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선잠박물관>

Exhibition 2019. 8. 5. 22:12

성북동에 갈 일이 있어 갔다가 전에 보지 못했던 박물관이 있어서 가보게 되었는데 그 이름은 <성북선잠박물관>이었다. ‘선잠이라는 말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도무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들어간 이유는 사실 바깥 날씨가 너무 더웠기 때문이다. ‘선잠이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갔었지만 배운 것은 어느 박물관이상이었다.

선잠박물관은 조선시대 선잠단의 터가 있었던 자리에 세워진 것으로 선잠단이란 양잠의 신인 서릉씨에게 제사를 지내며 한 해의 풍요와 안정을 기원한 곳이라고 한다. 동대문구에 선농단이 있는데 그곳은 농사의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곳이고 여기는 옷감의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곳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 의식주이다. 이곳이 의()를 관장하는 곳이다. 이름에 잠이 들어가는 것은 이것이 뽕입잠인데(예를 들어, 잠실이나 잠원은 뽕나무가 많았던 곳이다) 이 뽕나무 누에에서 실을 뽑아 내서 옷을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화학물질같은 것으로 인조옷감을 쉽게 만들어 내는 세상이지만 아주 오랫동안 인류는 누에고치에서 나오는 실로 옷감을 만들고는 했다. 그리고 이 선잠단은 그 옷의 원료를 위해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고 한다.

선잠단에서 지내는 제사는 종묘와 사직에서 지내는 제사보다는 레벨이 낮지만 그 다음이 되는 나라의 제사로 꽤 큰 규모의 제사이다. 사실 예전에 사직단에 가서 아무 것도 없이 공간만 남아있어서 무엇을 어떻게 제사를 지내는 지 궁금했는데 여기 선잠단에서 설명이 대략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게하였다. 일단 단상같은 곳에 좋은 음식을 가져다두고 그곳에 절을 하는데 특이한 점은 옆에 음악밴드를 불러서 음악을 연주하고 심지어 그에 맞는 춤도 추었다고 한다. 음악이야 장중하게 연주한다고 치고 어떻게 춤을 추었을지 상상하니 조금은 웃기기는 했지만 제사에 맞는 신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인상 깊었던 것은 <친잠의궤>였다. <친잠의궤>란 친잠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꼼꼼하게 기록한 책이다. 친잠례란 왕비가 손수 누에치기의 모범을 보여 양잠을 장려하기 위한 의식이라고 한다. 이 친잠례를 어떻게 했는지 아주 소상히 기록을 해놓았다. 어떠한 도구를 사용했는지 색, 모양, 크기 등등부터 어떻게 의식이 진행되었는지까지 세세하게 써서, 이 매뉴얼만 있으면 지금도 똑같이 따라할 수 있을 정도이다. 나는 조선왕조가 온갖 병폐에도 오랫동안 유지된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철저한 기록문화에 있다고 본다. 탄탄한 기록위에 나라의 기틀이 세워진 것이다. 이러한 면모는 비단 친잠례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도 기록이 잘 되어 있다.

이 박물관에 와서 둘러보면서 뜻하지않게 소소하게 여러 것을 알게되었는 우선 뽕나무가 영어로 Mulberry라고 부른 다는 것이다. 나는 멀베리라는 의류업체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멀베리가 뽕나무인 것을 전혀 몰랐다. 가끔 영어단어를 꽤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식물류의 단어는 역시 매우 부족한 것을 새삼 느꼈다. 더 놀라운 곳은 이 뽕나무에서 나오는 열매를 오디라고 부른 다는 것이다. 나는 뽕나무도 알고 오디도 알았는데 오디가 뽕나무에서 나오는 열매라는 것을 이 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전시회에서는 옷감에 쪽빛을 물등린 이승철교수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이 빛이라고 할 때 쪽이 남색을 표현하는 어떠한 형용사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쪽이라는 식물이 있었다. 이 쪽이라는 식물에서 나오는 것을 통해서 쪽빛의 염료를 얻는 것이었다. 이러한 처음듣는 사실에 역시 인생은 겸손하게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된다.

성북동에는 여러 볼 곳이 많지만 이 선잠박물관도 그곳 중 한 곳이 될 것이다. 이곳의 직원분들도 친절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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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slee