든다. 물론 기존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에 멈추서는 안되고 그 기존지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의 생각을 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21세기가 원하는 인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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